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그림 맞추기
정채원
내 오른쪽 어깨가 네 왼쪽 겨드랑이에 들어가
딱 맞아떨어지던 기억이 있다
너와 나 사이, 막막한 바다 위에
가라앉지 못하고 떠다니는 것이 있다
파도와 바람이 휘저으면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다시 흩어진다
그 동안 숱한 생물들이 멸종했다
너는 뜨겁지만 늘 건조하다 모래바람이 인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쩍 쩍 갈라진다
느닷없이 내겐 번개가 치고 스콜이 쏟아지기도 한다
집 뒤 무덤 가에서 나는
손잡이가 떨어져나간 푸른 꽃병을 하나 발굴했다
네가 사는 동네에서도 깨어진 꽃병
손잡이를 캐내 버린 적이 있다고 들었다
내 기억의 볼록한 해안선이 너의 만곡부에 꼭 들어맞는다
남아메리카 동부 해안과 아프리카 서부 해안처럼
2억 년 전에는 하나였던 대륙
― 웹진《시인광장》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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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원 / 1951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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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그림 맞추기 / 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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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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