북한군 장기복무 불구 휴가·면회 유명무실
휴가의 사전적 의미는 “직장·단체·군대 등에서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날짜에 일정 기간 동안 쉬는 일이나 겨를(여가)”이라고 한다. 휴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기·복지·재충전·위로·격려·심신 피로회복 등의 용어들을 재론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휴식은 내일의 전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국군도 군인복무규율에 연가·공가·청원휴가·위로휴가·포상휴가·보상휴가·전역 전 휴가·재해구호휴가 등 다양한 종류의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현역 복무자와 상근예비역·보충역 군인들에게 적용되는 이러한 휴가제도는 군인들의 사기앙양 및 복지증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북한군의 경우 17세부터 27세까지 10년간 장기 복무함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에게는 사실상 휴가·면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군 복무 규정에는 병사들에게 연 1회 정기휴가(15일)가 허용되도록 돼 있다.
그러나 1968년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이후 한반도 정세 긴장을 이유로 휴가가 중지됐고, 80년대 들어와서는 “통일이 될 때까지 휴가를 가지 말자”는 구호 아래 정기휴가가 거의 실시되지 않아 휴가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현재 정기휴가는 10년의 군 복무 중 각급 부대 사정과 방침에 따라 1회 정도 실시되고, 포상휴가나 부모 사망시 특별휴가가 있을 뿐이다.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시 실시하는 특별휴가(통상 10∼15일)는 사정휴가·청원휴가로 불리기도 한다. 결혼휴가의 경우에도 군관(장교)이나 장기복무 하(부)사관에게만 해당되고, 병사들은 군 복무 중 결혼 자체가 금지돼 있다.
부모·직계가족 사망의 경우 특별휴가가 실시되나 통신체계 낙후로 사망통지서가 지연 배달되고 휴가 수속이 까다로워 장례식이 끝난 후에야 휴가가 실시되는 경우도 있다.
포상휴가(통상 7∼14일)는 훈련유공자나 부대생활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일을 한 병사 또는 사단장급 이상의 표창을 받거나 훈장 수여자, 기타 공적심사위원회에서 특별한 공로가 인정된 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그러나 포상휴가도 민경대대·경보병부대·정찰대대·저격부대 등 특수부대나 해·공군부대 위주로 실시되고 보병이나 포병부대, 기타 건설부대 등과 같은 일반부대에는 거의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부대에서는 당 간부나 군 고위층 자제들이 포상휴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뇌물을 주고 편법으로 휴가를 가는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의 휴가 중 한국군과 다른 특이한 제도가 물자휴가다. 물자휴가는 최장 30일까지 허가된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했던 90년대부터 각급 부대에서는 부대 내 필요한 물자들을 구해 올 능력이 있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물자휴가를 보내 준다.
주로 부모·직계가족 사망 등의 사유로 인한 특별휴가로 위장해 휴가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이러한 물자휴가 역시 필요한 물품을 구해 올 능력이 있는 당 간부나 고위층 자제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군 복무 10년 동안 휴가다운 휴가를 갈 수 없는 대부분의 병사들에게 물자휴가는 그림의 떡으로 또 다른 불만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휴가도 면회도 없는 북한군 병영생활의 삭막함이 북한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갈수록 군사 복무를 기피하게 되는 한 요인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