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덤 -
文霞 鄭永仁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덤과 에누리의 흥정이 벌어진다. 콩나물 한 움큼 더 달라니 몇 백원 깎아달라니 하면서 덤과 에누리는 시장바닥을 시끌벅끌하게 만든다. 야박하다니 하면서…. 이게 장날이나 전통시장, 재래시장의 묘미이고 시장을 활기차게 만든다. 정찰제를 하는 백화점이나 편의점에서는 덤도 없고 에누리도 없다. 혹 가다 바가지만 있을 뿐이다.
어느 옛 코미디언의 노래처럼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딧어”라고 하면서 물건 파는 사람은 큰 인심 쓰는 척하고 콩나물 한 움큼 덤으로 주면서 이렇게 팔면 본전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사는 사람은 콩나물 한 움큼 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이다.
이런 덤의 형태가 요즘 편의점에서는 1+1, 2+1, 등으로 덤 같이 얄팍하게 끼워 파는 상술이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에라, 마술걸이라” 하면서 조막만한 귤 한 개 더 얹어줄 때도 어쨋거나 기분이 좋아질 것은 틀림없다. 이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데 말이다.
세일하는 곳을 보면 무려 70~90%를 세일하는 것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정가를 올지게 올려놓고 70~90% 세일을 하니 바가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가 10,000원 짜리를 1,000원에 파는 꼴이다. 여행을 가서 산 똑같은 물건이 누구는 5,000원에, 누구는 10,000원에 살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여행가서는 산 물건의 가격을 묻지 말라는 말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덤으로 혜택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새해 인사」에서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라고 했다, 우리는 별빛과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를 덤으로 공짜로 받고 있으나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다. 비, 바람, 공가 같은 것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영단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생겼는데 그렇게 수도 없이 공짜 혜택을 누리면서 독재자라고 게거품을 문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으로 뇌에 구멍이 빵빵 뚫린다고 게거품을 물던 어느 대통령 후보는 그 아들을 둘을 미국에 유학을 시켜 햄버거를 실컷 먹였다는 경우라 도낀개낀이다.
덤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며 에누리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또 바가지 안 써 본 인생도 어디 있을까. 도낀이면 개낀도 있도 모가 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경우도 있고, 접시 물에 빠져 죽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던가.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덤·에누리·바가지의 달인들이다. 자기편에는 덤을 얹고 상대편에는 에누리하고 법에 없는 바가지를 씌운다. 거기다가 덤터기도 씌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내로남불이며, 한국 정치인이 발명한 한국 특유의 정치철학이다. 또 여야 가릴 것 없이 국가 예산을 밀실에서 짬짜미하여 나누어 먹기에 후안무치하다.
그래서 어느 기업인이 말한 것처럼 “경제는 2류인데, 정치는 4류이다”라고 했다. 포퓰리즘은 덤 정치의 극치이고 민주정치의 퇴보이다. 그 바람에 후세가 덤터기를 쓰게 마련이다. 공짜를 너무 바라면 대머리가 되게 마련이다. 그래도 우리는 당장의 공짜라는 양잿물을 마시려고 한다.
공칠과삼(功七過三)l라 했다. 우리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쳐야 할 것은 거쳐야 하지 않겠는가? 무조건 찬성, 무조건 반대에 병든 나라는 결국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