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플라톤 학파
이 학파는 그리스 철학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종교적 철학의 체계를 세우려고 했다. 인도사상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그리스 철학은 종교와는 대립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철학의 융성과 종교의 쇠퇴는 일치했다. 신플라톤 학파는 철학적 기반에 선 종교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플로티노스(Plotinos, 204~269 A.D.)는 신플라톤 학파의 대표자이다. 그는 애급에서 출생하여 학문과 종교에 관해 연구하기 위하여 동방에서 유학하고 후에 로마에 자리잡고 교육에 종사했다. 그는 플라톤을 매우 존경하여 그의 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철학은 플라톤과 또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 학파의 영향도 받아 마치 그리스 철학 전부를 종합한 것 같은 감이 있다. 박학과 독창을 겸비한 점에 있어서 플로티노스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다음 간다고 한다.
플로티노스는 필론의 문제를 계승하여 만물을 초월한 신으로부터 어떻게 이 세계가 생성되는가 하는 점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이미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또 신피타고라스 학파나 필론에게서 볼 수 있는 이원론을 피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는 신을 태원(太原) 또는 일자(一者)라고 불렀다. 이 일자로부터 만물이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구명하는 동시에 또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이 일자에게로 되돌아 가서 그와 합일함으로써 최고로 행복한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그의 철학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유출설(流出說): 만물의 태원인 신, 즉 일자는 무한하고 형태가 없고 여하한 성질도 붙일 수 없어 모든 대립과 차별을 초월한 유일 절대의 실존이다. 세계 만물은 마치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터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오듯, 또 영원히 빛을 발하는 태양에서 광선이 흘러나오듯이 일자로부터 유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존재와 자기충족의 창조자인’ 일자가 감소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일자는 변함없이 일자로서 원만하고 증감이 없고 늘 충족한 채로 있는 것이다.
일자로부터의 유출은 3단계로 나누어진다. 일자로부터 제일 먼저 유출되는 것이 누스(정신?사유)이다. 정신이요 사유인 이 누스(Nous)에서 벌써 주관과 객관 즉 사유와 존재로 나누어지는데 그러면서도 양자는 하나로서 누스의 사유대상은 그 자신과 또 그의 근원인 일자, 또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계이다.
다음에 일자로부터 유출되는 것은 프쉬케(Psyche, 영혼)이다. 플로티노스는 이 프쉬케를 상위의 프쉬케와 하위의 프쉬케로 나누었는데, 상위의 것은 자각이 있고 이성이 있어 활동하는 것이고, 하위의 것은 형체적인 것과 결부되어 그것에 속박되어 있다. 그는 또한 우주 전체에 편재하고 있는 프쉬케가 있다고 보아, 이것을 ?세계영혼?이라고 불렀다. 하위의 세계영혼 즉 형체와 결부된 세계영혼이 곧 자연이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상위의 영혼은 육체와 결부되지 않은 불멸의 것이고, 하위의 것은 육체의 생기(生氣)이다.
누스와 프쉬케까지는 아직 형이상학적인 것이나, 다음 마지막 단계로 유출되는 것은 형이하학적인 물질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플로티노스는 이원론을 피하고자 하여 물질은 유출의 극한으로서 소극적인 비실재라고 보고 일자와 대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마치 빛이 태양으로부터 유출되어 점차 멀어지는 면은 어두워가다가 드디어는 빛과 반사되는 암흑으로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플로티노스는 일자로부터 유출에 정연한 단계를 둠으로써 일원론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윤리설
악의 근원은 물질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물질, 즉 육체에 속박되어 있는 상태로부터 벗어나 합일되는 상태, 즉 엑스타시스(Ekstasis)에 이르는 것이 최고 목표이다. 플로티노스는 이 엑스타시스에 이르는 4단계를 구별했다.
즉 ① 5관의 지각 ② 논리적 사고 ③ 미에 대한 사랑 ④ 미에 나타난 이상을 추구하여 형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단계이다. 그러므로 플로티노스는 모든 문화활동은 영혼의 정결에 기여하여 엑스타시스에 이르게 하는 종교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플로티노스 자신도 여러번 엑스타시스의 경지를 체험했다고 하며 서양 신비주의의 시조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플로티노스는 물질이 악의 근원이라고 보기는 하였으나, 그리스인인 그는 물질계 즉 자연계를 전적으로 악한 것으로 보아 넘기지는 않았다. 물질계는 비실재계로서 이상의 실현을 방해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속에 이상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자연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즉 그는 미란 이상이 감각의 대상인 자연계에 깃들어 있음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리하여 플로티노스는 세계의 불완전성과 추악성을 역설하면서도 자연미와 예술미를 깊이 이해한 최초의 사상가로 지목되고 그의 미학이론은 르네상스 예술의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