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다윈주의의 확장: 진화심리학과 실용주의 철학(1-2)
진화론은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철학적 실용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철학적 실용주의는 만일 생명이 진화한 것이라면 인간의 정신도 진화했을 것이고, 따라서 모든 인문과학이 진화론의 토대 위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적 실용주의는 존 듀이, 윌리엄 제임스, 챨스 샌더스 퍼스, 올리버 웬델 홈즈에 의하여 전개되었다. 이들의 목표는 다윈의 자연주의를 완전한 세계관으로 전환해 전통적 기독교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실용주의자들은 인간의 정신은 물질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 물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다윈의 견해에 동의했다. 이 주장은 정신이 물질에 우선하는 것으로 보는 유신론을 뒤집어엎었다. 개념이나 확신은 생존을 돕는 도구일 뿐, 사자의 이빨이나 발톱과 다를 바 없는 것이며, 생각이란 일을 해내기 위한 정신적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윌리엄 제임스에 의하면 진리는 생각의 현금 가치였다. 어떤 생각이 보상을 제공할 때 진리라고 부른다. 생각이란 정신적인 생존전략일 뿐이며, 우리의 사고방식에서 참된 것이란 곧 편리한 것이며, 옳은 것은 편리한 것을 뜻한다.
실용주의자들은 서구 사상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사실과 가치의 분할을 극복하고 두 영역을 다시 통합하고자 했다. 이들은 두 영역을 통합시키기 위한 전략 모델로 다윈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자연주의를 강화했다.
실용주의 신학에서는 과정신학으로 나타났다. 과정신학은 하나님의 세계가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하나님을 창조하는 공동창조자이기도 하다. 과정신학은 하나님을 진화의 맥락 속에 둠으로써 전통적 유신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 p.2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