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2001년까지 홍명보 선수가 스포츠투데이에
연재한 겁니다....
상당부분이 자서전에 다시 발췌되었구요..
그래도 원문을 모아봤습니다..
팬미팅 갔다오신 분들 부러워요...
이번에 정회원이 되긴 했지만...다음에 갈 수 있을지..
우울하기만 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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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J리그 통신] 훌쩍 큰 일본축구, 체계적 투자 결실
1999년 9월 10일
지난 7일 한·일전을 지켜본 뒤 착잡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다.
비록 장소가 일본이고 5만여명의 많은 관중 앞에서 후배들이 주눅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실력차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3골 차로 참패한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얘기도 변명으로 들릴 듯 싶다.
이번 경기에서도 느꼈지만 일본축구가 그동안 뿌린 거대한 투자가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다는 느낌이다. 축구에 관심이 높은 팬들이라면 최근 벌어진 한·일간의 유소년 경기에서 한국이 시원하게 이긴 소식을 별로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교·대학 경기는 물론이고 하다 못해 초등·중등 학교들의 한·일 대항전에서도 한국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실력이 모자라도 ‘일본에만은 절대 질 수 없다’며 ‘악으로 깡으로’ 버텼는데 요새는 그것도 안 통하는 느낌이다. 사실 일본축구는 그동안 체계적인 투자를 해오며 무섭게 성장해왔다. 93년 프로출범과 함께 클럽시스템을 정착시켰고 각 클럽들은 유소년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며 선수를 키워나갔다. 필요하다면 유학도 보내고 사철잔디의 질 좋은 환경에서 무럭무럭 재목들이 성장했다.
선수들의 의식도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학력 우선주의 사회인 한국에선 선수들이 전문 축구선수로 성공하기보단 대학 진학을 인생의 1순위 목표로 삼는다. 때문에 고교 졸업후 프로에 직행하는 선수는 거의 드물다. 이번에도 한국엔 프로출신이 3명인 반면 일본은 1명을 제외하고 전원 프로선수였다. 2골을 넣은 히라세는 명문 가시마 앤틀러스의 주전 스트라이커이고 후쿠다(나고야) 나카무라(요코하마) 이나모토(간바) 미나미(가시와) 등도 모두 프로에서 벌써 2∼3년씩 뛴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확연히 다르다. 이것은 경기운영능력에서 잘 드러난다. 아무래도 프로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다보면 배울 것이 많다. 시야도 넓어지고 무엇보다 경기의 맥을 짚고 게임을 읽는 능력이 좋아진다. 또 프로에서 큰 게임을 많이 뛰어본 것도 이런 빅게임을 소화하는 데는 더없이 훌륭한 재산이다. 큰 게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한국 선수들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많았다. 이번 한·일전은 정신력만으로는 이제 일본축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한-일전은 늘 전쟁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역사의 한을 풀어야 한다는 민족적 감정,그리고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역대 한-일전 전적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돼 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국가대표로 한창 뛸 때인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는 이런 감정이 더욱 격했던 것 같다. 당시 일본선수들에게도 한-일전은 특별한 경기였다.
하지만 최근엔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일본선수들에게 있어서 이제 한-일전은 단순히 국가간 경기이고 볼거리가 된다는 생각뿐,감정적 대립이란 전혀 없다.
7일 한-일전에서 일본이 승리한 원인도 나카타 같은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경직되지 않은 일본선수들의 사고가 자연스러운 플레이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많이 희석되었지만 아직도 나에게 일본이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으로 규정돼 있다. 97년 여름 일본 J리그에 진출했을 땐 말 그대로 ‘매일매일’이 한-일전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늘 강한 정신자세로 뛰었고 일본선수들의 기를 제압하기 위해 고의적인 반칙도 가끔 하고는 했다.
그당시 일본언론인들이 내게 던진 질문은 일본에 대한 감정문제였다.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일본전(0-1)에서 패한 후 일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다시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단언을 한 나를 기억하는 일본기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대해 나는 그 이후 내가 나선 일본전에서 한번도 져본 적이 없어 축구화를 벗을 기회가 없었다면서 늘 웃어넘기곤 했다.
최근 90년 이후 한-일전을 살펴보면 예전과 달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앞서 말한 사고의 유연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력과 조직력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누가 좀더 유연한 정신자세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러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7일에도 한-일전이 계획되어 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건대 이 경기를 한-일전이 아니라 평가전으로 생각하고 초점을 내달 3일 올림픽 최종예선 한-중전에 맞춰 주었으면 좋겠다.
스포츠에서 일본은 더 이상 한풀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선의의 경쟁자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
타관객지에서 맞는 명절에 대한 감회는 늘 똑같다. 왠지 허전하고 쓸쓸한 그런 묘한 느낌이다.
일본에 진출한 지 3년째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은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 거리이고 추석당일인 24일엔 게임이 없다지만 다음달에 벌어지는 게임을 위해 훈련이 예정돼 있어 한국에 다녀온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달엔 J리그가 시드니올림픽 최종예선전 관계로 잠시 휴식기를 갖지만 우리팀은 나비스코컵 4강전에 오른데다 나 또한 다음달 10일 조모컵에 외국인대표로 뽑혀 바쁘다.
집에 못가는 대신 올해도 추석엔 고향을 향한 큰절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일본으로 오고나서 매년 추석때면 아내와 함께 고향쪽을 향해 큰 절을 드려왔다. 멀리 타향에 있어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못 지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조상님들께 덜 미안하고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집안에서 1남2녀의 장남인 나는 이번에도 장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항상 마음에 걸린다.
사실 선수생활을 해오며 명절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국가대표팀이나 소속팀의 해외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명절을 제때 고향에서 쇠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라고 생각해도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생각은 늘 똑같다. 항상 고향이 그립고 가족이 그립고,그곳에 가지 못하는 마음 한구석은 휑하고 쓸쓸하고….
한국과 달리 일본은 추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처럼 고향을 찾아 꼬리문 차량행렬을 볼 수 없고 휴일도 딱 하루뿐이다. 일본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러한 명절보다 여름철의 휴가인 것 같다. 추석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데 이번엔 어떤 소원을 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더구나 28일 평가전에서 또 지며 후배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을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욱 아프다. 한·일전,그것도 많은 홈팬들 앞에서 졌으니 어린 선수들이 느끼는 좌절의 깊이가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오로지 축구만을 해오며 승패에 길들여진 선수들에게 일본에 당한 2번의 패배는 한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져 좀처럼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평가전의 결과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당장 다음달 3일 중국과 더 중요한 일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경기는 단순히 평가전에 불과하다. 물론 상대가 일본이기에 그 결과가 더욱 민감하게 다가오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올림픽 최종예선이다.
선수단에는 이럴 때일수록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명예회복의 기회란 것도 있다. 중국 바레인을 꺾고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따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올림픽 티켓을 따낸 뒤 일본과 다시한번 맞붙어 설욕전을 펼치면 되지 않은가.
당장 발등의 불인 중국전에 선수들은 모두 심기일전의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 중국이 보여주는 최근의 급상승세를 볼 때 더욱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예전에만 해도 중국과 경기를 할 때면 선수들의 체구가 작아 몸싸움에도 약하고,세기나 개인기도 부족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신체조건도 몰라보게 좋아졌고 프로축구가 정착되며 개인기량도 일취월장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을 제대로 이겨보지 못해 이번에 단단히 벼르고 나올 것이다. 중국 격파의 방법은 자명하다. 일단 분위기 쇄신을 통해 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매스컴에서도 잘못을 먼저 꼬집기보다는 선수들이 사기를 듬뿍 받아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일본에 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축구팬들도 선수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후배들이 껄끄러운 중국을 꺾고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첫승을 거뒀다니 무척 다행이다. 그동안 일본전 2연패로 사기가 많이 꺾였을 텐데 불같은 투지를 발휘한 후배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항상 첫 게임 징크스에 시달려왔었는데 후배들이 첫 단추를 잘 꿰어 결과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젠 승리감에 도취되기보다는 다음 상대인 바레인전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비해야 한다. 바레인은 중동의 심장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우리로선 껄끄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나 자신도 그동안 많은 국제경기를 치러봤지만 중동에 원정가서 시원하게 이기고 돌아온 기억이 별로 없다. 그만큼 적응하기가 까다롭고 홈 텃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동 원정경기가 어려운 것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다. 이번 바레인전도 경기 외적인 것이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음식과 날씨가 그것이다.
나의 경우 중동에 갈 때마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음식이었다. 음식이 전혀 맞지 않아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
날씨 또한 큰 문제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탓에 낮에는 생활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덥다. 더위를 피해 호텔에 있는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호텔안의 에어컨 때문에 잘못하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중동에선 컨디션 조절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잔디도 관건이다. 중동의 잔디는 한국잔디와 달리 힘이 없어 발이 푹푹 들어갈 정도여서 공이 잘 나가지도 않고 체력이 곱절로 소모된다. 체력안배도 중요한 관건인 셈이다. 또한 장시간의 비행에 따른 피로와 7시간의 시차도 감안해야 할 점이다.
그러나 돌파구는 있다. 중동 선수들은 다혈질에 침착하지 못하고 서두르는 플레이가 많다. 또 플레이가 풀리지 않으면 그들끼리 다퉈 내부 분열의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임을 항상 잊지 말자.
나를 비롯해 황선홍 김도훈 노정윤 등 한국선수가 4명이나 출전한 99조모컵은 1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 5만명이나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조모컵은 J리그에서 뛰고있는 외국인 올스타와 일본 올스타의 경기로 올해는 특별히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레오나르도(브라질)를 초청, 일본인들의 ‘기발한 상술’에 또한번 놀랐다. 바조는 2골을 넣고 MVP에 선정돼 기대에 만점으로 부응했고,레오나르도는 전 소속팀인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500여명의 특별응원단이 오는 등 이들의 출전으로 대회가 훨씬 빛이 났다.
일본축구가 팬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다양한 기획을 하고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은 한국과 비교가 많이 된다. 이번에도 바조나 레오나르도가 안 왔다면 아마 조모컵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도 ‘괴짜 GK’ 칠라베르트(파라과이)를 초청해 볼거리를 제공한 바 있다. 일본은 늘 이렇다. 끊임없이 팬들에게 흥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때로는 과감한 투자로 훌륭한 이벤트를 엮어낸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에서는 스포츠마케팅이 확실히 뿌리를 내린 듯한 느낌이다. 한국은 어떤가. 그동안 이런 비슷한 행사가 없지 않았지만 일본의 그것을 능가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스타를 대하는 것은 큰 차이다. 바조는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내내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다 출국했다. 만약 한국에 왔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96년 한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축구교실에 사인회다 뭐다 하며 각종 행사에 얼굴마담으로 불려가기 바빴을 것이다. 지난 95년에 온 마라도나는 꽉 짜여진 스케줄에 어린이 축구교실을 펑크내는 등 한바탕 심통을 부리지 않았던가. 큰 돈을 들여 어렵게 데려왔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휘두르면 결국엔 이미지만 나빠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확실하다. 떼로 몰려 사인을 요청하는 짓궂은 팬들로부터 보호해주고 스케줄 관리도 철저하다. 이런 것이 정착되다보니 일본인들은 사인도 정해진 시간·장소에서 질서정연하게 받는 것이 생활화됐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단을 실은 버스가 운집한 관중 때문에 제대로 운동장 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한국과는 큰 차이다.
J리그 명문클럽인 베르디 가와사키가 2001년부터 도쿄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며 이탈리아의 축구스타인 로베르토 바조를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일 조모컵대회에 특별초청돼 2골을 넣으며 MVP에 선정된 바조도 “기회만 되면 일본에서 뛰고 싶다”고 밝혀 바조의 J리그 진출에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J리그에서 외국의 톱스타 영입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근 몇년사이에 일본경제가 위축되며 고액 연봉의 스타급 선수들이 많이 떠났지만 스토이코비치(나고야)·비스마르크(가시마) 등 뛰어난 외국인선수들이 여전히 J리그를 반짝반짝 빛내주고 있다.
그동안 J리그를 다녀간 스타들의 면면은 정말 화려하다. 93년 프로 출범과 함께 영입한 영국의 게리 리네커,90이탈리아월드컵 득점왕인 스킬라치(이탈리아) 등을 비롯해 둥가·레오나르도·조르징요·마징요·삼파이오(이상 브라질),음보마(카메룬),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때문에 J리그는 이들 외국인선수가 골격을 만들어 놓고 리그의 수준을 2∼3단계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활약은 그들 자체의 플레이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선수들은 그들의 수준높은 기량을 눈으로 익히며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 자연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많이 올라섰고 J리그의 축구 수준도 한해가 다르게 일취월장했다. 팬들도 수준높은 경기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것을 모두 ‘돈의 위력’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외국의 슈퍼스타들이 일본에서 잘 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여건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 일차적이지만 뛰어난 그라운드 조건에 깨끗한 경기 매너 등은 이들이 충분히 기량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만약 이들이 한국에 왔더라면 성공을 못했을 것이다. ‘외국에서 제 아무리 이름을 날린 비싼 선수도 한국에선 성공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에다 선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정도의 과격한 태클,전담 마크맨 기용 등으로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팬들에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축구,기술적인 축구보다는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논리가 앞서다보니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꽁꽁 묶어놓아 아예 기량 발휘의 기회를 차단한다. 또 그런 스타를 보호할 줄도 모른다. 자연 외국인선수도 기술보다는 파이팅이 뛰어나고 많이 뛰는 선수가 선호된다. 돈을 생각하기에 앞서 프로가 뭔지,팬들이 원하는 축구가 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일본올림픽팀은 6일 카자흐스탄과의 일전을 남겨놓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교적 약체인 카자흐스탄과 태국을 연파,티켓 안정권에 들었지만 지난달 30일 카자흐스탄이 태국을 4-1로 꺾고 1승1무1패를 마크함에 따라 이번 카자흐스탄과의 홈경기에서 최소 비겨야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정 1차전DP서 2-0으로 이겼고 이번DPSMS 홈에서 벌어지는만큼 충분히 승리해 시드니행을 확정지을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1차전DP서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던 나카타가 일본축구협회와 이탈리아 페루자클럽간의 힘겨루기 끝에 출전이 결정됐으니 일본팀의 승리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유소년팀이 강세지만 올림픽팀도 그에 못지않다. 일본올림픽팀은 지난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호나우두,히바우두,카를로스,베베토 등 호화멤버가 포진한 막강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해 전세계 축구팬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일본올림픽팀의 저력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프로에서 다년간의 실전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고교졸업후 곧장 프로를 택한다. 일단 프로로 모두 진출한 뒤 기량이 부족하거나 탈락되면 그때 대학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고교재학중에도 프로로 뛰는 선수를 흔히 볼 수 있다. 98프랑스월드컵대표였던 이츠가와(시미즈 S-펄스),나이지리아청소년선수권대회 준우승 주역인 이나모토(감마 오사카) 등은 고교때 이미 프로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각 클럽의 유소년팀에 소속돼 있다가 감독의 눈에 띄어 곧장 프로무대를 밟았다.
성인축구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뒤진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올림픽팀과 성인대표팀의 차이는 뭘까. 그건 실전 경험이다. 한국은 주로 대학졸업후 프로에 뛰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이 늘게 된다. 그래서 나이를 불문하고 구성되는 성인대표팀은 대등할 수 있다. 반면 대학생들이 주축인 올림픽팀에서는 뚜렷한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학 생활을 하다보면 실전 기회가 턱없이 부족해 프로 경력만 3∼4년씩 되는 일본의 프로선수들을 따라잡기는 아무래도 벅차다.
일본올림픽팀이 강한 이유. 그것은 하루이틀만에 이루어진 기적이 아니라 오랜 투자와 땀의 결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홍명보의 J리그통신] 거품인기 보다는 경기장 시설.운영 내실 다져야
2000년 1월 12일
새로운 천년이 밝았다. 사람들은 모두 다 꿈과 희망을 품고 2000년의 첫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싫어 일본에서 조용히 2000년의 첫날을 맞이한 우리 가족은 가정의 행복과 올해도 지난해처럼 부상 없이 잘 보내기를 기원했다.
2000년에는 한국축구도 잘 되기를 빌었다. 월드컵이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축구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이러한 인기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인프라가 구축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올해는 이러한 인기가 자칫 거품으로 꺼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J리그 93년 프로출범 이후 ‘오빠부대’를 중심으로 경기장에 관중이 가득했으나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해 지금은 평균관중이 1만여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그러나 시설이나 운영면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몇년 안에 따라잡기에는 힘들 것 같다.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의 경기장은 모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계단 옆에는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평평한 인도가 있고 경기장 안에는 장애인 전용석이 마련돼 있다. 구단에서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항상 우선권을 주며 최대한 배려한다. 선수들의 사인도 대신 받아주는 등 모든 게 우선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경기장에 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일단 계단위주의 공공시설물들이 큰 문제지만 정작 경기장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특별히 배려한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는 나라로서 경기력 향상 못지않게 이렇듯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하나하나씩 챙겨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2000년,그것이 축구에서 먼저 시작되고 실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조 쇼지가 스페인 1부리그의 바야돌리도로 이적해 유럽에서 활약하는 일본선수는 이탈리아의 나카타(AS 로마) 나나미(베네치아)를 포함해 3명으로 늘었다.
일본인들은 사상 첫 스페인 진출에 흥분하고 있고 각 매스컴은 앞다퉈 특파원을 보내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 일본선수들이 이처럼 유럽에서 뛰는 것에 대해 직접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로서 배가 아픈 것을 숨길 수 없다. 일본으로 오기 몇년 전 유럽의 많은 팀에서 제의가 들어왔지만 팀의 반대 등으로 가지 못한 것은 아마 평생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만 같다. 기왕에 축구에 인생을 걸었다면 한번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기량을 겨뤄 보고 싶은 것은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제 유망한 후배들에게 J리그보다 유럽진출을 권하고 싶다. 그동안 월드 올스타에 3번 나갔고 많은 경기를 통해 유럽선수들과 겨뤄 봤지만 그렇게 넘지 못할 벽만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국가대표 정도면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단지 우리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유럽에서 동양선수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선뜻 쓰려고 하지 않아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든 것이 안타깝다.
한국축구는 이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진출을 더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 언제까지나 좋은 대진운만을 기대할 수 없다.싫든 좋든 많은 선수들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모인 유럽에 보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적응력이 키워지고 본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동양선수를 거액을 주고 데려가려는 팀은 분명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부가 나서야 한다. 월드컵이란 단지 축구뿐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일단 물꼬만 트면 쉽다. 일본도 나카타가 이탈리아를 개척해 놓으니까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기회가 오고 있다. 최근에는 나카타를 AS 로마에 160억원의 차액을 남기고 판 페루자가 또다른 일본선수 스카우트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선수들도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유럽을 막연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곧 그 일의 절반 이상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혁명기념 아시아올스타전은 나에겐 ‘끔찍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시아올스타로 구성된 우리팀은 이란대표팀과 맞붙어 0-5로 패했다. “그래도 올스타인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번 올스타팀엔 아는 얼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주요 선수들이 대거 빠져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실력차”라고 자위해보지만 게임을 그렇게 지고 나니 괜히 들러리를 서다온 것 같아 귀국비행기에서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게임을 제대로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경기가 벌어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무척 추웠다는 것이다. 당초엔 뜨거운 중동지방이라 겨울이라해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요즘의 매운 한국 날씨처럼 무척 추워 고생을 많이 했다. 이란도 남부지방은 따뜻한데 테헤란은 위도가 높아 겨울에는 매우 춥다고 한다.
게임이 벌어진 다음날에도 오전 8시로 잡혀있는 비행기를 타느라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쫓기듯 공항으로 향했다.잊을 수 없는 ‘사건’은 정작 귀국비행기에서 일어났다. 비행기가 갑자기 비행도중 엔진고장을 일으켜 살떨렸던 일이다.
귀국비행기는 당초 한국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은 탓에 말레이시아항공을 타야 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부산쯤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엔진이 고장났다며 목적지 서울이 아닌 부산 김해공항에 급히 착륙해야 한다고 것이 아닌가. 그때 가슴 떨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다행히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수리 등으로 또 김해공항에서 3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이래저래 귀국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비행시간을 포함해 총 20여시간.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니 피곤 탓으로 입술 주위가 확 부르터 있었다.
정말 이렇게 고생할 때면 아시아올스타의 명예도 소중하지만 괜히 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야 그럭저럭 버티겠는데 이번에 같이 간 유상철 이동국 등 후배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니 더 안쓰러웠다.
비록 추첨패였지만 결과적으로 8강에 오르지 못해 팬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플레이가 뜻한 대로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다음달 12일 개막하는 J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또 바빠질 것 같다. 소속팀 가시와 레이솔도 그렇지만 나머지 팀들도 요즘 개막준비가 한창이다. J리그팀들은 주로 날씨가 따뜻한 규슈지방에 캠프를 차린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일본 열도는 그 긴 영토만큼 날씨도 다양해 중북부에 눈이 많이 쌓이더라도 남쪽지방은 반팔 상의로 나다닐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일본팀들은 굳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나간다 하더라도 1주일 혹은 열흘 정도만 잠깐 다녀온다. 운동보다 기분전환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 팀들이 규슈지방에서 돌아와 각 연고지에서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도쿄 인근이나 시즈오카,오사카 등 대부분 지방의 날씨가 따뜻해 훈련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훈련을 시작할 때 조금 쌀쌀해도 조금만 지나면 금방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연습경기는 개막 1주일 전까지 계속된다. 상대는 수준별로 엄청나게 많아 훈련 페이스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일단 대학팀들과 실업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무뎌진 실전 감각을 가다듬는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됐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J리그 팀들과 매치를 갖는다. J리그도 J1,J2 등 총 26개팀이나 되고 도시마다 사철잔디가 깔려 있어 연습경기 스케줄을 잡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봄이 일찍 기지개를 켜는 일본에선 벌써 연분홍빛 매화꽃이 도시를 조금씩 조금씩 덮어오고 있다고 한다. 내일(23일) 출국하면 곧바로 도쿄 인근에 위치한 가시와팀 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지난 시즌을 끝낸 게 엊그제 같은데 올시즌 개막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니 세월이 무척 빠르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개막날이 무척 기다려지기도 한다.
지난주 일본축구계의 가장 큰 화제는 브라질 국가대표출신인 베베토(36)의 가시마 앤틀러스 입단이었다.
그런데 베베토가 일본행을 결정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가족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는 후문이 들린다. 특히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막내 로베르토 마테우스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영화 ‘포켓몬스터’의 고향(일본 도쿄)으로 가자고 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미국,브라질,잉글랜드 등에서의 제의를 뿌리치고 일본을 택한 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 베베토는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가족들을 데리고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로 선수 가족에 대해 배려가 남다른 일본축구의 분위기가 그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사실 일본팀들은 선수들,특히 외국인선수에 대해 무척 세심하게 신경써 준다. 브라질대표였던 둥가가 오랫동안 주빌로 이와타에서 활약했던 것도 구단이 둥가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세세한 일에서부터 남다른 배려를 해줬기 때문이었다.
일본구단에선 홈경기 때면 항상 선수 가족을 초청,본부석에 특별히 마련된 패밀리석에 앉아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도록 한다. 구단에선 선수 가족들에게 연중 티켓을 주거나 ID카드를 발급,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외국인선수들에게 일년에 몇차례씩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항공권 티켓도 끊어준다. 가족 전체에게 나오며 티켓은 비즈니스석 왕복이다.
98년 벨마레 히라쓰카에서 뛸 때였다. 하루는 아내(조수미)가 임신 중일때 가시마팀과의 원정경기를 위해 도쿄로 이동했다. 그런데 집에서 아내가 길을 가다 현기증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곧장 119 구급차가 와 병원에 실려갔으나 그 소식을 듣자마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통역을 통해 연락을 받은 구단에선 당장 나보고 병원에 갔다오라고 했다. 나는 한국 정서를 떠올리며 “병원에 잘 갔다니 경기를 마친 뒤 가겠다”며 짐짓 ‘투혼’을 보였다.
하지만 구단측은 완강했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지금 무슨 정신으로 뛸 수 있겠느냐”며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그 비싼 택시를 잡아태워 보내줘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와 가족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일본구단의 일처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5일 지바은행컵에서 퇴장 당해 이번 개막전에 나설 수 없어 무척 속상하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퇴장명령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일단 반칙상황도 아니었고 정당한 몸싸움을 펼치다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심판이 상대편 선수들의 이야기만 듣고 곧장 레드카드를 뽑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11일엔 강팀인 시미즈 S-펄스와 개막전을 벌이게 돼 있어 팀에 미안한 마음뿐이다.
J리그 각 팀들은 겨우내 외국선수를 수입하고 전지훈련을 하는 등 전력을 가다듬고 모두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우라와 레즈와 벨라메 히라쓰카가 2부리그로 추락하고 FC도쿄와 가와사키 프론타레가 새롭게 합류했다. 각 팀들은 나름대로 우승을 꿈꾸지만 실력차는 엄연히 있는 법이다.
올해 J리그 우승후보로는 주빌로 이와타,시미즈 S-펄스,나고야 그램퍼스 등 3팀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J리그 챔피언인 주빌로 이와타는 외국인선수가 없지만 이전에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둥가가 오랫동안 팀을 잘 가다듬어놓은 덕분에 올해도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타는 지난해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우승과 지난주 제록스 슈퍼컵에서 우승,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후기리그에서 우승한 시미즈도 알렉스,사와노보리 등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올초 천황배에서 우승한 나고야 그램퍼스는 유고출신 스토이코비치의 위력이 건재해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다. 여기에 우리팀인 가시와 레이솔과 유상철이 속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최근 브라질 베베토가 가세한 가시마 앤틀러스가 선두 3강을 위협할 팀으로 꼽힌다.
가시와 레이솔은 올해 첫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이 많이 상승했고 지난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나비스코컵에서 우승하며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올해도 스포츠투데이 독자들에게 J리그의 생생한 뉴스와 함께 개인적으로 좋은 소식들을 많이 전해드릴 것을 약속한다.
한국을 떠나온 지도 벌써 3년이 됐다. 몸은 J리그에 있지만 요즘도 가끔 6년여를 뛰었던 한국무대가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J리그에서 뛰다보니 K리그와 비교되는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축구 환경,인기,경제여건,정서 등이 모두 다르니 자연 비교되는 부분도 많다. 축구를 생각해 볼 때 K리그는 J리그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본다. K리그 개막에 맞춰 하고 싶은 얘기도 바로 이것이다.
양국은 일단 경제력에서 차이가 크지만 문제는 그런 외형적인 시설 등이 아니라 인식이나 사고방식 등이다. J리그는 일단 선수들을 아낄 줄 안다. 선수가 재산임을 분명히 인식한다. 가급적 선수들이 경기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배려를 해준다. 일례로 한국에서 게임 후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면 으레 팬들과 장시간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지친 몸은 더 파김치가 된다.
일본에선 적어도 이런 부분은 확실하다. 바리케이트를 확실히 쳐놓고 접근을 아예 차단시킨다. 선수들의 동업자 정신도 돋보인다. 한국에선 어이없는 파울로 선수생명이 끝나는 것을 많이 봐왔다. 파이팅이나 투혼도 좋지만 감정을 자제하고 페어플레이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 관중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스케줄로 선수가 혹사당해선 안된다.
관중들의 성원은 선수들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된다. 지난 2년간 한국은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으로 J리그 인기를 추월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도 K리그가 큰 인기를 얻고 잘 될 수 있도록 팬들 모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줬으면 한다. J리그는 93년 프로출범 후 2∼3년간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관중이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선수들은 항상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좋은 경기를 펼치다 보면 관중들은 저절로 모이게 된다. 덧붙여 올해 K리그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선수들이 많이 발굴돼 한국축구의 든든한 자양분이 됐으면 한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던 나고야 그램퍼스가 초반 3연패로 16개팀 중 꼴찌를 달리고 있고 2부리그에서 올라온 FC 도쿄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나고야 그램퍼스 등 강호들을 잇달아 격침시키고 3연승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또 하석주 최성용 등 한국선수들이 뛰고 있는 빗셀 고베는 만년 하위권의 오명을 떨치고 초반에 2승1무로 선전,일약 3위에 랭크돼 있다.
이밖에 지난해 각각 전후기 리그를 제패했던 주빌로 이와타와 시미즈 S-펄스가 5,6위를 달리고 있고 올시즌 우승을 선언한 요코하마도 1승2패로 10위로 처져 있다. 지난해 4위를 기록했던 우리팀도 현재 2승1패로 7위다.
이처럼 초반부터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각팀의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독주하는 팀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J리그는 초창기에 일부 돈 많은 구단에서 비싼 외국인 선수를 수입,전력의 불균형이 심했으나 요즘에는 경제위축과 함께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별로 없어 전반적으로 실력차가 크지 않다.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우 큰 돈을 들여 브라질대표 베베토를 데려왔지만 아직까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리 리네커(영국),둥가,레오나르도(이상 브라질),스칼라치(이탈리아) 등 팀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선수들을 요즘 J리그에선 찾아볼 수 없다.
또 초반부터 강팀끼리 붙는 대진 스케줄도 초반 혼전을 부추기고 있다. J리그연맹은 올시즌 초반부터 팬들의 시선을 바짝 묶어둘 요량인지 개막전부터 강호끼리의 맞대결이 유난히 많았다. 강팀끼리 서로 물고 물리기 때문에 자연 하위권팀들의 부상이 돋보이기도 하고 상위권팀들의 추락도 자연스럽다.
초반 판도는 어수선하지만 일단 5게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될 것 같다. 5경기 지나면 강팀과 약팀이 서로 맞붙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실력차가 완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팀당 15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시즌 초반의 판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마지막 순간에 웃느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