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8월 14일 월요일에 앨리스 님과 딸 랑해를 만나고 왔어요. 이제서야 글을 생각나는대로 올려봅니다.
앨리스 님과 랑해를 만나고 와서
코로나19 이후 앨리스 님과 딸 랑해하고 얼굴 본 지 오래되기도 했고, 랑해가 올해 고3 수험생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홍혜경 님이 만남을 추진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8월 14일에 만날 수 있게 됐다. 평소 홍혜경 님이 앨리스 님하고 꾸준히 연락을 하며 간간이 소식을 전해줬는데 막상 함께 가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기뻤다.
앨리스 님은 평택에 거주하고 있고, 나는 김포, 혜경 님은 용인에 살고 있기에 앨리스 님에게 가는 길이 멀긴 했다. 혜경 님을 미금역에서 만나 앨리스 님이 계신 평택으로 출발했다. 혜경 님이 차를 가져와서 그 먼 길을 아주 편안하게 갔다 올 수 있었다. 앨리스 님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이사한 지 2~3주 정도 됐다고 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앨리스 님 집 근처에 도착해서 주소를 찾던 중 앨리스 님이 마중을 나와서 감사했다.
하도 오래만에 만나서 순간 앨리스 님이 랑해인 줄 알고 잠시 착각하기도 했다. 집에 도착해서 앨리스 님과 랑해를 만나 서로 인사를 했다. 무더위에 어떻게 지낼지 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얼마 전에 에어컨을 장만했다고 했다. 앨래스 님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데 이 병은 특히나 더우면 백혈병 수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백혈병 약도 온도에 민감해서 적정 온도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래는 점심 식사를 같이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 마땅히 먹을 데도 없어서 앨리스 님에게 물었다. 앨리스 님과 랑해가 피자를 먹는다고 해서 배달시켰다. 앨리스 님과 랑해는 고기를 좋아하고, 앨리스 님은 집에서 된장찌개와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좋아해서 자주 해먹는다고 했다. 미역국 끓이는 방법까지 설명해줬다. 피자도 먹으면서 그동안 못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랑해는 처음 보았지만 안경을 썼고, 부드러웠으며 친숙한 이미지였다. 이름 그대로 랑해는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이날 앨리스 님과 랑해는 레게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이지만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렸다.
그동안 우리도 이름을 헷갈려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다. 앨리스 님은 지금은 약을 잘 복용하고 있고, 건강 상태도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지금도 계속 백혈병 환우회에서 약값을 지원해준다고 했다. 한 달에 한번 병원에 가는데 계속 의료비에 부담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예전에 대한 적십자 병원에 갔을 때는 조금 의료비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멀어서 가까운 병원을 다닌다고 한다. 코로나19에도 걸렸었는데 그때 앨리스 님은 다행히 감기 앓는 정도여서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랑해가 엄마보다 많이 아팠다며 웃기도 했다. 평일에는 주로 누워 있을 때가 많지만 주말에는 미용실에 일을 하러 간다고 했다. 앨리스 님은 미용실에서 레게 머리하는 일을 하는데, 한 사람 머리를 하려면 두 사람이 같이 하는데 꼬박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걸린단다. 하루에 두 사람 정도 머리를 해주고 나면 계속 서서 하는 일이라서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다행히 손가락은 아프지 않다고 한다. 일하는 곳이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고 미군 부대에서 가깝다고 했다. 가끔 미군들이 자신이 일하는 곳 근처 로데오 거리에 나올 때가 있는데 시끄럽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랑해는 고3 수험생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대학교를 외국인 특별 전형 지원이 가능해서 수시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랑해는 연대, 고대를 포함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몇 군데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인 특별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등록금이 일반 전형으로 입학했을 때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랑해는 공부하면서 장학금이나 지원받을 곳도 알아보는 듯했다. 랑해는 예전부터 그림과 건축학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건축학과를 지원할 예정이다. 랑해는 학급 친구와도 잘 지내고 얘기도 잘하며 부드럽고, 상냥하며 유머감각도 겸비한 밝은 소녀였다. 혜경 님은 앨리스 님과 랑해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자매 사이 같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며 환하게 웃었다. 랑해는 현재 여자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랑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주변에는 도움을 준 사람이 많이 있었기에 고마운 마음이라며 그래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해 긍정의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앨리스 님과 랑해하고 오래간만에 만나 서로 근황을 나누고, 교육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얘기 나누며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앨리스 님과 랑해에게 나중에 서울 올 일 있을 때 연락하고 알트루사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 난민 친구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합니다.
첫댓글 좋은 만남이었나 봐요. 복된 삶을 가진 듯 해서 내 마음이 좋군요. 글 올려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