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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를 터보로]독일 포르쉐 정비마이스터의 월급은 얼마?[7]
그녀의 이름은 알리시아 마리아 룬트(Alicja Maria Lundt), 1987년 7월에 태어났으니 올해 26살이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을 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평소 좋아하던 자동차 정비 직업교육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가 24살 되던 2011년 5월에 독일 베를린 수공업 협회(Handwerkskammer Berlin) 산하 자동차 정비 조합(Kraftfahrzeug Innung Berlin)에서 실시하는 마이스터(Meister)시험에 합격, 자동차정비 마이스터가 되었다. 작년엔 포르쉐에서 실시하는 전문정비 훈련과정도 마쳐 명실공이 포르쉐 전문 정비 마이스터가 됐다.
포르쉐 전문 정비 마이스터, 알리시아 마리아 룬트(26). 180센티가 넘는 건장하고 우람한 체격 그리고 견고함과 단단함이 묻어나는 마스크가 매력(?)이다.
그리고... 그녀의 애마 60년대 클래식 포르쉐, 봄이 오면 그녀는 또 다시 애마를 타고 아부스(AVUS)랠리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자동차의 대명사로 알려진 포르쉐(Porsche), 그 포르쉐마이스터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160유로(우리 돈으로 약 23만원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포르쉐정비공장에서의 평균값이고 그녀는 그녀의 능력에 따라 평균보다 더 받을 수도 있고 덜 받을 수도 있다. 독일의 공식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이론상 그녀의 하루 일당은 1280유로, 우리 돈으로 160만원이 넘는다. 물론 하루일당 속엔 19% 부가세, 소득세 등이 있으므로 실질소득은 낮아질 수 있고 더구나 회사에 근무하면서 월급으로 받는다면 훨씬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그녀는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는 포르쉐전문 정비회사인 룬트사(www.lundtauto.de)에서 일한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1979년에 포르쉐전문 마이스터가 되었고 25주년 되던 2004년도에 베를린 자동차정비 마이스터조합 오버마이스터(Obermeister)가 되었다. 오버마이스터는 명예직으로 조합에서 선출한다. 오버마이스터는 조합을 대표하는 일종의 자동차정비 기술 위원과 비슷하다.
룬트포르쉐(Lundt Porsche)정비공장에 나란히 걸려있는 아버지와 딸의 마이스터자격증(Meisterbrief)
부녀지간에 갖고 있는 타이틀인 마이스터란 무엇인가?
독일어 마이스터(Meister)의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다. 마에스트로는 음악가 혹은 지휘자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 등으로 부른다. 주로 예술가, 전문가들에 대해 경칭으로 사용되는데 대학에서 받는 석사나 박사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어떻게 구별되는 것일까?
석사나 박사는 반드시 학교에서 단계별로 일정한 과정에 따라 학문을 연마해 받는 학위지만 마이스터는 학교교육과는 별 관계가 없다. 마이스터는 중세부터 내려오는 길드(영어 Gilde 혹은 독일어 Zunft)조직과 관계가 깊다. 상인길드와 수공업자길드에서 도제식교육으로 시작된 마이스터는 전형적인 봉건시대의 유물로 시민혁명이후엔 대부분 도시나 나라에서 사라져갔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아직도 수공업기술 및 예술분야에 마이스터제도가 광범위하게 남아있다.
독일의 마이스터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독일 사회의 행동양식을 근본적으로 알기 어려울 만큼 독일의 전통과 사회를 깊이 관통하고 있다. 흔히 직업교육이라고도 알려진 마이스터교육은 학교가 아닌 직업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독일에서 마이스터는 두 가지 면에서 고유의 권리를 갖는다.
그 첫 번째가 상표권 즉, 마이스터는 자기이름으로 상표를 갖거나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교육권으로, 마이스터에게는 도제(견습생)를 양성하고 교육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 포르쉐(Porsche), 아우디(Audi: 아우디를 창설했던 호르히(Horch)란 사람의 이름을 라틴어로 개명한 브랜드) 등 우리가 명품으로 알려진 제품들의 이름이 거의 모두 사람인 것은 이들이 대부분 기술이 뛰어났던 엔지니어 혹은 마이스터 출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세 때부터 장인들의 이름을 그대로 상표권으로 사용하던 전통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중에서 1900년대에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4륜 구동 그리고 휠모터 개념까지 발명해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을 자랑하는 페르디난드 포르쉐는 박사(명예박사 Honoris Causa)다. 대학에서 뛰어난 논문을 작성해 박사가 된 게 아니라 업적을 평가해 주는 명예박사여서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포르쉐회사의 정식명칭(Dr.-Ing. h.c. F. Porsche)도 창립자 이름에 학위를 넣어 회사이름으로 했다.
헤르만 시몬(Hermann Simon)교수의 저서인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s)”은 작지만 강하다는 뜻으로 강소기업으로 번역하며 매출액 50억 달러, 종업원 300명 혹은 500명 미만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그중 75%가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가족기업이다. 세계시장 혹은 대륙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서 3위까지의 기업들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엔지니어나 마이스터들이 CTO거나 사장인 경우가 많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력의 제품을 생산하거나 참신한 마케팅 경영기법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독일에는 이러한 히든 챔피언들이 1500개가 넘는다. 독일의 막강한 경제력과 기술력은 바로 이러한 강소기업들로부터 시작되고 그 강소기업들을 이끄는 강력한 요소는 바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마이스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포츠자동차의 명가 루프(Ruf)사의 사장인 알로이스 루프와 루프사의 720마력의 Rt12 터보모델, 그도 자동차정비 마이스터 출신의 CEO다. Ruf는 차체베이스와 몇몇 구성부품들을 포르쉐와 공유하지만 독일 자동차공업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고유브랜드의 제작사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마이스터는 어떻게 양성되고 있을까? 각 직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원칙은 모두 같다. 자동차정비마이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 마이스터가 되려면 견습생(Lehring)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견습과정은 학교가 아니라 수공업자협회(Handwerks kammer)산하의 자동차정비조합에서 인정하는 직장 즉, 꼭 마이스터가 있는 곳에서만 견습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니라 직업현장에서 실시되는 도제식 교육이다. 견습이나 실습을 위한 직장은 개인이 직접 알아보는 게 원칙이지만 정 어려우면 해당 협회나 조합에 문의하면 잘 알선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독일의 직업교육은 학생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시작된다. 직업인이니만큼 견습생은 매달 급여를 받는데 견습생의 초기 급여는 매우 적다. 월 평균 400에서 600유로정도여서 독일에선 개인 용돈정도 밖에 되지 못한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견습생시절부터 정부로부터 얼마간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견습생 기간은 직업별 종류와 개인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자동차정비의 경우 평균 3년이다. 3년쯤 뒤에 자동차정비조합에서 실시하는 숙련공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숙련공(Geselle)이 된다. 숙련공이 되면 기본 급여가 월 1500유로에서 2000유로부터 시작해 연차에 따라 상승하게 되어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원래 정통 도제식 교육에 따르면 숙련공 생활을 최소 몇 년 정도 한 뒤에 다시 준비를 해서 마이스터시험을 보게 되는데, 최근 몇 년 전에 수공업자협회의 법과 제도가 바뀌어 숙련공부터는 아무 때나 준비해서 마이스터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자동차정비조합에서 취득한 마이스터가 아니면 자동차정비업으로 개업할 수 없는 조항도 개정해 자동차정비마이스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동차정비업을 개업할 수 있게 되었다. 단 마이스터 아닌 사람이 정비업으로 개업할 수 있는 조건은 자동차정비마이스터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독일에는 마이스터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게 보통이다. 이 표시가 없으면 정비공장이 아니라 그냥 자동차서비스센터가 되고 자동차 안전과 관련한 정비는 할 수 없다.
마이스터시험은 해당 직업의 실기와 이론 그리고 세무 및 회사경영자시험과 교육학 시험, 이렇게 4과목이다. 마이스터는 실기와 이론을 독창적으로 응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야함은 물론이고 경영학시험과 교육학시험도 보아야 한다. 마이스터시험과 마찬가지로 마이스터교육도 자동차정비조합에 산하의 자동차정비마이스터 학교에서 실시한다. 자동차정비마이스터학교의 입학조건은 숙련공시험에 합격한 숙련공(Geselle)이라는 자격이 있어야만 한다. 마이스터학교의 교육기간은 평균 1년이다. 평상시에는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매주 2번 내지 3번 정도 조합의 정비마이스터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이게 바로 독일식 직업교육의 듀얼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이중교육방식은 중세부터 이어져 온 길드의 전통적인 장인도제방식의 교육이다. 독일은 마이스터제도를 시대에 따라 적절히 변화시켜 아주 잘 응용하고 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정신을 이국의 땅, 독일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마이스터 직업교육은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았었다. 노동시장이나 고용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외국학생들이 몰려와 독일식 마이스터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독일 인구정책의 변화로 외국인에 대한 체류허가와 노동허가가 완화되면서 마이스터 사립학교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자동차정비마이스터학교의 정규과정은 1년이지만 독일어가 약한 외국인들에겐 2년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다. 시작할 때 숙련공정도의 실력을 조건으로 달고 있으므로 그런 기본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거기에 몇 년 더 추가될 수도 있다. 게다가 사립학교라고해도 결국 시험은 자동차정비조합에서 실시하는 마이스터시험을 봐서 합격해야하기 때문에 독일에서 마이스터 타이틀을 취득하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다.
베를린에 있는 자동차정비마이스터 학교. 이 학교 교장이자 베를린 자동차정비조합장인 디터 라우(Dieter Rau)씨는 한국인들도 입학을 원한다면 기꺼이 환영한다고......단 숙련공이상의 실력과 이를 입증할 서류 그리고 독일어는 필수다.
독일에서 자동차정비 마이스터가 되면 - 근무햇수에 따라 다르지만 - 첫 월 급여가 평균 2500에서 3000유로라고 한다. 물론 자기 고유의 브랜드로 회사를 운영하는 마이스터는 한 달에 몇만유로까지 번다니 예외겠지만 어쨌든 급여가 매우 다양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듯하다. 회사에 자동차정비 마이스터로 고용될 경우 최저 4000유로부터 2만유로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웬만한 대학졸업자도 부러워한다. 더구나 이 모든 과정이 처음에 견습생으로 시작한 직장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고용안정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마이스터란 타이틀의 매력은 상표권에도 있지만 그보다 더 교육권에 있다고 본다. 자기 맘에 드는 도제(제자)를 선택해서 자기 방식의 커리큘럼으로 가르칠 수 있는 기쁨은 대학교수님도 쉽게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인 만큼.
마이스터를 우리는 기능장 혹은 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능장보다는 이론에 좀 더 강하다. 어느 한 분야에서 숙련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만시간 정도의 훈련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이스터나 이름있는 장인인 명장이 되려면 그 이상의 시간과 공과 열정을 들이지 않고서는 되지 못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마이스터고등학교가 신설됐다. 기존의 상고, 농고, 공고 등을 각 마이스터학교로 개명하고 시스템도 갖췄다고 한다. 이름은 독일식일지 몰라도 전통과 역사가 다른데 독일의 마이스터제도를 참고한다면 모를까 굳이 독일식으로 시스템을 바꾸거나 베낄 필요는 없다. 우리도 훌륭한 장인들과 명장들이 있었던 만큼 전통과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명장을 길러낼 수 있는 고유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베를린 이경섭 kyungsuple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