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록 5막28장 (6부)
어느날 아내와 나는 성남의 허름한 고기집으로 향하였다.
그곳은 돼지고기의 갈매기살(소고기로 말하면 갈비살과 유사함)로 유명한 곳이였다.
연탄에 갈매기살을 석쇠에 구어먹는 맛이 일품이였다.
아쉽게도 지금은 개발에 의해 사라졌지만 수도권에서는 술꾼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였다.
나는 아내를 데리고 가서 갈매기살 2인분(1인분이600g이니 2인분이면1.2kg)을 시켰다.
그런데 입이 짧은 아내가 갈매기살 2인분인 1.2kg을 앉은 자리에서 혼자 다먹은 것이다.
아니 어찌보면 내아들 녀석이 먹은 것이다.
그놈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놈은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파였구먼..
나는 종종 아내를 데리고 그곳에 가서 아내가 아닌 아들놈에게 갈매기살을 잔뜻 사주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리고 한여름 아내와 나는 아니지 아들이 있었으니 3명이서 여행을 떠났다.
무주구천동을 지나 나제통문을 통과하여 김천 봉산면으로 향하였다.
처가댁은 포도밭을 운영하고 있었다.
평지에 사람 키만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위로는 전기줄처럼 줄이 서로 연결되여 있고 줄밑에는 포도들이 검푸른 색상을 띠며 익어가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천 봉산면이 대구사과처럼 유명한 곳이었다.
처가댁에서는 백년손님 사위가 왔다고 닭을 삶고 난리가 났다.
약간은 불룩한 아내의 배를 쳐다보며 장인과 장모님은 흡족해 하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장모님은 술을 일체 안드시는 장인어른을 대신하여 사랑방으로 술상을 가지고 오셨다.
주전자에는 장모님표 포도주가 잔뜩 들어 있었다.
삭힌 포도에 막소주와 설탕을 넣고 발효시킨 포도주는 어디서나 맛볼 흔한 술이 아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술이었다.
나는 장모님이 따라주신 포도주를 마시고 아내와 아들과 같이 처가댁에게 한여름 밤을 편히 쉬게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