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세베리노 '양키스 에이스' 등장하나2017.09.05 오전 08:52 | 기사원문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F183359B3C1B71D)
27 대 6.
뉴욕 양키스(우승 27회 준우승 13회)와 LA 다저스(우승 6회 준우승 12회)의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다. 두 팀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11번을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했고 양키스가 8번을 이겼다.
11대 5.
다저스와 양키스 선수들의 사이영상 수상 횟수다. 다저스가 샌디 코팩스(1963 1965 1966)와 클레이튼 커쇼(2011 2013 2014) 두 명의 3회 수상자를 배출한 반면, 1977년 스파키 라일(137이닝 13승5패 2.17 26세이브)과 1978년 론 기드리(273.2이닝 25승3패 1.74)의 연속 수상 이후 양키스의 수상자는 2001년 로저 클레멘스가 유일하다(양키스는 1977년과 1978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두 번 모두 다저스를 만났고 두 번 모두 4승2패로 승리했다). <베이브 루스가 지은 집>에서 사이영상을 따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기드리 이후 양키스의 자체 생산 사이영 투수는 명맥이 끊겼다. 1996년 24살의 나이로 사이영 투표 2위(1위 팻 헹겐)에 오른 앤디 페티트는 이후 강력함보다 꾸준함에 더 가까운 투수가 됐고 2006년 19승을 따내며 역시 2위(1위 요한 산타나)를 차지한 왕첸밍의 대활약은 두 시즌을 넘기지 못했다.
2016년 양키스 팬들은 새로운 영건의 등장을 기대했다. 2015년 트리플A를 폭격하고 올라와(11경기 7승 1.91) 메이저리그 11경기에서도 5승3패 2.89를 기록한 루이스 세베리노(당시 21세)였다. 데뷔전(보스턴 상대)에서 2피안타 이하 무볼넷 7탈삼진 이상 경기를 만들어낸 아메리칸리그 투수는 세베리노가 최초였다. 그러나 지난해 세베리노의 성적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조 지라디 감독이 "저런 공을 가지고 저런 피칭을 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한 세베리노는 선발 11경기에서 8패 8.50(피안타율 .337)을 기록하고 불펜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세베리노(23)는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단순히 반등을 넘어 다나카 마사히로(26경기 11승10패 4.54)를 대신해 1선발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27경기 12승6패 3.03). 승리기여도(fwar) 4.9는 크리스 세일(7.5) 코리 클루버(6.0) 맥스 슈어저(5.3)에 이은 메이저리그 4위. 15번의 5이닝 이상 1자책 이하 경기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다. 아메리칸리그 투수로는 2009년 펠릭스 에르난데스 이후 처음으로 '23세 이하 200K'를 달성한 세베리노는 또한 보스턴과 대결한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7이닝 6K 무실점, 7이닝 6K 1실점, 6이닝 9K 무자책으로 호투했다.
세베리노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그에 앞서 1992년 랜디 존슨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0493359B3C1D514)
당시까지만 해도 랜디 존슨(28)은 심각한 제구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1991년 201.1이닝 152볼넷). 시즌 종료를 앞둔 9월 초, 존슨은 평소 존경해 왔던 놀란 라이언(45)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존슨의 시애틀과 라이언의 텍사스는 지구 우승을 다투는 사이. 그러나 라이언은 존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전담 코치인 톰 하우스에게 분석을 맡겼다.
하우스가 찾아낸 존슨의 문제는 디딤발이었다. 잘못된 착지 때문에 무게 중심이 자꾸 3루로 쏠리면서 제구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점을 수정한 직후의 세 경기에서 존슨은 9이닝 15K 무자책, 8이닝 12K 3실점, 8이닝 18K 2실점을 기록했다. 18K 경기는 텍사스를 상대한 것으로 상대 선발은 라이언(7이닝 5K 1자책)이었다.
그 이듬해이자 라이언의 마지막 해였던 1993년. 존슨은 30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300K 투수는 1989년 라이언 이후 처음. 존슨은 그렇게 라이언의 도움에 힘입어 라이언으로부터 최고의 닥터K 자리를 물려받았다(라이언 5714탈삼진 1위, 존슨 4875탈삼진 2위).
존슨과 같은 일이 지난 겨울 세베리노에게도 일어났다. ESPN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세베리노는 지인을 통해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전화번호를 얻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다. 세베리노는 어렸을 때부터 제2의 마르티네스가 될 수 있는 요소(도미니카. 비교적 작은 키. 낮은 릴리스포인트. 라이징 패스트볼. 체인지업)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르티네스를 동경하게 됐다. 마르티네스가 오후 2시에 만나자고 한 첫 날, 세베리노는 12시에 도착해 긴장되는 두 시간을 보냈다.
마르티네스가 세베리노에게 한 첫 번째 조언은 '몸에서 힘을 빼라'였다. 마르티네스는 세베리노에게 먼저 평지에서 공을 던져 보라고 하고 유심히 관찰했다. 세베리노가 평지 피칭을 끝낸 바로 그 순간부터 오프시즌이 끝날 때까지, 마르티네스는 세베리노의 곁에 머물며 딜리버리 수정을 도왔다. 그렇게 양키스의 기대주는 보스턴 영구결번 선수의 수제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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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와 함께 한 겨울이 가져온 변화는 양키스가 감사패라도 만들어줘야 할 정도다. 효율이 높아진 딜리버리는 제구의 안정은 물론이고 구속 향상까지 불러왔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2015년 95.3마일(153km)에서 97.5마일(157km)로 오른 것이다. 이는 올 시즌 선발 투수 최고 구속으로(2위 게릿 콜 96.0마일) 2008년 이후 규정 이닝 투수가 이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 사례는 지난해 노아 신더가드(98.0마일)가 유일하다. 마르티네스와 함께 체력 훈련도 꼼꼼히 챙긴 세베리노는 또한 놀라운 스태미너까지 보여주고 있다.
세베리노 이닝별 평균 구속(시즌)
1회 - 97.0 2회 - 97.2 3회 - 97.4 4회 - 97.5 5회 - 97.5 6회 - 97.8 7회 - 97.5 8회 - 97.5
큰 변화가 일어난 또다른 분야는 역시 마르티네스의 주전공이라 할 수 있는 체인지업이다. 지난해 -0.43에 불과했던 체인지업의 100구당 구종 가치가 2.14(9위)로 크게 좋아졌다. 그 결과 세베리노는 체인지업으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후 체인지업과 거의 비슷한 구속의 슬라이더(15위)를 던져 타자를 요리하는 자신 만의 확실한 패턴이 생겼다.
마르티네스로 가는 다음 관문은 마르티네스의 지론처럼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으로 타자를 잡아내는 것'이다. 세베리노는 볼을 던져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내는 아웃존 스윙률이 지난해 27.2%에서 30.9%로 좋아졌다. 하지만 특급 투수들의 수준(세일 35.8% 클루버 35.3% 슈어저 34.5% 그레인키 34.4% 커쇼 33.5%)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1위 다나카 38.1%). 지금보다 더 정밀한 유인구의 제구가 필요하다.
23세 시즌은 마르티네스의 첫 규정 이닝 시즌이었다. 그리고 1997년, 25살의 마르티네스는 1점대 평균자책점과 300탈삼진을 달성하고 첫 번째 사이영을 따냈다. 과연 세베리노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소속 팀을 떠나 명예의 전당 투수가 또 다른 명예의 전당 투수를 이끌어준 훈훈한 관계는 또 한 번 만들어질 수 있을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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