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안동 길안면사무소 4거리 이다.
음력설 하루전날 노부부가 옛 생활방식 그대로 사는 집이 가까이 있다는 소식을 송사송희님으로 부터 전달 받았다.
이쪽 방향으로 가면 길안 구수리 배방리 지경리 청송읍이 나온다.
설날 이틑날까지 손님들을 치루고 뒷 마무리를 한 다음, 사흘째 되는 날 여기 저기 연락하여 오지탐험대를 긴급히 구성하였다.
오늘은 설이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이다. 길안면사무소옆에는 여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쪽 방향은 의성 안동 가는 길이다.
길안면 소재지로 들어가는 방향이다.
강남여사, 명륜동주모, 낙동낭자, 4명이 승용차로 길안면사무소 앞에 도착, 송사송희님을 태우고 송사2리로 출발하다.
동네 입구부터 마을까지 휘도는 사래긴 고추밭 고랑은 농사철 땀내음이 흘씬 풍긴다.
건들면 톡 부러지는 고추대구이 가지마다 앙상한 뼈대가 겨울 햇살에 반짝거린다.
마당 한쪽엔 장작을 패다가 그대로 놓아 둔채... 도끼는 어디로 가뿌렀지?
전화도 하지않고 첫대면 이지만 이종원씨 부부가 무척 반가워하시며 웃음을 지으신다.
수돗가 장독대 사이에는 그나마 세탁기가 보여서 다행이다.
새댁들이 우째 이리 깊은 산골 까지 왔노? 궁금해 하시면서도 걱정부터 해 주신다.
집안 구석구석 옛고향의 향취가 풍기는 농기구와 생활도구가 널려 있다.
벽은 한지로 도배하고 천장은 벽지로 바닥은 고무장판으로 꾸민 안방 모습이다.
자식들은 돈 벌려고 도시로 다 떠나고 부부가 오손도손 이웃들과 정답게 살고 있다.
오른쪽 벽에는 조그만 민경이 걸려 있고 그 위로는 바느질 방티와 여러 안방 생활도구가 언쳐져 있다.
그래 ,,, 밥은 먹었니껴? 안동식혜 한그릇 할라니껴? ,, 연신 뭘 주실려고 애를 쓰신다.
실건 위에 흰상자 두개는 시집 올때 갖고 온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찾아온 손님을 절대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떡국을 끓여서 함께 먹자고,,, 급히 부엌으로 가신다.
지난 가을에 소를 팔고 난 뒤부터 요즘은 쇠죽을 쑤지 않지만 군불을 때면서 띠신물을 사용한다고 하신다.
부엌 정지를 찍으려고 하니 디게 부끄러워 하신다.
돌담 너머 한켠에는 쟁기와 탈곡기가 먼지를 묻은채로 방치되어 있다. 언제부터 사용을 하지 않았는지 짐작이 간다.
뒤안에는 겨우내 땔 장작이 가련히 쌓여 있고 바닥엔 김장독이 여기 저기 묻혀 있다.
요즘 이곳에도 젊은 사람은 없고 노인들만이 농사를 지으며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하신다.
그래 사진은 찍어서 뭐하노 ? - 사라져 가는 우리들 고향 생활 모습을 담아 어린 아이들과 세상에 알리려고 하니더.
우리가 집안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동안에 이종원씨 부부는 연속극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인자 불이 붙었으니 떠나 가지 말고 쪼매만 기다려라고 하신다.
집안 여기저기 손때 묻은 생활도구가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우리는 자식들 사는 도시 아파트에 가도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되돌아 온다고 하신다.
동네 뒤편 골짜기에도 고추밭 고랑들이 마치 엿가락 처럼 끝없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산골에 오면 먹을 건 별로 없지만 맹물도 보약이라고 한다.
걸린 다래끼 안에는 장갑과 낫이 들어 있다.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생활은 불편하지만 마음이 편하다고 하신다.
송사2리 마을엔 현재 15가구가 살고 있으며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다.
이래뵈도 나는 젊은 축에 속한다고 하신다.
집 옆 텃밭에는 예전에 쓰던 우물이 있다.
이쪽 솥에는 어제 저녁에 삶은 감자가 있다고 한다.
마을 중간 조그만 냇가엔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으며 어지간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왠 방티가 저렇게 마이 걸려 있느냐고 하니 봄이 되면 산나물 채취해서 말린다고 한다.
몇년 전에 한쪽 가지가 벼락 맞아서 죽었지만 다른 한가지에는 작년에도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새댁들이 우리집에 찾아오니 집안에 화기가 돈다고 무척 좋아하신다.
지게 옆에 걸려 있는 무꾸시레기가 적당히 잘 말랐다.
감자와 고구마도 함께 먹자고 하신다.
우리가 갖고 간 만두와 어머님의 떡국이 멋드러지게 어우러 졌다.
만두떡국 다 끓였니데이...
설날 음식도 대쳐서 함께 먹으니 꿀맛이라고 하신다.
우리가 떠나 올 때 조용히 있던 개가 울부짖는다.
아마 ,,, 아쉬운 듯,,,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 같다.
머나먼고향 : 채빈(고은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