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농인 박민서 신부, 미국서 박사 땄다
안녕하세요? 한국농아방송 김청숙 앵커입니다.
아시아 최초 농인 사제인 서울대교구 박민서 신부가 지난 5월 23일 미국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박 신부는 2021년부터 미국 워싱턴대교구 농인 사목 활동과 대학원 연구 활동을 병행하면서 ‘에파타(열러라)!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라는 논문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농인 사제가 이 같은 주제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유례가 없습니다. 그동안 성공회와 감리교에서는 농인 성직자가 농인 교회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쓴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천주교에서는 박 신부가 처음입니다. 박 신부의 이러한 연구 결과로 농인 사목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박 신부가 박사학위를 받게 된 계기는 2021년 2월부터 미국 워싱턴교구에서 농인 사목을 하던 박 신부의 언론 인터뷰를 본 석사 논문 지도교수인 카르멘 낸코 페르난데스 박사의 박사 논문 권유였습니다. 그 후 박 신부는 그해 8월부터 시카고 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했고 지난 5월 13일 논문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두 살 때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은 박 신부는 국립 서울농학교 고등부 학생일 때 같은 농인 미술교사가 자신을 사제의 길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농학교 졸업 후 199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갈로뎃대학교 어학원에서 영어와 미국수어를 배우고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박 신부는 1999년 뉴욕 성요셉 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사제의 길에 들어섰고 서울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마쳐 마침내 2007년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박 신부의 영향으로 현재 아시아 농인 사제는 박 신부를 포함해 모두 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박 신부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다시 미국으로 가 워싱턴대교구 청각장애인 사목을 맡아 박사학위까지 따면서 ‘농인 사제’를 꿈꾸는 농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박 신부는 “농인의 박사학위 취득은 농사회 안에서도 놀랍고 기쁜 일”이라며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한국어, 한국수어, 미국수어에 이은 저의 네 번째 언어인 영어로 박사논문을 썼고 농인도 박사학위 논문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줘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