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화(花), 달 월(月). 화월은 꽃이 한창 피는 봄을 일컫는다. 음력 3월을 달리 부르는 말로 산과 들에 꽃이 만개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3가 마산의료원 맞은편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화월'은 족발집이다.
꽃과 족발이라. 어울리지 않는 가게 이름 같지만 운치 있다. 접시에 담겨 나온 족발 모양을 보니 꽃이라 불릴 법도 하다.
지난 2010년에 문을 연 화월은 덩치가 우람한 황정욱(41) 씨가 주인장이다. 굵직한 목소리로 손님을 맞던 황 씨는 종종걸음으로 주방을 향해 섬세한 손길로 족발을 썬다.
칼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 그를 지켜보는 동안 소시지처럼 둥근 족발 생김새에 관한 질문은 잠시 미뤘다.
지름 3㎝ 정도의 동글납작한 족발 35여 점이 부채춤을 추듯 겹겹이 놓여 있다. 그 위에는 샐러드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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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월의 약선족발. /박정연 기자 |
여느 족발 집에서 보기 어려운 두꺼운 유리접시는 하늘색 띠를 두른 채 족발을 품고 있다. 족발을 한 점씩 먹으면 연두색 빈 접시로 변한다.
화월 족발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냉족이며, 오향장육에 가까운 소스 맛이다.
돼지 앞다리나 뒷다리를 뼈째 들고 고기 뜯는 맛을 즐기는 이라면 화월과는 거리가 멀다. 손님상에 돼지뼈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이자 요리사인 황정욱 씨가 살을 발라 압축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동그란 형태를 띤다. 한 점마다 4분의 3은 살코기, 나머지 4분의 1은 비계 비율로 잡혀 있다.
"가게 쉬는 일요일마다 족발 장만을 합니다. 뼈를 완전히 제거해 고기 부위만 뭉쳐서 랩으로 20번 정도 꼼꼼하게 감습니다. 냉장 상태로 보관해 썰어서 냅니다."
쿠킹랩을 벗겨 내니 짧은 가지 모양을 한 족발이 도마 위에 놓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부분의 족발집과는 다르다.
부드러운 온족발을 즐기는 이라면 화월 냉족발은 퍼석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큼한 채소가 더해져 묵직함을 달랜다.
토핑처럼 올려진 샐러드는 오이, 상추, 양파, 당근, 적양배추, 피망, 대파가 어우러져 아삭하다.
씹을수록 구수해지는 오향장육에 가까운 소스 맛은 자꾸 술을 부른다.
오향 재료인 감인, 복령, 백홍, 인삼, 사인을 포함해 13가지 약재로 달인 물에 돼지족발을 삶아 특유의 냄새를 잡았다.
"저도 처음에는 대부분 족발집처럼 온족발을 취급했습니다. 국물도 따로 내고 김치와 상추 등 갖가지 반찬을 따로 냈지만 혼자 하기에는 역부족이더군요. 이리저리 연구 끝에 뼈를 제거하고 손질해 압축한 냉족발을 만들게 됐습니다."
족발만 써는 사람만 2~3명 정도 있는 대형 족발집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혼자 장사하려니 자연스레 레시피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낮에는 생수 배달을 하는 황정욱 씨는 오후 6시부터 화월에 나와 음식을 장만한다. 오후 7시가 돼야 첫 손님을 받는다.
단골손님의 7할은 퇴근 시간이 늦은 화월 근처 병원이나 마트 노동자다.
먹는 걸 좋아하고 재료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자그마한 술집을 운영해 보고 싶었단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영업시간이 자정까지지만 초반에는 10시도 안 돼 문을 닫았다. 가게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준비해 둔 재료를 써보지도 못하고 버릴 때가 제일 마음 아팠죠. 주택가 골목에 자리하고 있지만, 단골손님이 차츰 늘고 형님 동생 하면서 지내는 이들도 생겨 시간이 약인가 싶기도 합니다."
공깃밥이나 뜨거운 국물이 더해진 족발집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다만 족발 하면 마늘과 고추, 막장을 찾는 손님을 생각해 새우젓과 함께 내놓는다.
황정욱 씨는 "안주하지 않은 덕분에 특색 있는 약선족발을 만들게 됐다. 테이블 5개가 전부인 조그마한 술집이지만 다양한 선택지 중 한 곳이면 족하다"며 웃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약선족발(소)1만 8000원·(중)2만 5000원·(대)3만 원 △냉채족발 (소)1만 8000원·(중)2만 5000원.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북2길 7 (중앙동3가).
◇전화 : 055-224-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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