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은 한자의 읽는 소리입니다. 중국인이 한자를 읽는 소리는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는 우리나라 삼국에서는
외국어, 외국문자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즉 '반야바라밀다심경'이라고 읽는 것은 오늘날 우리들의 발음으로 읽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한자 발음은 한글이 창제되어 한자의 우리식 음을 정해놓은 것이 동국정운(東國正韻)이라는 책입니다. 이는 아마도 당나라 한자음에 가깝다고 합니다. 우리는 변방이어서 중국 본토에서는 한자의 음이 변해도 잘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훈이라고 하는 뜻입니다. '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 '반야'는 범어에서 온 말로 음을 한자로 쓴 것이며 그 뜻은 지혜이고, 바라밀다는 음이며, 이는 범어에서 건넌다라는 뜻을 가진 말을 음을 한자로 쓴 것입니다. '심경'은 음독이고, 심의 뜻은 '마음'이고 '經'은 책이라는 뜻을 말합니다. 이 때 마음, 책을 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음과 훈을 빌려 이두를 만들었다는 뜻을 질문하신 것 같은데 위에서 제시한 사진의 반야심경에는 음과 훈을 이용한 이두가 전혀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한자로 쓴 문장을 한문이라고 하고 한 글자 한 글자를 한자라고 합니다. 한문으로 된 글을 우리식으로 읽는 방법이 이두식 표현으로 할 때에 훈과 음을 빌려 이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쓴 예를 든다면 논어의 첫 구절 "子曰學而時習之不亦悅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문은 원래 문장의 떼어쓰기를 하지 않아 모든 글자가 붙어있습니다. 위 문장도 제가 떼어 쓴 것이지 원래는 글자 띄어쓰기의 공란이 없습니다. 여기서 음으로 읽으면 '자왈학이시습지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불역군자호'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한자의 음과 뜻을 살려 읽으면 "자왈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유붕이 자원방래하면 불역락호아. 인부지이 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라고 읽으면 문장의 뜻이 반쯤 가까워졌습니다. 이 경우윗 문장에서 '면'. '아' '이' '하면' '아' '이면' '아' 등은 토인데 한글이 없을 때에 이 토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한자의 음과 훈(뜻)을 빌려 쓴 것입니다. 즉 '면'자는 한자'面'자의 음을 빌린 것이고, '하면'이란 토는 은 할 '爲'자와 '面'의 약자로 표시한 것을 우리는 하면으로 읽었습니다. 이것이 이두입니다.
이두문을 설총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현재 학계의 정설은 고구려에서 이미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쓰는 우리식 한문독해의 방법이 있었는데 설총이 이를 크게 정리하였다고 설입니다. 신라말 고려초에 써진 한자로 된 불상의 광배에 써진 글에는 이두의 표시가 전혀 없는데 한자의 음을 그대로 읽으면 우리말이 되는 한문으로 작성된 글도 있습니다.
이두문은 고려 조선조에 유교경전이나 불교경전을 읽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고, 우리들의 문장을 씀에도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고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말 순서로 글을 쓰기 위한 것입니다. 개인이 토지매매증명서를 만들 때에 이두문으로 써진 글이 있습니다. 이런 이두문의 표현 방식을 현재 사전으로 만든 이두사전이란 책이 있습니다만 조선시대 말 사람들은 '儒胥必知(유서필지)"라는 책에 모아져 소개되었고, 한국고문서학회에서 이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한 두가지만 예를 들면 분재기에서 '너의 몫'이란 것을 표현함에 '汝矣 衿'이라고 썼는데 '汝'자는 뜻으로 '의'는 음으로 읽었으면 ' 내가'라는 말은 '矣身' 쓰고 이를 이 몸으로 읽었습니다. 우리는 중국문자인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현하려니 음과 훈을 이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것은 1894년 한글이 공식문자로 써진 계기로 중단되었으나 사람들 중에는 일제 초기까지 이런 문서가 작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언제나 목마른 역사 질의에 대하여 빠른 답변 감사드립니다. 이두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