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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영화관 1층.....
매점 주인이 건네주는 담배를 잡고서 인우가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그리고 점점 그
를 둘러싸는 듯한 두려움과 분노에 점점 정신까지 희미해져 갔다.
왜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은 한영의 눈을 보고 도망치듯 이곳에 와있는지 그 이유를 인우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요즘 들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일까? 아님.....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외면하면서까지 한영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죄책감 때문인지...... 그 모든게 그 이유였다.
기연이.... 기연이와 연락을 안한지가 그를 알고 나서 처음으로 한달이 넘어가는 걸 인우도
알고 있었다.
한영이의 생일날 이후로..... 기연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고.. 기연도 절대로 인우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찾는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기연이 지냈던 그 까페에 가서 일하는 사람 한 두 명 만나면 지금의 연락처나 그가 현재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찾아가려고 옷을 입을 때마다 인우를 잡는 것은 또
다시 한영을 두고 기연과 경쟁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그만두었던 그였다.
지금의 그녀는 자신만의 것이었다. 그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인
우와 가까이 있었다.
기연이보다 더 그를 힘들게 했던 영민.... 지금의 그도 그가 사랑하는 그 여자일 때문에 집까
지 나와 있는 상황..... 인우는 자신에게 행운처럼 떨어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예전...... 가끔씩 기연을 보며 자신보다 더 친근감을 보이던 한영을 볼 때 보다
더 그는 불안했고... 초조했다.
그 모든게 인우가 점점 한영에 대한 욕심을 점점 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툭치는 느낌이 들어 담배를 쥐고 있던 손을 피는 인우..... 너무 손에 힘을 주어
서 일까 담배곽이 이리저리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 아직 안 갔구나? ”
이제는 친근하기 까지 한 예지의 목소리에 인우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녀를 향해 돌아
서지도 않은채 한영이 기다리고 있는 밖으로 나가려고 발걸음을 뛰었다.
점점 그를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 그러다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예지 때문에 그 자리
에 선다.
“ 나 오늘 너 네 집에 갈 거야. 너희 엄마가 전화하셨더라고.... 꼭 오라고... ”
그가 서자 재빨리 인우의 앞으로 뛰어오는 예지가 환하게 웃는다.
“ 오늘 너희 아버지 무슨 기념행사 하신다며? 원래는 어머니가 가셔야 하는데... 몸이 좀 안
좋으시거든..... 뭐 전해드릴 것도 있고.... 그래서 지금 너희 집으로 갈 생각이야. 일찍 가서 일
도 좀 도와드리려고..... 너도 같이 지금 가지 않을래? ”
처음엔 보기에도 좋아 보이는 외모에 살짝 마음이 끌렸던 것 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영이에게 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의 마음을 가지려고 했던 일들도 신경이 많이 쓰여
가끔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가슴이 떨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우는 자신을 각인시
키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 너무나 싫고 불쾌하다.
“ 맘대로 해. 난 오늘 집에 안 들어 갈 거니까.. ”
“ 오늘 너희 아버지 생신이야....... 잊고 있었니? ”
생신? 갑자기 오늘 아침 메뉴가 미역국이었고 엄마가 나가려는 인우에게 전화를 한다고 했
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그는 또 다시 자신의 엄마가 쓸데없는 일로 불러들일까봐 전화기를 꺼둔 상태였다. 안갈 수
도 없는 상황 그때 그의 머릿속에 그녀의 일을 아버지에게 말했을 당시 한번 한영을 보고 싶
다는 말을 했던게 불연 듯 생각이 난다.
한영일... 부모님께 소개를 시킨다면...... 분명 한영은 자신의 집에 가지 않으려 할테지만 그
래도 어떻게서든지 그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인우는 더 이상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도에 옮
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장예지는 분명 그에게 방해가 될 것이고 어떻게든 못 오게
해야만 했다.
“ 그럼 니가 오늘 우리 집에 안 오면 되겠네. 그때 말했지? 더 이상 내 주위에 알짱거리면 참
지만은 않는다고.... "
금방이라도 자신을 죽일 듯 쳐다보는 인우를 보며 미소를 짓던 예지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
다.
“ 뭐야.... 혹시 그 최한영이라는 애를 데려가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
“ 데려갈 거야. 아버지가 데려오라고 하셨거든.... ”
“ 하여튼.... 오늘은 안돼. 절대로 ...... 내가 절대로 우리 집에 못 들어오게 할 테니까.. 생각도
하지마...... ”
“ 좋아 그럼..... 근데 우리 엄마가 보내시는 선물은 니가 가져가는 건 어때? 난 뭐... 어차피 니
얼굴 보려고 그 곳에 찾아가려 했으니까.... 이렇게 얼굴도 봤고.... 꼭 갈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 선물은 꼭 전해 드려야해. ”
살짝 자신의 손목의 시계를 보는 인우.... 30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물을 가져간다면
오지 않겠다는 예지의 말이 그의 발을 붙잡는다.
극장 앞에 서 있던 한영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해 천천히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우
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한영의 보이는 두 사람...
환하게 웃는 그 장예지라는 여자와 살짝 얼굴을 찡그리는 인우가 서로를 잠시 동안 쳐다보는
모습에 한영이 인우를 부르려고 손을 올리자 뒤를 돌아가는 그들...
그리고 한손을 인우의 팔에 끼우는 예지의 모습이 보이며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져가는 그들
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 저쪽에 있어. 내차.... 얼른 가자. ”
인우가 뿌리쳤던 손을 다시 그의 팔에 끼우는 예지를 보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인우가 소리
를 지른다.
“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 씨.... 더 이상 못 참겠어. 도대체 얼마나 주차장을 헤맨 거
야.!!! 니 차 찾느냐고.... 난 여기 있을 테니까 그 선물인지 뭔지 나한테 주고 싶으면 니가 가서
가져와!! ”
두 손을 팔장을 낀 채 쳐다보는 인우를 보며 예지가 다시 차갑게 웃음을 짓는다. 그러다 자신
의 손에 들렸던 음료수 잔을 살짝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하다 담뱃불을 붙이는 인우에게 내민
다.
“ 이거 마셔주면...... ”
얼마나 더 짜증부리는 것을 봐야 그만둘지..... 점점 인우는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한
영 때문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또 다시 유치한 말장난을 시작하는 예지.....
그 짜증스러움에 인우가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잔을 빼앗아 벌컥벌컥 들이킨다.
또 다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 주차장안으로 들어가는 영지... 그 모습을 보며
인우가 손에 쥐었던 담배꽁초를 신경질적으로 던져 버린다.
그때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 들며 점점 눈꺼풀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 뭐야.... 갑자기.... ”
점점 심해지는 어지러움과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잠이 들어버릴 거 같은 그 느낌에 점점
두려워지는 인우가 좀 전 자신을 보며 웃던 장예지의 얼굴을 생각해낸다.
“ 씨발.... 도대체 뭘 먹인 거야..... ”
갑자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인우..... 힘겹게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가까이 가려
몸을 움직여 보지만 점점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에 힘없이 쓰러진다.
한명의 남자와 인우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걸어온 예지가 천천히 인우를 향해 몸을 숙이며
그의 숨소리를 듣는다.
“ 아니.... 이 사람은 왜 쓰러져 있는 겁니까..... ”
운전기사 말에 일어서며 뒤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말하는 예지.....
“ 머리가 아파서 차에서 먹고 자려고 수면제 타놓은 콜라를 먹였거든.... 얼른 사람들 오기전
에 차에다 싫어. 양평 별장으로 가자. ”
살짝 예지를 황당한 듯 쳐다보던 운전기사가 몸을 숙여 축쳐진 인우를 힘겹게 들어 올렸다.
차로 걸어가려던 그들에게 다가가며 살짝 인우의 얼굴을 만지는 예지의 눈이 승리감에 빠져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 아무래도.... 난 너랑 쟤랑 같이 있는 꼴 못 보겠어. 분명 낼 잠에서 깨어나면 날 죽이려 하겠
지만..... 그래도.... 난 상관없어. 니가 좋으니까.... 남인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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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까지..... 모두 수고해왔다는 거 알고 있다. 힘들게 이 지역 잡은 것도 그렇고 별로 든든
하지 못한 나를 믿어준 것도 그렇고.... 하지만 이젠 너희들이 희생한 만큼 보람도 있을 거라
는거..... 내가 보장한다. 그러니... 우리... 다시 한번 힘내서.... 파이팅하자. 내말 무슨 말인지
알았지? ”
“ 네!!! ”
수 십명의 남자들의 모여 있는 클럽중앙..... 박지후가 자신을 보며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살
짝 미소를 짓는다.
그 흩어지는 무리 중 조용히 서 있던 기연이 지후의 손짓을 보며 그에게 다가간다.
“ 나 오늘은 클럽 비우게 될 거야. 너희 아버지가 연락을 하셨더군. 아마도... 어머니의 일을
들으신거 같아. 그리고 내일 떠나신다는 이야기도....... ”
아버지라는 말에 더욱 얼굴이 굳어지는 기연을 보며 지후가 살짝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 벌써 몇 달동안 외국에 가계셔서 이제 아셨을 거야. 너무 그분 원망하지 마라. 그래도 니 아
버지... ”
“ 나한테 아버진 형과 나의 아버지 ..... 그분뿐이야. ”
지후의 말을 짜르며 차갑게 말하는 기연이 굳어지는 지후의 얼굴을 보며 살짝 미소를 날린
다.
“ 잘 다녀와. 가게 걱정은 말고.... 다른 분들이 잘 하실 거야. 그리고 난... 그분들 말 잘 듣고
열심히 잘 배울 테니까.... ”
뒤를 돌아 사람들 무리로 걸어가는 기연의 뒷모습을 보며 지후도 크게 한숨을 내 뱉는다.
어머니와 최영민이란 사람을 함께 만난 이후..... 또 다시 예전의 기연으로 돌아간 그의 모습
에 살짝 안도감은 들었지만..... 점점 더 거칠어져만 가는 그의 모습에 지후는 그를 볼 때마다
한쪽 가슴이 시렸었다.
이일도 그랬다. 예전...... 왠일인지 3학년이 되어 올라가고 나서부터 좀 전까지 다른 사람처
럼 평범하게 학생이 되고 싶다며 자신의 밑에는 들어오지 않겠다고 했었던 기연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자신이 바랬던 그 냉철하고 강한 기연을 넘어 쉽게 말을 못 붙힐 정도로 매서운
눈을 가지게 된 동생이 되어 버렸다.
그게..... 지금은 지후의 마을 미친 듯이 파놓는다.
테이블을 닦고 분주하게 영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꽉 찬 클럽 안에서 기연이 구석에 서서
조용히 담배를 피고 있다.
또 다시 그의 팔을 떨리게 하는 얼굴 하나.... 잊어야 한다면 이를 악물고 참아왔지만.... 언제
나 그의 머릿속과 가슴에 꽉 차올라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한 여자아이 때문에 또다시 그는
숨을 쉴 수조차 없이 가슴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때 문이 부서지는 큰 소리와 함께 수 십명의 남자들이 클럽을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당황한 클럽안의 사람들도 개미떼처럼 밀고 들어오는 그들을 막아서고.... 그 광경을 보고 있
던 기연도 천천히 스테이지 중앙으로 걸어가고 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무리 중.... 유난히 얼굴이 크고 키가 큰 한 남자가 자신의 들고 있던 쇠
야구 방망이를 잡고 바닥을 치며 앞으로 나온다.
“ 오늘..... 그 유명하신 박지후 사장님 좀 뵈러 왔는데..... 그 사람은 보이지 않고... 뭐야... 그
새끼.. 따까리나 하는 까까머리 아기들만 있잖아..... ”
“ 뭐라고 이 새끼야!!!!!!! ”
바로 기연의 옆에 서 있던 한 남자가 그에게 달려들려 하자 박지후의 바로 밑에 격인 한사람
이 한 팔로 제지한다.
“ 도대체... 무슨 일이신데... 이렇게 남의 영업장소에 들어온 겁니까? ”
편안한 얼굴로 여유스럽게 되받아 치는 클럽관리자에게 한발자국 더 다가가는 사람.. 한참
박지후가 이 지역을 얻으려고 했을 때 그에게 이 곳을 빼앗긴 김사장이었다.
“ 뭐야.... 넌 ..... 또 요즘 깝치고 다니는 박지후 새끼... 오른팔이라도 되나보지? 근데.... 니
사장새끼... 내가 무서워서 몰래 도망친 거 아니야? ”
“ 근데 ...... 누구십니까? ”
클럽관리자의 너무나 의연한 대답에 여기저기서 푹푹하며 터져 나오는 웃음... 기연은 그 모
습을 보며 살짝 실소를 보이며 뒤를 돌아 걸어간다. 그때 뒤에서 그의 발걸음을 멈추는 소
리....
“ 김기연.... 김기연 너 맞지? ”
천천히 도는 고개..... 기연이 사람들 속에서 검정양복을 어색하게 입은 한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리고 점점 일그러지듯 웃는 기연의 얼굴.....
장민수.....
‘ 도... 도대체 나한테 ..... 왜 ...왜 이러는 거야..... ? ’
어머니에게 찝적되는 그의 아버지를 보고 나서 학교 뒷산에서 그에게 미친 듯이 터지며 신음
을 내뱉던 그의 모습이 점점 그의 기억에서 일어난다.
“ 뭐야.... 이 새끼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
유령을 본 듯 얼어버린 민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다가가는 기연...
“ 이 새끼? 너.... 아주 이제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장민수..... ”
“ 뭐야.... 아는 새끼야? ”
쇠방망이를 들고 그 둘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던 김사장이 민수에게 물었다. 갑자기 그 둘의
대화 때문에 조용해진 클럽 안.... 모든 사람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그때... 형님께 말했던 김기연입니다. ”
“ 김기연? ”
자신을 우습다는 듯 쳐다보는 쇠방망이 남자를 기연의 살벌한 눈과 마주친다.
“ 오호라.... 내 새끼 네 명 다리 분질렀다는 그놈... 내가 한동안 너 찾아다니느라 힘 좀 들였
지... 도대체 어디로 도망 다닌 거냐? 이 쥐새끼야.... ”
천천히 일그러지며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가는 미소....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공포
를 느끼고 있는 장민수의 몸이 살짝 씩 떨리기 시작하고 그날 이후 언제나 쑤셔 되던 다리가
또 다시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 어두운 길로 들어서게 한 기연에 대한 분노에 얼굴이 벌게지기 시작한다.
“ 쥐새끼? 킄 .... ”
한발자국 그에게 다가가는 기연..... 두 번째로 보는 그의 소름끼치는 잔인한 눈.... 민수는 자
신에게 그가 걸어오지 않아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아도 그 눈의 대한 공포에 무의식적으로 한
발자국을 뒤로 물러선다.
“ 뭐야... 니 새끼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
그 쇠방망이 남자의 무리 중 한명이 기연에게 다가오며 소리를 지르자 기연의 눈도 더 이상
좀 전에 이성적인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리고 있었다.
또 다시 잔인하게 미소를 짓는 기연의 눈......
“ 왜...... 계속 노려보고 싶다면.... 나 좀 죽여줄래? ”
“ 뭐 이 미친 새끼가?!!!!!!! ”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속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기연..... 더 이상 이 상
황을 참을 수 없는지 클럽 관리자가 뒤에서 기연의 팔을 잡는다.
“ 그만해라. 기연아. 넌 그만 사무실에 들어가 있어. 난 이 손님들 보내고 갈 테니까.... ”
“ 뭐야? 이게 끝이야? 개새끼...... 어디 하도 날뛰고 다니길래 대단한 그 솜씨좀 보려고 했더
니...... 너무 실망스럽잖아. 김기연..... ”
쇠방망이 사내의 빈정되는 말에도 순간 머리끝까지 차고 올랐던 분노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래서 더 더욱 기연은 그 느낌이 짜증스러웠지만 형이 인정하는 그 사람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두 주먹을 꽉 쥐고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때......
“ 너희 어머니...... 블랙스톤의 사장..... 김연희 맞지? 요즘..... 죽을 병 걸려서 가게 접었다 그
러던데.... 그래서 그 팔팔하던 김기연이 이꼴 인가? ”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 기연이 뒤를 돌며 다리로 그 쇠방망이의 남자를 걷어차자 순식간에
서로 치고 박는 사람들로 클럽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쓰러져 있는 그 사람을 보며 이글거리는 기연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흐르지
만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의 잔인한 표정이 순간적인 공격을 받은 쇠방망이 사내를 놀라
게 한다.
“ 하나 가르켜 줄까? 난 이제...... 중간이라는 게 없어.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안했지...... 한번
손 되면..... 끝까지 갈 거야. 이 모습 보고 싶었던 거라면....... 미친 듯이 깝치던 거 후회 스럽
지 않게..... 오늘...... 나와 한번 끝까지..... 가는 거야... ”
“ 킄크크킄 ”
클럽 뒷문에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기연이 힘겹게 다리를 한짝 계단에 내 딛는다. 온통 얼굴
은 피에 젖어 웃으며 벌어진 입속에는 그 피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계
속해서 웃음소리를 내며 또 다시 한발자국을 내 딛는 기연....
그때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계단을 올라가던 기연이 천
천히 뒤를 돌아 그 금빛 물체를 본다.
몇 달 전..... 일본에 가 있을 때 산..... 한영의 생일 선물.... 요코하마에 있는 금속 공예의 대
가라는 사람을 찾아가 불상밖에는 만들지 않는다는 사람을 몇일 설득한 끝에 조각한 아기 천
사의 팬던트가 유난히 반짝인다.
천천히 고개를 숙인 채 피가 묻은 손으로 집어 드는 기연의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린
다.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아이천사의 모습..... 그녀의 곁을 언제나 지켜 줄 수 없어 그가 그들을
떠나기 전 한영의 목에 걸어주는 상상을 하면서 행복해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나 가슴에서 절대
보낼 수 없는 그녀 때문에 또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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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두워진 길을 걷고 있던 한영의 머릿속에 점점 장예지와 멀어져가는 인우의 뒷모습
이 너무나 깊이 박혀 계속해서 그녀를 점점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툭 사람과 부딪히며 주위를 살펴보는 한영....... 한번 온 적이 있던 화려한 클럽 간판
이 그녀의 눈에 보인다.
기연이와 영우의 함께 보냈던 그녀의 생일날..... 그들의 마지막을 장식했었던 기연의 형의
클럽 앞이었다.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 클럽 입구인 계단으로 발이 가고 그 밑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남자들의 말소리에 내려가던 한영의 다리가 멈춘다. 그때 누군가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
오는 소리가 들리고 너무나 놀란 그녀가 재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피한 채 몸을 숨긴
다.
그때 그녀의 앞에 세워지는 검은 세단..... 너무나 깔끔한 인상의 남자가 차에서 내리며 클럽
에서 올라온 수 십명의 남자들 앞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 무슨 소리야....... 다시 한번 말해봐..... ”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한영은 뒤를 돌아 급하게 다리를 뗀다. 그때....
“ 다른 상황은 다 잘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그 쪽 대장이라는 사람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
다. 아마도........ 기연이 그 사람 눈을 못쓰게 만든 것 같습니다. ”
“ 기연이가 그 사람을...... 기연이가 먼저 시작한 게 정말 이라는 거야? ”
순간 그녀의 숨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숨도 모두 멈춰버린다. 한손으로 막히는 가슴
을 쥐는 한영....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 사장님...... ”
“ 그 새끼..... 내가 그렇게 말했지. 오늘은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새끼부터 가
둬두라고... 근데..... 너희들.... 지금 그 새끼... 어디로 간 거야? 찾아보라고 그랬잖아?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냐고?!!!!!!! 그 새끼가 그런 일 버릴때까지 너희들은 도대체 뭘 했냔 말이
야!!!!!! ”
두근두근 거리는 한영의 심장..... 왠지 모를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이 자리에 주저앉을 거 같
이 다리도 떨린다.
“ 아까..... 영달이가 물어봤다는데..... 그게..... 좀.... ”
“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대체 뭐야?!! ”
그 차가운 인상의 얼굴이 한순간 불게 무너지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쩌렁쩌렁
그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 저...... 기다리러 간다고..... ”
“ 뭐? !!!!!!!!!!! ”
“ 바다가 자기를 삼켜주기를 기다리러 간다고 그랬답니다. ”
기연이라는 이름에 멈춰버렸던 심장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 바다가 삼켜주기를 기다리러..... 간다고..... 바다를....... 기다리러...... ’
바다....... 그리고 고래 등.... 자신이 고래 등 위에서 그에게 했던 그 말 그대로...... 기연이 얘
기 했다는 생각에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뛰는 가슴을 잡고 무작정 미친 듯이 뛴다.
사람들 속을 헤집고 뛰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엔 언제부턴가 어디론가 계속 떠나 버릴거 같았
던 그의 슬픈 눈..... 그리고 자신의 집 앞에서 하염없이 울며 고개를 숙인채 속삭였던 말......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그 말과...... 김성태 대신 자신에게 뺨을 맞고 살짝 눈물이 고여 있던 그
의 모습이 생각난다.
입까지 차오르는 숨..... 뛰던 것을 멈추고는 그 자리에서서 숨을 고르게 하기 위해 천천히 호
흡을 하는 한영....
너무 갑자기 뛰어서 가슴이 아파서 일까..... 그녀의 얼굴을 온통 눈물로 가득 흘러 내려 있었
다.
숨을 내뱉어내던 목소리도 점점 떨리기 시작했고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들도 점점 두려워졌다.
아니.....그게 아니었다. 기연이가...... 정말로 죽고 싶었던 그때의 자신처럼 그 말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자신이 언제나 걱정했던 것처럼 그렇게 멀리 떠나 버릴까봐... 그게 너
무나 두려웠다.
좀 전.... 인우를 보며 절대 이제부터는 그 둘을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것도 모두 다 잊어
버렸다. 아니... 거짓말이었다.
왜 인우와 그 장예지란 여자의 모습을 보고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을까? 또 지금..... 고래 등
을 보러갔다는 기연의 말을 듣고는 왜 이리도 가슴이 미어지는 걸까......
왜 인우가 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것보다 자신에게서 영영 사라질거 같은 기연이 더
더욱 보고 싶은 걸까...... 왜 가슴이 아픈 걸까.....
지금.. 한영의 머릿속엔 그 이유를 찾느라 미친 듯이 어지러웠다.
한영은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떠나려고 했었다. 이제......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영민의 말에.... 이제 다 필요 없다고.... 예전처럼 다시 돌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예전으로 돌아 갈 수도 없다.
그리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금 그녀의 온
마음은....... 벌써.......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선택하고 있었다는 걸.... 그녀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웠다. 너무나 두려웠다. 이게 정말 자신의 본 마음인지.... 그리고 정말 기
연에게 갈 수 있을지..... 그게 너무나 두려웠다.
두 눈을 감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처럼 소리를 내서 울었다. 지금이 길 중
앙이라는 것도 상관할 수 없었다.
그냥..... 그냥...... 빨리 가야하는데...... 빨리 기연이를 찾아서 가야하는데....... 기연이가 자
신을 떠나 멀리 가버릴까봐..... 이제 눈앞에서 영영 사라질까봐 너무나 두려워 꼼짝 달싹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다리가 너무 미워...... 얼른 정신 차리고 또 다시 뛰어 가야하는데..... 머릿
속에 또 다시 떠오르는 영민의 얼굴과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는 인우의 미소가 떠올라 ......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 여보세요? ”
전화기 저머로 들리는 아버지의 음성에 영민의 눈에 벌써 눈물이 고여 있다. 입에서 혹시나
신음소리가 터져 나올까봐 한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감는 영민.....
“ 여보세요? 전화를 거셨으면 말씀을 하셔야죠..... ”
“ 저...... 예요... 아버지..... 제발...... 끊지 마세요....... ”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받은 전화 하지만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다. 하지만 간간히 들리는 숨소리에 아직 누군가 전화기를 잡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용기를 내서.....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 저..... 내일 이탈리아로 갑니다. 아버지..... ”
“ ................................ ”
“ 가면..... 돌아오지 않을 거에요. ”
“ ................................ ”
“ 그녀와 함께 갑니다....... ”
“ 그녀가......... 얼마 살지 못해요. 아버지....... ”
“ ............................ ”
대답은커녕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 수화기에 귀를 대고 자신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는 그녀 때문에 마음 편히 울지 못했던 영민이 자신의 아버지의 숨소리
만 간간히 들리는 소리에 아이처럼 무너져 내린다.
“ 그래도...... 전..... 아버지...... 후회하지 않아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한영이 가슴 완전
히 갈갈이 찢겨 놓고 선택한 일이니까..... 그리고.... 그녀를 제 목숨보다 사랑하니까...... 아버
지..... 아버지.. ”
전화기를 두 손으로 붙잡은 영민이 고개를 숙인채 계속해서 대답이 없는 아버지만을 불러 내
린다.
“ 제발...... 한마디라도 좋으니...... 욕이라도 좋으니..... 해주세요 ..... 네? 아버지...... 저 ....
내일 가면....... 안돌아온다구요..... 그러니까....... 한마디라도..... ”
“ ................................ ”
영민은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아버지에게 자신도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진........ 자신을 더 이상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사실을 이젠 영민도 인
정해야만 했다.
떨리던 입술이 멎는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마음도 사라진다. 서글프게 피어나는 미
소...... 그의 눈에서 마지막 눈물이 흘러내린다.
“ 그럼.... 저 끊을게요. ”
“ ...... 행복하거라..... ”
뚝하고 끊기는 통화음.... 믿을 수 없어 그대로 전화기를 잡고 있는 영민.... 또 다시 떨리는 입
술.... 그리고 툭하고 떨어지는 전화기....... 그것처럼 영민도 그렇게 무너져 내린다.
소이작도의 작은 해변가....... 언제든지 이곳에 오면 한영이가 좋아하는 그 고래등을 볼 수 있
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연은 아무리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봐도 그들의 대답은 기연
의 기대를 충분히 저버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고래등은 하루에 두 번밖에 생겨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제길......... 한영이 흉내 좀 내보려 했더니만..... 이래서 무식하면 안된다니까....... 킄 ”
좀 전에 온 힘을 다해 사람들과 치댔던 것 때문일까....... 너무나 보고 싶었던 고래등을 못봐
서 그런 건지....... 기연은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쓰러질 정도로 힘이 없었다.
여름 바다........ 너무나 시원하고 상쾌한 그 바닷가 앞..... 기연은 잠시 동안이라도 그 편안함
에 너무나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내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이 곳에 왔다.
이 여름 바다와 너무나 닮은 그녀를 보기 위해서.........
찾아가서 볼 수 없는 그녀와 너무나 닮은 시원하고 상쾌하고..... 그리고 편안한 바닷가를 보
기 위해서.....
갑자기 시간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도 멈추고 그의 얼굴을 살짝 때리
던 바람도 멈추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을 끌고 있던 옆에서 너무나 강하고 그리운 느낌이
들고 있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고개....... 그리고 자신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살짝 입이 벌어진
다.
쿵쿵쿵쿵 뛰는 가슴..... 자신 앞에 똑똑히 보이는 한영이 하얀 원피스에 분홍색 가디건을 입
은 그녀가 자신에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나 그리웠던 아이..... 하루에도 백번 천 번 그녀에게 뛰어 가고 싶었던 기억이 들어 점점
모아지는 눈물이 그의 살짝 떨리는 얼굴의 진동에 흘러내린다.
한영의 눈에 그가 보였다. 이곳으로 오는 그 몇 시간동안...... 못만 날지도 모를 거라고......
자신을 떠났을지도 모를거라고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이곳에 오기 전..... 자신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던 생각들..... 영민과 인우의
얼굴.... 하지만 한영은 이곳에 찾아 올 수 밖에 없었다.
한발 자국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또 한발자국 또 다가갔다.
100m정도 자신에게 떨어져서 유령을 보듯 자신을 쳐다보는 너무나 멀쩡한 기연의 모습에 갑
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자신앞에 기연이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다행스러워 어린아이처럼 땡깡을 피우고 싶
었다.
“ 이 나쁜 자식.......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괜히 왜 내 말은 따라하고....... ”
그녀가 자신을 향해 입을 움직이는 것이 달빛에 비쳐 살짝 보이긴 했지만 들리진 않았다. 아
니.. 들려도 절대로 지금 상황이 현실일거라고 생각지도 않는 그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믿을 수 없는 일이 기연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치마와 그녀의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머리를 살짝씩 휘날리며 자신을 향해 뛰어오고 있
었다. 아직 반 정도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그 향기로운 향기가 그의 정신까지 몽롱하게
만들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너무나 흘러 넘쳐서 그녀의 모습은 눈
물 방울방울 맺혀지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그리운 그녀가 자신에 앞에 서 있다는게.... 자신이 찾아가지 못하
면 다시는 못 만날거라 생각했는데....... 다시는 만나선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녀는 자신을 향해서 뛰어오고 있었다. 그 사실이..... 그동안 분노와 오기로 뭉쳐 있던
기연을 서서히 또 그렇게 녹이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손길하나의 구원을 받는 것처럼.....
그의 대한 분노 때문에 뛰기 시작한 일........ 점점 가까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계속해서 그녀
의 가슴을 짓누르던 아픔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 조금만 더 뛰자...... 그에게 더 뛰자........ ’
그의 얼굴을 때리려던 두 팔이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의 목으로 감긴다. 그리고 그에
게 욕을 퍼부어줄 입도 자신과는 너무나 다르게 앙탈 같은 울음을 내뱉어 낸다.
너무나 따뜻한 품.... 강인하고 그리운 그리웠던 아이..... 이제........ 좋아하기 시작할 아이의
가슴에 한영은 그렇게 얼굴을 묻었다.
엄마를 어렵게 찾은 아이처럼 자신의 품에 폭하고 안기는 한영...... 그녀의 향기로운 머리향
기가 바로 자신의 코 밑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팔이 기연의 목을 꼭 잡고 있었다. 너무나 떨고 있으면서...
그의 몸 전체로 퍼지는 진동.......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녀가 울고 있었다. 점점 젖어
지는 그의 남방의 느낌..... 축 늘여 뜨린 그의 팔이 천천히 그녀의 등으로 올라간다.
“ 흑... 흑..... ”
소리를 내고 우는 그녀의 소리에 드디어 지금 상황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잠시 멈칫했던 그의 두 팔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할 수 있을 만큼 힘을 주어 그녀를 꼭 안았다. 꿈이라도...... 현실이라고 느꼈던 지금
의 이 상황이 꿈이라도 깨지 못하게.. 그녀가 자신을 떠날 수 없도록.......
그도 이제 참고 있던 울음 조용히 내뱉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지금 그녀에게 해줄 말은
그것뿐인 듯...
“ 오늘은........ 고래가 자고 있대....... 그래서....... 기다려야 된대...... ”
(61)
“ 제길......... ”
머리가 반으로 깨질 듯한 고통에 한손으로 땅을 디딛으며 일어나는 인우가 천천히 자신이 누
워있었던 하얀색 침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살짝 이는 여자향수 냄새가 자신의 코에 와 닿는 것도 느꼈다.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
는 인우......
한번도 온 적 없는 화려한 방안의 분위기에 어리숙하게 놀라고 있을 때쯤...... 방문이 열리면
서 누군가 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검은 선텐한 피부..... 그리고 밝은 갈색의 파마머리의 여자..... 장예지...
침대에서 튕겨나오 듯 일어선 인우가 자꾸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고통 속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잡으려다 갑자기 불현듯 생각나는 기억에 예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다급하게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나꿔채자 멀리 날라가는 쟁반과 컵이 깨지면서 나는 소리에
예지가 놀란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인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가 지금 매우 화
가 나있다는 그 사실이 살짝 그녀를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너...... ”
자신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내려보는 인우의 모습에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예지.... 물론
그녀가 잘못한 일은 있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에 크게 한번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
다.
“ 최한영한테 안 보내려고 수면제를 탄 콜라를 너한테 먹였어. ”
순간 그녀의 얼굴을 향해 올라간 인우의 손..... 그러다 갑자기 한영이라는 생각에 그 손이 멈
춘다.
자신의 기다려 달라는 말에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 한영이..... ”
예지를 잡았던 손을 뿌리치고는 방문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는 인우..... 자신을 기다리고 있
을 그녀의 모습에 숨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꽉 막혀 오고 있었다.
“ 걔 거기 없어. 지금....... ”
방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인우의 손이 살짝 멈춘다.
“ 어디 있는지 난 알고 있어. 걘 지금 니 친구....... ”
“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친구라는 말에 눈을 감은 인우가 불쑥 말을 자른다. 그리고 뒤를 돌아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
런 인우를 보며 예지가 그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 널 갖고 싶을 뿐이야. 난.... 그냥 널 좋아하고 싶을 뿐이라고....... ”
“ 내가 어디가 좋다는 거야.... 날 왜 갖고 싶은지 말해봐.. ”
너무나 삐뚤어져 있는 예지의 모습에 인우는 차마 그녀를 외면한 채 이대로 방을 나갈 수가
없었다.
분명....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는 그녀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상처는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면 계속해서 혼
자 상처 받는 것 보단 이렇게라도 자신을 놓게 만들고 싶었다.
“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야. ”
“ 뭐? ”
“ 니가 나한테 관심 있었던 이유...... 내가 니 주위에 있는 남자들이랑 달라서 그런 거 아니야?
여태까지... 넌 여태까지 너한테 관심 있는 사람들만 만나왔을 테니까.... 내말이 사실 아니
니? ”
살짝 눈물이 고이는 예지의 얼굴.... 왜 자신이 지금 한영이를 찾으로 뛰어가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훈계를 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그의 입에서 말은 흘러나온다.
“ 그냥..... 넌 나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것뿐이야.... "
갑자기 쿵하고 내려앉는 가슴.... 자신이 뱉어낸 그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는 것을 인우는 기
억해낸다.
‘ 너흰..... 날 가슴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자신과 다른 아이에게
느끼는 조금 강렬한 호기심을 뿐이야. ’
학교 축제날.... 자신에게 있어선 가장 행복하고 가장 괴로웠던 그날... 인우는 한영이 말했던
거와 똑같이 자신이 예지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놀란다.
지금 자신에 앞에서 부들 부들 떨면서 변명도 하지 못하는 예지의 얼굴.... 그때의 한영의 말
을 듣고 난 후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 그렇다면..... 한영이도.....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생각하는 그런 마음과 같았다는 거야? ’
“ 아무것도 모르면서.... 니 멋대로 말하지마. 그래 난 니가 왜 갖고 싶은지 그 이유를 몰
라.... ”
이제야 말문이 터진 예지.... 그녀의 얼굴이 작은 홍조까지 띄며 그에게 또박또박 말을 일어
나가고 있다.
‘ 그랬던 거야? 내가 지금 쟬 생각하는 마음처럼... ? 최한영...... 너..... ’
“ 나한텐 지금 니가 최고이니까.... 난 그냥 이 마음을 따라갈래. ”
쿵쿵쿵 미친 듯이 뛰어대는 인우의 심장..... 설레여서가 아니었다. 고백을 받아 운명을 느낀
것도 아니었다.
지금 그의 가슴을 미친 듯이 뛰는 이 심장의 이유는... 그때.... 한영에게 자신도 지금 예지와
마찬가지로 불쌍해 보였을까..... 안타까워 보였을까라는 그 생각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 오
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뒤를 돌아 방문을 여는 인우...... 도망치듯 그 집에서 나와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그
리고 지금 느낀 그 느낌을 잊어버리려는 듯 그렇게 뛰어간다.
‘ 가야한다..... 가서....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영이를 만나야돼. 그래.... 아니야. 다를
거야!! 나랑 저 여자랑...... 다를 거라고.... 난 저 여자가 날 아는 것보다 백배 천배 한영이를
알아. 그리고 한영인... 나를 좋아해. 나처럼 장예지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날 기
다려 줄 거야. 내가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날 꼭.... 기다려 줄 거야.... “
여름이긴 했지만 바다 바로 앞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한영이 살짝씩 한기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두 손을 양팔을 감싸 안은 그녀가 자신의 옆에 살짝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기연을 쳐다
보았다.
또 다시 화끈거리는 얼굴....
좀 전..... 자신이 기연에게 안겼다는 사실에 너무나 창피한 마음에 먼저 한마디도 꺼내지 못
했지만 예전처럼 그가 장난치며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리라고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기연은 지금.... 너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그녀의 옆에 앉아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기연에게 화가 살짝 나기 시작하는 한영.... 일부러 자신에게 멀리 떨어져 기연이 앉은
거 같아 오기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그런 한영의 인기척에 옆으로 살짝 시선을 두는 기연..... 또 다시 가슴이 메어지도록 아파오
고 있다.
자신이 가까이 앉아도 자신을 쳐다보기는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기연을 보며 크게 한숨
을 내뱉는 한영....
꼭 자신의 존재는 무시하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의 창피스러운 마음은 점점 더 커지
기 시작한다.
이대로 더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일어나려는 한영의 몸을 잡는 기연의 말.......
“ 우리 엄만 날 17살 때 낳았어. ”
일어나려던 행동을 멈추고 한영이 천천히 다시 모래사장에 앉는다.
“ 가정이 있는 아버지를 처음 그때 만났거든...... 엄만.... 아버지를 사랑했었대. 결혼한 것도
상관없었고 자식들이 있는 것도 상관없을 정도로.... 그래서 날 낳았다고 하더라. ”
학교에서 들리는 기연이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간간히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슬픔이 또 다
시 그녀의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 그래서... 인가..... 아버지의 부인이나 가족들은 어렸을 때부터 나와 우리 엄마를 쓰레기 취
급하며 살았어. 난 줄곧 자라며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지..... 왜 엄만 나에게 아버지란 존재를
보여주려 했던 걸까..... 그냥 숨기고 살지.... 죽었다고 하지..... 왜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람을 왜 보여준 걸까........ 근데 이제는 알겠어. 엄만..... 그녀가 없어도 힘이 될 가족이 있
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던 걸 거야..... 혹시나 자신이 나를 떠나기라도 한다면.... 내가 혼자
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어 했던 거야.... 나를 두고........ 멀리 떠나더라도...... ”
툭하고 떨어지는 눈물...... 기연의 얼굴이 또다시 눈물로 가득 차 흐른다.
“ 하지만 난 어떻게 했는줄 아니? 평생을..... 엄마를 증오하면서 살았어. 나에게 계속해서 가
족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어 하는 엄마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싫어하고.... 그래서 싸움
도 했고.... 내 마음대로 살았던 거야. 이 나쁜 짓들이 모두 엄마 때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서..... 그런데............... ”
그를 쳐다보는 한영......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 목까지 흘러내린다.
“ 이젠....... 정말 엄마가 날 떠나려해...... ”
점점 야위어 가는 엄마의 모습과 그녀의 곁에서 자상하게 미소를 짓는 영민의 모습이 기연의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모습이 ..... 그의 눈물을 더욱더 뿜어내게 하고 있다.
“ 그러니까..... 난..... 더 이상 엄마에게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어. ”
‘ 그래서 난 널.... 떠날 거야. 한영아........ ’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영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기연은 엄마에 관한일로 너무
나 힘이 들어 하고 있었는데.... 지금하는 그의 이야기로는 그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한영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게..... 한영은 너무나 안타까워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가지야...... ”
‘ 널 잊는 일........ 그리고 너에게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가는 일....... 그러니까... 나에
게 다가 오지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채 고개를 숙이는 기연의 모습을 한영이 조용히 쳐다본다. 부들 부
들 떨리는 입에서 울음소리가 세어 나올까봐 입술을 꽉 깨무는 한영이 혹시나 기연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볼까 다시 바다로 시선을 둔다.
지금.. 기연이 너무나 힘이 들고 있다는 사실..... 그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혼자서 이 곳
에 올 정도로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다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한영은....... 그를 찾아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그 감정에 충실
해서..... 영민도.... 인우도 모두 다 잊고 미친 듯이 그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했을거라
고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지 않는 그에게 안긴 그녀의 모습......
아직까지 말로서 인정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이 이성보다 먼저 행동한 그 일...... 그녀는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어서...... 나를 잡아 달라고...... 날 좋아한다고..... 말해달라고....... 날 안아달라고.....
하지만 지금.... 기연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처지가 되지 못했다.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간
아이처럼... 고개를 숙인채 조용히 눈물을 흘려보내는 그에게 더 이상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
다.
아니..... 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알아봐 주기만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 된다는 생각이 한영의 무너져 내린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왜 그
를 찾아왔는지...... 그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그 정도는 그도 들어
줄 수 있을 거 같아 크게 심호흡을 다시 하는 한영.... 그 소리에 기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녀를 본다.
그녀의 눈....... 너무나 크고 반짝이는 눈....... 하늘의 별빛보다 더 빛나는 눈......
“ 내가 왜 널 찾아왔냐 하면...... 난 널 보면 가슴이........ ”
그때 갑자기 콰과광 하며 하늘에서 은색 벼락이 치기 시작하고 거짓말처럼 바람만 불던 하늘
에서 미친 듯이 비가 퍼부어 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기연이 자신의 머리에 떨어지는 빗물을 느끼고 그녀를 일으켜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로 이끈다.
그러다 그녀의 손에 힘이 가해지면서 그의 손을 끌어당기며 서는 한영.... 마구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온몸이 젖고 있는 것도 상관없는 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의아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기연에게 한발자국 다가가는 한영.......
쿵쿵쿵쿵 쿵쿵쿵쿵 한영의 가슴도...... 기연의 가슴도..... 모두 다..... 뛰고 있다.
눈물인지 비 때문인지 분갈 할 수 없이 촉촉이 젖어 있는 그녀의 눈이 천천히 기연의 얼굴 가
까이 다가온다.
너무나 믿을 수 없는 일....... 그녀가 살짝 자신의 발을 올리며 그의 목에 두 팔을 감았다. 그
리고 주춤주춤한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대는 한영........
자신에게 일어 날수 없는 그 느낌을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는 기연...... 천천히 입술을 떼는 한
영의 얼굴을 보았다.
온통 빗물에 젖어 그 예쁜 얼굴이 젖은 머리가 많이 붙어 있다. 천천히 손을 올려 그 머리들
을 그녀의 얼굴에서 떼어내는 기연.......... 그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살짝 달콤한 숨결을 내 뱉는 그녀의 입술.......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끝까지 차고
올라오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절대로 다시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
일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너무나 뜻밖에 행동에 놀라 버린 한영이 빗줄기 속에서 기연을 쳐다본다.
쿵쿵쿵쿵 ........... 그녀의 심장이 답답한 가슴에서 나오겠다면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고개를 들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영의 두 눈이 기연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자신의 고개 바로 밑에 있는 그녀의 입술에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는...... 그리고 살짝
다시 닿는 그 촉촉하고 따뜻한 느낌에 살짝 신음을 내뱉는다.
빗물의 차가움도 그 느낌을 죽일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그 상황도 그를 말릴 수가 없
었다.
너무나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살짝 벌려진 그녀의 입에서 달콤한 숨결이 기연의 모든 마음
을 지배해버린다.
이 세상이 ..............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제는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을 할 수 있
도록..........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는 그 부질없는 생각들이 그렇게 모든 걸
끝내 버린다.
‘ 난 널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왜 아픈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막 아파서... 눈물이 나려
고해..... 그게 인우와 너와의 다른 점이야..... 그게.... 내 시선을 더욱더 너에게 주는 이유인거
야.... 이게 사랑인지는 모르겠어..... 아직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자꾸 내 곁을 떠날 것만 같은 널..... 잡아 두는게 우선이니까... 아무데도 못가도록
이렇게 붙잡는게 우선이니까...... 사랑인지 아닌지..... 나중에 생각할래..... 그때까지.... 넌 아
무데도 가지마..... 아무데도.......... ’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는 곳에서 고개를 숙인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인우
의 모습을 보며 예지가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간다.
갑자기 자신의 머리에 더 이상 비가 쏟아지지 않는 것을 느꼈는지.... 우산을 씌워준 사람을
천천히 보는 인우.......
“ 말했잖아. 그 최한영이라는 애는.... 여기 안올거라고... 내가 그 애한테 붙여놓은 사람이 지
금.... 서해에 있는 어느 섬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봤다고 했어. 그리고 ....... 그 전에 그 기연
이라는 애가 있던 클럽....... ”
“ 추워........ ”
“ 뭐? ”
우산을 들고 서 있는 그녀의 손을 잡는 인우의 손이 무척이나 뜨겁다는 것을 느낀 예지의 눈
이 더욱더 커진다.
살짝 몸이 흔들리는 인우...... 눈을 감고 그냥 그대로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는다.
“ 야! 남인우!! ”
“ 너무........ 추워...... ”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그의 볼을 점점 타고 흘러내린다.
‘ 넌...... 어디 있는 거니..... 나 기다리다 간 거야? 난 그래서 지금 널 기다리는데..... 넌 .... 어
디 있는 거야.... 오늘..... 너와 멋진 데이트를 하고 싶었어. 니가 나에게 오지 않더라도... 평생
을 기다릴 수 있도록 나의 기억에 남을 ..... 최고의 데이트를...... 근데 내가 망쳐 버린거 겠
지? 내 잘못이겠지.....
지금 기연이랑 있니? 그 새끼..... 본지 너무 오래됐는데... 일부러 그 새끼한테 연락안한거
야.... 언제나 널 만나면 나보다 더 그 새끼를 니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
래서..... 그 새끼....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지금..... 난 왜 ...... 왜 이렇게 그 자식이 보
고 싶은 걸까.... 응...... 한영아...... ’
(62)
“ 아이고.....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어쩌나..... 학생.... 근데 여학생은 벌써 잠든 거야? ”
예전에 왔었던 소이작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 나무문을 열고 물그릇을 가져다주는 할머
니가 방안 가운데에 누워있는 한영을 가르키며 묻는다.
“ 네.... 피곤한가봐요. ”
“ 요즘 성수기라..... 방이 다 차고 이 한방만 남아서.. 그래도..... 나쁜 짓 하지 말고.... 잘자.
알았지? ”
한영이와 둘이 자는게 영 못마땅하신 할머니의 말에 기연은 피식 웃으며 문을 닫았다. 그리
고 그의 눈에 보이는 잠든 한영의 얼굴.... 아이처럼 새근새근 자는 그녀의 모습에 또 다시 미
소를 짓는다.
그러다 불을 끄고 그녀에 조금 떨어진 곳에 깔려 있는 이불에 드러눕는 기연.... 두 팔을 뒤로
깍지진채 어두운 천장을 바라본다.
“ 내일..... 일어나서...... 고래 등 보러가자.... ”
잠결에 말하는 한영을 쳐다보는 기연..... 여전히 눈을 감은채 자신을 향해 있는 한영의 얼굴
이 기연에게 보인다.
또 다시 뭉클해지는 마음.... 대답하는 기연의 목소리가 떨린다.
“ 그래........ ”
살짝 뒤척거리며 이불을 위로 끌어 올리는 한영의 모습..... 그녀가 추운 거 같아 자신의 팔 옆
에 있던 이불을 펼쳐 그녀에게 덮어 준다.
“ 근데..... 그 고래 등....... 너무 썰렁해.... 너무 쓸쓸하잖아. 아무것도 없어.... 나무나.... 꽃
같은게... 폈으면... 좋을 텐데.... 근데 그건 이루어지지 못하는 건가...... ”
이제는 정말 잠이 오는지 끝에는 웅얼거리며 마을 맺지 못하는 한영의 목소리가 기연의 가슴
을 살짝 떨리게 만든다.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려 누운 기연이 살짝 손을 뻗어 이제는 많이 자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그때 갑자기 이불을 돌돌 만채로 기연의 품으로 덮썩 안기는 한영...... 돌처럼 굳어버린 기연
이 입을 살짝 벌린채 자신의 팔에 머리를 벤 그녀를 본다.
살짝 거칠어진 그의 숨결..... 한영의 살짝씩 내뱉는 입김이 그의 목 언저리에 그대로 전달된
다.
“ 아...... 안 춥다. 이제....... 나 진짜 잘 거야... 잘자..... ”
향긋한 한영의 머리카락의 향기.... 자신의 품에 푹 안겨서 잠이든 그녀의 존재가 오늘처럼
소중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기연은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
금방 새근거리며 숨을 내뱉으며 잠이 든 한영..... 굳어 있던 기연의 한손이 천천히 그녀의 머
리에 가져가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하지만 이 믿을 수 없는 일에 행복감도 잠시..... 또 다시 눈물을 흘려보내는 기연의 눈.....
‘ 넌 이제..... 나한테 다가오는 구나. 정말.... 평생을 원했던 일들이 나에게 너무 늦게 찾아오
는 구나.... ’
울음소리는 낼 수가 없다.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한영이 혹시나 깰까 입술을 깨무는 기연....
‘ 하지만.... 난 지금..... 너무나 행복해..... 알고 있니? 넌 날 구원해준 사람이야.... 넌 날... 처
음으로 살고 싶게 만든 사람이야....
그래서...... 난 내일이면 깨어질 이 행복이 사라진다 해도..... 난 살 수 있어. 여기 내 가슴
에....... 언제나 니가 살고 있으니까.....
널 포기해야만 한다 해도...... 난 널 보내지 않는 거야...... 절대로............. ’
“ 아주 못됐어. 너...... 어떻게 혼자만 고래등을 갔다 올수가 있냔 말이야. 날 깨웠어야지!! 으
휴...... 진짜 못됐어. 도대체 왜 자게 놔둔 거야? 어!!!? ”
섬을 빠져나오면서부터 지금......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는 지금 까지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화를 내는 한영을 보며 멋쩍게 웃으며 기연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 계속 깨웠다니까...... 근데 니가 안 일어 난거야..... ”
“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잠귀가 밝은데!! 할튼...... 넌 진짜 못됐어. 인우 만나면 다 일
러줄 거야. ”
화를 내던 한영의 입에서 튀어나온 인우란 이름.... 순간 그녀를 쳐다보던 기연이 고개를 돌
려 달려가는 버스 안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 기연의 모습을 보고 살짝 그의 손을 잡는 한영...... 기연이 자신을 봐줄 때까지 계속해서
눈을 떼지 않고 그를 보고 있다.
인우...... 어제 자신을 놔두고 장예지라는 여자를 따라가던 그의 모습과 그 전.... 꼭 기다려
달라는 인우의 뒷 모습이 생각이 나며 한쪽 가슴이 에리기 시작했지만 한영은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을 뿐..... 자신의 머릿속에 또 다시 자리를 잡고 있는 그를 끝내 밀어낸다.
“ 인천 공항엔 왜 가는 거야? 누구 배웅하러 가는 거야? ”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에 기연의 가슴이 또 다시 막히기 시작한다. 다시 창가를 바라보는 기
연.....
“ 응........ 오늘.... 멀리 가는 사람들 배웅하러 가는 거야. 넌 그냥 공항 가서 거기 리무진 버스
타고 먼저가. ”
“ 싫어 ”
순간 한영이 또 다시 그가 멀리 가버릴 거 같은 기분에 말을 내 뱉어 버린다. 지금 ... 잡지 못
하면.... 다시는 그를 못볼거 같은 기분이 왜 드는지 한영도 이해를 할 수 가 없다.
“ 그냥..... 너 따라갈래. 너 그 사람들 배웅할 때 난 .... 뭐.... 다른데 있지 뭐. 하여튼 같이 갈
거야. 그리고..... 넌..... 이따 나 집에다 데려다 줘. ”
그녀에게 먼저가라고 말은 했지만 그건 기연의 본심이 아니었다. 분명히..... 먼저가라고 하
면 그녀가 안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말한 거뿐이었다.
또 다시 시작되는 가슴의 고통....... 하지만 아픔을 줄이려고 손을 갖다대지는 않는다.
지금..... 자신이 한영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를 데려가는 이윤...... 이제 그만 힘들어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 때
문에 그런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신처럼..... 그녀도 그렇게 자신처럼 고통 받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
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 시작한 그녀를 떨어트리기 위해선...... 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엄마와 그녀의 사랑하는 영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 그 뿐.....
검은색 차 뒷좌석에 앉아서 살짝 기침을 하고 있던 인우가 많이 부워버린 목으로 침을 삼켜
내린다.
어제 그 빗속에 서 있었던 그 일로 심하게 밤을 보낸 그의 얼굴이 많이 수척했지만 지금... 자
신에게는 형제이며 연적인 영민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멍하니 시선을 돌리는 인우가 밤새 꿈속에 나타나 자신을 괴
롭혔던 한영과 기연의 모습을 생각해 낸다.
어느 누구에게도 한영을 뺏기고 싶지 않았던 인우였다. 처음 봤을 때...... 자신에게 하늘이 내
려준 천사라고 생각한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는 기연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한건..... 한영의 마음은 상관도 없이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는 일이었고 기연보다 더 자주 그녀를 찾아가 자신이 여기 있다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인우는 알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자신과 기연을 보던 그녀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처음 떠난 고래등을 보긴 여행에서..... 피 흘리며 헬기에 실려 가는 기연을 바라보던 그 때....
그가 병원에 있어 학교에 나오지 않았을 때도.... 아침에 오면 늘..... 기연의 자리를 확인하던
그때...
클럽에서 기연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해댈 때도..... 시선을 떼지 못했던 그때에도....
모두다 인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과 기연을 보는 그녀의 눈이 다
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놓아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 자신에게도 구원이었으니까...... 그에게도...... 사랑이었으니까.....
어느덧 멈춰서버린 차... 차에서 내리자 강한 햇빛과 숨을 턱하고 막히는 여름의 더위가 온몸
이 만신창이가 된 인우의 숨을 힘들게 만들기 시작하고 있다.
천천히 들어가는 공항 안......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인우가 영민이 알려준 게이트를 가
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그때 그의 눈에 보이는 두 명의 남여의 뒷모습.... 자신보다 몇 계단 위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그 뒷모습이 낮설지가 않다.
쿵하고 떨어지는 가슴.... 그 둘 중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살짝 얼굴을 돌려 자신의 옆에 있
는 사람의 얼굴을 올려다 보는게 보인다.
밤새...... 너무나 그리웠던 아이의 얼굴.... 그리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 자신
의 사랑하는 친구의 모습....
옛날부터 쭉..... 자신의 존재는 없었다는 것처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눈물이 흐르며 굳어진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 제길....... 나보다 더 잘 어울리네.... 새끼..... 너 뒷모습 멋있어서.... 좋겠다. 이 나쁜놈
아..... ”
서로 꼭 잡은 두 손의 기연과 한영이 천천히 18번이라고 써 있는 게이트로 걸어간다. 한영은
도대체 누가 외국을 가길래 자신의 옆에 있는 기연이 이렇게도 떨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기
시작했다.
가끔 자신을 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지금....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그의 손은
너무나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로인해 덩달아 긴장하게 된 한영이 다시 앞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때 그 자리에 서버리는
기연..... 한영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때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 깔끔한 정장을 입은 영민과 그의 곁에서 자신들에게 다가
오는 한 여자를 바라본다.
“ 오빠? ”
한영의 오빠라는 말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표정의 영민이 자신에 손에 들려 있던 가
방을 떨어트린다.
“ 한영아....... ”
기연의 손을 놓고 미친 사람마냥 그에게 뛰어가는 한영...... 기연도 너무나 놀라 그 뒤에 조용
히 서 있던 인우도 그런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다.
“ 왜 오빠가 여기 있는 거야? 어디가? 어디 가는 거야? 응? 난 지금 기연이 아는 분이 어디 가
신다고 같이 왔는데..... 저기... ”
자신을 아직도 믿기지 못한다는 영민에게 시선을 옮겨 뒤에 서 있는 기연을 보려던 한영의
눈에..... 낯설지 않은 한 여자가 영민에 곁에 서 있는 것을 알아챈다.
저 얼굴..... 저 머리....... 영민의 오피스텔 앞에서 그의 품에 뛰어들던 그 여자가 자신을 보며
서 있었다.
순간 몇 년 동안 그녀로 인해 자신이 받았던 상처들이 떠오르고 그녀의 얼굴도 참아 두웠던
분노로 발개 상기되기 시작했을 때.....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한영의 발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들린다.
“ 엄마..... ”
기연의 소리에 환하게 미소를 띄며 한영을 지나쳐 가는 여자.... 천천히 한영도 그녀를 따라
뒤를 돌아 선다.
두 손으로 기연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너무나 인자한 미소를 짓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며
기연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 우리아들... 못보고 가는 줄 알았잖아.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 ”
“ 못 보긴 .... 뭘 못 봐..... 다음달에 내가 거기 가면 또 볼 텐데..... ”
다시 영민에게 고개를 향하는 한영..... 그녀의 얼굴은 왜 흘러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눈
물이 한 방울 볼을 타고 흐른다.
그녀의 너무나 놀란 얼굴을 보는 영민의 입술이 푸르르 떨리며 참았던 신음이 터져 나온다.
“ 조심해서 가요..... 가서도... 아프면 저 사람한테 아프다고 하고... 병원에도 꼭 가구요.... ”
울고 있는 아들의 눈물을 두 손으로 닦아주는 연희가 그의 아들의 목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
에 안는다.
“ 걱정하지만. 아들...... 아들이 얼른 그곳으로 오면 엄만.... 하나도 안 아플 거야. 하나도....
아프지 않을 거야..... ”
자신보다도 너무나 작은 엄마를 꼭 안는 기연.... 눈물이 그렁그렁 한 그의 눈에 영민을 쳐다
보며 돌처럼 굳어버린 한영의 모습이 보인다.
또다시 터질 거 같은 울음..... 기연이 자신의 엄마를 안고 있던 것을 풀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게이트로 먼저 이끈다.
그 둘이 잠깐 영민과 한영사이에 멈춰서자 영민의 한영에게 꽃혀 있던 시선이 그들에게 잠깐
머문다.
“ 먼저 들어가 있어요. 나도.... 곧 들어갈게요.. ”
엄마의 등을 손으로 밀던 기연이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서 쓰러질거 같은 한영의 얼굴을 살짝
바라본다.
온통 눈물이 가득차 부르르 떨리는 입술의 한영이 무언가 그에게 말을 걸려 하자 그는 엄마
의 손을 잡았던 손에 더 힘을 주며 공항관계자가 있는 게이트 입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한영아..... ”
그 기연과 그 여자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한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영민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눈물이 그녀의 목까지 타고 흘러내린다.
“ 이게..... 무슨 일인거야...... ”
“ 한영아...... ”
“ 뭐야.... 오빠.... 저 여자..... 저 여자...... ”
순간 숨을 쉴 수 없는 한영이 한손으로 심장에 얹으며 숨을 헐떡거린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
켜보던 인우가 한발자국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고 또 그 자리에서 버
린다.
“ 왜... 저 여자가.... 기연이....... ”
자신이 뱉어낸 기연이란 말에 순간 아이가 울 때처럼 찡그려지는 한영의 얼굴...... 두 눈을 감
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에 영민도 울음섞인 신음을 또 다시 뱉어낸다.
갑자기 그런 영민의 팔을 잡은 한영이 울며 매달린다.
“ 왜 그래.... 진짜..... 이제 안간다고 했잖아. 내가 하고 싶은거.... 원하는 거 다해준다고 했잖
아!! 근데 오빠 왜그래...... 왜...... ”
‘ 이건....... 말도 안돼..... 다 꿈이야...... 이건 모두 꿈이야!!!!!! ’
“ 가지마... 못가...... 안돼!! 아무데도 못가!! 내가 안 보낼 거야.... 안돼!! 싫어!! 싫단 말이
야... ”
이제는 아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영민의 다리를 잡는 한영을 보며 끄응하는 신음을 뱉어낸
인우가 뒤에서 그녀를 떼어내려 한영의 몸을 잡는다.
“ 이거놔!!!! 오빠.... 싫어. 싫다고..... 이러지마..... 저 여자랑 가지마..... 가지마... ”
‘ 내 사랑을.... 처음으로 찾아낸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그 사랑을 짓 밟지마...... 제발.... ’
간신히 영민의 발에서 떼어내어 일으켜 세운 한영.... 소리를 지르던 것을 멈춘채 인우의 품
에 기대어 또다시 흐느낀다.
그런 한영을 보며 두 손으로 입술을 막는 영민.... 그리고 천천히 떨어트렸던 가방을 다시 쥐
며 고개를 든다.
“ 한영이 좀.... 부탁할게.... 인우야..... 그리고..... 한영아...... 미안해. ”
뒤를 돌아 빠른 걸음으로 게이트입구로 걸어가는 영민을 보며 한영이 미친 듯이 인우에 품에
서 빠져나오려고 소리친다.
“ 이거놔!!!! 오빠!!!! 싫어!! 가지마!! 가더라도!! 내 말 듣고 가!!! 오빠!!!! 오빠 !!!!!!! ”
사라져 버린 영민의 모습을 보며 발광하며 소리 지르던 한영의 입에서 또 다시 울음소리가
튀어 나온다.
천천히 또 다시 주저앉는 한영을 따라 뒤에서 그녀를 안고 있었던 인우도 무릎을 꿇는다.
“ 이러지마.... 오빠... 나.... 이제야 오빠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단 말이야... 10년을 넘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오빠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한테도 생겼는데.... 오빠.... 이러
지마... 제발....... 내 사랑을 또 포기하게 하지마..... ”
사랑.... 천천히 그녀의 허리를 잡았던 인우의 손이 풀린다. 그리고 살짝씩 떨려오는 다리를
힘껏 내딛으며 천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때 그의 눈에 보이는 한 사람... 기연이 주저앉아 있는 한영을 보며 입술을 떨고 있는 모습
이 보인다.
부들부들 떨리는 인우의 손..... 자신과 마주친 기연의 눈을 보며 인우가 입술을 꽉 깨문다.
첫댓글 ....................눈물나는 걸요?^ ^. .
정말이지... 휴우.. 가슴이 먹먹해지는 듯 합니다..
정말 신기한 캐릭터가 먹이를잡으면 경품이나 돈을 주는데요.^^ 다운받은 캐릭터가 먹이를 사냥하면 캐쉬를 적립해드립니다. 다른작업하면서 게임도하고 돈도벌고, 1마리 잡을때마다 내통장에, 현금으로 쏙~쏙~. 바탕화면 최상위에서 돌아다니는 캐릭터가 알아서 척척!. ※평생무료. ◑ www.ss1004.co.tv
정말눔물나는군요....두사람에게구원이였덩한영이는누가구원해줄지....님...좋은사람만큼좋은구원입니다...조금더어둡긴하지만...여기서에너지충전해갑니다...왕팬...
루아[淚娥]님 오랜만에 뵈네요... 눈물 나신다니... 저도 ....슬픕니당!! 그래도 제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다음글에서 또 뵙기를 바랄게요.... 그럼.... 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사악한 천사님..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라는거.... 저도 말로 표현을 못하겠지만.. 그 느낌만은 알 수가 있을 거 갔습니다. 구원... 이제 끝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좋은사람처럼 많은 분들이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님들 덕에 제가 힘 받았다는거 잊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당!!
슬픈악녀^^ 님.. 이렇게 구원에서도 뵙게되니.. 너무나기뻐요.. 읽으실거라더니.. 벌써 여기까지 따라와주시다니.. 감동입니다. 구원은 좋은사람이랑은 좀 분위기가 다르죠? 그래도.. 이 글.. 제가 힘들게 아주 힘들게 쓴 글이랍니다. 읽어주서서 감사드리구요.. 님덕에 전 더 에너지 충전됐습니당!! 그럼..왕팬님..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