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아내
젭은 아들 댄의 엄마 낸시에게 주인 방을 내주고
거실 가우치에서 홑이불을 덥고 잠을 청하고 있다
방 문 사이로 새어나오던 불빛이 꺼졌으니
낸시는 그의 남편이랑 잠이 들었나보다
낸시가 젭과 이혼하고 후로리다로 떠난 지 십여 년이나 된다
오랜만에 아들 댄의 결혼잔치에 참석 차 왔다가
호텔 방에 들 형편이 아니라 남편만 젭에게 맡기고
자기는 어릴 때 친구 집에 자려던 것을 젭이 선뜻이
자기 방 옛날 낸시랑 쓰던 방을 내주었다
밤은 깊었지만 가끔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거실유리창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와 젭의 눈을 부시게 한다
젭은 언 듯 낸시를 처음 만나 데이트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월남전이 미군의 철수로 끝나
뒤끝 입맛이 좋지 않은 종전 이였지만
월남에 갔던 군인들 돌아오고
젊은이들 군에 징집되지 않기 때문에
진 전쟁 이였으나 젊은이들은 축제 무드였다
젭이 일 마치고 돌아와 쉬려고 하는데 친구 테드가 찾아와
젭에게 테일 게이트 파티
(반 트럭 뒤 칸막이 문 제쳐놓고 앉아 파티 하는 것)
에 가자고 청했다
거기 가면 여러 친구도 만나고 특히 여자 친구 도 온다니
따라 나서기로 했다
오하이오강변 파아크에 가니 벌써 여러 친구들이
차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록음악을 들으며
맥주 캔 하나씩 들고 있었다
한 예뿐 여자가 테드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주색 점퍼 슈트을 입고 있어서 남들 다 청바지에
티 셔츠 나 단색 블라우스를 입고있는데
낸시는 특이하게 눈에 띠었다
그리고 알이 적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테드가 젭에게 이름이 낸시 이고 자기 여자 친구라고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낸시 곁에 서있는 키가 훤칠한 쉘리를 낸시가
데드와 젭에게 소개했다
떠들썩한 파티에 그들 넷은 한곳에 몰려
젭과 테드는 풋볼게임 이야기 낸시와 쉘리는
친구들 결혼 준비 이야기를 이어갔다
젭은 간간이 낸시가 흘깃흘깃 곁눈질하며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술 마시며 수다 떨다 밤이 깊어
내일 일을 해야하는 젭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집에와 담배를 피우려 윗 호주머니를 뒤지니
담뱃갑 뒤에 안경이 꽂혀져있는 것이 만져져 꺼내보니
아까 낸시가 끼고 있던 안경 같았다
다음날 직장에 나가자마자 전화번호부 책을 뒤져
낸시가 일한다는 보험회사 전화 번호를 알아내
다이얼을 돌렸다 그리고 낸시를 찾았다
조금 있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웃는 목소리로
낸시가 대답했다
젭이 취중에 실수로 안경을 주머니에 넣어 가져온
모양이라고 이야기하니 낸시가 전화 받고 싶어
일부러 넣었다고 하며 깔깔댄다
그리고 토마스 스트릿 2465 까만 지붕에 하얀색 집,
창문 가에 꺼먼 사이딩(창문 옆에 덧창같이 부쳐 있는 것)이
있는 집으로 저녁에 오라고 했다
그날은 월요일 이여서 그런지 무척 바빴다
젭이하는 일이란 실직한 사람이 찾아와 실직 신고하면
실직 보조금 신청을 도와주고 새 직장을 물색해주는 곳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퇴근하여 매일 하는 샤워이지만
그날은 좀 오래 깨끗이 씻었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가면서 뒤로 제치고
쉐이빙 로숀도 바르고 겨드랑이에 디오더란트도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탔다
옛날부터 잘 알고 있는 길이여서 금방 토마스 스트릿을
찾았고 그 집 앞 메일박스(우편함)에 써 놓은 번지수로
낸시의 집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포치 옆 현관문 초인종을 눌렀다
낸시가 현관문으로 급히 달려오는 것을
꽃무늬 현관 유리창으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웃는 얼굴로 문을 열고 맞아주는 낸시에게
낮에 준비한 만화 그림의 카드에
간밤엔 즐겁게 지냈다는 인사말을 적은 카드와
안경을 건네주었다.
낸시는 그를 안내하여 리빙룸으로 안내했다
선반에는 많은 인형을 전시해 놓아 아담한 분위기를
풍기는 방이었다
둘은 실직한 사람들의 이야기, 보험의 종류에 대한, 각기
그들 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맥주 마셔가면서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만났다.
하루는 낸시네 현관 옆 포치에 있는 그네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테드가 찾아와 젭을 쏘아보고 네가 웬일로
여기와 있냐고 큰소리로 물으면서 금방 주먹이라도 내휘두를 듯이
젭앞으로 다가서는데 낸시가 가로막으면서 오겠단 말도 없이
왜 왔느냐 면서 가라고 냉정하게 쏘아 부친다.
젭은 도둑질하다 들킨 기분이었다
그후론 낸시가 젭을 찾아 왔다가는 밤늦게 돌아갔다
그때마다 젭이 바래다주었다
어느 날 낸시가 느닷없이 결혼하자고 한다 임신했다고 하면서..
젭은 낸시랑 결혼하겠다고 응낙했다
낸시는 빠른 시일 내에 결혼식을 올리자고 젭에게 말했다
젭은 여기 미국 관례대로 18 세가 된 다음 집을 나와 살고 있었다.
젭은 부모님께 낸시랑 결혼하겠다면서 도움을 청하니
형편이 못 되니 자기가 저축해 천천히 결혼하라고 하신다.
낸시는 더 배부르기 전에 식을 올리자고 재촉한다
낸시는 결혼식 장소로 교회를 생각하고 있으나 다니는 교회도 없어서
이모에게 부탁했더니 이모가 먼저 결혼허가서(marriage licence)가
필요하니 미리 신청하라 하신다.
그리고 목사님께 부탁 해보겠다면서 하시는 말이
목사님이 당사자들의 신앙 관에 대한 설문을 하고 난 다음 허락한다고
하신다.
젭은 결혼식 식장 한번 빌려쓰고 그 교회 나오라고 할까봐
교회결혼을 반대했다 .
내시는 아직 18 세가 되지 않아 강 건너 켄터키주는 16세 이상부터
결혼허가를 해주니 그곳에 가서 결혼하거나
라스베가스에 가서 결혼하자고 제의한다.
젭은 라스베가스 가는 비행기표 값 그리고 호텔비가 비싸니
몇 달 기다려 18세가 되면 오하이오에서 결혼허가 받아
코트하후스(법원)에서 판사 주례로
단 둘이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의한다.
법원가 결혼허가(Marriage licence)를 신청하려니 출생시 의사가
서명하고 카운티(군 혹은 구)사무장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와
혈액검사 결과 서를 가져오란다.
병원에 가서 피 검사를 하고 그 결과서와 출생증명서
(Birth cetificate)를 제시하고 결혼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몇 일 후 그들은 법원 사무장으로부터 결혼허가 서를 받았다.
그 법원의 한 판사를 찾아가 결혼주례를 해 줄 것을 간청하고
허락 받았다.
그 판사은 두 증인을 데리고 내일 저녁 4 시 반에 오라고 한다.
낸시는 이모를 젭은 직장의 직속 상관을 모시고 가서
간단한 선서와 서약을 하고 결혼식을 맞췄다.
그들은 그날 저녁 라마다인 호텔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로
피로연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혼 밤을 새우고 테네시주의 스모키마운텐에
캠프여행을 떠났다.
젭의 차 보다 낸시의 차가 좋아서 낸시의 차를 젭이 운전했다.
젭 옆자리에 앉아 가던 낸시는 신혼 여행가는 기쁨보다
어설프게 치른 결혼식을 섭섭했고
테드를 버리고 젭을 택한 것이 잘 못한 것 같았다.
테드는 부유한 가정의 아들이고
아직도 부모님 집에서 좋은 스포츠 차를 굴리며 여유스럽게 산다.
그와 결혼했으면 멋있게 교회에서 다섯 쌍의 들러리를 세우고
장엄스럽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쉘리에게 배운 월츠 춤을 피로연 파티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멋있게 검은 턱시도를 입은
테드와 춤을 과시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니 낸시는 슬퍼져 흐느끼기 시작했다.
앞만 똑바로 바라보며 조심스레 운전하던 젭이 힐긋 곁에 있는 낸시를
쳐다보고 왜 그러냐고(Whats wrong with you ?)묻는다
낸시는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난다고 거짓 말을 했다.
그리고 쉘리의 언니가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리던 것을 본 것이
영화 장면처럼 눈앞에 떠오른다.
닷새만에 돌아와 미리 마련한 침실 둘 부엌에 붙은 거실 그리고 목욕탕
화장실 그리고 세탁기 드라이어가 있는 조그마한 방이 있는 아파트에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새 살림에 쓸 가재도구,생활용품,부엌살림,주방기구와
침실에 필요한 침대와 가구, 기타 가구들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의 크립(아기침대)을 월부로 산 빚을
갚아야하기 때문에 젭은 실직자보조기관에서 일이 끝나면,
매점이 있는 주유소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잡을 얻었다.
월남전에 갔던 젭의 친구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전선에서 당번이 아닌 날, 잠을 청하려 마시던 음주 습관으로
저녁이면 밤을 새며 술을 마셔댔다.
젭은 주유소 매점이 끝나는 대로 그들 모임에 갔었다.
그들은 맥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대마초를 피웠다.
플라스틱 비닐 봉지에 담아온 대마초를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으로 집어내서
흰 종이에 놓고 앞과 뒤를 봉해 담배 말듯 말아
대마초 담배를 만들었다.
담배 피울 땐 검지 중지 사이에 끼고 피우지만
대마초 피울 땐 엄지와 검지 끝으로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는 앞을 가리고 핀다.
한 두어 모금 들여 마시고는 돌려 가며
피우기도 한다.
낸시는 아래배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
변기에 앉아 복통을 참아 보려니,
변기속 물에 핏물이 번지는걸 보고 놀라
젭한테 집에 가자고 한다.
그리고 이모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말했다.
이모 말이 유산할지 모르니 산부인과에 가 보라고 한다.
다니던 병원 오피스에 전화했다. 응답기가 대답한다.
급하다고 자초지종을 말하니, 담당의사에게 연락해 주마 한다.
한 40 분 후, 응답기에서 오늘은 금요일이니
월요일 오전 시간에 병원오피스에 오던지
급한것 같으면 병원 응급실에 가보란다.
응급실 의사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
그 주말 당직 산부인과 의사가 진찰해 줄 꺼라 전한다.
응급실에 가려니, 거기 가서도 두어 시간 기다려야 될 것 같아
복통이 견딜 만해 집에서 그날 밤을 지나기로 하고 누어있었다.
자고 나니 통증이 좀 갈아 앉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낸시 이모가 와서 집안 일을 거들어 주고
낸시는 침대에 누어 있었다.
월요일 아침, 젭은 직장에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
가야 하기 때문에 결근하겠다고 전화하고, 또
낸시가 다니는 보험회사에도 몸이 아프다고 결근 신고를 했다.
그리고 산부인과 진찰을 받으러갔다.
이미 두서너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를 기다리니 "낸시!"라 부르는 소리에 일어나,
간호사 뒤를 따라 낸시는 들어가고
젭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나와 젭에게 진찰 결과를 이야기를 해준다.
자궁 경관이 좀 열렸다고 하면서 누어서 쉬어야지
유산 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약 처방전을 건네주고
한달 후에 다시 오란다.
젭의 부모도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 젭더러 주유소 파트타임 잡을 그만두라고 하신다.
월부로 산 가구 등,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면서
시아버지가 낸시 보고도 직장을 그만 두라고 말씀하신다.
낸시의 자궁 출혈 소동 때문에
둘은 신혼 초처럼, 둘이 같이 붙어 지낼 수 있었다.
젭의 아들 댄(다니엘)이 아버지한테 이른다.
엄마가 친구들이랑 낮에 술 마시고 대마초 피운다고..
출혈 소동으로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서 쉰 덕에, 별고 없이 출산해 얻은
아들이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다.
젭이 직장 나가고 아들 댄이 학교엘 가면 낸시는 할 일이 별로 없다.
침대 정리하고, 집안 청소하고, 남편이 벗어 둔 속옷, 양말, 겉옷, 셔츠
그리고 댄의 운동복 바지와 셔츠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
오후 시간 댄이 하교하기 전에 한 두어 시간 친구 집엘 간다던가
그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곤, 하찮은 티브이 가이드에 난 가십이야기, 영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맥주 한 두어 캔씩 마신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그들은 대마초를 말아 돌려가며 서너 모금씩
들여 마신다.
댄이 들어오기 전, 방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킨다.
그러나 냄새 맡기에 귀신인 댄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무슨 냄새냐고 묻는다.
학교 친구들에게 이미 들어서 대마초 냄새가 어떤지 그는 알고 있었다.
담배 냄새와는 다르다.
그걸 피고 나면, 마음이 평안해서 그런지 축 늘어져 쉬고 싶어진다.
댄이 핫 덕을 해달라고 해도 대답이 없다가 다시 졸라대면
차 운전을 해 줄 테니까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에 가서
빅맥이나 쿼터 파운드를 가져다 먹자고 한다.
젭이 "술 마시지 말고 대마초도 피우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하겠다 대답만 하고는 계속 친구들을 불러들인다.
어느새 낸시가 코케인 을 드려 마시길 시작했다.
티스픈의 사분지 일정도 흰 가루를 유리판에 놓고 양쪽에 날이 있는
옛날 면도칼로 하얀 가루에 선을 만든다.
그리고 20 달라 짜리 지폐를 돌돌 말아 빨대처럼 만든 다음,
그걸로 콧구멍에 대고 한쪽 끝으로 그 가루로 만든 가루 줄을 조금씩 흡입한다.
또 그들은 고액 지폐로 빨대를 만들어 흡입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100달라 짜리 지폐로도 빨대를 만든다.
코케인 을 하면 낸시는 힘이 생기고 기분이 맑고 좋아진다.
어떤 이들은 그 가루를 스푼에다 물을 넣고 녹여 촛불로 끓인 다음,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 때 쓰는 주사기로 그 약물을 주사하기도 한다.
그 약기가 떨어지면 다시 하고 싶어진다.
젭이 말려도 그가 일 나간 새 계속 약물을 함으로 어떻게 끊을 도리가
없고, 빚만 늘어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젭은 낸시 이모와 같이, 낸시를
강제로 약물중독환자 치료 소에 입원시킨다.
입원하자마자 낸시는, 퇴원시켜 달라고 담당 간호사와 의사에게 간청하고
젭과 이모에게 퇴원시켜 달라고 졸라댄다.
한 일주가 되니, 좀 잠잠하고 2 주만에 퇴원해서는 얼굴빛도 좋아졌고,
정말로 술, 대마초, 코케인 을 완전히 끊었다.
후로리다에 사는 낸시언니가 본지 오래 되었다면서 낸시와 젭을
크루스 여행시켜준다며 후로리다로 오란다.
댄을 할머니 집에 맡기고,후로리다에 가서 크루스 여행을 하기로 했다.
젭과 낸시는 언니가 오라는 날에 비행기를 타고 갔다.
후로리다에 가니, 크루스표를 사지 못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란도에 있는 디지니월드(어린이 놀이공원)를
삼일간 구경했다.
그 동안 낸시는 술도 않 마시고, 대마초나 아무런 약물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들은 즐겁게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 온지 한달 만에 낸시 언니가 크루스표를 구했으니 다시 오라고 한다.
젭은 또 다시 휴가를 받을 수가 없어서 낸시만 후로리다로 보냈다.
얼굴과 전신피부가 구릿빛으로 태워진 건장한 모습으로
3 주만에 낸시가 집에 돌아왔다.
댄과 젭은 퍽 반가웠고 댄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낸시의 일상 생활은 옛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씨리얼을 볼에 부어넣고 바나나를 얇게 저며 넣고
밀크를 부어 댄에게 주고, 토스트 빵을 구어 버터를 바른 다음
접시에 놓고 베이컨 몇 쪽을 오븐에 구운 다음
계란 노른자가 위로 오도록 후라 이를 한다.
그리고 커피를 내려 젭과 마주 앉아 아침을 한다.
술과 약을 끊어 그런지, 낸시는 아주 밝은 표정이다.
그런데 젭이 보기에는 좀 이상하다.
전화가 오면 벌떡 일어나 받는다.
평소에는 전화기 가까운 소파에 앉아 있으면서도
젭에게 전화 받기를 원했었다.
실은 낸시가 후로리다 마이애미에 가 있을 때 언니로부터
건장하고 잘 생긴 젊은이를 소개받았었다.
그 사람은 낸시 언니와 아주 가깝게 지내는 이웃 사람인데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낸시 언니가 젭 대신 크루스에 같이 가자고 부탁한 사람이다.
처음 낸시 언니가 그를 브라이언이라 소개할 때는 낸시가 아주 수줍어했다.
형부 데이비드와는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다.
크루스가 크리비언 바다에 작은 섬을 지나며 항해하는 동안 선상에 나와
일광욕을 하면서 경쾌한 라틴 음악을 듣고 또 음료수를 마셨다.
식사 때는 다른 그룹의 네 사람이랑 한 테이블에 앉아서 여덟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식사를 했다.
낸시에겐 이제 까지 못 먹어 봤던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저녁에는 볼룸에 들어가 한쪽 구석에서 맥주를 마시며 남들 춤추는 것을
구경도 했다.
그러다가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오고 전에 젭과 추워봤던 스윙(지루박)
춤이 생각났다.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드문 때 브라이언이 언니랑 추고
낸시는 형부 데이비드와 춤을 추웠다.
세인트 토마스 섬에 오니 바다속 물고기와 산호를 보는 스쿠버다이빙을
하자고 한다.
스쿠버다이버 복장을 하고 산소 통을 등에 지고 물 속에 들어가
그 아름다운 어항 속에서 보던,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아름다운 열대어가
산호 사이를 지나며 낸시 몸을 스치기도 하는 물고기를 황홀하게 구경했다.
그리고 관광 명소도 둘러보았다.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마이애미에 돌아온 후 서너 차례 브라이언이 언니 집에 찾아왔다.
꽃다발을 갖고 오기도 했다.
그들은 늦게까지 담소하고 브라이언은
언제나 돌아가기 싫은 걸음으로 섭섭해하며 집으로 갔다.
낮에 낸시가 혼자 있을 땐 브라이언이 자주 전화했다.
낸시가 오하이오에 온 후에도 낸시 남편 젭이 집에 없을 땐
전화를 자주 했다
젭은 낸시가 무슨 전화를 받으면 활짝 반가운 표정으로
혼자 숨어 받는 아내의 태도가 의심스러웠다.
그 연유를 물으려 하루는 일찍 집에 들어왔다.
집안이 썰렁했다.
낸시 화장대의 화장품들이 없어졌다. 옷장에도 낸시의 옷이 없었다.
숨 가쁘게 옆집에서 놀고 있을 댄을 찾아갔다.
댄도 영문을 모르고 있다.
둘은 낸시의 친한 친구 쉘리에게 전화했다
그도 모른다고 했다.
젭은 후로리다 낸시 언니에게 전화했다. 그녀도 모른다고 했다.
비행장에 후로리다행 비행기회사마다 전화로 문의했다.
당시에는 탑승자 확인을 해주던 때라 몇시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낸시가 끼어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날 밤 댄이 이모인 낸시의 언니에게 전화했다.
이제 막 도착했는데 목욕중이라 못 바꿔준다고 한다.
반시간 후 젭이 또 전화했다. 낸시 언니 대답이 낸시가 전화 받기를
거절한다고 한다.
댄과 젭은 번갈아 가면서 여러번 전화를 했다. 그러나 통화 할 수가 없었다.
2 주후 노동절 연휴에, 젭은 댄을 데리고 후로리다 댄의 이모에게 갔다.
낸시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갔다며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하는수 없이 그들은 그대로 돌아 왔다.
그리고 두달 후 낸시가 댄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랑은 재미없어 못 살겠으니 잠시만 별거해 보겠다"고 하며
자기가 정착되면 댄을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두 달이 되어도 낸시가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이자, 젭은 할수 없이
댄을 할머니가 사는 동네 학교로 전학을 시키고 댄을 젭 어머니에게
맡긴다.
하루는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문을 열고 보니, 어느 젊고 예쁜 여자가
문 앞에 서 있다. 그 여자가 자기를 못 알아보느냐 하면서 12가에 살 때
젭의 이웃이었던 줄리라 하면서 그때 초등학교 다녔다고 한다.
잠시 후 젭은 생각이 났다.
그 애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남자 친구랑 집을 나갔다는 줄리다.
그 남자 친구랑은 텍사스에 가 공장에 다니다가 그 남자랑 헤어지고
다시 고향에 왔단다.
열 여섯 살에 애 낳아 그 애가 지금 유치원에 다닌다고 한다.
싱크대에 물이 안 빠져 드레이너로 뚫긴 했는데 물이 샌다고 하며
도움을 청한다. 연장을 들고 가 파이프를 조여 고쳤다.
그후론 자주 들려 부탁을 한다.
세탁기 고장도 수리 해주고, 다리미 전깃줄도 고쳐주고, 잔일을
많이 해주고 있다.
하긴, 일과 후 말동무 없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쥴리가 젭의 사정을 안 후론 젭에게 이혼을 정식으로 하란다.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동거하는데 이혼 안 해준다고 다시 올 것 같으냐?"며
흥분해 가며 그 여자 욕을 한다.
하긴, 젭 부모도 정식으로 이혼하고 재산 분배도 하란다.
집 살 때, 차 살 때, 다운페이멘트의 반을 상환 해 주라며 도와주시겠단다.
젭이 친구의 형 변호사에게 찾아가 이혼수속을 밟아줄 것을 부탁한다.
지금까지 이혼 해달라고 언니 편에 요구하던 낸시가, 댄으로 부터
쥴리 소식을 듣고서는 이혼을 망설인다.
하지만 돈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들은, 동거인인, 브라이언이 승락하라고
윽박질러 돈 받을 겸 이혼 법정에 갈 겸 오하이오로 몇 년만에 온다.
그리고 그들은 남남이 되었다.
세월은 빨리도 갔다. 젭이 이혼하면 결혼해줄 것 같던 쥴리는
다른 젊은이랑 동거하기 시작했고, 낸시도 동거인이랑 결혼신고는
십 년이 넘었는데도 하지 않았고,
댄이 사귀던 여자아이가 낸시처럼 임신해 결혼해야만 되었다.
그들 결혼식은 교회에서 갖기로 했다. 그리고 댄의 약혼녀가
수소문해 낸시에게 연락했다.
그 결혼식에 낸시랑 젭은 나란히 신랑 부모 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젭은 다시 낸시랑 재 결합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댄의 태어날 아이가 할머니 찾으면 어쩌나도 생각하면서...
피로연을 그 교회 친교회장 넓은 홀에서 흥겹게 치렀다.
거기서도 젭과 낸시는 나란히 옆자리를 했고, 낸시의 동거인
브라언은 따로 손님들과 섞여 앉아 있었다.
댄과 그 신부는 그 날밤 나이아가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하고
중간에 콜럼버스의 어느 호텔에서 묵기로 하고 떠났고,
젭은 낸시랑 브라이언을 태우고 집에 왔다.
낸시랑 브라이언은 주인방, 옛날 낸시가 젭과 자던 침대에 누웠고
젭은 거실 소파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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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얘기가 휙션이 아닌 실화처럼 느껴집니다.인간의 만남과 이별은 이렇게 쉽게 이루어 집니다.이혼을 한 후에도 주말에는 자식과 같이 안 사는 쪽의 부모를 만난다던지 헤어져도 원수처럼 안 좋은 사이가 아니라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는 이들의 문화가 나쁜 면만이 아니고 좋은 면도 한국에 전파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푸른오월님 월남전 종전후 음주 대마초흡연 약물사용(코케인등)을 하던이들을 배경으로 다른 남자에 호기심을 갖는 여자의 마음과 이혼후 편하게 만나며 지내는이를 그리려했습니다 실화에 가차운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이긴 글을 읽어주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