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과 영적 성취 함께 추구하는 사람(상)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의 평생 '마음수행'
◇ 명상가인 김연수 한양특허법인 대표변리사 /한겨레신문
깨달음과 영적인 삶을 추구하려면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라는 가르침이 지배적이다. 세속적인 성취와 영적인 추구는 채움과 비움만큼이나 동떨어져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을 수 없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수도와 세속 삶을 마치 한마리 토끼처럼 쫓은 이가 있다. 한양특허법인 김연수(66) 대표변리사다.
명상 관련 책만 10권을 낸 명상가이기도 한 그는 이번에 자신의 마음공부를 총정리한 <정견>(터득골 펴냄)을 냈다. 그를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양특허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100여명 직원이 일하는 한양특허법인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디자인 부문과 현대자동차 특허기술 및 자동차 디자인 부문 일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한 특허법인이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디자인 침해로 제소했을 때 삼성전자 디자인팀과 밤을 새워 애플 쪽 디자인 권리를 무효화하거나 축소할 만한 자료를 찾아내 미국 법원 재판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업무를 대리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는 이 조직을 이끄는 김 대표가 정작 일생을 걸고 한판 씨름을 벌였던 것은 지적 다툼이 아니라 내적 갈등이었다.
그는 초등 3학년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집안이 파산하면서 추운 겨울 집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됐다. 여름옷을 입고 도시락도 없이 학교에 가야 했던 고통에 죽고 싶어 한강다리까지 갔던 불운한 소년이었다.
과외 교사, 신문팔이, 장사 등 소년 가장으로 안해본 일이 없던 그는 미술 실습과외 한번 못받았지만 고교 미술 교사의 권유로 서울대 미대에 진학했다.
삶의 고통만큼이나 내적인 상처와 아픔을 감내하며 살았던 그가 한줄기 빛을 본 것은 대학 시절이었다.
“함께 교회에 다니던 친구와 서울 정릉에 갔다가 삼정사란 절에서 친구가 스님에게 전도를 하려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보다 네댓살 연상이던 스님은 버릇없는 전도자의 도전에도 화를 내긴커녕 너무도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때 ‘아,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란 느낌이 들었다.
그 뒤 여러차례 그분을 찾아갔고, 내가 그동안 너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 스님을 통해 고통을 해소하는 답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것을 직감하면서 그는 도반들과 함께 백봉 김기추 거사, 탄허 스님, 구산 스님, 서옹 스님, 성철 스님, 송담 스님, 청화 스님, 숭산 스님, 대행 스님 등 당대의 선지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삼정사에서 만난 스님의 은사였던 서옹 스님(전 조계종 종정)을 은사로 출가해 전남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에서 행자를 하고, 서옹 스님을 시봉했다.
그는 2년의 출가생활 끝에 환속해 속세로 돌아왔다. 이어 출판사에 다니다 공부를 해 변리사 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로펌 ‘김앤장’에서 근무하다가 개업한 한양특허법인을 업계 상위 1%로 키워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세속적 성취를 이뤄냈지만, 그의 내면은 늘 영적인 빛을 갈구하고 있었다. <계속>
- 한겨레신문(1.6) <조현이 만난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