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과학회 총간사인 김재수 박사(KIST 책임연구원)는 “육체만을 단련하는 운동보다 몸과 마음 모두를 단련하는 기 수련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보다 효과적이며, 하루 20분간의 가부좌로 육체적·정신적·영적 건강과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넋 나간 듯 혹은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채 가부좌로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에는 육체적, 정신적인 작업과 활동이 정지하고 한숨 돌리면서 잠시 멍한 상태에 빠진다. 이를테면 스위치가 꺼진 것 같은 공백 상태, 곧 중간휴식 상태다. 특히 수면 중에 뇌로 몰렸던 혈액이 가부좌로 인하여 서서히 온몸으로 퍼지면서 피로 회복이 되고 소화 기능도 좋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예부터 스님들은 ‘용맹정진’으로 피로해진 몸을 가부좌로 추스르고 10분의 선잠으로 푼다고 하였다.
가부좌는 잘못된 자세, 긴장된 자세 때문에 생기는 현대인들의 질병을 다스리는 데도 효과가 있다. 자세에 문제가 생기면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외부의 기를 충분히 흡수할 수가 없고 몸 안의 기의 통로인 경락이 눌리고 뒤틀려서 기가 원활하게 순환할 수 없다.
2. 방바닥에 앉아서 하는 가부좌.
방바닥이나 침대 위에 앉아 하는 경우에는 보통 남자들이 앉듯이 편한 자세면 된다. 좀 더 설명하자면 양다리 하퇴부를 교차시켜 양발을 다른 쪽 대퇴 밑에 넣고 앉는다. 팔의 힘을 빼고 손바닥을 겹쳐서 다리 가운데 둔다. 이때 상체를 약간 숙이고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체중이 삼등분되게 한다. 그냥 앉으면 체중이 고루 분산되기 힘들므로, 엉덩이 밑에 방석이나 쿠션을 깔면 더 좋다. 이런 자세는 무게 중심을 단전에 근접시킬 수 있으며, 이런 자세로 5분가량만 앉아 있으면 아랫배 쪽이 따뜻해지고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부좌나 반가부좌 상태에서의 호흡도 중요하다.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느슨했던 항문에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닫는다. 그리고 아랫배가 빵빵하게 불러오면 항문을 꼬옥 조인 상태에서 숨을 멈춰 기를 머금는다. 마지막으로 코로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한숨을 내쉬는 기분으로 항문을 서서히 푼다.
3. 의자에 앉아서 하는 가부좌.
바쁜 현대인들이 20분을 따로 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사무실이나 전철 안 등 걸터앉을 수 있는 곳에서 편하게 가부좌를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방바닥에 앉아서 하는 가부좌가 원칙이지만 의자에 걸터앉는 것도 편리해서 좋다.
의자에 앉을 때는 푹신하지 않은 의자가 좋은데, 의자에 엉덩이만 약간 걸치는 것이 좋다. 피로해서 등받이에 기대어야 할 때는 엉치등뼈와 등받이 사이에 쿠션을 끼워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허리는 곧게 펴야 하는데 몸을 뒤로 젖히거나 배를 내밀면 허리 근육이 긴장되기 때문이다. 턱은 정수리가 무엇에 끌려 올라가는 것처럼 목을 쑥 뽑아올리고 동시에 양어깨는 힘을 빼서 아래로 처지게 한다. 손을 가부좌 자세와 같이 포개 모으고 눈은 감은 채 온몸의 긴장을 풀고 편하게 한다.
4. 우두커니 서서 하는 가부좌.
방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있기가 여의치 않다면 서서라도 가부좌를 해보자. 서서 하는 가부좌 자세는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서되 평행이 되도록 하고 양무릎의 힘을 빼야 한다. 허리는 곧게 펴는 것이 좋고 배를 앞으로 내밀어서는 안 된다. 가슴은 힘을 주지 말고 근육을 이완시켜 양어깨 끝을 조금 오므리는 것이 좋다. 몸에서 힘을 충분히 빼고 시선은 멀리 앞을 바라보거나 눈을 반쯤 감는다. 흔히 기 수련에서 이 자세를 ‘자연식 선 자세’라고 부르는데, 기 수련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