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첫째로, ‘김완선’이라는 대중가수가 불러일으키는 추억 때문입니다.
김완선의 예전의 활동 자료를 보니 어렸을 때 내가 어떤 상황에서 김완선의 무대를 봤는지 또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부터 떠오르기 시작해서,
그때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 주위에 누가 있었는지, 어떤 분위기였는지 같은 성장 배경도 아주 짧은 시간에 생생하게 떠오르더군요.
제가 7살 때 김완선이 데뷔했었죠. 당시 ‘어린이에겐 유행가를 알게 하지 말라’는 엄마의 교육관에 따라 대놓고 가요프로를 보지는 못했지만(이 교육관에 대한 엄마의 철학을 언젠가 들어보고 싶네요), 엄마도 어른들이 모여서 TV를 볼 때마다 방 한구석에 있는 내게 일일이 “들어가서 숙제나 하거라”하고 말하기는 어려웠으므로 가끔씩 그녀의 무대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집은 사글세를 살았는데 항상 주변에 있던 세입자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곤 했죠. 어른들은 김완선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잘~~ 흔든다!”
“그런데 김완선은 노래를 못하는 게 문제야!”
“여우같이 생겼네. 그래도 이쁘기는 해.”
“김완선은 나이 들면 관절염 걸릴 거 같지 않아?”
그리고 내겐, 플래시백으로 0.1초만에 머릿속에 재생되는 이런 기억도 있습니다.
극본으로 각색하면 이렇게 되죠.
S#1 실내(저녁)
옆방 언니(20대초반)와 어린 송아무개(7세)가 방에 앉아 귤을 까먹으며 TV를 보고 있다. TV 속에는 김완선이 하얀 승마바지에 자켓을 입고 현란하게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
옆방 언니 : 아무개야. 너도 김완선처럼 춤을 춰보렴.
송아무개 : …어…어떻게 춰야 하는데요?
옆방 언니 : 그냥 막 흔들면 되지. 신나게.
송아무개 : (당황하며) 어, 어, 어, 엉덩이도 흔들어요?
옆방 언니 : 당연하지! 엉덩이를 제일 많이 흔들어야지!
송아무개 : 헉!
(송아무개,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7세 송아무개의 세계관에서는 금기의 단어인 ‘엉덩이’가 노골적으로 언급되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노미 상태. 암전.)
첫댓글 연예인 지옥의 한 대사가 가슴에 젖어드네요
"너 이 새끼 삐에로는 너를 보고 웃어!"
예전에 유행한 최불암 시리즈에도 있었던, 나는 네 눈이 더 무섭다,라는 유행어가 생각나네요.
저도 생각나네요. 예전엔 그런 농담 시리즈가 유행이었죠. 최불암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나오기까지 했으니. 김완선이 "나 오늘~ 오늘밤엔~ 어둠이 무서워요~" 하자 관중석에 앉아 졸고 있던 할머니가 "에그머니! 니 눈이 더 무섭다 이 X야!" 했다는 얘기 ㅋㅋㅋ
386, 아니 486들은 김완선을 안다는 것조차 쪽이 팔리는 일인 양 말하던 때가 있었는데(왜 그랬을까나??)...요즘 보는 김완선은 그저 너무너무 예쁜 여자라는 거...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저런 엄청난 미모라니...노래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당시 김완선처럼 눈을 치켜 뜨고 다니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친구 잘 살고 있으려나...
저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김완선을 보면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