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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 진 것 같은데 이제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갈 곳이 참 많죠? 윤>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접어들었는데 지난주에 우리지역을 훑고 지나간 태풍의 상처가 워낙에 깊어 농작물의 피해를 보시거나 침수당하신분들의 아픔이 너무 깊습니다. 다음 주면 추석인데 시름 깊으실 그 분들을 생각하면 어디 간다는 것이 마음 편치는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도와 잘 극복해야 할 것 같은데 대구 바로 옆 성주는 많은 피해를 본 지역입니다. 시간되시면 가까운 성주라도 한 번 찾아 작은 일손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MC> 그렇습니다 한마음으로 잘 극복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오늘은 그럼 어떤 맛 집을 소개 해 주시나요? 윤> 오늘은 어디 여행을 가기보다는 대구의 맛 집을 소개 해 볼까 합니다. 혹시 성주에 봉사활동이라도 다녀오시는 길이라면 대구를 들어오는 죽전네거리 부근에 피곤하고 허기진 배를 채워 줄 맛 집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밥도둑이라 부르는 게장전문집이 외관 그럴싸하게 꾸미고 손님을 맞고 있는데 시내에 분점을 낼 만큼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간장게장은 남도음식이라고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서해안 음식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인천에서부터 목포까지 꽃게가 고루 잡히고 전국에서 유명한 게장 전문점이 대부분 서해안을 따라 많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집도 상호가 전라도가 아닌 충청도의 지명을 빌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꽤나 운치 있게 집을 잘 꾸며 두어서인지 젊은 분들이 많이 오는 그런 집이기도 합니다. 밥상차림은 감자볶음과 마늘장조림 김치 콩잎 물김치 같은 평범한 것들이 차려지지만, 오이 양배추 미나리 넣고 회 듬뿎 넣은 무침회가 먼저 나오는데 아삭하는 야채의 신선함과 쫄깃한 생선회가 매콤한 초고추장과 어우러져 입안에 바다 향 물씬 풍깁니다. 무침회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이어서 갈비찜이 나오는데, 게장으로 밥 드셔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맛있게는 먹었는데 게장만으로는 왠지 허기가 가시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 부드러운 갈비살에 육즙 잘 베인 큼직하고 두툼한 갈비를 뜯고 나면 속까지 든든해집니다. 갈비찜에 따라서 갈치 조기 메로 이 세가지의 생선구이가 나오는데 이 것만 해도 밥반찬으로 충분한데, 여기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함께 내 주십니다. 뚜껑을 열어젖힌 게장에는 주황빛 노란 알이 더욱 신선해 보이고 입맛을 자극합니다. 간장게장은 잘 못 담으면 비린 냄새나 짠 맛에 많이 먹지는 못하게 되지만, 이 집 간장게장은 비린 냄새도 없고 간간한 간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입니다. 양념 맛뿐만 아니라 얼마나 속살이 실한지 살을 파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입안에서 터지는 알이 묘밉니다. 간장게장이 물린다 싶으면 그기에 매콤한 양념이 그득 올려 진 꽃게장을 먹어보면 새콤달콤한 독특한 맛이 금세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게 합니다. 칼칼한 이 꽃게장은 마지막 입맛까지 깔끔하게 해 주는 것이 가을꽃게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서산돌 간장게장 053-554-7737 MC> 밥도둑 꽃게장 꼭 먹으러 가 봐야 겠는데요 또 다른 맛집은? 윤> 이왕 생선구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선구이 전문점 하나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수성못 지나서 10년 넘게 유명세를 유지하며 성업 중인 이 집은 상호에 걸맞게 아침 일찍 수산시장에서 다양한 생선을 가져와 전을 펴 놓고 손님이 고르면 직접 구워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컨셉의 식당이 대구에 들어왔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신기했을 정도인데, 생선구이는 집에서 드시려면 이웃집 몰래 먹기는 어렵쟎아요. 온 집안에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맛있게 먹고 나면 옷이나 이불에 생선 비린내가 나서 참 불편한 것이 생선구이입니다. 그런 불편을 줄여주는 이 집은 즉석에서 물 좋은 생선을 일식집 생선구이 틀에 바로 구워서주기 때문에 가정집에서 후라이 팬에 구운 것 보다 맛도 있고, 간편함 때문에 가족모임이 많고 특히 낮 시간 때에는 가정주부들 모임이 참 많은 집입니다. 생선을 굽는 동안 두부김치가 나오는데 이 집 김치는 직접 담는다고 하시는데 손맛이 남다릅니다. 차려진 밥상에는 깔끔한 몇 가지 반찬과 곁들여진 도마 위에 고소한 냄새 풍기며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갈치 꽁치 고등어 넙치 임연수 등 다섯 가지가 한 토막식 구워져 나옵니다.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뜯어보면 하얀 속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적당히 간이 벤 생선살이 입안에서 저절로 녹습니다. 생선구이는 따뜻한 쌀밥에 가급적 소금에 찍어 드시는 것이 제 맛이지만 식성에 따라 고추냉이간장 소스나 된장소스에 찍어 드셔도 좋고, 조선간장이라고 하죠 집간장에 찍어 드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이 집에서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것저것 여러 가지 생선을 드시겠다고 모듬구이를 많이 드시는데, 이럴 경우 다양한 맛을 즐기시기 에는 좋지만 제 생각에는 가급적 계절별 주 메뉴 생선을 고르시고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시키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생선은 사실 이것저것 드시면 그 깊은 맛을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식사를 여러분이 하신다면 꼭 한 분을 탕을 시켜 마무리를 깔끔히 하는 것이 이 집을 잘 이용하는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어물전식당 053-763-8668 MC> 가을에 생선구이 정말 맛있지요 메모해두었다가 언제 한 번 가 봐야 겠네요 하나 더 소개 해 주실래요? 윤>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 3대 도시로 명성을 날려 온 대도시 대구는 골목의 도시입니다. 시내중심부에 웬 골목이 이렇게도 많은지 약전골목· 미싱골목· 다기골목· 진골목· 국밥골목·학사촌 찌짐골목에 이어 요즘 신세대에게는 카페골목· 클럽골목· 통신골목· 여시골목 등등 중구에만 1,000여개의 골목이 남아 있다고 하니 가히 ‘골목광역시'라고 할 만합니다. 그 중에서도 진골목에 위치한 이 집은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에 요정으로 소개된 이 집은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던 요정이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집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식당들도 한때 종로를 요정골목으로 만들었던 장본인들인데, 지금은 모두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곳들이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소주한잔 마시기에 참 좋은 곳들로 남아 있습니다. 호시절에는 가야금 소리 낭랑하게 창호지 두드리며 대구에서 꽤나 잘 나가던 풍류를 즐기든 사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을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대문너머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이, 금방이라도 사각거리는 치마 자락을 날리며 하얀 버선발로 가뿐히 뛰어나와 반가이 맞을 곱디고운 기녀의 모습이 떠오르는 그런 멋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방안 한 쪽 벽에 서있는 병풍이나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자개농에서 옛날 화려함을 읽을 수 있는데 메뉴라고 해야 한정식에 가격만 만원 만오천원 이만원 이만오천원으로 나누어 져 있을 뿐이지 뭐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주 한 잔 하겠다고 한 상 차려 달라고 했더니 수육 드셔 보시라며 만원에 차려 주신다고 합니다. 역시나 뼈대 있는 가문이 기품이 있듯이 요정에서 식당으로 변한 지금도 체통을 잃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초벌의 점점이 붉은색을 수놓은 홍고추가 박힌 정구지전이 놓였는데 눈물 빼는 청고추의 뻣뻣함이 아니라 감치는 듯 사라지는 매콤함이 부추와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고구마줄기 박나물 자박한 물김치 같은 소박한 찬이 화려한 찬 부럽지 않은 기품을 유지하고, 각 잡아 썰어낸 고기가 아니라 삐지듯이 날렵하게 어섯어섯 썰어 낸 돼지고기 편육이 구수하고 담담 합니다. 그리고 문어 소라 예쁘게 썰어 담았는데 얼린 듯 살아있는 문어 살 속에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박혀 문어를 씹는 질감이 묘하게 맛있게 만들어 줍니다. 음식 하나하나 집어 들 때 마다 이런 맛에 선배님들이 이 골목을 즐겨 찾으며 술독에 절었구나 는 생각이 들며 이런 고수의 킬이 숨어 있는 맛집이 뒤안길로 물러나는 아쉬움이 더해 지는 그런 집입니다. 백록식당 053-257-7717 MC> 이번 주는 대구의 맛 집을 소개 해 주셨는데 우리 주변에 참 많은 맛집이 있었군요 뭐 특별히 소개 해 주실 구경거리가 있나요? 윤> 다시 한 번 태풍에 피해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편으로 구슬땀 흘리며 복구를 도우시는 분들에게는 감사의 말씀도 드립니다. 저는 이번 주말에 성주로 갑니다. 저랑 같이 가셔도 좋고 아니면 개인적어라도 그 분들이 추석에 조상님에게 제사상이라도 올릴 수 있도록 이번 주 여유가 있으신 분은 수해현장으로 작은 일손이나마 보태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는 추석에 고향 못 가시는 분들을 위해 고향 같은 맛집 몇 곳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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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해유 광겸선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