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情緖)가 녹아있는 아리랑
아프리카 모로코 여행 중 아리랑 강의
아프리카 여행 중, 모로코(Morocco) 동부 알제리(Algeria)와 접경마을인 메르주가(Merzouga)에 어스름 저녁나절에 도착했는데 마을에서 숙박하지 않고 곧바로 사막에 세워놓은 텐트촌으로 데려간다. 이곳은 모로코와 알제리의 국경 지역인 사하라(Sahara Desert)사막의 끄트머리이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이곳으로 오는 도중 엄청난 폭우(暴雨)를 만나 넘쳐나는 물로 개천을 건너지 못해 자동차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막에 폭우가 쏟아지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 보기를 기대했었는데 낮에 쏟아지던 폭우는 멈췄지만, 아직도 가랑비가 부슬거리고 텐트 안 침대 모서리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니 몹시 아쉽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며 별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둥그렇게 10여 개의 텐트를 둘러친 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우고 아프리카 전통 민속공연도 있을 예정이었다지만 밤이 너무 늦어 공연이 취소되었다면서 화톳불을 피워준다. 우리들은 웅기중기 화톳불 둘레에 모여 젖은 옷들을 말리고 있노라니 미안한지 가이드(Guide) 영감이 빈 플라스틱 통을 들고나와 막대기로 요란하게 리듬을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그리고 노래를 할 사람은 불러 보라고 부추긴다.
사하라사막 낙타 사파리 / 사파리 멤버들과 / 이태리 친구의 핸폰 사진 / 사막의 캠프파이어
함께 여행하던 임교장은 내가 성당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느닷없이 나를 가운데로 밀어내며
‘This man is a famous Korean singer..’(이분은 대한민국의 유명한 가수예요)
나는 손을 저으며... ‘No, no, I'm not a singer...’(아니, 아니요. 나는 가수가 아니예요...)
그런데 여행객들은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손뼉도 멈추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없이,
‘OK, I'll sing a Korean farmer's song....(좋아요, 제가 한국 농부가를 불러보지요)
몇 년 전, 인천 미추홀합창단 멤버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이희조 편곡의 ‘농부가’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솔로 부분을 무대 앞으로 나가 내가 불렀었다. 그 대회에서 금상으로 상금 500만 원....
‘에~~헤~~ 에 에헤~에~ 상~ 사~뒤야, 어~럴럴럴~ 상사뒤야.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말을 들어 보소.
아 나, 농부야 내 말 들어라. 일락서산에 해는 떨어지고 월출 동령에 달 솟는다. 에 헤에 에헤루 상사뒤야~~~’
기왕 하는 김에 목청껏 소리를 질러 농부가를 불렀더니 임교장이 옆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캠프파이어 옆 여행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고... 그런데 이것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줄이야... ㅎ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꼭두새벽에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더니 서둘러 아침을 먹고 어스름 새벽녘에 낙타를 타고 1시간 동안 사파리(Safari)를 하더니만 곧바로 차에 태우고는 몇 군데 들르기는 했지만 마라케시(Marrakech)로 되돌아오는데 꼭 12시간이나 걸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태리(Italy) 소렌토(Sorrento)가 고향이라는 젊은 녀석이 또 나보고 노래를 하라고 성화다.
‘No, I can't... ’(싫어 안해...), ‘Please....’(제발...), ‘No!’(싫어), ‘Please....(제발...)’ 결국 내가 졌다.
할 수 없이 ‘OK, Then do you ever heard about Korean folk song Arirang?’
(좋아요. 혹시 한국 전통민요 아리랑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여행객들은 일제히 모두 나를 쳐다보며 ‘No.’(아니요)
‘Aren't you? Well, Arirang is a famous Korean traditional folk song. And there are many Differrent kind of Arirangs in Korea. For example Seoul Arirang is...... like this,’
(아 그래요? 아리랑은 한국의 유명한 전통가요인데 아주 종류가 다양하답니다. 예를 들면 ‘서울 아리랑’은 이렇게 부릅니다.) - 경기 아리랑 두 소절 부름.
‘And southern part of Korean Arirang is..... like this.’
(그리고 남부 아리랑은 이렇게 부릅니다.) - 진도아리랑 두 소절 부름.
‘And northern part of Korean Arirang is..... like this.’
(또, 북부 아리랑은 이렇게 부릅니다.) - 정선아리랑 두 소절 부름. <모두 박수>
졸지에 본의 아니게 아리랑 강의가 돼 버렸다.
이것까지는 참겠는데, 요 이태리 소렌토 녀석은 점심 먹고 난 후 벤치에 앉아 쉬는데 또 노래하라고 성화다.
그리하여 이태리 가곡 ‘돌아오라 쏘렌토로(Torna a Surriento)....’를 영어 가사로 불렀다.
‘Hey! this is your song!!(어이, 이 노래는 네 고향 노래잖아!!) 일행 웃으며 박수...
‘네가 불러야지... 너도 한번 불러 봐’ ‘아니요, 저는 그렇게 부르지 못해요...’
그 밖에도 일부만 불렀지만 이태리 원어로 이태리 가곡
‘O sole mio’(오 맑은 태양), ‘Caro mio Ben’(오, 사랑스런 내 사랑)도 불렀다. 이태리 녀석은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진다. 암튼, 이태리 녀석 때문에 혼났지만, 돌이켜 보면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우리나라의 민속민요는 너무나 다양하고 창법 또한 너무도 정교하여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상으로 어설픈 나의 아리랑 강의를 마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