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스 블루랩소디
가을날 여행에서 그대와 함께 했던 불란스식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이면 좋을 프아그라 숙취에 적당한 블랑케트
부침개같은 크레페 삶은 소라의 깔끔한 맛과 비슷한 에스까르고
간혹 우울할 때 유럽풍 음식으로 달랜다.
강변과 호수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미셀 사르두 감미로운 샹송을 들으면서
전람회에서 피터 도이그의 몽환적인 회화를 감상하면서
그대의 머릿결에서 나시원피스에서 샤넬향수 넘버5의 매혹적인 향이 감각적이고
살짝 선잠이 들면서 꿈 속에서 머물면서 항시 현실에서 도피하는 심정으로
홀로 차 안 운전석에 기대어 도시의 우울함을 맛본다.
젊은 시절에는 진보와 정의를 추구하지만 역사는 백성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인류는 진화하고 인간은 변화를 택하게 마련이다 그대도 배반의 길에 올라 탄다
부르봉왕가의 루이16세처럼 처형당한 역사는 대학 강의 속에서는 나올 법한 사건이건만
현재도 일어나는 정치적 파문이다. 법은 해석에 연유하고 권력에 연유하고 결과에 그 민낮이 느껴진다.
프랑스 낭만주의자들에게는 엄청난 슬픔이었던
39살의 나이로 피아노의 선률에 사라진 쇼팽의 일화들이 꿈처럼 여겨지는 오늘의 역사 속에 묻혀서 살아 간다.
그대는 분홍색 손수건을 팔목에다 매고선 19세기의 순수와 낭만을 이야기하지만
권모와 술수로 편가르기하는 헤게모니 정치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면을 투영할 뿐이다.
혁명은 유리창처럼 투명해야지만 버틸 수 있고 거울처럼 자신만 비추어서는 실패를 맛볼 것이다.
낙엽은 떨어지면 그만인 것이지 봄은 다른 새로움을 가져다 줄 뿐이다. 시간은 바람에 날려가고
최루탄의 연막 속에서 그대는 젊음을 보냈고 또 다른 삶을 위해 학업을 택한 프랑스 유학은
삶의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 감당해 낼 수 없었고 낭만과 자유를 그리고 허무를 느끼게 되리라고는 몰랐을 것이다.
권력은 소수만을 위한 전유물이지 군중은 수단에 불과할 뿐 성취하면 이루어질 것 같지만
다시 실망으로 또 다른 변화를 갈구하는 시대적 유물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마리옹 꼬티아르의 냉소적이면서도 우아한 모습에
그녀의 영화도 여러 번 보고 톡특한 세르주 라마의 샹송도 즐겨 듣지만
그대는 핑크뮬리그라스 가득찬 들판이 보이는 카페에서 에디프 삐아프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나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 풍경이 담긴 그림은 색바랜 채 벽에 걸려 있고
서부영화 장고의 콜트 싱글액션아미 총소리가 그대의 주변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