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내달 1일 개막… 국내 未개봉작 포함 181편 상영
영화만개(映畵滿開). 전주의 봄에 영화가 활짝 핀다.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지프)'가 메가박스 전주, CGV전주, 전주시네타운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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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전주영화제는 매해 주류 영화와 다른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선보여왔다. 올해 상영작은 44개국 181편. 다른 해에 비해 음악 공연과 같은 부대행사는 줄었지만, 감독 중심의 영화 프로그램은 더 풍성해졌다. 특히 '스페셜 포커스' 부문에서 선보이는 세 가지 특별전은 콩나물국밥과 비빔밥 먹을 시간을 줄여서라도 봐야 한다. ▲'영화, 감독을 말하다'에선 잉마르 베리만, 에릭 로메르, 벨라 타르, 레오 카락스, 리처드 링클레이터 등 감독 7명을 담은 영화 6편을 상영한다. ▲'로셀리니: 네오리얼리즘에서 휴머니즘까지'에선 누벨바그의 대표감독인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작품을 상영하고, 이탈리아 비평가 아드리아노 아프라가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장 피에르와 뤽 다르덴 형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울리히 자이델 감독의 초기 다큐멘터리 8편을 선보이는 ▲'출발로서의 다큐멘터리: 세 거장의 기원'은 국내 최초 상영작들만 모았다. 세 감독은 모두 세계 영화예술을 선도하고, 국내 관객들에게도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리얼리즘에 기초해 자기 세계를 확장한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국제·국내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는 모두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이다. 기성 영화의 스토리텔링과 표현이 상투적이라고 느끼는 이들, 창작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각인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예매할 것이다. 영화 애호가들이라면 이미 풍문으로 들었을 국내 미개봉작들도 눈에 띈다. 그중 '그레이트 뷰티'(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와 '경관의 아내'(필립 그로닝), '언더 더 스킨'(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더블'(리처드 아요데) '프란시스 하'(노아 바움벡) 등은 전주영화제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개막작 '신촌좀비만화'는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이 모여 만든 3D 옴니버스 영화다. 개성 각각인 한국 대표 감독들이 제시하는 3D의 가능성과 현실에 주목할 만하다. 폐막작은 국제 경쟁 대상 작품이 상영된다.
[역린]
정조 암살 미수에 그친 '정유역변'
너무 많은 캐릭터로 몰입도 떨어져… 이야기 전개도 느려 긴장감 약해
수지의 눈, 한가인의 코와 송혜교의 입으로 성형을 한다고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 한국 영화들의 흥행 요소만 쏙 빼다가 만든 '역린(감독 이재규·30일 개봉)'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광해' '관상' 같은 사극이자 팩션이고, '도둑들'처럼 멀티캐스팅을 했으며 '신세계'에 나온 '브로맨스'(남자들끼리의 두터운 우정)를 다뤘다. '7번방의 선물'처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역도 나온다. 절세가인의 요건은 다 갖췄는데, 막상 모습을 드러낸 건 금세 질리는 성형미인이다.
◇10명에 달하는 주연
영화는 정조 즉위 1년에 일어난 정유역변의 24시간을 다룬다. 정조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미수에 그쳐 연루자 모두 사형당한 사건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에다 암살 위협을 당했다는 점 때문에 정조는 사극에서 가장 환영받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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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逆鱗)’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로 왕의 노여움을 뜻한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개인사에 밀려 정조(현빈)의 노여움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역린'은 정조를 다룬 타 작품들과 차별화가 되도록 배우들을 이용한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가히 압도적이다. 출연 드라마마다 최고 시청률을 올린 현빈이 전역 후 첫 번째로 택한 작품이다. 최근 3년간 영화계에서 각광받는 조정석과 박성웅,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성령이 나오고, 연기력이 탄탄한 정재영과 조재현이 이들의 뒤를 받쳐준다. 한지민과 정은채도 한 배역씩 맡았다. '2014 배우 대백과'가 있다면 '역린' 포스터만으로도 한 장(章)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막상 캐스팅을 하고보니 배우 하나도 놓치기 아까웠나보다. '역린'은 주·조연까지 거의 모든 캐릭터에 이야기를 부여한다. 정조(현빈)의 전사(前史)를 플래시백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건 주인공이어서 그렇다고 치자. ▲내시 상책(정재영)과 정조의 관계 ▲상책과 암살자 살수(조정석)의 관계 ▲상책과 살수 우두머리(조재현)의 관계 ▲살수와 세답방 나인 월혜(정은채)의 관계가 모두 설명된다. 정순왕후(한지민)와 혜경궁 홍씨(김성령)의 대립이 있고, 이 둘 사이에서 고초를 겪은 어린 나인도 있다.
상영시간 2시간 15분 동안 10명 가까운 캐릭터가 각자 자기의 성장 과정과 추억, 상처를 보여준다. 관객이 정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감정이입할 만한 예비 주인공을 여럿 만들어놓은 것 같다. 제대 후 첫 작품에서 현빈은 복근을 드러내며 팔굽혀펴기를 하는 왕으로 소모되고 만다.
◇멈칫거리다 비틀거리는 연출문제는 대부분의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가 영화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수와 월혜의 연애, 살수와 상책의 형제애가 통째로 빠진다고 해도 이야기 전개에는 지장이 없다. 심지어 이 관계들에 별로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극이 그렇듯, '역린'도 정조가 암살당하지 않는다는 결말을 관객들이 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긴장감을 더하려면 감정의 결이 촘촘해야 하고 이야기 리듬은 빨라야 한다. '광해'는 전자(前者)로, '최종병기 활'은 후자로 성공했다. 잘 닦인 도로에서 숨 가쁘게 달려야 할 판에 살수의 과거와 월혜의 과거가 과속방지턱처럼 툭툭 튀어나온다. 영화는 멈칫멈칫하다가 결국 비틀거린다. 정조 암살 시도의 하루는 조선왕조 500년처럼 길게 느껴진다.
역대 흑백 영화로는 흥행 1위… 김수용 감독 1965년작, 대만서 발견
감독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만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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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로 복원된‘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한 장면. 이윤복(김천만·오른쪽)과 그를 돕는 교사 김동식(신영균)이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국내에서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김수용 감독의 1965년작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1일 이 영화의 상영필름 원본(dupe negative)을 대만에서 발견해 디지털로 복원했다고 밝히고 시사회를 열었다. 김수용 감독은 이날 시사회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개봉 당시 서울 국제극장에서만 28만5000명을 동원했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년·38만명)에 이어 당시까지 역대 흥행 순위 2위였고, 흑백 영화로는 한국 영화 사상 1위다. 그 이후 이 영화는 세 차례 리메이크됐고, 수기를 각색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됐다.
영화는 대구 명덕초등학교 5학년 이윤복군이 쓴 수기를 바탕으로 했다. 술과 도박에 빠진 아버지와 집을 나간 어머니 때문에 이군은 껌장수, 구두닦이, 구걸을 하며 세 동생과 아버지를 먹여살린다. 영화는 깡통을 들고 집집마다 밥을 빌러 다니거나 길거리에서 껌을 팔다가 고아원에 끌려가는 어린이들을 통해 60년대의 가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신영균, 조미령, 주증녀, 황정순 등 당대의 인기 배우들이 출연했고, 김천만, 전영선 등 아역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자연스럽다.
이 영화를 촬영한 것은 1964년. 당시에는 필름 보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개봉 후 필름 원본은 물론 상영용 복제필름도 없어졌다. 영상자료원은 이 작품이 '추상촌초심'(秋霜寸草心)이란 제목으로 대만에 수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대만 타이베이 외곽에 있는 필름 수장고에서 찾아냈다.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은 "보통 중국어권으로 수출된 영화는 중국어로 녹음된 프린트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한국어 대사가 보존된 채 중국어 자막이 삽입돼 있어 사운드와 음향까지 원본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40주년 기념영화제'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최근 20대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연남동 게스트하우스를 취재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은 “요즘은 다들 치킨 시켜달라고 한다. ‘치맥’하겠다고. 그것도 어떻게들 아는지, 유재석이 모델로 등장한 치킨브랜드를 콕 찝어 얘기한다”고 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와 유재석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중국에서 대단하긴 한가봅니다. 영화 담당기자로서 궁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영화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몇년간 영화 감독과 배우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과 한국의 합작영화가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CJ E&M과 중국이 합작해 만든 ‘이별계약’입니다. CJ E&M과 CGV는 최근 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관, 음악, 방송 부문의 해외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CJ E&M의 행보가 CJ그룹 이미경(56) 부회장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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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20년 전인 1995년 11월 20일 조선일보 주최 리셉션장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프리 카젠버그씨가 조선일보 및 제일제당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안병훈 조선일보 전무, 손경식제일제당 회장, 카젠버그, 스필버그, 이미경제일제당 이사, 이재현제일제당 상무.
이 부회장은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중국 푸단대에서 유학하고 1995년 제일제당(현 CJ)에 입사했습니다. 2004년 말 CJ그룹 부회장에 오른 그는 영화, 방송, 공연사업 등을 벌이는 계열사 CJ E&M을 총괄하고 있습니다.이 부회장은 유학 시절에 형성한 인맥을 바탕으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등과 함께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당시 CJ가 드림웍스에 투자한 돈은 3억달러(당시 약 2300억원).그래선지 드림웍스와 CJ E&M의 관계는 돈독합니다. 우선 CJ E&M은 드림웍스의 독점 영화배급권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폭스(FOX)를 통해 작품을 세계 시장에 배급하는 드림웍스가 특정 국가에서, 특정 기업이 배급하도록 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죠. 지난해 10월 카젠버그는 CJ그룹 60주년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카젠버그는 기자들에게 “그(이 부회장)는 영화비지니스에 대해 열정적이었고 한국의 영화산업 건설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지난 20여년간 드림웍스와 CJ간 파트너쉽은 환상적이었다. 이미경 부회장을 비롯해 CJ와 협업이 없었다면 오늘날 드림웍스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각별함을 표시했습니다.이 부회장이 “인생의 멘토로 생각한다”고 밝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1995년 사업 파트너로 만난 두 사람은 골프와 술을 하지 않고,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는 공통점 때문에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 부회장은 “스필버그로부터 감독이나 배우 등을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지원해 주는지 보고 배웠다”며 “영상·엔터테인먼트 사업 선배인 그의 열정을 닮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2011년 4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본사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생일 파티는 그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죠. 파티에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음반을 제작한 전설적인 미국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참석해 노래와 연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가 이 부회장의 초대로 서울 강남구 청담 CGV 빌딩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파티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에도 긍정적으로 미칠까요? 한국 영화도 ‘별에서 온 그대’나 유재석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