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님에게는 친정집 조카가 되고 나에겐 외갓집 큰형님 되시는 분이 어머님 살아 계실
적에는 심심찮게 우리집을 내방하곤 했었는데 얼굴을 대하게 되면 자연히 근황을 여쭈어 보게
된다. 딱히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저 인사 차 말을 건네었을 따름인데 대답이 너무 진지해서 괜
한 인사를 올렸나 하는 생각도 든다.
친구가 운영하는 술 도가(양조장) 한 켠에 큰 방을 내어 주어서 지역 유지들이 출근하다 싶이
모여 앉아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해서 격론을 벌이기도 하고 날로 추락하는 대한민국
경제를 회생키 위한 적극적인 대처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이다가 그 마저 지만증이
나면 매화향 그윽한 동양화를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신다. 그 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
치 일번지라는 곳이라서 자연히 선거에 관심이 있는 무리들이 잊어 버리지 않고 들락 거리는 지
라 가끔씩 던져 주는 술값도 만만치가 않다고 하신다.
범같은 며느리가 버티고 있는 집에는 며칠에 한 번씩 속옷이나 갈아 입으러 들어 갈 뿐이라고
하신다.
쉬운 말로 간단히 이 형님을 소개하면 70 평생 호미 자루 한번 잡아 보지 않고 무위 도식을 한
해방 이후 대한민국 백수 일세대의 선두 주자 중 한분이시다. 깊은 산중이지만 꽤 많은 농지를
가져서 인근에서 부자로 소문이 난 외할아버지가 돌아 가시기 바쁘게 극히 짧은 시간에 그 많
던 재산을 박살내 버리고 나서 조강지처에게 자식들과 시어머님을 얹혀서 시내로 쫒아 내 버리
곤 마약 중독으로 일찌거니 세상을 뜬 친구 부인이 거주하는 집에서 대충 살아 왔다.
괜찮은 학벌에 허우대는 범처럼 장대하신 분이 행동은 껌정 고양이 네로처럼 하신다.
이 분이 오래 전에 들려 준 얘기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늘 내 마음 속에서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줄거리만 대충 짚어 보면...
시골에는 사람이 귀한 지라 인근 여러 동네를 뭉뚱거려서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들의 모임이
따로 있다고 한다. 갑장회라고 하는데 그 멤버 중 한 분이 읍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동네 어귀에
들어 설 즈음 마을 입구 산자락에 무언가 희끗 희끗한 것이 보이길래 잠시 걸음을 옮겨 보니
흰 무명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한 분이 쓸어 져서 신음을 하는 지라 급히 등에 업고 집으로 모셔
오니 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말씀 한마디 없이 운명을 하시게 된다.
지서에 연락하여 신원을 조회하여 보아도 도시 알 수가 없다 하므로 면사무소 직원과 이장을
모셔다가 상의한 결과 면사무소에서 나오는 일부 보조금으로 장례를 치루자고 합의를 보게 되
어 번듯한 관은 형편상 마련하지 못하고 칠성판에다 대충 무명 천으로 염을 하여 양지 바른 곳
에 장례를 치뤄 주었다고 한다.
장례를 치뤄 주고 며칠이 지나선 잊어 버리지 않고 간단한 제물을 차려서 산소에 성묘도 갔다
왔는데 그날 밤 꿈에 그 노인이 현몽을 하셔선 오갈데 없는 노인을 그리도 후덕하게 잘 거두어
주어서 고맙기 그지 없다는 인사를 수차 건네곤 날이 밝으면 동네 어귀 야튼 산자락에 소를 매
어 두는 곳엘 꼭 가보라고 하시길래 첫 새벽에 눈을 뜨자 말자 긴가 민가 하면서 잠자리에서 일
어 나서 외양간 앞을 지나는데 모양새도 탐스런 송아지가 두마리나 어미 젖을 빨고 있는 지라
흡족한 마음으로 우두커니 지켜 보고 있는데 척추 디스크로 거동이 몹시도 불편해서 누워만 있
던 둘째 아들이 갑자기 등이 스물 스물 하면서 통증이 사라 진다면서 툇마루로 내려 와선 농구
화 끈을 졸라 매는 것이 아닌가?
어디를 갈려고 하느냐고 물어 보니 신기하게도 이 아들도 전날 밤에 아버님이 꾸었던 꿈과 똑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오랜 만에 부자가 나란히 걸음을 하여 소를 매어 두는 장소로 가니 허구 헌 날 지나치던 그
야산 비탈에 산삼이 있더란 것이다. 산삼은 발견하면 대개 서너 뿌리가 함께 발견되는데 소중
히 거두어서 집으로 돌아 와서 이리 저리 수소문하여 감정을 의뢰하니 상당히 오래 된 고가의
진품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 산삼을 처리하는 그 친구분의 방식이 참으로 현명하다. 갑작스레 몰려 오는 분에
넘치는 재물은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하여 온 식구들이 그 산삼을 먹고 건강하게 살자고 하면
서 먹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지가 훌륭하신 분이니 그런 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사사불공이문 처처불성이라더니, 아니 재수 좋은 과부는 늘상 가지밭에서, 대박 터지는
홀애비는 자앙 디딜 방앗칸 담벼락에서 쉬를 한데더니, 오매 불망 성성하신 롯또 화두님 이 번
주말엔 꼭히 영험을 보이소서.
보리쌀 소쿠리에 들어 앉은 쥐눈깔같은 돌삐 합장드립니다.
카페 게시글
불자님 글방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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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07 20:0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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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야기 구수 합니다. 부디 로또가 주인 찾기를 바랍니다...........ㅎㅎ
ㅋㅋㅋ........돌삐거사님도 사주님도 이 카페의 모든분들도 만사형통 하시옵길 두손 모읍니다.....이 카페의 오시는 분들은 정말 글을 잘 쓰십니다. 마음 만큼이나...항상 좋은인연에 더불어 감사합니다.....()
히히히 돌삐처사님!또 한바탕 웃음보시을 주시는군요..껌정고양이 네로 ㅋㅋㅋ.보리살 소쿠리에 쥐눈깔.ㅋㅋㅋ로또 복권이여 .보리살 소쿠리에 쥐눈되신 돌처사님께.그대<로또>로 하여금 큰 잔치 한바탕 치게하소 지발...ㅎㅎ삐거사님 소원성취하소서..ㅎㅎ..()_
호호호.......어릴때 겨울밤 화롯가에서 군밤이나 고구마 구워주시던 울 외할머니......마치 외할머니에게서 듣던 그 때처럼 재미나네요.........^^*
돌삐처사님 로또 되시면 아마 그것보다 더 많이 헌혈하셔야 할듯한 분위기 조성입니다.. 그래도 원하신다면 대박나시소...()
늘 좋은 일 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 집니다. 소망 하시는 일 꼭 이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