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2 2 vol.636(2022.2.27.)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2022)
문학관으로 초대합니다_제주문학관
권두언_허영자 _극복의 길
재앙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라고 하는 괴질이 전 세계를 휩쓸며 생존을 위
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극악한 범인이 변장과 위장을 하듯 델타로 변질되고 다시 오미크론
으로 변이되어 다음에는 어떤 변화, 어떤 사태가 올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구라는 푸른 별 위에 살고 있는 인류전체가 환자가 되고 생사를 함께하는 운명공동체가 되
었습니다.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가림 없이 국경을 넘어, 피부색을 넘어, 이념을 넘어 병균의
침노는 가차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방약과 치료제를 개발하여 방역과 치유에 혼신을 다하
고 있으나 좀처럼 진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세 번씩이나 예방주사를 맞아도 완전
한 방역이 되지 않는다니 두려움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 우한코로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괴질을 코로나19로 이름을 바꾸어 특정지역 발원설
로 야기되는 반목과 증오를 잠재우려 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양에서는 동양인을 폄훼하고 심
지어는 폭력을 가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 일상의 얼굴이 되고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낯설어졌으며 만나서 손을 잡
고 인사하는 대신에 주먹으로 반가움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어 대인관
계가 단절되고 모임이 없어지니 사회생활이 축소되었으며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삶 자체
가 피폐해져 갑니다. 타인의 눈이 지옥불이 아니라 타인의 눈이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불안감과 우울감이 불러온 코로나 블루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함
께 병들어가는 현상입니다. 이런 병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 국가, 아니 전 세계를 휩쓰는 팬
데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14세기 유럽에 유행하였던 병 페스트가 생각합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정도를 죽음으
로 몰고간 페스트는 중세를 붕괴시킨 요인의 하나가 되었을 뿐 아니라 후에도 세계 여러 곳에
서 재발하여 사라들을 죽음의 공포로 떨게 하였습니다. 위생 상태가 나쁘고 의학에 대하여 무
지하였으며 미신에 사로잡혔던 시대와 달리 오늘날 페스트는 충분히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병
입니다.
그리고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생각합니다. 페스트는 1947년에 초판을 발행하였으며 카
뮈의 저서들 중에 당시 베스트 셀러로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카뮈를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게 한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며 부조리한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저항을 기조로 하는
실존주의 문학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의 오랑시라는 폐쇄되어 고립된 공간에서 전염병 페스트에 직면한 극한상
황 속에 놓인 인간 군상의 여러 변모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공포와 죽음 앞에 적나라하게 드
러나는 인간 저마다의 본성을 여실하게 그려낸 걸작입니다. 카뮈가 기자로서 실지 오랑시에
거주할 당시 겪은 티프스 발생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페스트균은 세계 제2차대전의 원흉인 나
치를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전쟁이든 질병이든, 결국 인간이 겪는 고통과 절망은 참혹
합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 이 작품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의 위협 속에서 카뮈의 페스트를 떠올ㄹㄴ 것은 오늘 우리가 직면한 극한상황과
유사성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속성중에도 선의 의지와 이타정신, 그리고 패배하고 패
배할지라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본분을 다하는 사투의 끈기, 결코 놓지 않는 사랑의 끈이 승리
를 이룩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번져나갔을
때 타 지역에서는 그 지역이나 그 지역 사람들을 원망하고 경원하고 증오하기를 서슴지 않았
습니다. 중세의 실지 페스트 재앙 때 누명을 씌워 나병환자들을 죽이고 유대인들을 혐오하고
마녀사냥을 했던 것도 비슷한 증상이었습니다. 또 카뮈의 페스트에서처럼 낙관하던 상황이 바
뀌고 전염의 공포가 커지자 공권력은 갈팡질팡 오히려 화를 키우고, 가족은 헤어지고, 가게들
은 문을 닫고, 사망자 처리는 존엄을 잃고, 환자가 변에서 완치되었다 하여도 근접하기를 꺼
렸습니다. 그 지역과의 왕래를 단절하고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을 여지없이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그 영웅들이었습니다. 의술이 곧 인술임을 증
명하듯 의사와 간호사들이 미지의 병이 창궐하는 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명확한 치료법이나
처방이 없는 곳에서 그분들은 목숨을 걸고 마치 페스트 속 주인공 베르나라리외처럼 분투하였
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은 우주인 같은 차림을 하고 구원의 천사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
옆의 동료가 하루 아침에 거짓말같이 병들어 사망하는 불안하고 암담한 상황에서 문학과 문학
인의 소임은 과연 무엇일까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페스트의 등장인물처럼 현실
을 직시하며 각기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병마와 싸워 이기는 길이라면
문학과 문학인이 그 임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해답은 문학인이 할 일은 역시 문학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건 사물의 진수를
바라보는 진정한 견자가 되고, 바로 생각하는 사색자가 되고, 바로 기록하는 증언인이 되고,
나아가 미래를 예견하는 예언자가 되는 것이 문학과 문학인의 소임이라는 끝말에 이르렀습니
다.
하면서 오래 전에 작고한 김관식 시인을 떠올렸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37세에 요절한 천재
시인 김관식은 여러 가지 기행이 많은 시인이었습니다. 지인에게서 들은 그의 행적 한 가지를
영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김 시인이 양을 기를 생각을 하였다고 합니다. 안양에 가서 양 한 마리를 구
했는데 시외버스가 있었지만 양을 사람과 함께 태워주지 않았기에 양에게 고삐를 매어 걸어서
서울까지 와야 하였습니다. 양을 끌고 한참동안 걸어오다 보니 너무나 지치고 다리가 아팠던
김 시인은 걸음을 멈추고 양에게 “양아, 양아! 내 다리가 이리 아픈데 네 다리는 또 얼마나
아프겠니?”라고 말하며 끌고 오던 양을 업고 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동화 같은 이 일화가 언제나 감동적인 이유는 시인의 삶에 깃들인 진정한 시정신과 시정신의
실천에 대한 공감이며 존경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환란 속에서 창작되는 문학인
의 문학이 이런 연민과 동정, 그리고 사랑에 뿌리를 둘 때 모든 고통은 위로를 받고 자칫 노
출되려는 야만성과 이기심 따위의 부도덕성을 퇴치하여 불안과 공포,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극복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코로나
사태 이후의 변화된 삶에 대처하는 마음 또한 더 단단해지리라는 믿음을 가집니다.
이달의 시
문두근_잡풀
최영규_입동
권득용_동화를 쓰면서
이비단모래_김 재우기
김안나_봄, 올까?
김용수_살구꽃
김 백_섬진강 기수역에서 5
오정윤_바둑 두는 사람들
정숙자_파사성에 올라
김도희_외길 사랑
김병호_달 그림자
나광호_종자와 씨앗
조철형_적벽
김향림_인생열차
김기성_꿈의 미학 판타지 시38
조형식_코로나의 명령
이광훈_참회1
유연주_멀미 나
김형금_온 나라가 들썩들썩
박희정_내 곁의 행복
이익준_바람의 유혈
여 운_눈동자
이현렬_나무는 기다린다
거걸랑_첫눈
김미숙_오독
김은경_미소가 예쁜 이웃
조교성_화석의 꿈
김태운_봄이 오는 길목
강해자_외딴섬
김원희_하면 돼
김미옥_미안하다
한유경_두둑을 짓는 일
곽기영_낙화유수
김선아_숨겨둔 말
정유미_육교 밑 취한 남자
김신덕_백두대간 너울 평화
서성호_개망초꽃 피다
박 용_시의 얼굴
라윤영_수선화
김영규_아내의 변주곡
김봄닢_발자국
박 별_누가 놓고 간 시
오연복_광장시장
구효영_사랑의 인사
윤성오_어머니의 뜨락
김효운_따뜻하다는 것은
이달의 시조
정대훈_매년 익명의 기부
김연동_풍경
김미진_마음속에 있는 빛깔에 대하여
신웅순_묵서재 일기
임유행_청령포에서
가상 인터뷰_유치환 시인_청마, 그 자체가 현대시의 고전이 된 유치환 선생에게_김원중
목동살롱_김영_내 맘의 강물
이 시대 창작의 산실_김호운 소설가
창작산실_길 위에서 길을 찾는다
무엇을 쓰고 있나_지금도 나는 나의 아날로그를 찾는다
대표작_사라예보의 장미
나의 등단 이야기
나의 시작의 시작_정대구
이달의 소설
방소윤_빗방울 음표
조규남_엄마의 꽃
유미경_오빠 생각
정재영_민화투판 흑싸리 껍데기
나향원_쓸쓸한 버스 정류장
이달의 수필
문혜영_가을이를 보내며
이영우_발톱 깎기
최홍식_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이종미_전학생
이남천_송편송
박재일_꽃 배달
조영자_목련의 별빛 사랑
임채호_남산에서 듣는 소리
박규리_사랑해, 고마워
최문석_살아간다는 것
차석규_소만 보면 그때 생각
전필례_힘이 되어 준 말 한마디
오혜진_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정세교_이인행 필유상사
고연수_겨울 꽃과 아주 작은 새들의 노래
나순희_낙엽 귀근을 생각하며
강미란_차경
이명선_그리운 시절
이달의 동시
손명희_우리 아가
최성희_바람 닮은 꽃
강안나_뜨거운 후회
이달의 동화
이규희_벚꽃나무 아래서
전세준_춤추는 밤나무
이달의 평론
강경호_새롭게 피어난 국화의 이미지와 의미역
제33회 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시_최일걸_경주의 힘
소설_백진_막새
시조_최정희_신라의 달밤
김장배_밀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