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내용 요약
러군, 동부 지역 포격전 대공세 시작 따라
바이든 "무기 지원으로 러 패퇴시킬 것"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스팅어 미사일에 맞아 러시아 헬리콥터가 폭발하고 있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침공 8주만에 동부 돈바스 지역 집중 공략 전략으로 전환함에 따라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빨라지고 있다. 침공 이래 수도 키이우 등지의 공략에서 대실패를 경험한 러시아군이 러시아 본토와 가까워 보급이 쉬운 동부의 평야지대에서 대규모 포격전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하는 서방의 무기도 장거리 포사격이 가능한 중화기와 전투기 등 원거리 공격용 무기들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 같은 상황을 전하는 기사를 "경주가 시작됐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전쟁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시작됐다. 저격용 소총, 헬멧, 응급의료키트, 암호 통신, 탄환과 견착식 스팅어 및 재블린 미사일이 전쟁의 아이콘이 됐다.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를 방어하고 러시아군을 북부에서 격퇴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하는 전략을 시작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들을 서둘러 공급하고 있다.
서방은 곡사포, 대공 미사일, 대함 미사일, 공격용 드론, 장갑 트럭, 장갑 병력 수송 차량과 탱크 등 사거리가 긴 무기들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무기가 "동부 지역 러시아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 "무기를 계속 공급하면 푸틴의 우크라이나 장악 실패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19일 기자들에게 미국이 더 많은 대포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일내 추가 무기지원방안으 공표할 예정이다. 추가 지원규모도 지난주 지원한 8억달러(약 9916억원)와 같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중화기 위주 지원 전략은 그러나 한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다른 나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에 서방의 "민감한" 무기 지원이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경고가 무기 지원이 전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최소한 미국 정부내에선 러시아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볼만한 무기를 공급하면 안된다는 우려가 사라졌다. 당초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등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를 공격해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미 당국자들은 현재 러시아내 기지 관련 정보를 어디까지 우크라이나에 전달해야 하는 지를 파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러시아 영토내 연료저장고를 공격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로켓포와 지상공격기, 중거리 드론 등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지원을 자제해 왔다.
일부에선 미국이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비판한다.
프레데릭 호지스 전 유럽주둔 미 육군 사령관은 "7주전, 스팅어 미사일을 줄 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라고 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면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들도 확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무기 지원에 신중하다. 독일은 세계최고의 장갑차로 간주되는 마르데르 보병전투차량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독일과 NATO가 참전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왔다.
독일 정부에서 영향력이 큰 로베르트 하벡장관은 탱크를 지원하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며 이는 나토와 유럽연합(EU)이 사전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화기들은 탱크와 동의어이며 모든 나토 회원국들이 현재 자신들이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원을 배제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화기 지원 결정은 동맹 차원이 아닌 각국의 주권적 결정이다. 이미 미국 등 많은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군이 익숙한 소련 시대 중화기와 함께 사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서방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우크라이나 동부 인접국에서 들어오는 새 무기 공급로를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새로운 위험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공격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나토 회원국까지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영토의 "단 한치"라도 군사적으로 지킬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무기 지원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전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러시아군은 지금까지와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 평야지대에서 더많은 탱크와 장거리포, 공격용 드론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 비회원국을 포함한 약 30개국이 참여하는 서방의 무기 지원은 막대한 규모다. 현재로선 소련제 탱크, 대포, 전투기 중심이지만 서방이 만든 무기도 추가되는 중이다. 특히 소련제 152mm 곡사포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토는 이에 상응하는 155mm 곡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155mm 곡사포와 4만발의 포탄을 지원하는 한편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등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해온 나라들로부터 소련제 무기를 사들이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호지 장군은 이런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초기엔 많은 나라들이 앞다퉈 지원 사실을 공개했지만 현재는 대체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는 방법 등을 포함해 많은 것들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유럽미군사령부(EUCOM)와 영국과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공여자조율센터(IDCC)가 맡아서 조율하고 있다.
EUCOM은 지난달초 "전세계에서 쇄도하는" 무기와 인도적 지원을 조율하는 "통제센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미국이 올해 14개국이 지원한 제공한 방어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을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를 지원했는지를 러시아가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1억유로(약 1337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했다고 밝혔으나 어떤 무기를 지원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라는 곰을 자극하길 원치 않는다. 폴란드는 소련제 T-72 및 T-55 탱크 100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폴란드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체코정부는 T-72 탱크와 BMP-1 장갑차를, 슬로바키아 정부는 소련제 S-300 대공미사일을 지원한 사실을 널리 공표했다.
독일의 경우 자국군이 사용중인 장갑차의 여분이 부족해 지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나아가 첨단 영국, 미국, 독일제 탱크 운전법을 배우는 데는 6개월까지 걸린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무거운 미제 탱크를 공급할 시간이 없다. 대신 동유럽 각국들이 보유한 소련제 무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전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미국이 나토 동맹국용 장비를 지원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소련제 탱크와 대공미사일을 긁어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바로 이런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달 9일 슬로바키아를 방문해 S-300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대신 미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옛 소련 동맹국들과도 유사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원에 감사하면서도 더 많이 더 빨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어떤 나라 지도자가 어떤 무기가 필요하냐고 물을 때마다 속을 터진다. 벌써 일주일전에 말했는데 말이다"라고 했다.
한편 구식 대공미사일이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공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현재까지 미국은 약 7000개의 재블린 미사일을 지원했다. 미국이 보유한 비축량의 3분의 1 가량이다. 이를 다시 주문해 채우는데 3~4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주 미 국방부는 8대 군수업체 대표들과 회의를 가졌다. 미군의 무기 비축을 채우고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를 논의한 것이다.
미국이 지원한 무기가 26억달러(약 3조2240억원) 규모이며 EU는 15억유로(약 2조78억원) 규모다. 앞으로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 지는 추산하기 어렵다. 서방은 무기 이외에도 정보도 지원해 우크라이나군 작전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동맹국들은 2만5000여개의 대공무기와 6만개의 대전차무기를 지원했다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지난주 의회에서 밝혔다. 미국은 이중 대전차 무기 1만개를 지원했다.
미국은 또 5000만발의 탄약과 7000정의 소형 무기, 7만5000개의 개인 보호 장구와 헬멧, 야간 투시장비, 암호무전기, 장갑 트럭 및 병력수송 차량을 미국이 유럽에 보유한 무기고에서 지원했다.
미 국방부는 백악관의 승인 지원이 떨어지면 4~6일 사이에 화물기에 실어 폴란드, 루마니아의 미군 기지로 보내고 있다. 그곳에서 수백대의 트럭 등 육상 운송수단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들여보내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폴란드 등지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되기까지 약 24~48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8~10차례 전세계 각국에서 화물기가 튼다. 물자들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겠다고 말만하지 실제 행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다른 지역 전투에 신경쓰면서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를 겁내고 있다고 말한다.
무기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영국은 5억8800만달러(약 7292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해왔다. 주로 대전차미사일과 대함 미사일 및 장거리 대포다.
전쟁 도중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약 12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이미 미국에서 첨단 공격용 드론 사용법을 배웠다. 미국은 약 700대의 스위치블레이드 드론을 지원하고 있다. 스위치드론은 일명 "자살공격 드론"으로 배낭에 매고 운반할 수 있다. 이 드론은 적 탱크 또는 부대에 직접 충돌해 폭발한다.
프레데터나 리퍼처럼 보다 큰 공격용 드론은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기가 어렵고 러시아 전투기에 쉽게 공격당한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러시아 기갑부대를 상대하는데는 소형 자살공격형 드론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미 백악관이 지난주 8억달러 지원을 발표한 뒤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인접국에서 레이더 시스템과 155mm 곡사포 및 11대의 Mi-17 헬리콥터 등 장비 사용법을 훈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