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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관계가 특별한 이유는 뭐냐면
그게 뭐든지 간에 어떤 효과든 증폭되기 때문이죠.
내가 희생해야 할 대상이 친구라면, 희생의 강도가 커지고,
내가 위안을 얻은 상대가 친구라면, 위안의 정도가 커지고,
내가 인정을 받은 대상이 친구라면, 기쁨은 더 커지고,
내가 엄청난 걸 경험할 때 곁에 있는 사람이 친구라면, 그 짜릿함은 더욱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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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어떤 효과든 증폭된다 함은, 친구기 때문에 마냥 좋은 게 아니라,
친구라서 더 빡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오해를 받을 때, 날 오해하는 대상이 친구라면 더 빡치고,
친한 친구 색희가 날 뒷따마 깠다는 걸 알았을 때 더 빡치고,
내 부탁을 거절한 상대가 친구일 때 더 상심하게 되고,
잘 모르는 사람 10명이 날 인정해도 친구 1명이 날 인정해주지 않음 의기소침해져요.
자, 인간관계를 f(x)라는 함수로 정의내린다면,
보통의 인간관계는 y=x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등가교환, 즉, 상호호혜성의 원칙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죠. 주는 만큼 받는 관계. 아마도 이게 대다수 인간관계들의 평균치일 거에요.
근데, 친구관계는 수식이 더 복잡해집니다. 문과 출신이라 수학븅신인 제가 좀체 구현해 내지 못할 정도로,
이를테면, y=ax제곱에 bx를 더하고 뭐 루트를 씌우고 아 뭐 아무튼 기타 등등의 수학기호들을 쑤셔 박아
예의 아주 민감도 높은 수식이 나왔다 칩시다.
그 식에 나라는 놈의 태도나 행동이라는 x를 넣게 되면,
그 결과 내 친구 놈의 태도나 행동을 나타내는 y는 아주 탄력적인 값을 갖게 되죠.
더 커지거나, 훨씬 더 기쁘거나, 조낸 더 빡치거나 그렇단 말입니다.
당연히 그 역 역시 성립될 테구요.
그래서,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친구관계의 양태가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별로 안 친한 사람 10명과의 관계보단, 내 친한 친구 녀석 한 놈과의 관계가 때에 따라선 더 중요할 수 있단 얘긴데,
그럼 그게 왜 그런데??라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또 셀프로 답변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 콘텐츠 역시 당연하다랄 것을 그냥 제 식으로 쓸데없이 리바이벌하는 형식을 띄겠네요. 히히
Q. 친구라서 더 빡치는 이유는 뭐야???
A. 왜냐하면..
<인간에겐 "자신의 가치"라는 성곽이 있어, 일평생을 제 성의 방어와 증축에 시달리게 된다.>
고래로, 철학자들서부터 현대의 심리학자들까지, 공통적으로 동의를 하고 관심을 갖는 영역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당췌 인간은 왜 그다지도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그 본인에게 호의적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대심리학에선, 이 개념을 "자기 긍정성 유지 경향성"이라 일컫으며,
이건 거의 본능이라 할 수 있을만 치 강력하다죠.
일례로,
칭찬은 대형 향유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인간이 칭찬을 받게 되면, 특히 활성화되는 두뇌 영역이 따로 있는데,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거짓으로 칭찬 피드백을 주죠.
문젠, 피험자들 역시 '아 요 놈이 요거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와는 독립적으로 두뇌 영역에선 칭찬 회로에 불이 들어왔다 이겁니다.
즉,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두뇌는 야 칭찬받았어 댄스춰!! 란 명령을 내렸단 거죠.
다시 말해, 내가 고양될 수 있는 상황에선 그 진위여부와는 별도로 내 생리학적 반응이 굉장히 민감하게 작동된단 거.
자, 이 개념이 왜 중요하냐면, 실제로 우리의 일상일상들은,
내 긍정성이 유지되느냐, 유지되지 못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들의 무한반복이기 때문입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 온라인 상에서 내 글이나 댓글이 리젝당하고 공격받는 것 역시 자기가치의 하락이죠.
> 친구가 mp3파일 좀 보내달라 해서 보내줬더니, 이 색희 음악취향 개구려란 소릴 듣는 것도 자기가치의 하락입니다.
> 심지어는, 친구와 치킨집에 가서 야 이거 먹어보자 라며 뉴 메뉴를 시켰는데 그게 조낸 맛없다면,
그걸 내가 선택했단 것만으로도 자기가치의 하락을 유도합니다.
삶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죠. 일종의 어택 말예요.
소규모든 중규모든 대규모든간에, 내 "자기가치"라는 성곽이 계속해서 공격을 받고 있고,
우리들 스스로는 어떻게해서든지 세상의 침략과 공성전에 맞서 수성의 인생을 살게 되는데,
이를테면,
>> 내 댓글이 공격을 받게 되면, 내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자, 길다란 댓글 배틀이 일어나게 되고,
>> 친구한테 이 색희 음악취향 개구려란 소릴 듣게 되면, 븅시나 넌 그냥 생긴 게 개구려란 카운터어택을 날리게 되며,
>> 내가 고른 뉴 메뉴가 맛없다 싶을 땐, 오 졸라 맛있어맛있어라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담번에 다른 놈과 그 치킨집에 가서도 똑같은 메뉴를 시키고 맛있지맛있지?라며 확인을 받고 싶어합니다.
바로 이런 게 우리 인생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건데,
문제는,
내가 카운터어택을 날리기 힘든 경우, 방어가 힘든 경우에,
그 결과로 성벽의 높이가 깎이면서, 내 자기가치가 하락,
참을 수 없는 분노나 실망, 우울 등이 찾아오게 될 때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크리티칼 데미지가 "우리들 친구들 손"에서 더 쉽게 발출될 수 있단 거죠.
<나란 인간은 수많은 것들의 집합체이다.>
자, 돌려말하지 않고, 결론부터 찔러 볼까요?
현대심리학계에서 self란 존재는 아직도 미해결의 난제입니다.
그 누구도 self란 개념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정의내리지 못 하고 있죠.
다만, identity(정체성)의 영역에서라면, 비교적 그럴싸한 썰이 마련되는데요.
이를테면,
나란 존재는,
한국인이면서, 맨유 팬이고, 아이버슨의 팬이자, 기아의 팬이고,
심리학과 학생이자, 버스커버스커를 응원하고,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을 사랑하고,
무슨 대학에 다니고, 무슨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군대는 어디에 있었고,
뭐를 좋아하고, 사람들은 날 어떻게 평가하고, 성적은 어떻고,
..................
이런 것들의 <총체적인 집합체>란 겁니다.
비유를 들자면, "조낸 큰 백색의 도화지"가 있어요. 삶을 살면서, 이러저러한 그림들이 본 도화지에 채색되게 되는데,
결국 그 도화지의 정체성은 도화지 상에 채색된 모든 그림들의 총화라는 거죠.
(성무선악설과 비슷하네요_)
자,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을 위와 같이 그림이라 상상해 본다면,
내 이 그림 상에는, 나에게 있어서 유의미한 존재들 역시 그려질 겁니다.
그 존재들 자체, 혹은 그 존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모든 것들이 내 정체성을 형성하는 한 부분부분들이 되요.
에쵸티 팬들에게 에쵸티 썅욕을 해 대면, 조낸 뚜껑 열리게 되죠.
그 도화지 상에 상대적으로 에쵸티 부분이 졸라 크게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은 대학교 순위 경쟁에 열을 올릴까?? 왜 더 좋은 대학에 가려 할까???
한국 사회에선 대학의 네임밸류가 중요한데,
그런 사회에서 채색된 도화지라면, 대학의 네임밸류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엄마들이 자식들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 자식의 행사에 치맛바람을 펄럭이는 이유.
이미 본인들 도화지 상에 자식들의 존재가 크게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겠죠.
앞선 얘기의 연장선 상에서,
이렇듯 우리의 정체성이 굉장히 많은 것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격당할 여지도 많게 됩니다. 아주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격이 들어오게 되죠.
그래서, 우리네 인생이 수성의 삶이란 겁니다. 다채로운 부분들에서 끊임없이 실패와 좌절을 겪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 부분부분들이 전부 다 똑같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난 엄청난 맨유팬인데, 기아는 조금만 좋아한다 칩시다.
그럴 경우, 이번에 맨유가 맨시티한테 6대1로 발린 충격이,
기아가 4강 준플레옵에서 떨어진 것보다 더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요.
이와 마찬가지로,
내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 비중치가 각기 다릅니다.
당연히 나의 친한 친구들이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겠죠.
친구관계의 수식이 특별히 더 복잡하고 탄력적인 이유를 심리학에서 찾는다면
아마도 이 부분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Q. 친구라서 더 빡치는 이유??
A. 바로, 너란 녀석이 나란 인간의 정체성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야.
지분이 많은 주주가 이탈하면, 주식회사는 큰 타격을 받습니다.
나란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관계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죠.
나에게 유의미한 존재일 수록, 그 사람들이 나란 인간을 정의내리고, 또 내 기분을 들었다놓았다 합니다.
또한, 그 역의 관계 역시 성립하죠.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라면..)
따라서,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라면, 난 그만큼 그에 대한 행실을 사려깊게 해야 합니다.
나는 1만큼 행동했다 해도, 그와 나의 수식이 "y=10x"와 같다면,
그는 내 행동에 대해 가히 10배에 준하는 자극을 탄력적으로 받게 될 테니 말입니다.
나랑 졸라 친한 친구 녀석이 날 무시하고, 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친구라서 더 빡칠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됩니다.
나라는 정체성 중에 상당한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이 내 맘대로 안 되고, 날 화나게 해요.
그럼 어떻해야 할까요?
잘라내는 편이 좋겠죠. 내 안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그것도 크리티칼한 위협이라면 당연히
없애버리는 편이 낫잖아요. 애시당초 그걸 핸들링할 수 없다면 말이죠.
바로, 매우 친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순식간에 원수가 되거나 갈라설 수 있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친한 친구들을 더 배려하고, 생각해 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제 개인적으로, 가장 멍충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인간의 특성을 꼽자면,
친한 사이일 수록, 오히려 막 대한단 점입니다. 그리고, 친하지 않을 수록, 더 젠틀하게 대하죠.
인간관계가 재밌고, 역동적이고, 삶이 쉽지만은 않고, 동시에 심리학이 재밌는 이유입니다.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행하지 않고 있는 것들, 우리 주변엔 이런 것들 투성이니까요.
당장 알 수 있는 거 하나라면,
내가 나에게 유의미한 존재들에게 더한 노력과 배려를 쏟는다면,
내 인생은 한층 더 풍요롭고, 평화로와질 거란 겁니다.
당장에 내 가족에게, 내 여자친구에게, 내 부인에게, 내 친구들에게..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친구라서 더 빡치게 만드는 일 만큼이라도 자제하는 편이 좋겠죠. ㅎㅎ
글쎄요.. 차라리, 인간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하고 이해하고자 힘쓴다면,
그 관계의 가치란 게 확실해지면서, 더 이상 친구들을 무시하지 않고, 금이야 옥이야 하며 배려할 수 있게 될 지도????
내 친구 누구는 y=8x+9니까, 내가 더욱더 배려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
내 참- 인생 참 재밌어요. 그죠????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막 대한다 ㅠㅠ 제가 친구들한테 그러고 있네요 ㅠㅠ
오랜만이시네요!!!!! 기다렸습니다
대단합니다~~~
맞습니다 . 친구들아 나한테 잘 좀 해라 ㅋㅋㅋㅋ
쭉 읽으면서도 그렇구나 그랬구나만 연발하는 글이군요-0-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잘하시면 됩니다.
@줌코비/너의 오장육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해볼래?
항상 님의글이 즐겁습니다^^
그래서 내가 친구가....ㅡㅜ 암튼 간만의 컴백이시군요~
오랜만에 명자씨 글이.. ㅋㅋ
무명자님 진짜 오랜만이시네요.. 기다렸습니다.
매우 공감하는 글입니다. 사소한 말도 안되는일로 친구와 다투고 화해한 지금도 서먹서먹한걸 보면 친구라서 더 빡쳐라는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ㅠㅠ
글 구성도 그렇고 정말 잘 쓰시네요~
잘봤습니다.. 친구들 보여주고 싶네요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2..공감.
많은 걸 느끼게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