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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9 구간 산행기
일 자 : 2013. 11. 17 (일)
산행구간 : 9 구간(비룡사 – 할미고개 – 여우고개 – 하우고개 – 성주산(217m) – 마리고개 –
거마산(210m) – 철마산(202m) – 만월산(187m) – 백운역
산행시간 : 10:10 – 18:00 (7시간 50분 : 점심시간 50분 포함)
산행거리 : 약 12 km
참가자 : 27송기훈, 27조동식, 29권효식, 29유한준 (이상 4명)
출 발 : 소사역 집결(09:30) – 비룡사 (택시 이동)
귀 경 : 백운역 해산
비룡사 – 할미고개
주말에 비가 온다 하여 걱정을 제법 하였지만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비가 올 모양은 아니다. 그러나 뉴스는 기온이 매우 추워진다 했다. 보온복이며 겨울 산행 채비를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선다.
오늘 산행은 지난번 시간상 끝내지 못한 구간인 비룡사부터 할미고개까지 구간부터 시작, 오전 10시가 갓 넘어 비룡사를 출발한다. 야트막한 언덕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마냥 편안한 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길은 맥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발 밑으로 푹신하게 밟히는 촉감이 너무도 좋다. 가을 햇살은 넉넉하였지만 설렁설렁 부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정맥길 중간중간에 자리한 과수원이며 밭은 이미 수확이 모두 끝난 상태, 곧 겨울이 오려나 보다.
그렇게 한 시간을 편히 진행하다 만난 제법 험한 길, 구릉지대라 마냥 평탄한 길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또 다시 만난 밀림지대다. 쓰러진 나무둥치 밑으로 기어 나가고 때로는 타고 넘으며 진행을 한다. 지난 산행 때에도 그러했지만 낮은 산들의 연속이라 결코 우습게 보면 안 되는 한남정맥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십여 분 밀림지대를 지나니 시흥과 오류동을 잇는 신설 국도 때문에 정맥길은 크게 절개되어 그만 맥이 끊어진다. 깎아지른 절개지를 내려서서 길게 솟은 철계단을 올라 휘돌아 나아가 다시 마루금을 이어 간다. 10분 정도 잠깐 진행을 하니 할미고개 초입인 온누리 장작구이집을 만난다, 잘 정돈된 뒤꼍을 돌아 정문을 나서니 바로 할미고개. 예까지 1시간 50분이 걸렸다. 문득 지난 달의 산행을 생각해 본다. 만약 늦은 시각 산행을 계속했더라면 어땠을까? 낮 시간에도 길 찾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법 험한 밀림지대도 있었으니 엄청 고생을 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겠다. 그날, 산행을 계속할까 중단할까 잠시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리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고민을 한 것에 쓴웃음이 난다.
들머리인 비룡사에서 - 비룡사는 오래된 사찰이 아니라 최근 지어진 양옥건물이다.
늦가을 두텁게 쌓인 낙엽을 밟는 기분이 좋다. -29유한준, 27조동식, 29권효식 (앞으로부터)
멀리 피정의 집 건물들이 보인다.
길은 이내 국도를 만나고 피정의 집 철조망을 따라 크고 그리고 길게 나아간다.
또 다시 만난 밀림지대 - 27조동식
곧 개활지인 복숭아 밭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르고 -
가을걷이가 끝난 밭을 지난다. - 29권효식
또 다시 나타난 밀림지대, 쓰러진 나무를 뛰어 넘고 - 29권효식
다시 길은 편안해지는가 싶더니 - 29권효식
몇 분 안돼 다시 밀림지대, 나무 밑으로 기어 나가고 - 27조동식
신설 국도로 인해 크게 잘려나간 마루금, 차도를 횡단하여 철계단으로 올라 간다.
장작구이집 뒷뜰 - 할미고개다.
할미고개 – 여우고개 – 하우고개 – 성주산 – 마리고개
할미고개를 출발한 시간은 11시 50분, 시간이 벌써 정오가 가까워 오고 있다. 시흥배수지 철조망을 따라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 진행을 하니 아담한 정자가 하나 나타난다. 여기서 점심을 들기로 했다. 멀리로 삼각형의 소래산이 보이는 멋진 장소, 그러나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분다.
1시 05분, 맛나게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어지는 길은 제법 넓고도 잘 정비되어 있는 길. 채 10분 안 걸려 여우고개 위의 에코브릿지를 통과한다. 여우고개는 시흥과 부천을 잇는 고개. 좌우로 시흥과 부천의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부천둘레길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다시 짧은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잘 정비된 계단길을 잠시 올라 다시 내려서면 하우고개. 근동에 소사와 부천이 있어서인지 등산객들이 제법 왕래를 한다. 하우고개 위를 지나는 현수교를 건너 다시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하우고개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니 성주산. 그러나 정상에는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철조망 따라 다시 우회를 하여 하향 진행을 한다. 산을 내려오니 군부대 정문이 나오는데 군인아파트가 있는 마리고개다. 오늘 정맥길의 산들이 그리 높지 않으니 잠깐이면 정상부에 오르고 또 잠시 내려가면 다음 봉우리의 들머리를 만나게 된다. 마리고개에서 다시 만나는 거마산 들머리, 이때 시각은 오후 2시 10분 . 지도를 보니 이제 겨우 삼분지 일 정도를 왔을 뿐인데 오늘도 시간이 늦어 예정된 지점까지 도착하기는 힘들겠다 생각을 한다.
할미고개에서 다시 들머리로 출발, 우측이 커다란 배수지이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주변 조망은 좋지만 찬바람이 너무 세다.
점심 먹고 다시 출발. 하늘엔 잿빛 구름이 많이도 끼어 있고 - 29권효식
편안한 내리막 길, 길의 끝은 여우고개 에코브릿지
여우고개를 지나 다시 오름길 가기 전 - 부천둘레길 안내판을 살펴보고
늦가을 정취 흠씬 풍기는 계단길을 올라
내려보면 지나온 길이 풍경화처럼 보이고 - 27조동식
다시 하우고개 다리를 넘어 진행한다.
곳곳에 세워진 안내문은 주변 지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성주산 정상 바로 밑 쉼터에서 단체 사진을 - 좌로부터 29유한준, 29권효식, 27조동식, 27송기훈
거마산 – 187봉 - 철마산
거마산(巨馬山)은 201M의 낮은 산. 산정상까지 군부대가 넓게 자리하고 있고 철조망 따라 잘 닦여진 산길을 따라 오르니 곧 정상이다. 불과 10분 만에 올랐다. 하향길은 군부대 유격장. 예전 유격훈련 받던 때를 떠올리며 유격장을 통과한다. 정맥길은 무척 헷갈리지만 선두에서 선 한준이 용케도 길을 잘 찾아 리딩을 해나간다.
오후 3시 05분, 거마산을 내려서니 외곽순환도로 장수 IC 밑이 나온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꼼꼼히 참고하지 않았다면 도무지 길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지점이다. 다행히 알바없이 순조롭게 제 길을 찾아 진행을 하고 인천대공원의 한 구역을 지나 다시 시작되는 산행길. 철마산의 전봉인 187봉을 오른다. 187봉은 정상의 군부대를 피해 산허리를 좌로 질러 가야 한다, 잡목이 우거진 길, 그나마 희미하게 길이 이어진다.
후미를 따르던 효식이 보이지 않는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효식의 구호, “K~Rock~!”. 밑에서 보니 효식은 정상부근의 잡풀 사이에 있었다. 효식은 습관적으로 철조망을 따라 정상 부근까지 올랐던 것이었다. 그렇다, 정맥길에서 철조망을 만나면 대개 정상까지 철조망을 따라 가게 되는 법, 효식은 그만 중도의 허리길을 지나쳐 마냥 철조망을 따라 올랐던 것이다. 우리는 습관의 무서움에 모두 파안대소를 하며 다시 길을 이어 갔다.
철마산(鐵馬山, 202M)을 오른다. 철마산이라는 지명은 꽤나 흔히 들었던 지명이다. 예전 천마지맥 종주를 할 때에도 철마산이라는 꽤나 높은 산이 있었는데 한남정맥 인천구간에만 철마산이 3개나 있단다. 철마산 정상, 오후 4시 15분. 산은 낮지만 넓게 퍼져있어 정상까지 1시간이나 걸렸다.
거마산 정상 부근에서
오가는 산객은 없고 길은 희미하지만 찾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고
정맥길은 이렇게 끊어진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 장수 IC 밑에서
장수 IC를 돌아 길을 따르면 인천대공원 가는길이 나온다.
인천 지리에 밝은 효식 - " 어떻게 인천대공원이 나왔지?"
187봉으로 가는 길
이렇게 좋은 길을 놔두고 효식은 철조망 따라 위로 위로, 습관이 참 무섭다..^^
철마산 유격훈련장 교장에서 잠시 쉬어 간다.
철마산 정상에서 29 동기들---
철마산 - 만월산 – 백운역
철마산 하산길은 제법 널찍하고 평탄하고 아담한 길. 10분 정도 진행을 하니 갑자기 조망이 터지며 엄청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인천시립공동묘지, 수만 아니 수십 만기도 넘을 엄청난 수의 묘지가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분지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아마 전국 최대의 공동묘지가 아닐까? 동식과 잠시 숨을 고르며 상념 끝에 철학적 대화를 나눈다.
“ 저 많은 주검들은 각자 어떤 삶을 살다 죽었을까?”
“ 각각 삶의 길이도 다르겠지?”
“ 결국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잠들 텐데.…..”
종주산행을 하다 보면 간간이 외딴 동네를 만나게 되고 산속 외진 공장지대도 통과해야 하는데 동식과 나는 그럴 때마다 그들은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그네들 삶의 목표나 낙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적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길게 이어지는 지맥을 따라 걷다 보니 한국은 결코 조그만 땅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고 곳곳에 터를 잡은 각기 다른 군상을 보노라면 복잡한 도시민의 삶이 마치 삶의 표준양식으로 인식하였던 자신을 돌아보고는 놀라기도 한다.
묘지지역을 벗어나 만수산과 만월산을 잇는 멋진 아치형 다리를 건너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만월산(滿月山, 187M)을 오른다. 오후 5시, 짧은 늦가을의 해는 벌써 서해바다로 향해 내려 가고 있다.
정상 직전 작은 암반 위에서 지는 해를 감상한다. 빼곡히 들어찬 인천 시내의 빌딩 숲 너머 멀리로 인천 앞바다와 인천대교가 아스라이 보이고 이제는 해님이 잠자리에 들 시간. 낭군 따라 침소로 향하는 새악시처럼 해님은 농염한 빛을 발하며 잠자리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다. 남정네들의 시선이 부끄러웠음일까 먹구름 장막 뒤에 그만 숨어 버린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았다.
오후 5시 30분, 인천 시내의 불빛이 하나씩 반짝이는 것을 뒤로 하고 하산을 한다. 시간이 매우 늦었으므로 마지막 작은 동암산은 우회하기로 한다. 어느새 땅거미가 짙게 깔려 달빛을 랜턴삼아 부평삼거리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이렇게 오늘도 많은 추억을 간직한 체 산행을 마무리 했다.
저 많은 주검들, 어떤 삶을 살았을까?
만수산과 만월산을 잇는 다리
다시 가파른 비알길을 올라 만월산으로 --
만월정이 멀리 보인다. -27송기훈
만월산에서 낙조를 지켜보는 29권효식
만월정에서 - 27송기훈의 실루엣
만월정을 떠나기 전에 단체로 -
만월정을 떠나 하산하는 길 - 지나온 공동묘지 위에 만월이 떳다.
이미 사위에 땅거미는 깔리고 인천의 야경이 아름다운 밤이다.
오랜 산행 끝의 맥주 한잔,너무도 달콤하다.
후기
벌써 쓰리쿼터가 지났다. 애초 시작할 때에 산길이 별로일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그 동안 넘어온 산들은 낮지만 나름의 멋과 맛이 있었고 등산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고 정립할 수 있었다. 앞으로 서너 구간을 더 이어 가면 한남정맥을 완주하게 된다. 앞으로 눈보라를 뚫고 길을 걸어야 할 것이고 추위와 어둠 속을 헤맬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기대를 해본다. 드넓은 김포평야의 산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나긴 정맥이 어떤 자세로 바다 속으로 잠기는지 마냥 궁금하다.
첫댓글 회계결산
전기이월 : - 47,800
9구간 회비 : 80,000 (20,000 x 4)
9구간 지출 : 택시 10,000 + 식대 42,000 = 52,000
9구간 결산 : + 28,000
현 잔액 : - 19,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