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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오산 이야기(7)
자연으로 돌아가라
- 물향기수목원 탐방기
이 원 규(워롱쿠)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주의 교육학자 루소는 자연이야말로 위대한 스승이라고 설파했다. 조물주가 처음 만물을 창조했을 때는 모든 것이 선이었으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고 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경기도립산림환경연구소의 부지런한 손끝에 의해 10만여 평의 도심 속 산기슭이 <천연자연>으로 재현되었다.
수목원이 자리한 지명이 수청동(水淸洞)이다. 예전부터 맑은 물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수목원의 이름도 <물향기수목원>이다. 16군데의 테마공원과 관상조류원, 삼림전시관, 숲속쉼터는 물론 잔디광장, 전망대,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이 있으며, 1,600여 종의 각종 식물들이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곳은 수도권 전철역이 곁에 있어 대중교통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와 학생들의 자연생태교육장으로서의 그 가치를 충분히 활용될 것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대형주차장 입구에 그림지도 입간판이 세워져있다. 첫 코스는 덩굴식물이 터널을 이룬 <만경원>이다. 봄부터는 등나무, 다래, 으름 그리고 붉은인동들이 가지를 뻗는다. 바닥의 둥근 나무토막들을 밟으면 시멘트 바닥에 길들여진 발바닥 감촉부터 다르다. <만경원>을 빠져나오면 중앙공원 마당에 우람한 ‘메타세쿼이아’ 열댓 그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 오른편에 <방문자센터>가 있다. 그곳에서 안내책자 한 권을 받아 밑줄 그어진 안내코스대로 따라가면 된다.
측백나무와 향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미로를 만들어놓은 <미로원>을 빙글빙글 돌다가 되돌아 나오면 탄성부터 절로 나온다. 공룡, 학, 새들의 형상으로 변신한 주목, 향나무들이 잔디밭 위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 어슬렁거리는 <토피어리원>이 앞에 있다. 마치 나무를 이발하듯이 다듬어 여러 모양을 내는 기술을 ‘토피어리’라고 한다.
<쉼터> 곁에는 수질 좋은 약수가 줄줄줄 나온다. 약수터는 이곳 말고도 수생식물원, 잔디광장, 분재원 등 곳곳에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보증하는 수질검사성적서에도 좋은 음료수이며, 기준에 적합하다니 한 바가지씩 마시고 출발한다.
매표소 정면의 다리를 건너면 <향토예술의나무원>이라고 음각된 커다란 돌덩이가 세워져있다.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홍난파의 살구꽃, 김소월의 진달래, 신석정의 은행나무, 이육사의 매화, 이병기의 오동꽃, 조지훈의 소나무, 윤동주의 단풍, 이은상의 무궁화 등 작가들이 소재로 자주 인용되던 나무들마다 작품들이 새겨져있다.
가운데에 섬이 있는 인공호수 <수생식물원>에는 논병아리 몇 마리가 자맥질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위로 잘 다듬어진 <단풍나무원> 길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나무와 야생초들이 있는 <중부지역자생원>이다. 마치 마을 뒷동산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겨울이라서 풀잎과 꽃을 볼 수는 없으나, 붉은 구슬처럼 생긴 열매의 까마귀밥나무, 구기자, 고광나무, 오갈피, 개오동나무, 때죽나무, 조팝나무와 복수초, 참나리, 비비추, 맥문동, 초롱꽃, 금계국, 딱지꽃, 노루귀, 매발톱꽃, 개미취, 도라지, 쑥부쟁이 등등 친절한 표찰들이 세워져있다. 졸참나무, 돌배나무, 병아리꽃나무들이 우거진 삼림지역 산길을 따라 오르면 커다란 타조와 거위, 천둥오리, 공작, 칠면조, 꿩, 토종닭, 오골계들이 있는 <관상조류원>이다. 그 옆으로 <기능성식물원>은 꽃과 종자, 줄기, 잎, 뿌리가 약이나 향신료 등으로 쓰이는 문자 그대로 약용이나 인간에게 유익한 기능을 하는 허브식물원이다. 배초향, 섬, 성백리향, 박하, 챠이브스, 구절초, 매듭풀 등을 비롯하여 비누처럼 세척제로 쓰였다는 소프워트, 식초재료로 이용되는 타라콘과 어린잎을 식용으로 하는 고들빼기, 장구채, 갯비름나물, 궁궁이, 부추 등과 약용으로 쓰이는 구절초, 이질풀, 삼지구엽초, 용담, 쪽 등이 산비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습지생태원>은 습지 위에 설치된 나무다리를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다. 오랜 세월의 인고를 참아낸 듯 밑동이 움푹 파인 아름드리 용버들과 갯버들, 느티나무, 버드나무는 물론 5월 단오에 여인네들이 머리를 풀어 감던 창포와 거센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갈대, 억새, 부들도 있다.
갯벌, 늪, 계곡, 저수지 등에는 매우 많은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산골짜기로 흐르는 물은 생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요즘 무분별하게 산을 깎아 들판을 채우고 콘크리트 아파트를 대신 세워 아파트 숲을 만들었다. 때문에 그곳에 살던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은 콘크리트 바닥에 갇혔다. 산골짜기의 습지는 인체로 비교한다면 ‘자연의 콩팥’이다. 물을 저장하고 걸러내며,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기도 한다. 또한 온실효과 요인인 이산화탄소의 저장소가 되기도 한다.
따스한 햇볕이 드는 <잔디마당>에는 회화나무가 빙 둘러있다. 잠시 산자락 품에 들어앉아서 휴식을 취한 후 흥얼흥얼 콧노랠 부르며 오솔길을 걸어 수목원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필봉산봉우리와 동탄신도시 고층아파트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내려와 <무궁화원>을 돌아보고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한국의소나무원>이 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산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흔한 나무이다.
지난해, 걸리면 다 죽는다는 소나무 에이즈라는 재선충 방재 때문에 올 추석 차례상에는 솔잎을 넣지 않고 찐 송편으로 올렸다. 백송, 적송, 솔송나무, 반송, 처진소나무들이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한국의소나무원> 윗길의 산길을 따라가면 더욱 운치가 있다. 낙엽 밟는 소리를 즐기면서 걷다보면 <유실수원>으로 닿는다. 보리수, 은행, 복숭아, 대추, 밤, 매실, 고욤나무 등과 복분자딸기, 양다래는 물론 나무 그늘 밑에 자라는 무늬돌나물, 애기원추리, 매발톱꽃, 패랭이꽃, 비비추, 기린초, 꿩의비름 등도 볼 수 있다.
<유실수원> 건너편은 <곤충생태원>이다. 곤충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장수풍뎅이와 애벌레, 딱정벌레, 사슴벌레, 사마귀, 배추흰나비도 있고 물자라, 물땡땡이, 검정물방개와 귀뚜라미, 메뚜기와 같은 곤충들까지 있어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표정으로 관찰하며 희희낙락이다. 그 아래에 있는 <호습성식물원>은 농촌의 논이나 개울가에서 보았던 고랭이, 골풀, 물달개비, 수련, 창포, 물수제비, 보풀, 제부리우스 등을 심어놓았다.
방부목으로 외벽을 장식한 <산림전시관>은 올봄 개관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500평 규모에 지상 2층, 지하 1층이며 특별상설전시관과 전시실, 영상회의실, 수장고 등으로 구성된다. 앞으로 수목에 관한 귀중한 자료들이 이 전시관에서 보관되고 공개된다.
<분재원>은 대리석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는 규화목과 향나무, 소사나무, 능수단풍, 해송, 섬잣나무의 분재들이 마치 천년을 살아온 모습으로 있다.
연못가의 정자에 걸터앉으니 세상 온갖 시름이 모두 부질없다.
<난대 양치식물원> 은 하우스형 온실이다. 동백나무를 비롯하여 금새우란, 남천, 유카, 호랑가시나무, 소철, 나한손, 당종려, 무화과 등이 있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고 포자(胞子)로 번식하는 고생대에 번성했던 식물의 총칭이다. 십자고사리, 골고사리, 쇠고사리, 꼬리고사리, 버들참빗, 큰봉의꼬리, 만주우드풀 등이 온습도가 잘 조절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다.
하우스를 뒤로하고 나오는데 입구에 ‘미스킴라일락’에 대한 유래를 흥미롭게 적어놓았다. <1947년 미 군정청 소속 식물채집가인 미더(E. M. Meuder)가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속)의 종자 12개를 채집하여 그 중 한 개체를 개량하여 새 품종을 개발하였는데, 그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타자수 ‘미스 김’ 의 성을 그대로 나무이름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미스킴라일락’은 향과 꽃이 다른 품종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고 아름다운데다가 미스킴처럼 키가 작아서 현재 가정용 정원수로 세계 각국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물종들이 외국으로 반출되어 원종이 아닌 새 품종으로 개발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울릉도가 원산인 섬말나리, 홍도 비비추 등이 있다.
마지막 코스는 예전에는 정문이었던 곳이다. 향나무와 전나무 숲길과 <숲속의 쉼터>가 있다. <물향기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빠른 걸음으로 약 2시간 정도가 족히 걸린다. 가족 단위로 친구와 연인끼리 나무와 꽃이름도 익히고 웰빙을 겸한 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 자연하천으로 조성되는 오산천, 대성현 공자의 일대기를 살펴볼 <궐리사>와 막사발을 굽는 도예가 김용문의 <빗재가마>, 청동기 유물인 금암동과 외삼미동의 <고인돌>, 한국동란 당시 유엔군 최초의 격전지 <유엔초전비>, 권율장군의 지략으로 왜군을 소탕했다는 <독산성 세마대>, 물 맑은 <서랑저수지> 등등과 연계한다면 환경, 문화, 역사는 물론 교양체험까지 두루두루 겸할 수 있다. 천 년의 축소판인 분재처럼 아기자기한 작은 도시, 오산시로 하루 동안의 여행을 적극 권한다.
<물향기수목원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오산 IC에서 수원 방면 국도 1호선으로 10분 거리이다. 1번 국도의 경우 병점(태안)과 유엔초전비를 지나 전철역 입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1호선 전철을 이용할 때는 수원역에서 세류, 병점, 세마역 다음이며, 평택역에서는 오산역 다음 역인 수청동 물향기수목원 전철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길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11~2월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에는 나무들도 쉬어야 살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는다.
주) 2006년 11월, 오산문인협회에서 발간한<오산문학>에 게재했던 원고 중에서 요약
첫댓글 제가 어렸을 때, 물장구치고 붕어 잡으면서 놀던 곳이 이렇게 분위기있는 수목원으로 변했네요. 저도 아들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때 놀던 아주 작은 폭포(지금보니 아니던데..)도, 거머리 시집 보내던 작은 개울가도 여전해 행복하기도 했구요.^^
다음 호 편집을 위해 원고 일부분 추가하고 사진도 바꾸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