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yilbo.com/serial_read.html?uid=375505§ion=sc106
<오금님> 곧:울산광역매일
그는 곧 만나요를 던지고 전화를 끊는다 오늘인 줄 알고 덥석 받은 곧한 시간 뒤에 대문을 열어보았다 그가 올까 봐 말랑말랑한 곧을 곧이곧대로 믿었
www.kyilbo.com
그는 곧 만나요를 던지고
전화를 끊는다
오늘인 줄 알고 덥석 받은 곧
한 시간 뒤에 대문을 열어보았다 그가 올까 봐
말랑말랑한 곧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곧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아
저녁쯤에 다시 나가 보았다
곧은 오갈 데 없는 착각이었다
달콤하기 그지없던 곧이 입안에 맴돈다
자로 잴 수 있는 거리에 곧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이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아리송한 곧
의자에 앉혀 놓고 일력 넘기듯 보고만 있다
곧이 졸고 있다 아무 소리도 없이
곧은 곧장도 아니고
머지않아도 아니었다
곧에 열이 난다
귀에 속삭이던 라일락 향기와 부딪힌다
무심결에 던진 곧에 제대로 한 방 맞은 걸까
말캉말캉해서 아무리 세게 던져도 깨지지 않는 곧
돌돌 말려 풀리지 않은 약속이 되었다
곧은 희망고문
가지라도 잡고 흔들어 볼까 덜 익은 곧이라도
눈에
입술에
심장에 떨어지면
그때라도 얼씨구나 받아먹을까
지친 곧이 다른 길로 도망치려 한다
곧에서 길을 잃었으면서도
곧이 곧 올까 봐 샤워를 하고
ㆍ1971년 생,
ㆍ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2020)
ㆍ월간 『문예마루』 신인상 당선(2026)
ㆍ시집 『비밀은 거짓말을 포함한다』(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