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세상의 변방, 가장자리에서 삶의 중심 의미를 길어 올리는 나그네와 수도승의 두 기질을 한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자다. 위 시는 경북 오지 동해 바닷가 마을, 죽변을 지나던 이윤학 시인이 자신이 본 풍경만을 묘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가 언어로 그려놓은 저 그림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따스한 온기'를 다 읽어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이란 젖은 몸 말리고 가라고 아궁이 앞 블록벽돌 위에 신문지 한 장 놔두는 일, 급소마다 폐타이어를 갖다댄 고깃배들이 옆구리를 서로 맞대며 세찬 해풍을 이겨내는 일인 것을 이윤학의 시「죽변」을 읽으며 다시금 깨닫는다. 추운 겨울 바닷가 한 풍경의 단순 묘사지만 그 속이 참으로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