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나는 못난 남편이었습니다.
저는 농촌목회를 할 때 아내와 다투면 “그럴 거면 집을 나가!”라며 소리를 버럭 지른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내는 아무 소리 안 하고 묵묵히 있었지요.
그러다 1990년에 서울에 있는 대형교회에 부목사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농촌 목회할 때 받은 사례비는 20만 원 미만이었는데 부목사의 사례비는 이보다 3배가 넘는 68만 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부임하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 돈을 다 어떻게 쓰나 하고 행복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택도 주고 자동차 연료비와 보험료, 전화세, 전기세까지 교회에서 다 내주니 그럴 만했었지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났는데 생활비가 다 떨어졌다는 겁니다. 저는 갑자기 아내에게 “그 돈을 다 어디다 썼는데?” 하면서 화를 버럭 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억울하다는 듯 명세서를 죽 얘기하려고 합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되었을 텐데 개 버릇 못 버린다고 농촌목회 할 때 행하였던 “그러면 집에서 나가!”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눈물을 쏟으며 대문으로 나가더니 정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순간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유는 4살 때 어머니에게 떨어져 아이가 없는 고모에게 보내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1월의 으슬으슬 추운 한밤중에 고모 댁에 도착하였는데, 고모마저 나를 버릴 것 같은 두려움으로 울음을 삼키며 큰 충격을 견뎌야 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 Trauma가 있었기에 아내가 집을 나가 나를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저를 엄습해 왔습니다. 얼른 화장대 서랍을 열어 보니 다행히 돈이 든 지갑은 가져가지 않아 안심하고 있을 때 4살 된 둘째 딸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 어디 갔어?” 하면서 찾는 것입니다.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엄마 찾아 삼만리를 시작했습니다. 가 볼 만한 데를 여러 군데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3시간 지난 후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아내에게 대뜸 한 말이 “그~~래 잘 왔어요. 어서 들어와요.” 하면서 상냥하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종종 꿈에서 아내가 저를 버리고 떠나는 장면이 나타나고 그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전전긍긍하곤 하였습지요. 세상에 살 때 버림을 받는다는 것이 이처럼 괴롭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이 되는 죽음에 이르러 내 영혼이 주님 앞에 섰을 때 만약 주님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면 이때의 낭패감은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눈동자같이 지켜주시고 세상 끝날까지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에 위로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