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사적이득 획득에 대한 규제 한도 설정에 관한 특별법”을 구상해보다
인류의 영원한 스승, 공자는 정명(正名)을 강조하였다. 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백성은 백성다워야 천하가 태평하게 다스려진다는 말씀이다. 이 가르침을 확대 해석하면 왕부터 백성까지 제 분수를 알아서 처신하라는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 분수를 지킴은 좋은 일뿐만 아니라 나쁜 일을 저지르는 데 있어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왕이 나쁜 짓을 하여도 용인될 수 있는 범위는 신하나 백성보다 커야함은 당연하다.
인간의 탐욕은 선천적 본성이므로 인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그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단기적 부작용만을 지적하여 비난하고 심지어 처벌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위의 두 타당한 전제에서 본인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가칭 “공직자의 사적 이득 획득에 대한 규제 한도 설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대통령부터 9급 공무원에 이르는 공직자들이 횡령, 배임, 수뢰 등의 재산적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직위의 고하에 맞추어 일정액까지는 면책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옛날 일제강점기에 몇 전에 불과한 석재 한 개를 훔친 사람을 절도로 처벌한 일이 있다고 하나 이는 명백한 형벌권의 남용이라고 하겠다. 현재 소득수준이 높아졌으므로 기소에 합당한 최소금액도 높아짐은 당연하다. 더욱이 같은 금액의 재화에 대해 부자와 빈자의 평가는 천양지차임은 확실하다. 부자는 오만 원 짜리 지폐로 시가에 불을 붙일지도 모르나 빈자는 신사임당을 모시듯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명절 선물로 장관이 천만 원을 받았다면 본인도 심상히 여기고 주위에서 알았어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것이나, 9급 공무원이 천만 원을 받았다면 본인도 부담감을 느끼고 이를 알게 된 상관은 간이 배밖에 나온 놈이라고 비난하고 처벌할 터이다. 이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사물의 이치다. 그러하니 법도 이 이치에 따르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모든 공직자를 분류하고 허용한도를 정함은 심심파적을 넘는 일이고 본인이 공짜로 그런 노고를 제공하리라고는 여러 독자도 기대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본인은 단지 몇 개의 직위에 대해 언급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수재의 면책한도>
1. 대통령: 1980년대에 전 전대통령은 후임인 노 전대통령이 약 1조원을 챙겼으리라고 추산했는데 이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수치이리라. 그런데 이 분들이 신나게 챙기던 시절은 한국의 3저 호황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던 시기였다. 그런 즉, 2조원이면 생활고로 자살한 불쌍한 사람들 수천 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핏대를 세우지 마시길 부탁한다. 그 후 물가도 많이 올랐으니 이것도 감안하여 대통령의 면책한도는 1조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2. 제1당 당수: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르는 점을 고려하면 한도 5000억원은 오히려 적은 느낌이 있으나 일단 5000억으로 정한다. 현직인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은 시장 시절에 저지른 범죄이므로 여기에 해당되지 않고 시장의 면책한도(50억 원)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시장이 성공하여 제1당 대표가 되었으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라 제1당 대표의 한도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제1당 당수는 정당의 대표일 뿐 공직자의 신분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겠는데, 법문 중에 이런 분은 이 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직자로 본다고 정하면 문제가 없을 터이다.
3. 대법원장: 판사들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줄 세우고 중립적인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가게 만드는 막강한 권한을 감안하여 500억 원으로 정한다. 더하여 대법원장은 퇴임 후 트럭 1대 분의 증거서류에 치이고 5년을 소송에 시달리는 위험이 큰 직책이므로 보험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도 500억은 많다고 할 수 없다.
4.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시장, 판사: 50억 원으로 정한다. 뇌물 50억 원을 아들이 대신 퇴직금으로 위장하여 받아 유죄가 선고된 여당 중진은 진즉 이 법이 있었으면 금액을 축소하여 영어의 몸이 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한편 당내 선거의 윤활유조로 2,3백만 원을 받았다고 야당의 존경스러운 선량을 재판에 부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고 그런 소액으로 기소함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제1당 당수를 중죄에 관한 유죄의 증거가 충분하나 제1당 대표이므로 도주의 우려도 없고 증거인멸의 염려도 없다는 아리송한 근거로 당수를 풀어주어 한국 정치를 뒤흔든 판사의 권한을 생각하면 50억은 큰 금액이 아니다.
5. 9급 공무원: 1000만 원으로 정한다. 그러자 해당 공무원들이 즐거워한다. 그러나 1회에 1000만원이 아니라 10년 동안 받거나 갈취한 금액의 합계라고 내가 일러주자 너무 적다는 반응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한도가 10만배나 많은 것은 언페어하다고 분개한다. 영어까지 구사하니 유식한 건 좋은데 해처먹는 사람들이 따질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저지른 잘못 중에 들킨 잘못은 극히 적다, 즉 천 건을 해먹으면 걸리는 것은 열 건도 안된다는 경험치를 들어 그들의 불만을 무마한다.
국민 대다수가 고위 공직자가 되는 것이 공익에 봉사하는 공복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출세하면 권세 부리고 대접 받고 돈 많이 벌어서 잘 먹고 호화스럽게 살고 쓰고 남은 것은 아들손자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이런 사회에서 사이비들이 더욱 설치고 나서서 깨끗한 척 하면서 비교적 소액의 재산범죄를 가지고 수사를 하고 구속을 하네, 재판을 합네, 하고 야단법석을 떠니 세상이 소란해진다. 그런 즉 넉넉히 면책 한도를 정해서 공직자들이 안심하고 받아먹고 뜯어먹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풍토를 만듬이 좋지 않을까 한다.
혹자는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 끝만 보는 근시안으로, 우리 한국 사회가 온통 도둑놈으로 도배된 복마전이라고 흥분할지 모르나 그렇게 상심해봐야 자기 건강만 상하게 되니 그저 부처님과 같은 관대한 눈길로 그들을 보아주면서 바보처럼 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법의 제목이 제법 길므로 간단히 줄여 부르고자 하면 아이디어를 제공한 본인의 이름을 붙여 박아무개법이라고 불러주기 바란다. (끝)
첫댓글 재미있는 착상이네요.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악담을 퍼붓고 싶은데 창의적으로 욕하기도 힘든 노릇이네요. 그저 카페 담에 낙서하듯 허튼 소리 해보았습니다.
移民廳(기타 등등 여럿 항꾼에 묶어서) 사람들 억수로 바빠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