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교실] 28. 사제 간의 윤리
善 실천하며 나태하지 않는 것
악행 멀리하려는 자발적 규범
때로는 배우는 입장으로, 또 때로는 가르치는 입장으로 오랜 세월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다.
선생과 제자라는 두 가지 입장을 모두 경험하며 양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그들의 시선 뒤에 담겨 있을 평가가 슬쩍 마음에 걸릴 때가 있다. 나의 스승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또 내 학생들의 눈에 나는 어떤 선생으로 비추어졌을까 등등, 뭐 일종의 자기반성 같은 것이다. 그런데 돌아볼 때마다 한 구석 찜찜한 것을 보면, 필자는 아마 좋은 학생도 좋은 선생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스로는 변변치 못한 학생이자 선생이었지만, 운 좋게도 훌륭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많았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은 스승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분이 있다. 바로 필자가 일본 동경대학에서 유학하던 당시의 지도교수이다. 필자가 그 분에게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된 것은 아마 필자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어느 날, 그 분이 던진 한 마디가 계기였던 것 같다. 논문 상담을 하던 중에 문득 잔잔한 미소를 띠우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가 언젠가 나와 대등하게, 아니 나를 앞지르는 한 명의 학자로서 우뚝 서게 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네.”
이제 막 연구자의 길로 접어든 필자에게 있어 그것은 최고의 찬사이자 채찍이었다. 별 생각 없이 던지신 말씀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 한 마디에서 스승으로서의 자신감, 그리고 제자에 대한 큰 기대감을 느꼈다. 그 후로도 제자를 자신의 종속물이 아닌 독립된 연구자로서 대하며, 때로는 자상하게 또 때로는 엄격하게 채찍질하는 모습에서 훌륭한 스승이란 바로 이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싱갈라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경전에 의하면, 스승은 사랑으로 제자를 가르쳐야 하니, 첫째, 예의범절 등 모든 올바른 행동에 관해 잘 가르쳐야 하며, 둘째, 제자가 잘 습득한 것을 그 의미를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야 하며, 셋째, 가르침을 받은 제자가 어디 가서든 자신의 기능을 발휘하여 이익과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잘 가르쳐야 하며, 넷째, 동료와 지인들에게 자신의 제자를 칭찬해야 하며, 다섯째, 제자의 모든 것을 비호해야 한다고 한다.
즉, 좋은 스승이란 제자에게 올바른 지식과 행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 제자의 성장과 발전을 기뻐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평판 또한 중요하다. 그 제자가 어디를 가든 항상 누구누구의 제자라고 불리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제자를 비호해 주려면 자기 관리 또한 철저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제자의 역할도 중요하다.「싱갈라에 대한 가르침」에서는 제자는 다음 다섯 가지로 스승을 공경해야 한다고 한다.
첫째,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는 등 예의를 갖추어야 하며, 둘째, 수업에 잘 출석하는 등 찾아가서 배워야 하며, 셋째, 스승의 가르침을 신뢰하여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는 자세로 임해야 하며, 넷째, 스승이 식사를 할 때 물을 가져다주는 등, 스승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곁에서 잘 시중을 들어야 하며, 다섯째, 오만한 마음을 버리고 항상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제자에 대한 사랑은 강요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서로가 보여주는 언행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심어지는 것이며, 그 결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혹은 무심하다고 노여워하기 전에, 상대방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볼 일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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