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출이 좋은 오름 하면 보통 성산일출봉을 떠올린다. 일출봉 일출은 망망대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이라 어찌 보면 밋밋하다. 이에 반해 동거문오름은 일출봉에서 내륙으로 13km 정도 떨어져 있다. 낮은 오름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의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동거문오름이다. 동거문이 겨울 해맞이 장소로 좋은 것은 내륙의 설경 속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을 수 있어서다. 한 시간도 안 돼 끝나는 여느 오름과 달리 높은오름과 문석이오름을 연계해 길게 심설산행을 즐길 수도 있고 눈쌓인 완만한 비탈이 많아 적절한 준비물을 가져간다면 썰매를 타는 보너스도 있다.
동거문오름은 동검은이, 동거미로도 불린다. 동거문악(東巨文岳)이라고도 하며 사방으로 뻗은 모습이 거미집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다는 설과 검은거미를 닮았다고 해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다. 거문오름과 구별하기 위해 동거문오름이라 한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으며 높이는 340m다. 동거문오름 곁에는 문석이오름과 높은오름이 이웃하고 있어 연계해서 산행하는 게 오름을 즐기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들머리는 구좌공원공설묘지다. 묘지 바로 곁 오른편에 솟은 게 높은오름이다. 임도를 따라서 왼쪽으로 틀면 정면의 둔덕 아래에 ‘동검은이오름’ 표지석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 임도를 따라 가면 동거문과 문석이오름 사이의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왼쪽 철조망 너머가 동거문오름이다. 철조망이 있으나 계단 같은 사다리가 있어 쉽게 지날 수 있다. 철조망을 지나면 다른 세상이다. 둥글둥글한 언덕의 연속이다. 고무를 잘라 길을 만들어 놓아 가파른 비탈이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가파른 데를 5분 정도 올라가면 시야가 툭 터지며 정면에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발 앞에는 가파른 계곡이 있는 듯 보이지만 오름 특유의 분화구다. 나무가 드물어 굳이 길이 없어도 오르는 데는 불편이 없다. 처음보다 더 길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자 바다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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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억새가 휘날리는 새별오름. 2 동거문오름 입구의 표지석. 동검은이, 동거미로도 불린다. 3 동거문오름 아래 분화구가 보인다. 4 구좌읍에서 가장 높은 높은 오름.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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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밖에서는 그저 언덕 수준의 작은 산이었는데, 안에 들어오니 분화구도 여럿 있고 지형이 꽤 흥미롭다. 칼날능선처럼 양편으로 가파른 능선을 걷는다. 분화구의 담 위를 걷는 셈이다. 푹신한 흙길이라 높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다만 바람의 섬답게 칼바람이 힘자랑하느라 바쁘다. 오른편 아래엔 좀 전의 것보다 더 크고 둥근 분화구가 있다. 자연이 만든 대형 콘서트장 같다. 사면에 등산객이 둘러앉고 아래에서 공연을 하면 실로 멋질 것이다.
오름은 흰색과 황토색이 섞여 있다. 눈과 철 지난 풀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시선이 편안해지는 건 오름이 가진 동그란 미학 때문이다. 모난 데 없이 모든 선이 둥글둥글하다. 칼날능선을 내려와 무덤이 있는 너른 안부에서 앞의 둔덕을 오른다. 흙으로 쌓은 성을 오르는 듯하다. 오르막 위가 바로 일출 전망터다. 성벽 위처럼 길게 두루뭉술한 능선이 이어져 있고 바닥에 고무판을 깔아 전망을 보기 좋게 해뒀다.
동쪽으로 거침없이 짱짱한 조망이다. 바로 앞에는 알오름들이 있고 뒤에 바람개비마냥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 그 뒤에 성산일출봉이 있다. 날씨가 좋았다면 바다 빛깔도 선명했을 텐데 잔뜩 흐리고 눈보라가 간간이 치는 어수선한 기상이다. 알오름은 무덤마냥 동그랗게 튀어나와 이름처럼 알같이 생겼다. 기관총 같은 바람이지만 밑으로 몇 발짝만 내려가면 잠잠하다. 제주 토박이이자 오름 산행을 수년째 하고 있는 오순희씨의 말에 따르면 여기서 보는 일출은 실로 멋있다고 한다. 바다에서 솟구치는 것은 물론 일출봉과 오름들 뒤로 떠오르는 태양은 더 아기자기하다는 설명이다. 굳이 일출이 없는 흐린 날씨 속에서도 볼 게 많다. 주변에는 다랑쉬오름처럼 덩치 큰 것부터 작은 용눈이오름까지 부드러운 덩치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능선을 타고 이어간다. 뭔가 움직이는 소리에 쳐다보니 노루가 뛰어다닌다. 청정한 자연 그대로가 남아 있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오름능선은 분화구를 가운데 두고 U자 모양, 말발굽 모양으로 생겼다. 능선을 따라가면 다음 목적지인 문석이오름에서 멀어지므로 방향을 틀어 분화구 쪽으로 내려간다. 출발지였던 철조망이 있는 안부로 돌아가기 위해 길 흔적에 개의치 않고 한 바퀴 돈다. 분화구 안은 펑퍼짐한 게 소리가 잘 울릴 것 같다. 노루나 야생동물이 놀랄까봐 그러진 못한다.
사면을 돌아 작은 알 봉우리를 올라선 다음 내려서니 출발지였던 철조망 있는 안부다.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니 바로 문석이오름이다. 억새밭에 눈이 가득하다. 동거문에 비하면 오르막이랄 것도 없이 펑퍼짐하다. 억새밭을 지나 꼭대기가 뻔히 보이는 부드러운 길을 오른다. 위에는 잔디밭이라 널찍하다. 안부에서 10분 걷자 동거문오름에서 정상이라 할 만한 지점이다. 워낙 완만해 딱히 정상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썰매를 타는 게 낫겠다 싶은 눈밭을 지나 북쪽 정면에 선 높은오름으로 간다. 405.3m로 구좌읍에서는 가장 높은오름이다. 눈으로 봐도 주변에서 가장 산다운 덩치다.
잔디밭이 끝나는 지점, 문석이오름을 내려가 높은오름 입구로 가야 하는데 마땅히 길이 보이질 않는다. 아래는 삼나무숲, 쓰러진 나무 사이를 치고 내려와 차를 세워둔 묘지 건물 앞에 닿았다. 건물에서 높은오름으로 이어진 임도가 있다. 길은 직벽을 오르듯 에두르지 않고 오르막을 정직하게 직선으로 올라간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고 숲이 있어 그나마 바람을 막아준다.
한참을 쉼터 없이 몰아붙이더니 중턱에 완만한 무덤지대가 있다. 잠깐 숨을 돌리고 10분을 더 오르니 꼭대기다. 밖에서 본 것과 다른 모습, 분화구가 있다. 완전한 원형 분화구라 모양새도 단순하고 깔끔하다. 꼭대기 지점에는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지나온 동거문과 문석이가 무척 낮아 보인다.
높은오름도 일출맞이 오름 탐승지로 제격이다. 무엇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한라산을 뒤로 넘어가는 일몰 또한 아름다운 풍경화 같다고 오순희씨는 말한다. 다만 바람이 얼음송곳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 돈다. 도는 사이 동서남북의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든다. 한라산이 구름에 묻힌 것이 아쉽지만 제주의 숲과 오름들은 충분히 아기자기하다. 한 바퀴 돌아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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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가이드 Guide
동거문오름은 승용차로 접근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에 구좌읍공설묘지를 검색해서 간 다음, 묘지 건물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도는 것이 하산할 때 편하다. 문석이오름에서 높은오름으로 가는 정비된 길이 없으므로 덜 가파른 곳으로 가거나, 철조망 안부에서 왔던 임도를 따라 차를 세워둔 건물 앞까지 간 다음 높은오름을 올라야 한다. 동거문~문석이~높은오름의 산행 거리는 6.6km, 3시간 정도 걸린다. 동거문오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안부로 찾아 나오는 길이 희미한 편이므로 방향을 숙지하고 있든지 현지의 아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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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잊지 못할 달빛을 품은 거인의 무덤
새별오름·이달오름
일출이 좋은 오름을 올랐으니, 일몰이 좋은 오름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일몰이 좋은 오름 하면 서쪽 바닷가에 접해 있는 오름을 예상한다. 그러나 겨울 일몰은 바다 속으로 바로 잠기는 해보다 바다와 눈 쌓인 오름을 고루 비추는 햇살의 여운이 더 긴 법이다. 그래서 겨울 해넘이는 약간 내륙의 새별오름이 제주 겨울의 매력을 더 풍부하게 보여준다. 제주 산악인 고길홍(70ㆍ전 제주산악안전대장)씨와 함께 새별오름으로 향한다. 원래는 새벨오름이었다고 한다. 민초들이 집 지붕을 덮는 데 쓸 짚을 베는 오름이었다 해서 유래하며 세월이 흘러 바뀌어 새별이 되었다.
새별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다. 한라산을 기준으로 서쪽이며 서부관광도로 바로 옆에 있어 접근이 편하다. 진입로도 포장되어 있고 주차할 공간도 드넓다. 여기서 매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수십 만 평 초원과 오름, 동녘자락이 붉은 화염에 휩싸인다. 소와 말을 방목하던 시절, 우마에 해가 되는 진드기 같은 해충을 없애기 위해 행했던 화입을 축제로 승화시킨 행사다. 시뻘건 화염이 일렁이는 밤하늘로 불꽃잔치가 섬광처럼 빛나면서 축제는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이 황홀한 장관을 보려고 제주사람은 물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거대한 왕릉이다. 나무 하나 없이 거대한 잔디 덩이가 둥글둥글한 선을 그리며 산을 이뤘다. 멀리 있어도 능선에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보일 정도다. 오름으로 가는 길은 드넓은 평지에 난 도로다. 비행기 활주로를 걷는 기분으로 거인의 무덤 같은 새별오름에 다가간다. 밑에서 올려만 봐도 능선의 경치가 시원할 거란 걸 알 수 있다. 어떤 모양의 화구를 품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마침 단체로 온 사람들이 오름을 내려온다. 평범한 이들이 아닌 장애아들을 봉사자들이 대동해서 왔다. 눈이 내려 20cm 넘게 쌓였는데도 이들이 즐겁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오름이다.
정면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사진가이자 오름 전문가인 고길홍씨는 오른편으로 이끈다. 오름 아래의 철책을 따라 240m 우측으로 가서 철망을 지나 말 목장 곁으로 오름을 오른다. 정면은 가파르니 오른편 능선으로 우회해서 오르는 것이다. 말들은 추위에도 끄떡 없이 풀을 뜯고 있다. 여느 오름들처럼 억새가 온 땅을 뒤덮었다. 눈이 쌓였지만 인기 오름이라 사람이 많이 다녀 길이 뚜렷하다. 간혹 얼어붙은 비탈이 있어 아이젠을 벗진 못한다.
사진을 찍어가며 느리게 걸었는데도 20분 만에 정상이다. 표지석과 삼각점이 있고 드넓은 경치와 혹독한 바람이 오름 나그네를 반긴다. 서쪽으로 새별오름보다 높은 오름이 없어 바다까지 시선이 닿는다. 넓은 평원과 사이로 솟은 많은 오름들,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이라 일몰은 없지만 날씨만 좋다면 잊지 못할 노을을 볼 수 있겠다. 아니 밤에 올라 달을 맞는 은밀한 장소로 써도 좋겠다. 그럴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흰색과 노랑이 어우러진 억새눈밭을 따라 간다. 갈림길에서는 북쪽 봉우리로 가는 길이 있다. 시야가 훤해 어디로 내려서게 될지 다 보인다. 이달오름(489m)으로 이어진 완만한 내리막 주위엔 무덤이 많다. 한결같이 돌로 낮은 담을 네모 낳게 쌓았다. 옛날에는 모두 소와 말의 방목지여서 가축이 무덤에 들어오는 걸 막고, 들에 난 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돌을 쌓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서쪽 바로 옆에 이달오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달봉이라고도 하는데 고씨의 말에 따르면 이름만 봉일 뿐이지 엄밀히 따지면 모두 오름이라고 한다. 두 개의 봉우리가 솟았는데 왼쪽의 봉우리가 더 높다. ‘이달(二達)’에서 ‘달’은 높다 또는 산 이라는 고구려에서 나온 말이다. 즉 두 개의 산봉우리를 뜻한다. 왼쪽 남봉에는 키 큰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북봉은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새별오름의 날머리로 내려서자 바로 이달오름 들머리다.
입구는 철책을 치고 사람이 ‘ㄷ’ 모양으로 돌아들어가도록 통로를 만들었다. 가축이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삼나무숲과 억새 오르막을 10분간 숨차게 오르자 바로 정상이다. 성격 급한 사람들이 좋아라 할 만한 코스다. 오르막에서 뒤돌아본 새별오름은 주차장에서 본 것과는 딴판의 다른 오름 같다. 굴곡이 훨씬 완만하고 너른 품을 가졌다.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 정 깊은 사람처럼 말이다.
고길홍씨는 오름의 매력에 대해 “차로 입구까지 갈 수 있어 접근이 쉽고, 올라가는 길이 짧고, 올라가면 경치가 시원하고, 아이들이나 노약자가 갈 수 있을 정도로 쉽다”고 한다. 오름의 다른 매력은 밖에서 본 오름은 작은 산이지만 올라가서 보면 화구가 있어 완전히 딴판의 모양새라 보는 재미가 있다. 또 비슷한 것 같지만 오름마다 각각 개성이 틀려 오름이야말로 제주도만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환경이다. 오름은 육지의 자연과는 다른 점이 분명해 마치 다른 나라,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신선함을 육지 사람들에게 선사한다.
정상에는 표지석과 삼각점, 산불초소가 있다. 나무가 높지만 북쪽으로 트여 있어 이달봉의 작은 봉우리와 제주 들판이 드러난다. 소나무숲을 따라 능선을 내려가다 길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두 봉우리 사이의 안부로 이끈 다음 이달봉 북봉을 올려치게 한다. 안부에서 150m 오르면 북봉 꼭대기인데 ‘이달이 촛대봉’이란 표지석이 있다. 촛대봉 정상은 바위지대인데 정상에 닿기 직전에 세로로 길쭉하게 벌어진 동굴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람을 막아주는 임시 대피소로 써도 될 성싶다. 제주말로 이런 굴을 ‘궤’ 라고 한다. 촛대봉 정상은 남봉보다 낫다. 표지석에 적힌 456m 높이가 GPS의 산높이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바다가 새별오름에서 좀더 가깝다. 생전에 전망 좋은 곳을 선호하는 분이었는지 정상에 무덤이 있다.
비탈진 내리막 길의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고무로 바닥을 깔았지만 얼어붙은 눈길의 미끄러움을 완전히 막진 못한다. 사람 소리를 들은 노루 한 쌍이 저만치서 뛰어간다. 철책을 빠져 나오자 인가도 없고 차량 통행도 뜸한 도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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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달오름의 촛대봉에서 본 서쪽 풍경. 2 거대한 왕릉을 연상케 하는 새별오름. 3 삼나무숲을 지나 이달오름 오르는 길. 뒤로 새별오름이 펑퍼짐하게 자리 잡고 있다. 4 새별오름 정상. 대부분의 오름은 오르기 쉽고, 경치가 좋고, 접근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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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제주사람 오순희
제주 바람처럼 시원한 여장부
제주 토박이 오순희(41)씨는 전국의 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에게 꽤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서 구조대 활동을 하며 활발한 산악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성격, 강한 체력도 한번 함께 산행하면 그녀를 기억하게 되는 이유다. 활동적인 성향의 오씨는 고상돈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대산련 청소년분과위원, 제주도연맹 등산의학이사를 맡고 있으며 제주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한복집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통장과 산악회 회장을 겸하고 있었기에 과거에 비하면 덜 바쁜 편이란다.
고교 시절부터 산을 좋아했던 그녀는 제주산악안전대 활동을 하며 2000년 여성 기혼자를 중심으로 한라솜다리산악회를 창립한다. 이후 자녀를 동반해 제주도의 알려지지 않은 오름을 숱하게 올랐다. 청소년 아웃도어 활동에 관심이 많은 오씨는 한국 보이스카우트 대장도 맡고 있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하는 오름산행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며 “오름은 아직 체력이 약하고 인내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체력향상과 정서순화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울산연맹에서 주관한 히무룽(7,126m) 원정에 참가해 5,800m까지 진출, “스무 살 때 가졌던 꿈을 나이 마흔이 되서야 이루게 됐다”며 활짝 웃는 제주 산악인 오순희씨다.
오름 가이드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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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과 이달오름은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1135번 서부관광도로 곁에 있어 접근이 수월하다. 차를 세우고 20분이면 새별오름 꼭대기에 설 수 있다. 정상에서는 능선따라 직진해서 이달오름으로 가거나 오른편의 북봉을 들러 능선을 타고 내려와 이달오름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달오름은 이달봉과 촛대봉, 두 개의 봉우리인데 촛대봉을 지나 길 따라 서쪽으로 내려서면 도로를 만나긴 하지만 차를 세워둔 곳까지 돌아가기가 까다롭다. 촛대봉까지 가서 경치를 보고 온 길을 되돌아가 이달오름과 새별오름의 안부에서 주차장까지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달오름과 촛대봉 사이 안부에서 새별오름 쪽으로 내려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새별오름과 이달오름의 산행 거리는 3.3km,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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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 (지역번호 064)
오름은 뿔뿔이 흩어져 있으므로 숙소는 제주시나 서귀포시에 잡는 것이 낫다. 제주시에서 유명한 맛집은 유리네(740-0890)다. 간단한 식사류부터 회나 구이류까지 다양한 제주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도새기몸국(7,000원)과 성게미역국(8,000원)이 맛나다.
서귀포는 우정횟집(733-8522)이 유명하다. 서귀포시의 저렴하고 비교적 깨끗한 숙소로는 서문로터리 부근의 은하장(733-6678)이 비성수기 2만~3만 원에 이용 가능하고 여관 옆 골목의 수더분한 동네식당인 수궁식당(762-7948)도 괜찮다. 삼겹살과 전골, 사골곰탕(6,000원), 육개장(6,000원), 해장국(6,000원) 등이 있다.
/ 글 신준범 기자
사진 김영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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