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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여행가인 전윤선이 또 큰일을 저질렀다.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이자 더인디고 편집위원이기도 한 전윤선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닌 발자취를 기록해 책으로 묶었다.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서른아홉 여행지를 기록한 여행에세이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그저 신기한 노릇이다.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장애가 있는 나로서도 그의 휠체어 여행 방식이 당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표제에는 ‘무장애 여행지’라지만 어디 그런가? 휠체어를 타고 집 밖을 나서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울퉁불퉁한 길들, 언제 올지 모르는 장애인콜택시는 물론이고 지하철이나 기차역 엘리베이트를 타기 위해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그 미묘하고 황당한 찜찜함까지 감내하며 방문한 여행지 어디에도 글쎄, ‘무장애’는 없다.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와 발길을 잡아채는 것은 교통의 불편함이다. 장애인콜택시를 여행지마다 등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약과다.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여행지 근처 기차역에 도착해 예약해 둔 숙박시설까지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어찌어찌 주변의 도움으로 숙박시설에 도착해도 객실 출입문 넓이나 단차의 높이, 화장실 접근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애초부터 여행 계획에는 없어야 할 이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용케 거쳤다고 해도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주변 식당을 찾아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가중 중요한 화장실의 존재를 미리 파악해 두는 일이 남았다.
상상만으로도 골치가 지끈거린다. 게으르고 약빠르지 못하고, 낯선 곳을 두려워하는 칠칠치 못한 성정 탓에 1년에 단 한 번의 짧은 여행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신세인 나는, 그래서 전윤선의 여행에세이 출간이 “비장애인의 감각으론 보거나 느끼지 못하는 황홀한 세계(김효진 작가 추천 글 중에서)”가 펼쳐져 있으리라 기대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마찬가지로 전윤선은 전작인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여행하는 일”이며, “여행하는 동안은 오롯이 자신과 직면할 수 있고 낯선 세상과 만나는 시간은 세상을 향한 행복한 몸부림“이며, ”여행은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법“이라는 여행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행은 전윤선의 삶의 신념이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는 그 행복한 몸부림을 글로, 사진으로 아로새긴 ‘무장애 여행’의 표지석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에 담긴, 딱 휠체어를 탄 높이에서 바라보는 낯선 여행지의 풍경은 오직 전윤선 본인만의 황홀한 세계이다. 그 낮은 시선 안에 소소한 여행지에서의 좌충우돌 일상을 날 것 그대로 그려낸다.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는 홀홀단심 나선 여행이거나 전동휠체어 4총사로 우르르 나선 길 위에서도 한웅큼 까트리는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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