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
민주당 인천시장 선거 경선 탈락.
특정 세력의 공격에 미투 반대세력 가세
“시민들 오해, 나도 위축돼”
내각 30%여성·미투 운동 이후
성평등 지방선거는 시대적 과제
여성전략공천은
기울어진 운동장 균형 위한 것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 내각 여성 30% 임명은 성평등 실현의 역사적인 이정표로 남아있다. 남녀동수내각을 전제한 이같은 조치는
1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이 됐다. 이어 미투(#Metoo) 운동은 왜
성평등을 실현해내야 하는지 당위성을 가시적으로 드러냈다.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기득권 남성 정치인들이 정당에서 성평등한 공천은 희망고문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에서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전략공천도 없었고 경선에 출마한 3명 모두 패배했다. 높은 당
지지율을 독식하려는 남성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여성들은 또다시 밀려났다.
특히 인천광역시장에 도전해 경선에서 탈락한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의 선거운동 과정엔 아쉬움도, 석연치 않은 점도 많았다.
3월 초 지역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후보 적합도 1위로 나타나는 등 1호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에 기대를 모았던 그가 4월 17일
경선 결과 큰 표 차이로 꼴찌를 했다. 경선 전 불이익을 무릅쓰고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정도였다. 경선 탈락
직후에도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취소했다. 경선 불복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홍 전 구청장은 당 내 후보 공천이 한참 진행 중인 4월 30일 인터뷰에 응했다. 박남춘 후보와 탈락한 김교흥·홍미영
예비후보가 ‘원팀’으로 지선 승리를 다짐한 날이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덮고 넘어갈 게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성차별 해소를 위한 여성의 정치 확대, 대통령의 성평등 실현 의지를 지방정부에서 실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그의 패배는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였다. 인천 부평구 자택에서 진행한 인터뷰에는 당시 선거캠프에서 온라인홍보를 담당했던
자원봉사자가 함께 참석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설명을 보탰다.
홍 전 구청장은 “여성전략공천에 대한 집단적인 악의적인 비방 공세가 심각했다”고 했다. 여성전략공천은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정당이 해야 할 역할이지만 전략공천을 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시장 후보 출마 고민을 시작할 때 여성전략공천과 내부경선 두 가지를 모두 생각했다고 했다.
전략공천은 본선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당내 경쟁에서 기득권 조직의 벽을 넘기 힘든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다.
대통령의 내각 여성 30% 임명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실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성 당원들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3월5일 안희정 전 지사의 미투가 제기된 이후 젠더정치가 확대돼야 가장 오래된 적폐 청산인 정치 참여가 확대되는
기본 조건이라고 했고 3월6일 광화문에서 ‘여성의날’ 행사 때 추미애 대표 등이 별도의 행사를 갖고 미투는 민주당이
해소해나가겠다고 했다. 3월8일 여성의날 당일에는 미투 해소를 위한 젠더정치 확대를 모든 정당이 주장했다. 국민적 여론을 정당
차원에서 받아들인 결과다.
그는 “그 무렵 경인일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로 적합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지역에서 명함 돌리면서 사람들을 만날 때
인천에서 이번에는 여성광역단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체감 분위기였다”고 했다.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홍 전 구청장에
대한 지지에 반영된 셈이다.
그런데 3월 말부터 홍 전 구청장의 트위터 계정에 여성혐오적이고 전략공천을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면 욕설 문자가 돌아왔다. ‘페미질하지 말라’고 욕하는 전화도 받았다. 미투에 대한 반작용으로 펜스룰 등
남성들도 피해자라는 역풍이 확산된 무렵이었다. 또 여성 전략공천을 촉구하는 여러 기자회견 중 4월 2일 여성계 기자회견에 참가한
국회의원 중 몇 명이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점만을 가지고 이대 출신인 홍 예비후보와 엮어 ‘이대 계파질’이라는 비방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 전 구청장이 홍영표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공격은 극에 달했다. “조직적이라고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홍 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기자회견 직후 순식간에 트위터에서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그러나 정작 당시 기자회견의 내용이었던 홍 위원장에 관한 얘기는 없고, 왜 전략공천을 바라느냐는
비난과 비방, 욕설이 넘쳐났다. 여자가 벼슬이냐, 비겁하다, 특혜다, 여성이 뭐냐, 가점 받지 않느냐. 심지어 세월호와 관련한
글을 올려도 그랬다. 위키백과에는 홍 구청장의 상훈, 경력이 전부 삭제되고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기록만 남겨졌다. 나무위키엔 4번
정도 공격이 발생했다. 일부 집단이 벌인 일이 페미니즘에 반기를 든 사람들은 물론, 평범한 당원들에게 확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여성들을 공격한 이들만큼이나 민주당과 여성계에 느낀 아쉬움이 컸다.
정당이 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여성전략공천이 왜 필요한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설득해나가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이뤄지므로 균형을 맞춰야 함을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한다. 여성이 본선에
나가면 남녀유권자, 생활 정치, 시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데 당내에서는 일반 시민을 대표하는 정당의 분위기가 아닌, 오래된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에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여성전략공천이다. 그런데 특혜나 비겁한 것으로 얘기한다.
그는 또 “미투 운동이라는 정말 좋은 기회가 있음에도 당 안팎에서 공격받았다. 미투의 또 다른 양상, 성불평등한 부분과
방해세력이 많다는 점을 선거에서 본거다. 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정치싸움에 몰두해 있다. 앞을 내다보고 기회주고,
확산시키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내각 30%가 있는데 광역·기초 지역에서 모델이 필요하고 당에도 헌신하고 여성정치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명분과 실리를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 전 구청장은 선거 국면과 정당 내 이런저런 논란과 부당함을 넘어설 궁극적인 방법은 ‘여성 연대’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허위 비방이 확산되면 여성들이 더 많이 지지하고 목소리 내줘야 하는데 예전에 비해서 여성 대표성 확대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여성단체들 쪽에서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연배가 많아서 정치를 못 하는 나이가 되더라도 바깥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스웨덴, 성평등
국가를 희구하는데 촛불 대통령,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하고 여성운동을 한 장·차관도 있고, 많은 분들이 정부에 들어갔다. 이때가
그 시기다. 이 계단을 넘었으면 갈 수 있다고 보는데, 이 계단을 못 넘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 일을 통해서 젠더
정치가 더 힘을 내야 한다.”
2018년5월2일
여성신문/진주원기자
http://www.womennews.co.kr/news/14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