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算筒)깨다
‘산통’을 왜 깰까
일이 잘되어 가다가도
어떤 사람의 실수나 잘못으로 뒤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산통 깨고 있네”라고 힐난을 한다.
물론 “산통 깨지 말고 참아줘”와 같이 하소연하듯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 쓰인 ‘산통 깨다’는 ‘일을 그르치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산통’이라? 깨진다고
했으니 무슨 통인 것은 분명한데, ‘산소통’은 아니다. 더군다나 ‘살아 있는 통’도 아니고 ‘젓가락통’이나 ‘깡통’도 아니다. 그저
‘산통(算筒)’일 뿐이다.
더 쉽게 말하면 ‘계산통(計算筒)’인
것이다.
이 ‘산통(算筒)’은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산통계(算筒契)’에 쓰인 ‘산통’으로 보는
것이다. ‘산통계’는 목돈을 모을 목적으로 조직한 계이다. 계원이 한 달에 한두 번 날을 정해 일정한 곗돈을 추렴하여 모은다. 그런 다음 통
속에 계알(‘산통계’에서 사용하는 나무로 만든 알. 구슬처럼 둥글게 깎아 만든 것인데, 그 위에는 계원의 이름과 번호를 적는다)을 넣고 흔들어
추첨을 한다. 이렇게 추첨하여 뽑힌 계원에게는 많은 할증금(割增金, 일정한 가격, 급료 따위에
여분을 더하여 주는 금액)이 돌아간다.
이때 계알을 넣는 통이
바로 ‘산통’이다. ‘산통’을 흔들어 곗돈을 탈 사람을 뽑는다고 하여 이 계를 ‘산통계’라 한 것이다. 곗돈을 탄 사람은 다시 곗돈을 내지 않고
탈퇴하는 경우도 있고, 곗돈을 탄 뒤에도 계가 끝날 때까지 곗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산통계’는 남아 있지 않으나 ‘낙찰계’가 그와
유사하다고 한다.
‘산통계’는 원칙적으로
계원 전원이 한 번씩 곗돈을 타야 끝이 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중간에서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산통계가 깨지는 것을 ‘산통
깨다’로 표현한다고 이해한 뒤, ‘산통계’가 깨지면 계의 최종 목적인 곗돈을 타는 일이 무산되므로 ‘산통 깨다’에 ‘어떤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뒤틀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설명한다.
‘산통계’가 ‘계’이므로
늘 깨질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일을 그르치게 하다’는 의미의 ‘산통 깨다’가 ‘산통계를 깨다’에서 온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산통계를 깨다’는 물론이거니와 ‘산통계 깨다’는 표현이 쓰이지 않는 것만 보아도 ‘산통 깨다’가 이것으로부터 나온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다른 하나는
‘산통점(算筒占)’에 쓰인 ‘산통(算筒)’이라는 것이다. ‘산통점’은 쉽게 말해 ‘산통(算筒)’을 이용하여 치는
점법(占法)이다.
‘산통’은 ‘산가지를 넣는 통’을 말한다. 장님이 점을 칠 때에는 향목(香木), 금속, 대나무 등을 에어 괘(卦)를 새긴 ‘산가지’라는 막대기를 이용한다. 이 ‘산가지’를 넣은 산통을 대여섯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면 그 구멍으로 ‘산가지’가 나온다. 바로 그 ‘산가지’의 괘로 점을 치는데, 이것이 ‘산통점’이다.
‘산통점’에서는
‘산통’과 거기에서 나오는 ‘산가지’가 생명이다. ‘산통’에서 ‘산가지’를 뽑아 점을 쳐야 하는데, ‘산가지’를 뽑기 전에 ‘산통’을 깨는 것은
점을 치지 못하게 하는 행위와 마찬가지이다. ‘산통’을 흔들어 ‘산가지’를 뽑기만 하면 길흉화복을 예언할 수 있는데, 그 바로 전 단계에서
산통을 깨는 행위는, 잘되어 가던 일을 중간에서 이루지 못하게 뒤트는 행위와 같다. 그래서 ‘산통 깨다’에 ‘일을 그르치게 뒤틀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장님이 신명을
다해 점을 치고 있는데 산통을 깨서 점치는 것을 원천 봉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통을 깨는 이유를 댈 수 있어야만 ‘산통 깨다’가
점술과 관련된 표현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아마도 점치는 맹인이 미덥지 못하거나, 나쁜 점괘가 나와 기분을 잡쳐 산통을 집어던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어쨌든, ‘산통 깨다’는
표현이 ‘산통계’나 ‘산통점’과 관련해서 생겨난 것은 분명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산통점’과의 관련성이 더 커 보인다. ‘산통점’을 깨는 일은
불가능해도 그 점을 치는 ‘산통’을 깨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전에서도 ‘산통 깨다’나 ‘산통 깨지다’를 점술과 관련된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첫댓글 감사합니다.
오늘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