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魯門泛舟二首(동로문범주2수)
李白(이백)
[一]
日落沙明天倒開(일락사명천도개),
波搖石動水瀠洄(파요석동수형회)。
輕舟泛月尋溪轉(경주범월심계전),
疑是山隱雪後來(의시산은설후래)。
해는 지고 모래밭 밝은데 물에 비친 하늘 거꾸로 열리고
물결 흔들리니 돌도 움직이는 듯 하고 물은 소용돌이치네.
가벼운 배 달밤에 띄워 계곡 찾아 돌아드니
산음(山陰)에 눈 내린 뒤 온 것 같구나.
[二]
水作青龍盤石堤(수작청룡반석제),
桃花夾岸魯門西(도화협안노문서)。
若教月下乘舟去(약교월하승주거),
何啻風流到剡溪(하시풍류도섬계)。
물은 청룡이 되어 돌 제방을 휘감고
복사꽃은 강가 언덕을 끼고 노문의 서쪽을 향하는구나.
만약 달빛 아래 배 타고 떠나게 한다면
어찌 섬계(剡溪)로 가는 풍류만 있겠는가?
<원문출처> 東魯門泛舟二首/作者:李白 唐
全唐詩·卷179
---------------------------------
◯ 東魯門(동로문) : 연주(兖州)의 성 동쪽.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 동로(東魯)는 원래 춘추시대의 노(魯)나라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노나라가 있었던 지역, 즉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으며, 이백은 737년 이후 몇 년 동안 동로에 우거하였었다.
◯ 沙明(사명) : 물가의 모래밭이 달빛에 빛나고 있음을 말한다.
◯ 天倒開(천도개) : 하늘이 수면에 비치다.
◯ 瀠洄(형회) : 물이 소용돌이치다. 맴돌다.
◯ 泛月(범월) : 달 아래 배를 띄우다.
◯ 山隱(산은) : 山陰(산음). 옛날의 현명(懸名)으로,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 동진(東晉)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다섯째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산음에 거주했었다.
◯ 盤(반) : 빙빙 돌다. 둘둘 휘감다.
◯ 石堤(석제) : 돌 제방.
◯ 何啻(하시) : 어찌 ~뿐이랴.
◯ 風流(풍류) : 고상한 행동. 속사를 떠나 풍치(風致)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
◯ 剡溪(섬계) : 지금의 절강성 승현(嵊縣) 남쪽에 있는데 조아강(曹娥江)의 상류로 경치가 좋은 곳이다. 왕휘지의 친구 대안도(戴安道:戴逵)가 당시 섬현에 살고 있었는데 왕휘지가 대안도를 만나러 섬계에 왔다가 그를 만나지 않고 되돌아 간 것을 비유한 것이다.
-------------------------------------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이백은 당(唐) 현종(玄宗) 개원(開元) 25년(737년) 이후 몇 년 동안 동로(東魯)에 우거(寓居)했는데 동로에서 밤에 배를 타고 지은 시이다.
이백이 동로문의 해자(外濠)에서 놀며 왕휘지가 눈 내린 밤에 배를 타고 친구인 대안도를 만나러 간 고사를 인용하며 달이 밝은 물가의 정경과 물굽이를 바라보며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시이다.
------------------------------------
李白(이백) : 701 ~ 762년.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힌다. 이 두 사람을 합쳐서 ‘이두(李杜)’라고 칭하고 이백을 ‘시선(詩仙)’이라 부른다.
-----------------------------------
<세설신어(世説新語) 권23.임탄(任誕)>
47. 王子猷居山陰,夜大雪,眠覺,開室,命酌酒。四望皎然,因起仿偟,詠左思〈招隱詩〉。
忽憶戴安道。時戴在剡,即便夜乘小船就之。經宿方至,造門不前而返。人問其故,王曰:「吾本乘興而行,興盡而返,何必見戴?」
왕자유(王子猷:王徽之)가 산음(山陰)에 거주할 때 밤에 큰 눈이 내려 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고 술상을 차리라고 하였다. 사방이 눈으로 환하게 빛나 일어나서 이리저리 걸으며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읊었다. 문득 친구인 대안도(戴安道)가 생각났다. 당시 대안도는 섬현(剡縣)에 살고 있었으며, 왕자유는 밤인데도 즉시 작은 배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 밤을 꼬박 새워 그곳에 비로소 다다를 수 있었는데, 대안도의 집문 앞에 이르자 들어가지도 않은 채 되돌아왔다. 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묻자 왕자유가 대답했다. “내가 갈 때는 흥에 겨워서였는데 그곳에 도착하자 흥이 다 사라져 버려 되돌아왔는데 어찌 꼭 대안도를 만나야했는가?”
◯ 王子猷(왕자유) : 왕휘지(王徽之) 字는 자유(子猷)이며 동진(東晉) 왕희지(王羲之)의 아들이다.
◯ 戴逵(대규) : 대안도(戴安道). 동진(東晋)의 화가이며 음악가로 字는 안도(安道)이다. 초군(譙郡) 질현(銍縣) 사람으로 회계(會稽) 섬현(剡縣)에서 거주했다.
------------------------------------
[출처] [全唐詩(전당시)] 東魯門泛舟(동로문범주)/東魯門泛舟二首(동로문범주2수) - 李白(이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