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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n불교tv 정율스님의 오늘은 좋은날 찬불가 교실 중에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참 귀한 보물들이 많이 있는데요
보살님들은 어떤 보물을 갖고 계십니까?
제가 아주 소중한 보물 이야기를 하나 해드려고 합니다
결혼한지 10년이 되어가는 한 보살님의 얘깁니다
이 보살님에게는 연세가 지긋한 어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배움이 짧아서 글자도 모르는 노보살님이신데
딸네, 아들네 전화번호는 아주 번개같이 외우십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해놓고 다녀서 전화번호 잘 못 외우잖아요
그런데 이 어머니는 딸네랑 아들네 전화번호는 잊지도 않고 게다가 매일매일 시집간 딸네집에 전화를 거신답니다
전화번호가 바뀌거나 숫자가 늘어나면 하루 저녁동안 연습하셔서는 다음날 신나게 전화하시곤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신다네요
사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바뀐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을텐데도
딸자식이 그리워서 수십번씩 외우고 또 외워서 전화를 거셨답니다
그래도 딸은 매일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만 했지 전화를 걸 생각은 못했다네요
가끔은 바쁜 아침에 걸려오는 전화에 대충대충 받기도 하고 ‘나중에 전화할게’하고 끊었다가 전화 거는걸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병이 나셔서 전화를 못하게 되셨다네요
전화 드려야지..드려야지..하다가 한달의 시간이 지나서 어머니께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께서는 ‘보고 싶은데 한번 올 수가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딸은 ‘곧 갈게’라고 대답했지만 며칠 후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어느 덧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수가 없습니다
보고싶다는 말 듣고도 맨날 하는 말이려니..생각했고, 전화도 언제까지나 하실 줄 알았습니다
딸은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어머니의 전화가 딸이 지칠 때 힘이 되고,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나누는 행복이었음을..
언제라도 딸의 안부를 챙겼던 어머니가 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음을 어머니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언제나 든든한 내편이 되어주고 내 짜증도 투정도 다 받아주는 가족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