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과학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마 작년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내가 좀더 재밌게 이책을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과학, 그것도 과학사상사는 나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과학 철학을 다룬 책인 만큼, 내가 흥미를 가질수 있는 부분도 다루어졌기에... 이 총평을 쓸 수 있을것같다.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언제 처음 알게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이 단어의 의미가 매우 생소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기억난다. 패러다임, 인프라... 단어의 정확한 뜻을 중시하는 나에게는 껄끄러운 단어들이었다. 이 책을 통해 패러다임이라는 단어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감명을 받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했던 부분이 있는데, 패러다임은 이전의 패러다임을 주장한 사람들, 즉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죽어버림으로써 성립된다는 부분이다. 정말 씁쓸하지 않는가.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크다.
먼저 이전의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사실 꼴통에 가까운 사람들의 태도가 참 .. 신기하다. 어찌하여 역사의 모든 순간순간에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 그들은 정말이지 평면적이며 전형적인 인물이다.. 어쩜 틀에 박힌듯 같은 말을 내뱉는 것인지.. 항상 자신의 말 밖에는 할줄모르는, 귀는 막히고 입만열린 단방향적인 인간들이다. 사실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다. 사고를 하려 노력하지 않는 자들을 어떻게 고매한 정신세계를 지닌 고등생물취급을 하겠는가. 이들은 주로 그 사회의 고위계층을 맡고 있다. 그렇기에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비주류이고, 이들의 주장은 그대로 묻혀버리기 일쑤이다. 주류 계층의 사람들이 새로운 의견들을 듣고, 한 번 만이라도 이에 대해 고민하고, 진위여부를 판별하려 노력을 한다면, 그럴 의사가 있다면 인류는 훨씬더 빠르게 진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 이는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과연 신뢰해도 되는 것인지에 관해 의문을 갖게한다. 나는 패러다임을 결코 진리로 받아드릴수 없을 것 같다. 그 패러다임을 진실로 받아드릴만큼의 정당한 토론이 결코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럿의 사람들이 장기간 토론을 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며 진리에 다가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마당에 어떤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진리도 미래에는 굉장히 우스운 일화 중 하나로 일컫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내가 굉장히 신랄하게 꼴통들을 비난하긴 했지만 나도 사실 내가 그 꼴통들 중 하나일지도 모는다는 사실쯤은 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굉장히 탐구적인 인간이기도하지만 굉장히 나태한 인간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있는동안 큰 변화없이 이대로 지속되길 원하는 마음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마 그 꼴통들도 같은생각이지 않았을까. 이러한 나태함을 이겨내야지 역사에 기록될만한, 인류의 진보를 가져올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인간으로써의 나태함을 이겨내야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다니. 이것도 참 모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