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춤추는 여자야 / 조미숙
스피커 소리를 높였다.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팔도 쭉 뻗었다가 엇박자로 당기기를 반복한다. 어깨도 덩실덩실. 소리를 질러가며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나름 흥에 맞춰 최선의 동작을 펼친다. 승용차 안인 게 아쉽다. 비 오는 날 먼 길 다녀오느라 피곤하기도 한데 멈출 줄 모른다.
엄마는 생전에 흥이 많았다. 기분 좋으면 제멋대로 노래를 부르거나 어깨를 들썩인다. 그런 유전자의 힘이었을까? 네다섯 살쯤에 목침을 어깨에 메고 두드리며 돈 벌러 가자고 했단다. 지금 세대라면 아마도 개그맨이나 춤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남을 웃기거나 춤추는 게 좋다. 곧잘 실없는 농담을 해서 사람이 가벼워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마저 하다.
수영을 배우러 다니던 시절, 형편없는 실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꾸만 반이 승급된다. 접영을 해야 하는데 웨이브가 기본이라면서 벽 잡고 연습하란다. 나름 미꾸라지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몸을 흐느적거려 봐도 뻣뻣한 막대기다. 내가 접영을 하는 것을 지켜본 아들은 배꼽을 잡았다.
작년에 티비 방송 프로그램에서 스우파2(스트릿 우먼 파이터: 전문 춤꾼의 경연 프로그램)을 봤다. 시즌마다 매번 꼭 챙겨 본다. 평소 얕잡아 봤던 댄서의 이미지를 바꿔줬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이 예쁘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멋진 작품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던 그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결과인 훌륭한 공연에 감탄과 희열을 느꼈다. 게다가 나도 저렇게 한번 춰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난 흥만 많아 막춤밖에 추지 못한다.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 공원에서 하는 생활체육 교실을 다니는데 강사에 따라 주요 종목이 약간씩 차이가 있다. 작년에는 라인댄스보다 에어로빅이 많았다. 예전에는 거의 라인댄스여서 새로운 동작을 익히기도 전에 새 작품을 나가는 바람에 따라가기 벅찼다. 유난히 몸으로 따라하는 것이 늦다. 그래도 신나고 재미있었다. 누가 뭐래도 그때는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는 무용수가 되는 것이다. 세상은 고요해지고 나만의 무대가 펼쳐진다.
체육 교실이 끝나면 겨울 동안은 라인 댄스 학원에 등록해 다녔다. 학원비도 부담이 없거니와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신났다.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해 나 혼자 엉뚱한 동작을 하거나 방향이 틀려도 기분이 좋았다. 어느 연말에는 호텔에서 행사를 한다며 조별 연습을 시켰다. 들어간 지 얼마 안 됐기에 갈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남들처럼 운동복 갖춰 입고 다니질 않고 아무거나 편하게 다녔던 터라 마땅한 옷도 없어 난감했다. 아무리 자체 행사라고 하지만 다른 시간대 회원들이 모두 모이는 자린데 나만 추리닝 차림일 수는 없었다. 빌려주겠다고는 했지만, 이 기회에 나도 한 벌 장만해야겠다고 큰마음 먹었다.
매장에 걸려 있는 옷은 휘황찬란했다. 도저히 입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반짝이가 붙거나 몸매가 다 드러나게 착 달라붙었다거나 색깔이 형광색으로 요란하거나 했다. 그중에서 가장 얌전한 걸로 고르고 골랐다. 위아래 한 벌, 스타킹 해서 10만 원쯤 한 것 같다. 그때 당시 거금 주고 장만한 그 옷은 그 학원을 그만둔 뒤로는 다시는 입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화려해서다. 가끔 오래 다니신 분이나 젊은 사람들은 몸매가 다 드러나는 운동복 차림을 하는데 난 차마 그런 복장은 하지 못하겠다.
춤이 뇌에 좋다니 솔깃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뇌를 발달시킨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요즘은 방송 댄스에 관심이 간다. 아이돌 춤을 배우고 싶다. 아마 나이 때문에 관절이 버티지를 못할 수도 있겠다. 고상하고 제대로 된 현대무용이나 스포츠댄스 같은 전문가의 춤은 글렀고 막춤이라도 제대로 춘다면 좋지 않을까?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처럼 춤추고 싶을 때 춤추며 살고 싶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유투브 한번 찾아볼까?
첫댓글 '글 쓰는 여자'에 이어 '춤추는 여자'까지 또 어떤 타이틀을 달런지 궁금하네요.
제 몸도 들썩들썩하네요.
나 최선을 다하는 여자야!
조 선생님은 못 하는게 없네요.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어서 심심할 틈이 없겠어요.
'글쓰고 춤추고', 아주 멋집니다. 마음까지 착하니, 최고네요.
옆의 사람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해 주시는 선생님을 뵐 날이 기대됩니다.
'글 쓰는 여자'에 이어 '춤추는 여자'까지 또 어떤 타이틀을 달지 궁금하네요.
부럽습니다.
멋져요. 몇 년 쯤 추면 잘 출 수 있나요? 저도 도전해 보려고요.
'나 글 쓰는 여자'에 이어 '춤 추는 여자'까지 되는군요.
저는 춤추는 사람 구경하는 게 취미.
언제 구경시켜 줘요.
멋집니다. 부럽습니다. 도전은 새로운 자기의 발견입니다. 다양한 취미에 날개를 다세요..
춤 추고 싶은 기분은 어떤 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어서...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