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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45) 허유의 귀순 선물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어둠이 적막한 조조의 군막에 보고가 들어온다.
"승상, 남양(南陽) 출신 허유란 자가 승상의 옛 벗이라며 뵙기를 청합니다."
조조는 잠들기 전에, 발을 씻으며 보고서를 보다가 눈을 들어 묻는다.
"허유 ? 원소의 책사 허유라던가 ?"
"그건 모르겠고, 승상과 고향에서 어릴 적에 닭과 거위 서리를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조조는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승상, 신발 신으세요."
"승상 ! 승상 !"
조조는 측근의 만류도 뿌리치고 맨발로 급히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허유 ! 허유가 왔다구 ?"
조조의 군막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허유는 조조가 나타나자 두 손을 올리며 예를 표한다.
"남양 출신 허유가 맹덕공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자넨가 ? 엉 ? 하하하하 !...."
조조가 군막 계단을 맨발로 달려 내려와 허유의 두 손을 잡으며 기쁜 어조로 소리친다.
"자네가 어쩐 일로 여길 ?..."
그러자 허유는 고개를 숙인 채로 머리를 흔들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였다.
"원소와 뜻이 맞지 않아, 그대로 있다간 이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소. 그래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왔소이다."
"하하하하 ! 자네가 내게 오다니 ! 하늘이 내린 복이로세 ! 복이야 !"
"부끄럽소."
"자네 도움이면 대업을 이루고도 남지 ! 자 ! 내 절을 받게 !"
조조는 그 자리에 엎디었다. 그러자 허유가 조조를 부등켜 안고 만류하며,
"당치 않소 ! 어서 일어나시오."
하고, 말하며 조조를 잡아 일으켰다. 그러면서 울음이 섞인 소리로,
"맹덕형 같이 높으신 분이 이리 반겨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소."
하고, 말하며 조조를 향해 두 손을 올려 깊숙히 허리를 굽혔다.
"자네를 만나는데 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 자, 어서 들어가서 애기하세."
조조는 허유의 손을 잡아 이끌며 자신의 군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자리에 앉자, 술이 들어왔다. 조조가 허유에게 권한다.
"자 ! 들게 !"
술을 한잔 마시 뒤 조조가 허유에게 묻는다.
"말해 보게 ! 왜 내게 투항하나 ?"
허유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연다.
"오늘 원소에게 고하길, 사십만 대군을 둘로 나누어 십만 대군으로 조조 진영을 치고 나머지 삼십만으로 허도를 치라했소. 두 갈래 군대중에 한쪽만 성공해도 조조는 필패를 면치 못한다고 했지.."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응...원소가 그렇게 했다면 난 분명히 패망했을 것이네."
허유가 조조의 대답을 듣고 한숨을 내쉰다. 그런 뒤,
"원소는 그런 충언이 거슬린다고, 내 목을 남겨뒀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처벌하겠다했소."
"음 ... 그랬었군. 뛰어난 신하와 막장 군주는 고통중에 고통이오. 또 백성들의 고통의 소리도 잘 새겨들어야지. 그런데 어째서 원소는 자네의 묘책을 묵살해 버렸나 ?"
"조조는 간계가 많다하며, 한왕조 천자까지도 미끼로 삼는데, 필시 매복해놓고 우릴 유인하는 거라며..."
"하하하하 ! 나더러 의심이 많다더니, 나보다 더한 놈도 있구만, 하하하 !..."
조조는 이렇게 말하며 크게 웃어젖혔다. 그러자 허유가 고개를 숙여보이며,
"맹덕 ! 자네는 언제나 저들을 놀래켰네, 그러나 사실, 조맹덕은 그리 강하지 않아. 오히려 자네에 대한 졸장부 원소의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하여 그들 스스로가 자네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거지.."
"정확해 ! 자네가 아니면 내 평생 이런 멋진 칭찬은 못 듣지."
"내가 원소의 책사로서 문제의 핵심을 찌를 수록 공교롭게도 죽음만 가까워 오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투항하러 왔소. 받아주신다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소."
"자넨 진작 내게 왔어야 했어 ! 천하에 이 조조만이 자네 재능에 걸맞는다네 !'
"과찬이시오."
조조는 허유를 있는대로 추켜세웠다. 그 바람에 조조로의 귀순을 걱정했던 허유는 안심했다.
"맹덕형 ! 하나 묻겠는데 사실대로 말해주시오."
허유가 한층 안정을 찾고 조조에게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탄 형제와 다름없으니, 뭐든 자네에게 털어놓겠네."
"하오 ! (좋소 !)"
허유는 비로서 조조의 가장 큰 약점을 물었다. 그것은 자신이 가졌던 의문에 대한 확인이었다.
"맹덕형 ! 남은 군량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소 ?"
조조가 고개를 흔들며 감탄조로 말한다.
"역시, 자네는 남다르네. 바로 정곡을 찌르다니...원래 백일치 군량이 있었는데 뜻밖에 손실이 생겨 이젠 오십일치 뿐이네."
조조는 얼마 남지 않은 군량을 오십일치 라고 부풀려 말했다. 그러자 허유는 빙그레 웃으며,
"아닐텐데 !"
하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그러자 조조도 빙그레 웃으며,
"아 ! ... 남들에게는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한 달치가 남았다네."
조조는 시치미를 떼고 말했으나, 이것 조차도 속여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인상을 찡그리며,
"슬프도다 ! 목숨을 걸고 투항했건만, 제대로 알고 찾아온 줄 알았더니, 맹덕형은 날 믿지 않는 구려..."
허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하하하하 !..."
조조가 느닷없이 웃었다. 그리고,
"전쟁에서는 적을 적극적으로 속이는 법 ! 군심을 흐릴 수 있으니 이건 입밖에 내서는 안 되네."
조조는 다짐하 듯이 허유에게 말한 뒤에 나지막한 소리로 애기하였다.
"사실, 현재 남은 군량은 열흘치 뿐이라네."
하고, 말하며, 입에다 손가락을 대며, <쉬~잇 !>하고 입을 다물라는 표시를 해보였다.
"허허허헛 ! ..."
허유가 손가락을 세우고 고개를 흔들면서 조조의 표시에 웃음반 조롱반으로 웃어댔다.
"이보게 조맹덕, 그러게 남들이 자네에게 간웅이라고하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자넨 간웅의 할애비 일세. 천하에 둘도 없는 존재야 ! 하하하하 !..."
"허허허헛 !..."
두 사람은 마주보며 서로 다른 속셈을 가지고 웃었다. 허유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조맹덕 ! 솔직히 열흘 치도 없잖나 ! 나는 군량만 물어 봤는데 자넨 벌써 세번씩이나 거짓말을 했네."
조조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한다.
"알았네, 알았어. 자넨 못 속이겠어. 사실은 닷새분 군량만이 남아 고민 중이네. "
그리고 조조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이며 말한다.
"닷새분..."
그러자 허유가 쌀쌀한 어조로 추궁하 듯이 말한다.
"이젠 네번 씩이나 거짓말을 하는군 ! 닷새분 ? 이보게, 자네는 이미 군량이 떨어졌고, 내일부터는 자네와 군사들은 전쟁에 써야 할 군마를 잡아 먹어야 할 걸 ? "
조조가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거리며 허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가,
"어찌 알았는가 ?"
하고, 감탄하듯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수염을 쓰다듬는 여유를 보이면서,
"군량을 재촉하는 서신을 중간에 입수했거든..."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즉시 정색을 하며,
"그런 사실을 원소도 아는가 ?"
하고, 재촉 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허탈한 모습으로 말한다.
"알지 ! 허나 알면 뭐해 ! 믿질 않는데 ! 오히려, 완벽한 전투 준비를 하는 꼼꼼한 조맹덕이라면 군량이 마를 날이 없을 테고, 군량 없이 버틸 거라곤 원소는 상상도 못 하네 ! 그러니 군량을 보내라는 서신은 기습공격을 유도해서 자신의 군사들을 몰살 시키려는 전략으로 여기지..."
조조가 그 말을 듣고 나직하게 진심을 말한다.
"사실 반 나절 군량이 남았네, 내일 해지기 전에 군량이 당도해야 하는데..."
허유가 조조의 말을 끊고 입을 연다.
"만약 내일 안오면 ?"
" ...."
허유의 물음에 조조는 눈만 깜빡거렸다. 사실 군량이 어디서든 당장 나올 곳이 없으므로..
허유가 고개를 젖히며 한껏 여유있는 소리를 한다.
"맹덕 ! 이 허유가 군량 백만석을 선물하면 어떨까 ? 응 ?"
조조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묻는다.
"지금 뭐라했나 ?"
허유가 진지한 어조로 고개를 조조 쪽으로 기울이며 말한다.
"맹덕형 ! 원소의 군량과 군수품은 모두, 이곳에서 사십 리쯤 떨어진 오소(烏巢)라는 요해(要害)에 있네, 오소는 소수의 병력만이 지키고 있어 수비가 허술하네. 수장 순우경(淳于瓊)은 술주정뱅이 인데다가 떨거지라 후방에서 뒷설거지나 하면서 실제 전투에선 중용도 안되고 있지, 그러니 이 밤을 틈타 오천의 기병으로 하여금 오소를 공격하여 원소군의 군량과 무기를 탈취해 온다면, 원소군은 혼란에 빠지고 자넨 필요한 군량을 얻을 거네."
"좋네, 좋아 ! 내 친히 출병하겠네."
조조가 이렇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허유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는다.
"맹덕형 ! 그런데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어쩔 텐가 ? 원소가 오소에 매복을 해놨다면 어쩌려고 ?..."
"으흥 ! 그건 걱정 않네, 난 원소도 아니고 졸장부도 아닐세. 이 정도는 감으로 알아차린다네."
"어찌 아는가 ?"
허유는 조조에게 한번 더 물어보았다. 그러자 조조는,
"첫째, 아무리 생각해봐도, 패배한 원소가 철군하지 않고, 십여일 만에 수십만 잔병들을 어찌 모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군량 덕분인게야.. 패잔병이라도 복귀하면 굶기진 않으니까. 둘째, 야밤에 투항해 온 자네가 분명히 내게 선물을 준비했을 테니까. 그것을 믿는 것이 도리이고, 그리고 셋째, 오소를 공격하여 군량과 무기를 탈취해 올 수 있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굶주림에 처하는 것 보다는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하고, 조목조목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기쁜 어조로,
"역시, 천하의 명군답소 ! 내가 명군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니, 새로 태어난 듯 행운이오 !"
허유는 말끝에 두 손을 모아 올려 조조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허허허허 !... 허유 ! 원소를 섬멸하면 이건 순전히 자네의 공로일세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조조의 결심을 조속히 행동으로 옮기길 바라면서,
"그럼, 맹덕형 ! 언제 출병하시려오 ?"
하고, 물었다. 조조는 즉각 대답한다.
"지금 가야지 ! 맹장들과 정예군 오천으로 오소로 달려가면, 해 뜰 쯤 이면 도착할 거네."
"맞소 ! 그게 최선일게요. 허나 맹덕형 ! 명심하시오. 기습중에 원소군을 보면 싸우지 말고, 원소군 깃발을 들고 후장군 병사인양, 행세하며 원소의 구원병이라 하시오."
"올커니 ! 가르침 고맙네 ! 원소군 깃발을 좀 모아 뒀는데 오늘밤 쓰면 되겠군."
"그런데 맹덕형 ! 염려되는 것이...일단 오소에 불이나게 되면, 원소가 수많은 구원병을 보낼 것인데 어찌하겠소 ?"
"음.. 오소가 당하는 것을 알게 되면 원소가 급히 대규모 구원병을 보내겠지."
"아니, 아니오 ! 원소가 평소에 아둔하기는 해도, 일단 정신을 차리면 기발한 행동을 하는 지라, 분명히 오소는 내버려두고, 모든 병사를 모아 여길 덮칠 것이네. 조조가 오소로 갔다면 이곳 진영을 비었다고 여길 것이지.."
"맞네 ! 자네가 원소를 잘 아는군."
"그러니 맹덕형이 이곳을 떠나 오소로 가더라도, 이곳의 방어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하오."
"아니 ! 그건 너무 단순해. 그냥 내 진영을 내주고, 나는 원소의 관도 진영을 뺏겠네. 원소의 진영은 우리보다 훨씬 크거든..."
조조는 즉시 조인(曺仁), 순유(筍攸),가후, 조홍(曺洪) 등을 불러 허유와 함께 관도 진영에 남아 방어태세를 갖추게 하고, 다시 하후돈(夏候惇), 하후연,이전(李典) 등에게는 후방을 굳건히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장요(張遙), 허저(許楮)를 선두로 서황(徐晃), 우금(于禁)으로 뒤를 따르게 하여, 야음(夜陰)을 이용하여 오천 철기를 이끌고 오소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선두 부대에 원소군 깃발을 들게하고 자신은 중군에 몸을 숨기고 행군하였다.
원소군의 경비병이 이들을 발견하고 앞을 막으며 물었다.
"이게 웬 군사요 ?"
조조는 선두 군사들에게 이렇게 대답하도록 시켰다.
"우리는 주군의 명에 의하여 오소의 군량 창고를 지키러 가는 후장군 장기 장군의 부하요."
원소의 군사들은 자기편 깃발을 보고 더 이상의 의심을 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었다.
이렇게 조조의 군사들은 원소군 인양 곳곳에 이르는 경비병을 속이며 밤도 밝아가는 새벽 무렵에 오소에 도착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