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의 시간
이 곳에서 나는 남아돈다
너의 시간 속에 더 이상 내가 살지 않기에
오후 네 시의 빛이
무너진 집터에 한 살림 차리고 있듯
빛이 남아돌고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이 남아돌고
여기저기 돋아나는 풀이 남아돈다
벽 대신 벽이 있던 자리에
천장 대신 천장이 있던 자리에
바닥 대신 바닥이 있던 자리에
지붕 대신 지붕이 있던 자리에
알 수 없는 감정의 살림살이가 늘어간다
잉여의 시간 속으로
예고 없이 흘러드는 기억의 강물 또한 남아돈다
기억으로도 한 채의 집을 이룰 수 있음을
가뭇없이 물 위에 떠다니는 물새 둥지가 말해준다
너무도 많은 내가 강물 위로 떠오르고
두고 온 집이 떠오르고
너의 시간 속에 있던 내가 떠오르는데
이 남아도는 나를 어찌해야 할까
더 이상 너의 시간 속에 살지 않게 된 나를
마흔 일곱, 오후 네 시,
주문하지 않았으나 오늘 내게로 배달 된 이 시간을
나희덕 --.
■ 나희덕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문학과지성사 수록
영상 : 라인님의 배경 이미지
♬ 김윤아 - 고독한 항해 (부부의 세계 OST 1)
첫댓글 꽃시야 님 ! 감사합니다
.
.
머물다 갑니다
날씨는 후덥스럽습니다
마음은 보송보송
좋은 시간. 좋은 하루 되세요
너의 시간 속에 나는 있을까
빈 시간들이 멈춤과 허무로 다가올 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행복인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지내기도 했습니다
혼자가 되고 보니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아~~~
이제 빈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maria 님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보내세요
거져 얻은 시간
나는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한 시간이
집 한 채가 되었을 텐데
놓고 오는 마음은
오죽할까요
강물이 되고
파도가 치고
다시, 잔잔해지면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기 님
무더위에 건강 잘 살피시고
매일매일 행복하세요
꽃씨야님께서
나희덕 교수님이신가요?
아련한 슬픔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긴 멋진 詩 입니다
장마 비에 건강 잘 챙기세요~
전 나희덕 교수님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아련한 슬픔을 느낀
한 사람으로서 그 분위기를
적어봤습니다
나희덕 교수 님의 시가
가슴에 와닿아서 올린 것입니다
보라 님
다시 비 소식이 있으니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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