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옥룡설산을 가다(4) - 여강(麗江), 곤명(昆明)
여강을 빠져나오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여강제1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룡설산
날이 좋으니 여강 시내에서 멀리 옥룡설산이 보입니다. 그래서 설산로(雪山路)입니다. 설산
로를 따라 여강을 빠져나갑니다. 곤명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 ‘여강제1경(麗江第1景)’이라는
전망대에서 옥룡설산과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곤명 가는 도중에 대처인 초웅(楚雄)이라는 도시 외곽에서 점심밥을 먹었습니다.
가이드는 이 초웅이 삼국시대 제갈량에게 칠종칠금을 당했다는 남만왕 맹획(孟獲)의 고향이
라고 합니다.
1. 옥룡설산
늙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맞습니다. 곤명 가기가 지루하여 공룡곡(恐龍谷)에 들려 공룡을 봅
니다. ‘북병마용 남공룡곡(北兵馬俑 南恐龍谷)’이라고 선전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룡
몰살지라고 합니다. 이곳 공룡역사관의 짤막한 영화는 공룡의 절멸을 지구와 운석의 충돌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2. 세계공룡곡
3. 화석에서 발굴한 공룡의 조립, 큰 공룡은 30톤까지 나간다고 합니다
4. 공룡 화석지, 화석지에 박물관을 세웠습니다
중국 여행은 버스 타기가 그리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와이파이 공유기와 아이패드를 가지고 갔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와이파이를
끌어당겨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타는 시간이 길어지고 창밖 풍경이 싫증이라
도 나면, 고속도로 휴게소와 음식점에서 수집하였던 시구의 출전을 찾아보거나 글씨와 그 내
용을 음미해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5.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의 2층 처마 벽면에 에 써놓은 한시
청대 사대부를 지낸 유희재(劉煕載, 1813~1881)의 시입니다.
海爲龍世界 바다는 용이 사는 세계이고
靝是鶴家鄕 하늘은 학의 고향이다
江流薄盤石 흐르는 물 밑엔 앏은 반석이요
山嶽凌雲霄 산악은 구름 낀 하늘에 닿았네
주) ‘천시(靝是)’는 더러 ‘천시(天是)’라고 쓴 책도 있습니다. 같은 의미입니다.
6.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의 2층 처마 벽면에 에 써놓은 한시
진(晉)나라 시인 좌사(左思, 250?~305)의 「초은(招隱, 숨어 살리라)」에 나오는 구절입니
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杖策招隱士 지팡이 짚고 은사를 찾아나서니
荒途橫古今 황량한 길은 예나 지금이나 가로질러 있네
巖穴無結構 바위굴에는 번듯한 집도 없는데
丘中有鳴琴 언덕에서 거문고 소리 들린다.
白雲停陰岡 그늘진 산등성이에는 흰 구름이 머물고
丹葩曜陽林 양지바른 숲에는 붉은 꽃이 빛난다
石泉漱瓊瑤 석천은 옥을 씻은 듯
纖鱗或浮沉 고운 비늘 또 일렁인다
非必絲與竹 거문고 퉁소 아니어도
山水有清音 산수에는 맑은 소리가 있다
何事待嘯歌 어찌 피리와 노래를 기다리랴
灌木自悲吟 떨기나무 절로 슬피 노래한다
秋菊兼餱糧 추국으로 양식을 겸하고
幽蘭間重襟 그윽한 난초는 겹쳐진 앞섶 사이
躊躇足力煩 힘없이 머뭇거리는 발걸음
聊欲投吾簪 벼슬도 내던지련다
7.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의 2층 처마 벽면에 에 써놓은 한시
도연명(陶淵明, 365~427, 남조와 송대 초기 시인)의 「移居」 첫 구절입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春秋多佳日 봄 가을에는 좋은 날이 많아
登高賦新詩 높은 데 올라가서 새 시를 읊네
過門更相呼 문 앞을 지날 적엔 번갈아 불러들여
有酒斟酌之 술 따라 잔 권하며 마시네
農務各自歸 농사일 바쁘면 각자 밭에 가고
閒暇輒相思 한가한 틈 생기면 곧 서로 생각하여
相思則披衣 친구 생각에 이내 옷 걸치고 나서서
言笑無厭時 말하고 웃고 물릴 줄을 모르네.
此理將不勝 이렇게 사는 도리 가장 좋거늘
無爲忽去玆 아예 이곳에서 나갈 생각 말리
衣食當須紀 입고 먹는 것 마땅히 내 손으로 벌어야 하니
力耕不吾欺 힘써 농사지으면 반드시 보답 있으리
8.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의 2층 처마 벽면에 에 써놓은 한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맹호연(孟浩然, 689~740, 당나라 시인)의 시 「宿業師山房待丁大不至(업화상의 산방에 머
물며 오지 않는 정공을 기다리며)」의 첫 구절입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夕陽度西嶺 석양은 서쪽 고개로 넘어가고
群壑倏已暝 골짜기마다 어둠이 깃드네
松月生夜涼 소나무에 걸린 달은 서늘한 밤을 만들고
風泉滿淸聽 바람 속 샘물소리 맑게 들리네
樵人歸欲盡 나무하던 사람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煙鳥棲初定 저녁 연무 속 새들도 둥지로 들었네
之子期宿來 이곳에 와 하룻밤 지내겠다던 그대를
孤琴候蘿徑 나 홀로 거문고 안고 길로 나가 기다리네
9.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의 2층 처마 벽면에 에 써놓은 한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왕수소(汪洙所, 북송 시인)의 「神童詩」입니다.
春遊芳草地 봄에는 향기로운 풀밭에서 놀고
夏賞綠荷池 여름에는 녹음 진 연못을 감상하고
秋飲黃花酒 가을에는 국화주를 마시고
冬吟白雪詩 겨울에는 백설 시를 음미하노라
주) 황화(黃花)는 국화(菊花)라고 한 곳도 있습니다
10. 음식점의 벽면에 걸린 액자
진관(秦觀, 1049~1100, 북송의 문인)의 「泗州東城晩望(저물녘 사주의 동성에서 바라보
며)」입니다.
渺渺孤城白水環 아득히 흘러오는 맑은 물 고성(孤城)을 두르고,
舳艫人語夕霏間 배 위의 사람들 황혼 속에 이야기 나눈다.
林梢一抹靑如畵 숲 속 가지 끝에 그림을 그린 듯 푸른 점 하나,
應是淮流轉處山 회수가 굽이쳐 흐르는 곳의 청산이리라.
흔히 잘 쓴 글씨(그래서 보기 좋은 글씨)는 ‘대소장단 비수원방(大小長短 肥瘦圓方)’에 있다
고 합니다.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두텁고 가늚, 획의 둥금과 각짐’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시를 쓴 분도 그런 점에 유념한 것 같습니다.
11. 음식점의 벽면에 걸린 액자
왕유(王維, 699?~759, 당 시인)의 「送元二使之安西(안서로 가는 원이를 보내다)」입니다.
고래로 이별의 절창으로 꼽혀 온 시입니다.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의 아침 비 먼지 촉촉이 적시어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의 푸른 버들 그 빛 더욱 새로워라
勸君更進一杯酒 그대에게 한 잔 술을 다시 권하나니
西出陽關無故人 서쪽 양관으로 나가면 친한 벗도 없으리
12. 음식점의 벽면에 걸린 액자
두목(杜牧, 803?~852?, 당나라 시인)의 「산행(山行)」입니다.
遠上寒山石徑斜 멀리 가을 산에 돌길이 비껴 있고
白雲生處有人家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
停車坐愛楓林晩 해질녘 단풍 숲이 좋아 수레를 멈췄더니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구나
마지막 구 ‘霜葉紅於二月花(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구나)’가 고래의 가구(佳句)로
유명합니다.
13. 음식점의 현관에 걸린 액자
이 시는 그 출전을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국고전번역원에 물어 다음과 같은
매우 친절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雲載運種隨心動 구름에 運種을 싣고 마음 따라 움직이며
天送酬勤業欣榮 하늘은 근면함에 보답하니 사업이 번영하네
水似財源緣誠信 물은 財源 같아 인연 참으로 믿음직 하고
香飄寶海聚金龍 향기나는 寶海에 金龍이 모인다네
* 運種 : 미상. 사전이나 문헌에 나오지 않는 용어이다. 혹 운명의 종자라는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 財源 : 재물이 나오는 원천. 재물
* 寶海 : 미상. 술 이름인지 확실치 않다
* 金龍 : 미상. 화폐를 말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 이 시는 출처와 작자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고문헌에 나오지 않는 용어가 많은 것을 볼
때 근고에 누가 임의로 지은 시인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운자도 없고 평측도 맞지 않아 전
통적인 한시의 형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아마도 음식점이 번창하라는 의미로 지은 글인 듯하
지만 무슨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알기 어려우니 현대중국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다시 질
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 가는 비행기에서는 이따금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면 저기가 어딜까 골몰합니다.
14. 서울 가는 비행기에서, 장가계일까?
15. 서울 가는 비행기에서, 장가계일까?
16. 우리나라 상공, 괘관산일까?
17. 우리나라 상공, 옥정호
18. 우리나라 상공, 옥정호
첫댓글 남들은 그냥 지나칠 곳도 멋진 여행지로 탈바꿈하네요. 한시기행 좋습니다. 이래서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이 나왔나? ㅋㅋ
언제나 멋진 산행기,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옥정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옥정호네요.
감사합니다. ^^
정말 색다른 여행기입니다...보통 사람들은 지나쳤을 것들을 찾아서 연구해서 올려주시고, 참, 앉아서 보기가 송구하네요^^ 그래도 글을 열심히 읽어주면 돼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