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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공작전하."
갑작스러운 말에 셀러드를 뒤적거리던 후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디겔장군을 바라봤다.
디겔은
껄껄 웃어보였다. 나이답게, 새하얀머리에 움푹 패인 주름살들을 경계로 디룩디룩
살이 올라있는 그는 어쩐지 블랙,골드양복보다는 거친
갑옷이 더 잘어울릴것 같았다.
오늘, 헤겔거리에서 가장 소문난 식당이라는 샤르비에는 무척 바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이 나라의 거물 후안 데 데스칸테 공작이 찾아오더니 그 뒤를 따라 어제 사신으로 방문
했다는 로아국의 장군
디겔까지 등장했다. 덕분에 주방은 모든주문을 중지하고 공작과
사신의 주문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결혼한지가 언젠데, 너무 늦은축하 아닙니까?"
쿡 웃어보인 후안이
아무래도 셀러드를 먹을 생각이 없는지 포크를 놓았다. 그러자 곁에서
지켜보던 웨이터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뭘 잘못했을까
진땀을 흐르는 웨이터.
"아니, 그럼 세간에 도는 소문이 거짓인가?"
"..예?"
"아, 죄송합니다 공작전하. 소싯적의 버릇이 자꾸만."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군인걸요. 오히려
높임말이 더 어색합니다."
후안의 말에 디겔장군은 껄껄 웃어보였다. 겨우 스무살도 안된 후안과 이제 예순이
되어가는
새하얀 머리의 디겔장군이 친분이 있다는것은 의외였지만. 후안이 몇년간 로아국의 전쟁터에
있다는걸 아는
사람은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 조금무례를 범할까?"
"편할대로
하세요. 언제 그런거 따지는 사이였나요?"
"하여튼 여전히 제 잘난맛에 사는구만."
"그럼 제가 어디
변할까요. 어쩐일이에요 델프라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한 후안은 저 쪽에서부터 느끼한 웨이터가
들고오는 양고기
스테이크에 시선을 향했다. 요리사가 실수를 한것인지 유난히 드레싱이 많이 뿌려진 셀러드는
도저히
느끼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어서 빨리 양고기가 테이블에 당도하길 묵묵히 기다리는
후안은 손가락을 까닥거렸고. 그런 후안을 보며
피식 웃어버리는 디겔이다.
갑작스러운 급습때문에 목숨이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은색의
로아국의
군사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리곤 삽시간에 레노아군대들이 물러났는데,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투구밑으로 태양에 빛나는 상아빛 머리가 잠깐씩 보이기도 했었다.
그 머리색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잔인한 모습때문이었을까? 같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
사이에서도 유독 그는 튀었고. 그래서 였는지 소속된 소대장에서 유난히 예쁨을 받고있었다.
피냄새가 평원을 진동하고 그 사이에 술냄새가 섞여 흘렀다. 승전을 축하하는 병사들의
작은 파티였는데.
그곳엔 그 상아빛 머리의 병사가 보이지 않았다. 술 한잔 하시라는
주윗말도 다 마다하고 천막을 벗어나 그 상아빛머리를 찾아다녔다.
막연히 천막밖에
있을것이라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찾아 헤메던 디겔장군은 천막의 뒷켠에 흩날리는 상아빛
머리를
발견했다. 껄껄거리는 웃음소리와 술냄새를 등진 그 병사는 투구를 옆에 두곤
까맣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듯 했다. 그러자 바스락
거리는 디겔장군의 발소리가 들리자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병사의 정체를 확인한 디겔장군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노련하게 칼을 다루고
전쟁터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가 잔인하게 느꼈던 그 사내의 얼굴은 무척이나 애띤얼굴이었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 같은 그 어린 얼굴에 디겔장군은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병사는 눈썹을
구기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까맣고 별도 없는데 뭘 보는지
궁금해진 디겔장군은 그 어린 병사의 곁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자
엉덩이를 움직여
옆으로 피하는 어린 병사. 웃으며 몇살이냐 물으니 세상에나, 열 여섯이라 말한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놈이 전쟁터까지 흘러들어왔을까. 기가차고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했다.
「뭐하다나 온놈이냐?」
「학교
다니다.」
「가출한거냐?」
「응.」
「왜?」
「새엄마가 괴롭혀서.」
아이다운 이유였다. 그런데 나름대로 심각한지 표정이 금새 우울해진다. 자세히보니
꽤 예쁜 얼굴이었다.
고생한태가 하나도 안나는게 반질반질하니 곱게 큰 녀석이었다.
죽은 부인이 낳고 간 막내녀석이 홍역을 이겨냈다면 분명 이만큼 자랐을
것이다.
"그간 잘 지냈고?"
"네."
"아무튼
웃긴녀석이야. 키리네공주님이 싫다면서 내 곁을 떠나놓고는, 본국으로 돌아와
델프라의 공주와 결혼을해?"
"아버지가 시켰으니까. 덕분에 공작이 됐잖아?"
양고기 스테이크가 도착했고, 따닥거리던
후안의 손가락이 멈췄다. 디겔은 히죽 웃어보였다.
"언제부터 그렇게 머리를 쓰기 시작한거냐?"
"델프라에 오고난 뒤로부터. 피도 안섞인 형이 내 자리를 꿰 차려고 한걸 알았을 때부터."
"꽤
복잡한 사연이 있었군."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뭐에요?"
새하얀 접시위에
놓여진 스테이크를 썰며 후안이 물었다. 일상적인 말투였다.
"열 일곱에 헤어지고 처음이잖냐. 얼굴이나
보려고 찾았다."
"열 일곱살때였나? 열여덟살때 아니었어요?"
"그런가?"
그렇게 대답한 디겔장군도 스테이크를 썰고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것이 꽤 맛있었다.
그러다 후안을 바라본 디겔장군. 아무래도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디겔의 대답에 그저
고개만 끄덕인 녀석은 조금
빠른속도로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예쁘장하기만 했던 열 일곱살때와는 무척 달라있었다. 겨우 일년이었는데. 키도 머리
하나가 더 자랐고.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목젖도 나와있었다.
칼을쥐고, 활을 쏘아도 도자기처럼 곱기만했던
손도 불끈 힘줄이 나와있는게 정말
훌쩍 자라버렸다. 어디에도 새엄마가 싫어서 전쟁에 참가했다는 후안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존댓말을 쓰는것도 무척이나 어색하다. 원래는 친구처럼 툭툭 말을 내뱉는
녀석이었는데.
"뭘 그렇게 보는거에요? 변태같이. 아 생각해보니까 처음만났을때도 의도가 불순하셨죠?
처음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내밑으로 들어오라니."
아무래도 먹는걸 빤히 바라보는걸 즐기는 사람은 없었다. 짜증을 내는
후안의 말에 정색을
하고 대답하는 디겔장군.
"변태라니! 그건 네놈이 오해한거지! 부처눈엔
부처만 보이고 변태눈엔 변태만 보이는 법."
"수상해. 날 찾아온 목적도 모르겠고... 아, 맞다. 아까 세간의 소문이라고
한거 뭐에요?
왠 갑자기 축하?"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는데도 들리더구나. 아버지가 된다고?"
우적우적 스테이크를 먹으며 디겔이 말했다.
"축하해, 아주 멋진 경험이
될거다."
그런데 후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행복한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먹던 녀석이 갑자기
망부석처럼 굳어버렸다. 소스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 한점을 여전히 포크로집은 채.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도 어제 알았는데."
"듣고싶지 않아도 들리던데? 소문이 쫙 퍼졌어."
불과 어제 제제부인의 잔꾀로 인해 브리가 거짓임신을 했다. 그런데! 그게 하루만에
헤겔거리에
퍼지다니! 후안은 갑자기 식욕이 뚝-떨어지는것을 느꼈다.
포크를 내려두고 의자에 몸을 기댄체 한숨을 내쉰 후안. 이거야 원,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으니. 아무리 브리가 싫다고 해도 강제로라도 아이를 낳아와야할 판이었다.
'유모다. 그래, 이건 유모짓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머리를 굴릴 사람은
유모밖에 없었다. 벌써부터 브리의 징징거리는
울음소리가 귓가에 가득한 후안은 머리가 아파왔다.
「저때문에 많이 곤란하셨죠? 죄송합니다 공작부인.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공주님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죄송하고, 또 사랑합니다.
- R.F
PS. 아이가 생긴것 축하드려요. 부인이라면 분명 좋은 어머니가 될겁니다.」
부인, 어머니. 축하드린다라..
라이넌의 편지를 읽은 브리는 욱하며 편지를 구겨버리고
말았다. 불과 어제 잇었던 일인데
언제 라이넌의 귀에까지 들어갔을까. 뱃속엔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새 세상은 결혼한지
얼마 안된 부부가 금슬좋게 아이를 갖게된걸로 알게되었다.
작은 한숨을 내쉰 브리를 시계를 바라봤다.
어느덧 열 한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곧 후안이 오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거짓말처럼 문이 열리더니 후안이 들어왔다.
약간 지치고 피곤한 얼굴이었다. 브리와 눈이 마주친 후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아이낳기 싫다고 말했던
그녀. 어떻게 달래고, 또 어떻게 말해야할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후안.. 나 아이 갖을게."
라고 브리가 먼저 말해버렸다.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안은 긴 겉옷을 벗고는
욕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깥에 다녀왔으니 마땅히 씻어야겟지만 아무래도 약간
어색하고 어려운 이 상황을 피하고싶단 생각이 더 컸다.
"대신 조건이있어."
브리의 말에 발이잡힌 후안이 우뚝 멈춰섰다. 물끄러미 브리를 바라보니 후안. 잠시
머뭇거리던
브리는 드레스자락을 꼭 쥐더니 말했다.
"아네트에게 가지 않고. 아이가 생길때까지, 아이를 낳을때까지.. 내
곁에 있어줘."
"아네트..?"
"그..그래. 나에게만.. 신경써줄수 있어..?"
"..."
"해줄수...있어?"
여전히 드레스자락을 꼭 쥔 브리는
살짝 떨고있었다. 욕실의 문을 쥐고 서있던 후안.
소문이 그렇게 퍼지고, 아버지가 저렇게 좋아하시는 상황에서 후안이 거절하지
못한다는것을
잘 아는 브리다. 말이 조건이지 이건 무조건 자기의 말을 따라달라는 뜻이었다.
고민이 됬다. 이
저택에 아네트가 자기 말고 기댈사람이 또 누구 있을까. 잠시
머뭇거리던 후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절 ♡
디겔장군은 출연분이 무척적지만 ㅋㅋ아주 중요한 인물이랍니다.
눈여겨보심이 =_=*
아, 정말 전 바본가봐요.
돋움 14로 하니까 글씨체가 너무 이쁜거아닙니까?!그래서
그걸로 계속했었는데. 알고보니 제 컴퓨터 텍스트크기가
가장작게였어요 =_= 보통으로 하고 보니까
엄청큰거다... 전부 수정했답니다. ^__^;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첫댓글 ㅋ 꽉 찬하트라*-_-*ㅋㅋ (괜히 부끄러운 척 하긴~ㅋㅋ)ㅋ 어쩐지 요 몇일 글씨가 크다 했는데~
실시간이군요 =_=* ㅋㅋㅋ 역시 컸군요 ㅠ_ㅠ 아아 수정하고 오려는데 태그가 말썽입니다...-_- 그냥 몇편은 큰채로 둬야겠어요... (조낸 무책임 =_=;) 코멘트 캄사또캄사해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짧지만강하오. 코멘감사드려요 ♡
브리와 후안의 러브러브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_-*
알겠어요 *=_=* 그다지 머지않았so~!♡ 코멘감사드립니다. ^^
브리♡후안. 아네트는 노노! 아네트가 쫓겨 나갔음 얼마나 좋을까요 ㅠ
그런데 라이넌도 불쌍해요 ㅠ .
코멘감사드려요~ 라이넌이 좀 안됐긴 했지만 전 라이넌이랑 이어줄생각 없습니다. =_=* (앗 스포)
아네트에게 독약을 선물로,,ㅋㅋㅋㅋ 저는 브리♡후안이 좋아요...ㅋ
저두 브리♡후안이 좋습니다 ㅎㅎ 처음보는 닉넴이네용 반가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