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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원문보기 글쓴이: 늘 그러하듯
지역 내 물질순환과 도농공생의 실천
농업 부문에서 자립적 지역경제 체계의 실현을 위한 노력은 생산과 소비 두 측면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생산측면에서는 농업생산에 필요한 종자, 비료, 농약, 사료 등 원자재를 가능한 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부에서 조달하는 지역 내 물질순환체계 즉 지역순환농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 나라에서 수입하는 석유화학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정체 불명의 농산물이 지역 내 소비자들의 밥상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 안전한 지역먹을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식품체계(global food system)에 대한 의존을 가능한 한 줄이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역먹을거리 체계(local food system)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역순환농업체계는 경종농업의 주․부산물(볏짚, 왕겨, 미강, 옥수숫대, 총체보리, 호밀 등)을 측산을 위한 사료로 사용하고 축산 퇴․액비를 경종농업의 유기질 비료로 사용하는 경축순환자원화 또는 유축복합화를 말한다. 지역먹을거리 체계는 지역 산 농식품의 지역 내 시장 형성(학교․직장 등 단체급식, 농민시장, 지역 농산물 전문식당, 지역산 원료 농산물 전문가공업체 등)과 소비자와 생산자 간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나누는 다양한 회원제 도농 직거래 체계(CSA, Customers' Supported Agriculture) 구축이 그 대표적 방식이다.
이러한 지역순환농업체계(지역 내 물질순환체계)와 지역먹을거리 체계(도농공생체계)는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한국농업의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식품안전성 확보와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조달, 중소농 농업경영의 안정화 등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 간 공생과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1989년 4월에 창립된 지 21년째를 맞는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원주생협’)은 도농복합도시 원주를 거점으로 일찍이 친환경농업을 추진해오면서, 지역 내 회원제 직거래와 수도권 소비자조직과의 직거래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및 공급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온 대표적 조직이다. 뿐 만 아니라 원주생협은 5, 6년 전부터 친환경 자재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친환경농업의 일반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 내 경종과 축산 간 자원순환에 힘쓰고 있다. 경종농업과 축산업의 복합화는 요즈음 일반화되고 있지만, 원주생협의 경우 경종농가가 사육하는 소의 입식자금을 소비자단채의 조합원들이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지원농업(CSA, Customers' Supported Agriculture )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원주생협은 2009년 말 현재 전체 조합원은 1,096명(생산자조합원 222명, 소비자조합원 874명), 총 사업규모 27억2천만원(지역 내 물류를 전담하는 원주생협의 매출 11.3억원, 수도권 전문물류 자회사로 2004년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원주생명농업(유)의 매출 15.9억원)의 건실한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초기 친환경 농산물 소비시장이 채 형성되지 못한 시기에는 수도권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지만, 지금은 지역 내 시장 형성에도 적극 참여하여 현재 원주시 학교급식물류센터 기능을 하고 있으며, 지역 내 소비자 회원제 직거래의 확대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원주생협은 소비자들이 조직하는 일반 생협과 달리, 생산자들이 조직하여 소비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생산자․소비자 공동참여형 생협으로서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 실현과 협동적 지역사회 만들기를 실천하는 제 부문 시민사회조직들과의 연대운동도 활발히 전개해왔다.
우리가 인구 약 31만명(농가인구 2만1,000명)의 도농복합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주생협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소도시의 자립적 지역경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생산자․소비자 공동형 협동조합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주생협은 지역 내 중소농들이 주체가 되어 소비자들과 함께 공동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친환경 지역순환농업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먹을거리 체계를 지역사회 내에서는 물론 수도권 소비자조직과의 도농 직거래를 통해 구축해가는, 작지만 내실 있으며 다양한 발전 전망을 보여주는 ‘작은 거인’과도 같다.
지역에서 새로운 희망 만들기에 전념해온 작은 거인의 발자취
교회가 주도한 마을구판장 사업과 도농직거래 사업 시작
원주생협의 모태인 ‘호저소비자생활협동조합’(호저소협)이 창립된 것은 1989년 4월3일이다. 창립 당시 호저소협은 소비자협동조합운동의 기본방향으로, 첫째, 생필품 및 농산물의 유통구조 개선, 둘째, 지역주민들의 건전한 소비생활 실천, 셋째, 이웃간의 협동생활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교육‧홍보의 실천, 생활필수품의 공동구입, 조합원 확대 등을 활동의 기본방침으로 정했다. 당시 호저면에는 소협중앙회 강원도 지부의 도움을 받아 매호리와 광격리, 주산리에 세 개의 소협이 설립되었다. 이 가운데 매호리와 광격리는 신협과 소협을 함께 하였지만, 호저교회가 있던 주산리의 호저소협은 신협은 하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공산품을 파는 것이 주된 일로 하면서, 참기름을 짜고, 미용실을 운영하였다.
호저소협의 창립에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갓 부임한 호저교회의 한경호 전도사(후에 목사)가 주된 역할을 하였다. 한목사는 농촌이 살길이 뭔가, 협동조합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 끝에 소협을 창립하기로 한 것이다. 한경호 목사는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장로신학대학원을 졸업하여 목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서울농대를 졸업하여 공무원으로 2-3년 근무한 적이 있는 경력이 말해주듯이 일찍부터 농촌문제에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한 목사는 호저교회 집사인 진창용을 초대 이사장으로 세우고, 호저교회 별관에 호저소협사무실과 구판장, 미용실을 두었다. 한 목사는 교인을 교육시켜 구판장 판매원 일을 보도록 하였고, 미용실 운영을 교인들이 모금을 하고 교인에게 미용사 교육도 시켰다.
호저소협은 조합원들의 생필품 공동구매 사업과 함께 한경호 목사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1989년 7월부터 수원 고등교회와 동신아파트, 서울 영락교회와 쌀, 고추, 참깨, 참기름, 마늘, 현미쌀 등 농산물 직거래사업을 시작했으며, 1990년 7월부터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수원 고등교회와 정기적인 농산물 직거래를 시작했다.
교인 중심의 주산리 소협에서 호저면의 생협으로
호저소협은 1993년 4월 소협중앙회의 정관변경으로 명칭이 ‘호저생활협동조합’(호저생협)으로 바뀐다. 그런데 호저소협은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이 무렵부터 조합원이 주산리로부터 호저면 일원으로 확대되면서 교인 중심 조직으로부터 지역조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1992년 2월 제2대 이사장에 김인환(주산리), 부이사장에 박영학(무장리)의 취임, 1995년 2월 3대 이사장 박영학의 취임은 세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의미한다. 우선, 호저교회가 있는 주산리의 주민이 중심이던 조합원 구성을 호저면 전역으로 확대했으며(창립 당시 70명에서 1992년 120명으로 증가), 둘째, 한경호 목사에서 지역 주민으로 리더가 교체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리더십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셋째, 안정적인 실무체계를 구축해 유기농업을 확대하고, 교회 중심의 도농직거래 구조를 도시지역 생협 중심의 도농 직거래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제2대 김인환 이사장, 제3대 박영학 이사장 등 임원진의 실천적 리더십과 노윤배, 송봉규 사업부장 등 실무인력의 확충을 통해 호저생협은 ▴조합원 교육사업의 강화 ▴수도권 신규 직거래 기관의 발굴 ▴도농교류 프로그램의 실행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유기농업 생산의 조직화를 통해 수도권 생협과 직거래사업 추진한 시기이다. 1994년까지 호저생협은 주로 한경호 목사에 의존하여 농산물의 도농직거래 사업을 추진해왔고, 당시의 매출액은 대체로 1-2억원 수준이었다. 1995년경부터 안양, 시흥, 부천 등 수도권에 생협이 활발하게 생겨나면서 호저생협은 수도권의 세 생협(주민생협, 바른 생협, 석왕사 생협)과 소협중앙회 등과 직거래를 확대하고 물품도 채소류까지 확대하였다. 그 결과 매출액도 1995년부터 5억원 이상으로 급신장한 것이다. 1995년 말 기준으로 호저생협의 매출액에서 수도권지역 생협으로의 공급액 비중이 60%를 차지하게 되면서 호저생협의 도농 직거래 사업은 종전의 교회조직에서 생협조직으로 중심이동을 하게 된다.
한편 초기 호저소협의 중심 사업이었던 구판장 사업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농협 하나로 마트가 공산품을 저가로 공급하였고, 주민들도 트럭 등 교통수단을 갖게 되면서 지역밖에서 구매를 늘려갔기 때문이다. 호저소협도 결국 98년에 구판장 사업은 개인에게 매각하고 접는다.
단위생협과의 직거래에서 생협연합회와의 직거래로
호저생협은 1997년 들어 사업계획의 기본방향으로 ▲경영의 합리화 및 안정화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의 강화 및 확대 ▲대중적 생명운동의 적극적 조직을 설정한다. 그리고 분야별 세부사업계획으로 ①경영계획 분야에서 출자금 증대와 목표마진율 설정, 전략상품 개발, ②소비자사업 분야에서 단오행사 및 하계농촌체험학교 등 도농교류사업 확대, ③ 생산기반확대사업 분야에서 신품종 보급 및 작목반 조직, 영농일지 작성, 약정생산을 추진하기로 한다.
한편 이 시기에 생협운동에도 생협연합회의 결성이라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1997년 생협중앙회가 물류사업가 파산하면서 생협중앙회의 물류사업이 한국생협연대(2008년 iCCOP생협연대로 명칭변경), 생협수도권연합회(2005년 두레생협연합회로 명칭변경)로 분화되고, 이 무렵 민우회생협연합회 등이 설립된다. 생협연합회(물류연합)가 결성됨에 따라 호저생협도 단위 생협에 대한 개별 공급을 중단하고, 물류연합에만 농산물을 공급하기고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호저생협은 양적‧질적으로 확대되게 된다. 우선, 매출액이 10억원대로 빠르게 증가하였고, 이러한 매출액 증가를 토대로 호저생협은 환경농업 생산관리를 체계화하고 다양한 도농교류사업을 전개하는 등 친환경농업 생산과 소비의 조직화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시민운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환경농업 생산관리의 체계화․다양화 사업으로 ▴연간 약정생산 체계 도입 ▴환경농업 단지화를 통한 환경농업생산의 집단적 조직화 ▴돈분발효액비 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종과 축산 순환농업 추진 ▴생산안정기금의 도입 ▴친환경 김치가공사업 시작 ▴자체적인 농약잔류검사 실시▴인력확충 및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등을 추진했다.
여기에서 특히 획기적인 것은 약정생산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호저생협은 생협연합회와 12월 초경에 후년도 직거래 물량을 협의하고, 12월 말경에 생산농가의 재배량 등을 파악하여 1월경에 연합회와 약정 물량과 가격을 정하고 2월에 재조정하여 최종 확정한다. 따라서 농가는 약정물량에 대해서는 약정가격으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약정생산체계'는 지난 10년 사이에 양적‧질적으로 발전했다. 정부로부터 무농약 이상 품질인증을 받는 농산물만을 대상으로 체결되는 약정생산 면적은 2008년 7월 현재 유기 667,505㎡, 무농약 331,535㎡, 저농약 179,654㎡이다. 약정생산 주요 재배품목은 쌀, 찹쌀, 배추 등 김치거리, 엽채류, 감자 등 근채류, 옥수수 등 과채류, 복숭아, 딸기, 토마토, 메주 등이며, 복숭아, 채소는 약정농가별 출하시기와 그 시기 출하량까지 세부적으로 약정한다.
호저면 생협에서 원주시 생협으로 발전
호저생협이 발전하면서 1999년 원조한살림과 호저생협의 통합논의가 진행되었으나 명칭 문제 등으로 결렬되었다. 통합논의 결렬 후 호저생협은 원주시 지역 소비자를 포함한 원주시 지역 생협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당시 원주에는 환경운동연합, 민우회, YMCA 등 전국적 시민사회 조직의 지부가 있었는데, 이들도 모두 생협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원주전교조, 소꼽마당(어린이 교육단체) 등이 참여 하여, 30여명이 모여 발기인 총회를 하고, 2000년 3월25일에 조합원 305명으로 창립 총회를 개최하였다. 창립당시 호저생협은 생산자 조합으로 150명의 농민 조합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창립에 필요한 최소 300명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의 회원들을 생협조합원으로 가입을 유도하여 간신히최소 법정 조합원수를 맞추었다.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원주생협) 총회에서 호저생협의 3대 이사장을 역임한 박영학씨를 초대 원주생협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생산자 대표 4인과 소비자 대표 4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였다. 소비자 대표 이사에는 민우회, 환경운동현합, 전교조, 소꿉마당에서 각각 이사를 1인씩 선출하고, 감사는 소비자 대표로 YMCA가 1인, 생산자 대표 1인, 회계사 1인을 선출하였다. 창립당시 농민조합원은 농산물 판매 등 직접적으로 사업의 이익을 보는 점을 고려하여 평균출자액을 20만원으로 한 반면에, 소비자 조합원의 경우에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자금을 3만원으로 정하였다.
2002년 박영학 이사장이 연임하면서 제2기 원주생협이 출범하였는데, 이 시기의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생산자 그룹에서는 이른바 30대 기수론이 등장하여 젊은 생산자들이 이사로 참여하게 되고, 소비자 그룹에서는 시민단체의 대표가 아니라 소비자 조합원 중에서 활동력 있는 사람들이 이사로 참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사진의 개편을 계기로 원주생협은 2002년 생산자회, 2003년에는 소비자위원회를 설립하여, 각각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를 대표하도록 하였다.
친환경 농산물 유통 전문회사의 설립
원주생협은 2004년에 수도권 물류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농산물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하였다. 부지 400평의 매입에 필요한 8000만원은 조합원 땅 한평 갖기 운동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었으나, 건물 신축비용 2억은 정부에 신청한 공동물류사업지원이 반대에 부딪쳤다. 생협은 소비자단체라는 인식이 있어 농림사업을 받을 수 없다거나, 생협은 조합원 이외 거래를 해서는 안 되는데 원주생협이 거래하는 물류연합은 조합원이 아니라는 것 등이 이유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원주생협은 농업회사 법인을 자회사로 설립하기로 하고 2004년 3월26일 ‘호저생명농업유한회사’(그 후 ‘호저’를 ‘원주’로 개칭. 이하 ‘원주생명농업(유))를 설립하였다. 원주생명농업(유)은 원주생협이 73%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작목반장들이 출자하여 설립하였으나, 그 후 생산자조합원의 참여도를 높여 2009년 말 현재 원주생협은 자본금 3억원의 32%를, 나머지는 38명의 생산자조합원들과 (사)두레생산자회(수도권의 대표 생협사업연합조직인 두레생협연합에 공급하는 전국 생산자모임)가 소유하고 있다.
물류센터가 2004년 12월 준공되어 집하장과 저온저장고, 사무실 등을 갖추게 됨에 따라 날개를 날개되었다. 이제 원주생협의 생산자 조합원들은 생산물을 전부 원주생명농업(유)에 판매하고, 원주생협은 생산자 조합원으로부터 구매를 하지 않는다.
<표1>에서 보듯이 2009년 말 현재 원주생명농업(유)은 총 15억8천8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품목군별로 보면, 주곡(35%), 과일(25%), 채소(24%), 가공(10%) 등으로 농산물이 거의 대부분으로 축산물은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표2>는 거래처별 매출액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두레생협연합의 비중이 80%로 압도적으로 높고, 반면에 원주생협을 통한 지역 내 판매비중은 6.8%에 지나지 않는다.
원주생명농업(유)은 광격리가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업지구조성 사업자금 6억원의 지원을 받아, 집하장, 우사, 분변토장 등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자체자금을 모금하여 광격리에 친환경벼 도정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도정공장은 부지 426평에 도정공장 건물 60평, 하우스 23평, 소형 RPC 구입 등에 4억6천만원이 소요된다. 자금은 원주생협생산자조합원이 1억원을 출자하고, 원주생협생산자회 자조금 가운데 5천만원을 출자금으로 전환하고, (사)두레생산자회가 5천만원을 계통출자하고, 38이북작목반이 1천만원을 계통출자, 그리고 1억7천만원(두레생산자회 1억원, 두레생협연합회 5천만원, 원혁정 2천만원)을 차입하고, 나머지 8천만원은 원주생명농업(유)이 부담하기로 하였다. 도정공장은 2009년 10월30일이 완공되어 11월9일-21일에 벼 약 500톤을 수매하는 사업을 실시하였다.
지역 내 친환경 농산물 유통 사업의 강화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
원주생협은 수도권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내 먹을거리 체계의 확립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주시에 친환경매장을 내기로 하였다, 2005년에 원주시에 사업신청을 하여 2005년 9월에 단관동에 제1매장을 내었다. 건평은 총 38평으로 실제 15평은 매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사무실, 주방 그리고 소비자위원회 사랑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장의 보증금 2000만원은 원주시가 1천만원, 원주생협이 1천만원을 부담하였다. 그리고 2009년 6월에는 무실동에 제2매장을 설립하였는데, 보증금과 집기설치비 등 3천만원 가운데 2100만원은 원주시가 900만원은 생협이 부담하였다.
그러나 표에서 보듯이 원주생협이 소비자 조합원을 상대로 판매하는 농산물 매출액은 원주 생협 생산자조합원으로부터 구매한 농산물의 6.8%에 지나지 않고, 금액도 약 1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원주생협의 2009년 총 매출액 11억 3천만((벼수매 매출액 10억4천만원 제외)의 거의 대부분(10억원 이상)은 소비자 조합원에 대한 공산품 판매이다.
왜 원주생협에 주목하는가
지역순환농업체계의 추진
원주생협은 약정생산 체계를 점차 발전시키며 친환경농업 생산의 계획화를 확대 추진하고 있으며, 유박, 천연 자재 등 친환경농자재 작목반별 공동구매, 영농일지 작성 의무화 등 생산관리 능력을 향상시켜왔다.
원주생협은 2007년 마을단위의 유축복합영농구조를 통한 지역순환농업체계 실현을 사업목표로 천명한다.(<그림1>의 지역순환농업 모식도 참조) 유기축산․한우작목반 구성,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친환경농업지구 지정(이 사업으로 3동의 우사와 지렁이 양식장, 분변토장, 집하장 건립 등), 2007~2008년 2년에 걸쳐 두레생협연합회 조합원들의 송아지 입식기금 모금(총 4억330만원)과 50여 마리의 송아지 입식, 친환경 벼 전문도정공장 신설, 2009년 지역순환농업 선포식 등의 사업을 통해 마을 순환농업 모델인 ‘유축복합영농 마을만들기'의 인프라를 조합원들 간 협동과 생협 전체의 연대활동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일례로 우분을 활용한 지렁이 분변토와 퇴비, 쌀겨 등을 경종농업에 활용하고 유기농 볏짚과 왕겨 및 미강, 옥수숫대와 호밀 등을 축산에 사용해 지역순환농업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총 34농가 500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으며, 도정시설, 지렁이 분변토 제조시설 등을 갖추었다.
원주생협은 이러한 지역순환농업의 추진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외부 자원을 활용한 유기농업으로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 단적으로 유기농업을 실현하는 생산지들이 대부분 유박과 같은 자재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고, 원주생협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유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유박은 대부분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으므로 유가상승과 환율급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라 생산비가 많이 상승했다.
둘째, 단작 중심의 대량생산에 따른 문제이다. 최근 단작중심의 대량생산을 통한 투기성 농업이 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자연재해나 연작 피해 등이 발생하면 2~3년 동안 농민들의 가계 운영에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정상적인 생산이 되었다 하더라도 시중의 홍수 출하 등으로 가격이 폭락하여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셋째, 자재의 안전성 확보 부족이다. 유박과 같은 자재는 대부분 계골분 등의 축산 부산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축산 부산물들은 항생제 등으로부터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한 자재로써 유기농업의 토양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이 외부 의존 형태의 농업은 유기농업의 생산기반을 지키고 강화시켜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주생협은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의 생산기반을 지키고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 지역순환농업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원주생협의 친환경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자립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지역순환농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주생협은 이러한 지역순환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방향으로 세 가지의 공유를 제시한다. 첫째, 자본의 공유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물류전문사업단인 농업회사법인 원주생명농업(유)의 법인 성격을 주식회사로 변경하고, 생산자 조합원 1인당 100만원씩 전면 출자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둘째, 운동의 공유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 개인의 순환농업에서 연대와 협동을 통한 지역순환농업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셋째, 사업의 공유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도정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도정공장의 건립에 생산자들은 총 자금 4억6천만원 가운데 1억원을 출자하고, 생산자 수매자조금 5천만원을 출자전환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부족한 자본금 충당에 소비자 조직이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도 중요한 점이다.
지역 먹을거리 체계의 확대
원주생협은 수도권의 소비자조직(두레생협연합회 등)과의 직거래 외에도 지역 내 친환경농산물 소비의 조직화를 통해 점차 유통구조를 안정시켜가고 있다. 원주시내 두 곳의 매장사업, 무점포 공급사업, 농민장터사업, 어린이집 급식과 학교급식 공급사업 등을 해왔다.
원주생협은 2006년부터 지역의 관련 단체들과 함께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을 전개하고 지역 내 학교급식을 확대하기 노력하고 있다. 원주생협은 2008년 지역사회의 협동조합운동 네트워크조직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단체들(원주한살림생협, 원주가농영농조합, 남한강영농조합)과 함께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 전문사업단인 원주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창립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주생협은 급식지원센터의 설립을 주도하였을 뿐 아니라, 원주생명농업의 물류 및 도정 공장 등을 이용하도록 하고, 회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친환경급식센터의 실제 기획 및 운영 총괄업무는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사업단이 하고 있다.
원주시가 2008년부터 학교급식지원용 예산으로 5억1,400만원을 집행하게 됨에 따라 원주생협 물류센터는 원주산 무농약쌀(공동 브랜드 ‘해울미’)을 읍면지역 초등학교 22개교에 총 53톤을 공급하였으며, 2009년에는 읍면지역 초중등학교는 물론 농촌지역 어린이집 40여 개소, 상지대 학교식당 등에 해울미 143톤을 공급하였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에 기초한 도농상생과 도농교류사업
원주생협이 생산 및 소비를 조직할 수 있었던 것은 농민 조합원들이 원주생협의 친환경농산물 판로확보 능력을 신뢰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원주생협의 친환경농산물 생산 및 관리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농교류 사업을 통해 ‘얼굴이 보이는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원주생협이 추진해온 도농교류는 일회적인 도농교류 행사나 직거래사업의 단순 보조활동이 아니라, 도농상생형 도농교류라는 데 특징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오리 및 우렁이 입식행사, 복숭아꽃 축제, 풍년 기원제, 여름땀방울학교, 가을걷이행사, 겨울산골학교, 대보름맞이 행사, 농사체험 등 조합원이 주최하고 도시소비자 조합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도농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수도권 및 원주지역 도시민들과 교류하고 있다.
이러한 도농교류 사업은 현재 많은 생협들이 추구하고 있는 도농교류사업의 모델이 되었다. ‘얼굴 있는 농산물’의 지속적인 교류에서 시작해 농민들과 도시민들이 함께 나누는 농사와 농촌생활의 경험을 통해, 농민들은 도시민들을 친근한 이웃처럼 대하고 도시민들은 농민과 농업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도농간 이해와 협력, 도농상생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된다. 그 대표적 사례가 두레생협연합회 회원생협의 조합원들이 2006년 송아지 세 마리를 입식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7년 1억9,555만원, 2008년도 2억775만원의 한우 입식기금을 모아 원주생협의 한우농가를 지원하였다. 소비자들은 1좌당 5만원씩 지원하였는데, 1좌 5만원을 지원한 소비자에게는 1년 후 도축하여 소비자 가격 6만5,000원어치의 고기로 상환하고, 4좌 20만원씩을 지원한 소비자에게는 5%의 이자를 붙여 원금을 상환하였다. 이 기금을 활용하여 원주생협 21농가에서 소규모로 한우 사육을 하는 등 유축복합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원주생협은 두레생협연합회와 화천38이북영농조합과 함께 (주)두레축산을 설립하였다. 현재 두레축산에 에 한우를 공급하는 원주생협 한우작목반원은 2009년 말 현재 34농가로 약 700두를 사육하고 있다.
민주적 사업조직과 실무자들의 헌신성
원주생협은 다음 <그림2> 같이 대외적으로는 ‘원주생협’으로 통합 지칭되지만, 운영의 독립성과 유기적 운영구조 등을 고려할 때 크게 원주생협과 원주생명농업(유), 원주생협 생산자회와 소비자위원회 등 네 부문으로 구성된다. 각 주체들의 활동과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대 초 그동안 원주생협 내에서 친환경농업의 생산‧가공‧유통이 이루어지던 사업체계를 개혁하기 위해 2002년 7월 ‘원주생협 생산자회’가 결성된다. 원주생협 생산자회는 지역작목반 9개(광격영산, 광격샘골, 광격본동, 대덕노월, 주산리, 호저서부, 흥업면 대안리, 횡성군 청일면, 횡성군 부곡리), 품목(쌀, 한우, 복숭아, 채소), 작목반 4개 등으로 구성된다. 산하에 수매 자조회를 결성, 생산자립기반 조성을 위한 자조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자회의 2009년도 주요 활동은, 지속적인 한우 입식에 의한 자가 유기퇴비 확보 노력, 친환경 도정공장 설립 참여로 부산물 활용, 주요 과채류의 홍수출하 해소, 김장생산품 생산 확대로 결품 방지, 흰콩 식재 기반 확대(논두렁 및 감자밭 후작)에 의한 무농약 메주 출하 기반 구축, 지역농민 연대활동 적극 참여(원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면조직 결성), 지역 소비자들과의 교류활동 활성화(복숭아꽃축제, 단합대회, 단오제 도농교류사업, 도농 여름땀방울학교, 농촌체험교류행사 등), 채소작목반 및 복숭아작목반의 정비 등을 들 수 있다.
원주생협은 2004년 3월에 수도권 물류 등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을 담당하는 자회사 사업단으로서 농업회사법인 ‘호저생명농업유한회사’(그 후 ‘호저’를 ‘원주’로 개칭. 이하 ‘원주생명농업(유)’)를 설립한다. 2010년부터는 그동안 원주생협의 자회사적 성격에서 탈피하여 상호 독립적이되 유기적 관계로 재편하였다. 원주생명농업(유) 대표와 원주생협 이사장은 상호 당연직 이사를 맡게 되었고, 양쪽 실무진들의 인사권은 공동으로 설치 운영하는 별도의 인사위원회에서 맡는다. 인사위원회는 양쪽의 각 2인씩 4인과 위원장(원주생협 이사장) 등 5인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원주생협은 그림8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주생협 본부, 생산자회와 소비자위원회, 원주생명농업(유)로 구성된 네 개의 사업 단위를 두게 된다. 원주생협 본부는 원주지역 내 물류사업(점포사업, 무점포사업, 지역판촉 등 지역 내 사업), 조합원 조직사업, 연대사업, 도농교류 등 각종 기획 사업을 담당하며, 원주생명농업(유)는 수도권에 소재한 생협 등과의 농산물직거래사업 그리고 원주시 학교급식 식재료공급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 원주생협은 조합원 구성원들의 특성을 고려해 생산자회와 소비자위원회의 독자적인 운영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주요 의사결정은 원주생협 전체단위에서 내리는 등, 분권과 집중의 운영방식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연 1회 총회를 개최하며, 주요한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담당한다. 이사회는 생산자 조합원인 이사장을 비롯해 생산자 이사 3명, 소비자 이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산자회 회장과 소비자위원회 위원장은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도록 되어있다. 생산자회와 소비자위원회는 각각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들이 참여해 상당한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생산자회는 작목반 활동, 약정생산, 생산관리, 자조금 운영 등 원주생협 친환경농업 생산을 총괄적으로 기획・추진하며, 소비자위원회는 소비자조합원 소모임 활동 등 원주지역 소비자 조합원 확대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원주생협은 특정한 개인이나 소규모 리더그룹의 리더십에 의해 운영되기 보다는 지역간, 세대간 안배에 의해 형성된 임원진들의 집단적 리더십과 조합원들의 참여에 의해 운영되었다. 생산부문을 중심으로 이러한 특징을 좀 더 살펴보면, 우선 이러한 집단적 리더십이 가능했던 것은 주요 농민 조합원들이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논 농업은 물론 과수, 채소, 잡곡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해 직거래하는 사업구조이었기 때문에 집단적 리더십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은 현재 13개의 지역별, 품목별 작목반장이 운영위원으로 참가하는 생산자회와 원주생명농업(유) 운영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농업 조직화와 도농 직거래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원주생협과 같은 조직에는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다양하고 방대한 경영활동을 전담할 경영인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호저 소협 이후 노윤배(1992-94년), 송봉규(1994-97년), 김용우(1997-2002년), 조세훈․노윤배(2002-현재) 등 유능한 실무자들이 헌신적으로 사업을 총괄하였다. 이들은 지역대학(송봉규는 상지대학, 나머지는 모두 연세대 원주캠퍼스) 출신으로 원주지역의 협동운동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노윤배 국장은 1992년 3월 호저소협에 입사한 후 94년 4월 퇴사하여 5년간 울산, 천안, 평택 등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후 99년 7월에 재입사하여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원주생협의 대들보와 같은 존재이다. 노윤배 국장은 원주생명농업의 직원(사업부장)이면서 동시에 원주생협의 사무국장일을 함게 하고 있다. 노윤배 국장은 원주생협을 원주 지역 전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희망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지역사회 사회경제적 조직과 활발한 연대 사업
원주는 70년대부터 협동조합운동과 농민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 온 지역으로서 생협운동, 신협운동, 농민운동, 친환경농업 및 도농 직거래운동이 발달하였다. 원주생협도 이러한 지역의 문화 속에 양성된 활동가들이 조직의 중심주체로 참여해 일구어온 대표적인 협동조합조직이다.
현재 원주생협 운영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지역사회 연대조직으로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 이 네트워크에서 조직한 원주친환경급식지원센터 그리고 원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이 있다. 다른 지역의 친환경 영농조합들에 비해서 지역연대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편이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초기 생산자 중심의 생협에서 생산자․소비자 공동 참여형의 생협을 발전시키게 되었고, 지역 내 유통망(매장사업 및 무점포 공급사업) 및 급식사업 확충의 사업 신장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소비자, 생산자 공동 참여에 의한 도농공생형 협동조합으로서 발전 과제와 전망
원주생협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09년도 사업 목표를 ‘자립 생협 모범의 해’로 설정하고, ‘생산자회와 소비자위원회의 자립 활동 활성화, 원주생명농업(유)과 무점포사업 및 매장사업 등 사업장별 자립경영 추진, 지역 농업단체와 협동운동단체들과의 연대 활성화로 원주권역 지역농업 주체로 자리매김‘ 등을 세부 목표로 추진하였다. 자체적으로는 지역순환농업 기반구축을 이루었으며, 각 사업장이 자립기반을 갖추는 등, 지역순환농업과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선도단체로서 발돋움 하였다고 평가한다. 소비자․생산자 공동 참여에 의한 도농공생형 협동조합으로서 새로운 사례를 만들고 있는 원주생협이 그동안 조직운영과 사업경영을 토대로 지역순환농업과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선도단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크게 네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생협본부-원주생명농업(유)-생산자회-소비자위원회) 간에 업무영역의 효율적으로 분담하고 활동의 연계성을 제고해야 한다. 최근 들어 사업 확장과 조직체계 재편에 따라 제한된 실무역량에 다양한 업무활동의 부담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각 단위의 자립적 운영구조를 안착시키려다 보면, 업무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지거나 상호 통합적 연계운영이 소홀해지기 쉽다.
둘째, 생산자 및 소비자 조합원들의 참여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제와 참여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원주생협에서는 2010년에는 생산자 조합원들의 출하 집중도를 높이고 출하전문사업단인 원주생명농업(유)의 주식회사 전환에 조합원 전원이 100만원씩 주주 참여를 결의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의 장기 비전과 추진전략 등에 관한 설명회 및 조합원교육 등을 통한 구체적 참여의지를 끌어내는 다양한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출하 농산물의 소포장 및 가공사업에 생산자 및 소비자 조합원들의 참여 기회들을 확대하는 것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먹을거리 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셋째, 생산자․소비자 공동참여형 생협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 조합원들이 단순히 물품을 공급받는 데서 나아가 지역농업, 지역 먹을거리 생산에 적극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제철꾸러미사업이나 도시농업 활동, 그 외 생산기반 조성에의 다양한 기획(쌀 약정 선수금제나 소 입식자금 등)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활동을 펼친다면, 좀 더 강화된 도농간 회원제 직거래 방식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먹을거리 체계의 다양한 구축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넷째, 지역순환농업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는 만큼, ‘농촌다움’을 유지․재생하고,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활동도 적극 펼쳐 농업생산조직으로서만이 아니라 농촌주민으로서의 삶의 질 향상에도 힘을 쏟는 것이다. 살고 있는 마을을 농촌답게 만들어가는 것은 생산자 스스로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생산자․소비자 공동참여형 조직의 일원으로서 지역 내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쾌적한 쉼터이자 농촌체험학습의 장을 제공하여 생산물 나눔이 삶의 나눔으로 나아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생협의 매출이 현재는 수도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지역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내 지역먹을거리 체계 구축에도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20년간 축적해온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에다 현재 본격 추진하고 있는 지역순환농업 체계 구축이 심화된다면, 자체 평가대로 지역순환농업과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선도단체로서 그리고 생산자․소비자 공동참여형의 새로운 지역 협동조합 모델로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수십억 원의 막대한 정부지원을 받아 눈에 보이는 건물과 각종 설비를 갖추고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고자 하는 여타의 농촌사업과 비교하면 원주생협의 성장은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지역순환농업과 지역먹을거리 체계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생활 속의 협동과 희망의 연대를 생산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들이 함께 만들어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자립적 지역경제 살림운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원주생협의 창립을 기념해 김봉준 판화가가 그린 판화에는 '서로살림'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원주생협의 설립취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생산자 간 협동으로 서로 살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대로 서로 살리는 세상을 위해서 원주생협은 ‘작은 거인’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 원주생협 정기총회에서 원주생협 이완용 이사장의 말로 작은 거인의 내일을 전망해본다.
“2009년 11월에 우리 조합원님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친환경 도정공장을 호저면 광격리에 설립하여 원주생협이 유기농업의 발상지로써 자존심을 갖게 되었고, 유축복합순환농업을 실천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들에게 자신 있게 한발 더 다가가는 산지로써 자리매김 하게 되었습니다. 생산자 조합원님들이 스스로 출자 배가운동을 하여 공장설립자금을 마련하는 뜨거운 열의는 용광로보다 뜨거웠고, 원주생협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제 이 튼튼한 반석을 무대로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님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나씩 함께 꾸려 나가고자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착한 생산자, 착한 소비자 조합원이 되는 것입니다. 생산자 조합원은 지금보다 더욱 철저한 농산물 품질관리로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하며 또한 새로운 품목개발과 농산물 가공사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야 되겠습니다. 소비자 조합원은, 생활 속에서 편하게 필요로 해서 생협 매장을 이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착한 생산과 착한 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희망을 주고 보람을 찾는 일에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착한 사람들의 많은 활동이 요구되어지고 있으며, 착한 일을 할 마당이 이미 펼쳐져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더 크게 더 많이 마당을 만들 것입니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 / 지역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