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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후기 : 오현 13들 文藏臺에 오르다
(1) 속리산을 향하여
2004년 2.29 , 공휴일인 삼일절을 하루 앞두었는지라 비교적 여유 있는 마음으로 속리산으로 향했다. 호근 인식 영철의 차에 4명씩 나눠 타고, 청주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보은 쪽으로 ,
초행길이 아니었지만 양대장의 잠깐 착각한 길 안내에, 농촌의 민가 깊숙이 까지 침입했다가 , 되돌려 나오는 어쩌면 즐거운 촌극까지 연출해 가면서 우리가 속리산 언저리에 당도한 것은 오전 10시 반쯤이었다.
예보와는 달리
활짝 개인 봄날의 싱그러움 마저 느껴 가며, 새벽 5시 반부터 부산을 떤 대가를 만 끽한다.
이미 수년에 걸쳐 동고 동락을 같이 해온 우리들의 산행 멤버들에게 일기예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년7월이던가 오대산 산행계획이 폭우로 연기되는 바람에 , 나는 집결지인 양재 역 부근까지 다 갔다가 돌아오고--, 결국 재개된 산행에는 불참하고 말았는데, 양 대장은 그 때의 계획 변경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고 있고, 그 이후로는 어떤 경우에도 산행계획만큼은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들간에 묵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산 높이가 평시 등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데다,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하여 우산, 내복, 먹거리 등을 별도로 지니고 가는지라, 등짐의 무게가 빵빵하게 전달되어 온다.
그렇게 우리들의 등산은 시작되었다.
속리산은 산세가 수려하여 한국 8경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가을엔 만상홍엽의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고,
겨울의 설경은 마치 묵향기 그윽한 한폭의 동양화를 방불케 하는 등
4계절 경관이 모두 수려하고, 정상인 천황봉(1,058m),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관음봉(982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이 장쾌하며,
봉우리가 아홉 개 있는 산이라고 해서 신라시대 이전에는
구봉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승철님이 게시판에 올린 안내 글 중에서)
우리는 시간관계상 첫 휴게소에서 문장대까지만 등정하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다.
거의 평평한 듯한 오르막길을 무리 없이 들 올라갔으나, 나와 오랜만에 등산을 해보는 나의 집사람에게는 결코 쉽지만은 아니했다. 일행을 앞서가게 하고 우리는 쉬엄쉬엄 뒤 따라 갔다. 어느 덧 세 개의 휴게소를 넘어 마지막 냉천골 휴게소에서 500미리리터 짜리 물 한 병을 1500원이나 주고 사 마셨다. 지금쯤 일행은 문장대까지 당도했을 것이라고 말을 나누며--휴게소마다 가게 주인들은 무슨무슨 순 막걸린가 뭔가 맛을 보라며 , 소리 치며 쉬고 갈 것을 권하곤 했는데--우린 귓전에 흘려 버리고 마지막 휴게소에서 물 한 병 사 마시곤 다시 떠났다. 뒤에서는 처음 산행 온 사람들인지 지나치게 떠들썩한 것이, 시끄러움에 은근히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2)문장대에 올라
문장대에서 바라본 조망(서북방향의 기암)
소위 깔딱 고개의 마지막 모퉁이를 막 돌아 들며 돌계단을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탄성이 들려 왔다.
'와! 양진이네가 여기 까지 올라 왔어!!!--'문(봉우)사장의 탄성에 이어 여기 저기서 '와''와' 소리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이미 문장대까지 갔다가 우리 때문에 점심도 하지 않은 채 , 아래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와 함께 쐐주 파티라도 하기 위해서 되돌아 내려오던, 일행과 하나가 되어, 우리는 다시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펼칠 마땅한 장소는 역시 산마루 위가 좋을 것이다.
평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는 동안, 정 여사가 문장대까지 동행할 테니 바로 옆에 보이는 문장대까지 같이 올라가자고 한다. 방 금 갔던 곳을 우리를 위해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 다시 오르겠단다.
우리 집 사람은 처녀시절에 문장대에 오른 일이 있었고, 나는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라고 극구 사양했으나, 바로 코앞에 두고 그냥 가면 안 된다 고하며 '문장대에 세 번 오른 사람은 극락에 가게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다시 한번 오르려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며 디카를 들고 앞장선다.
고맙기도 하고, 사실 눈앞에 있는 곳을 그저 두고 가면 언제 다시 올지 알지 못한다는 말도 일리 있는지라 문장대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와' 뻥 뚫린 철 난간 양 옆으로 툭 터져 전개되는 벼랑 끝의 풍경!!
아니 조금 전 까지는 이런 광경이 바로 옆에 전개되고 있는 줄은 꿈에 도 알지 못한 것이 었다. 바로 위에 올라가던 한 아가씨가 고소공포증인지 비명을 지르며, 당황해 한다.
마침내 관음봉을 중심으로 다른 8개의 봉우리들이 멀리 눈 아래 펼쳐졌다.
옛날에는 운장대(운장-구름창고-본인의 해석)라 하였다 하였으니 구름 또한 보기 좋았을 터이지만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시계 안으로 무애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文藏臺(문장-詩文의 창고-본인의 해석)라!
얼마나 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 장엄한 광경아래 그 문재를 다 해 보려 하였겠는가! 본인의 어줍잖은 실력으로 이 웅자를 그려 봤자 그 위용을 폄훼하는 일만 되고 말 것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관음봉은 그야 말로 자애로운 자태로 우리들 속인들을 품어 안고 있었다. 신라 때 최 고운의 시를 떠올리며 비로소 속리산과 문장대 관음봉등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아진다.
신라 헌강왕 때 고운 최치원은 속리산에 와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고 한다.
(도불달인 인달도 산비리속 속리산)즉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를 멀리 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으나
속세는 산을 떠나는구나'
그렇구나! 문장대에서 접하는 천지 만물은 말없이 무엇인가를 말해 주고 있었다. 누만 겁의 세월을 대 자연은 변함없이 말해 주거늘--- 우리는 이 산을 내려가는 즉시 그 순간의 조그마한 깨우침 마저 기억하려 아니 할 것이다.
속리산의 의미를 생각하며- '속세와 떨어진 산'이란 뜻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내 한문 실력에 고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신년이면 '대도무문'이란 휘호를 내 세우며 어떤 산악회를 주도하던 어떤 분도 생각났다.
속리산에 와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3)돌아 오는 길
문장대에 오른 오현13들(본인은 뒤쳐졌기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낄수없었다)
아마도 오후 다섯시를 훨씬 넘겨서야 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을 것이다. 원주까지 가야하는 태준과 청주에서 헤어져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요기라도 하기 위해 주차장 인근에서 순두부전골과 손두부를 안주로 동동주와 쐐주를 살짝 걸치고 안성휴게소에서 다시 모이기로 하고 아침에 탔던데로 조를 짜고 서울로 출발했다.
갈때는 영철-종식-봉우-태준 인식-인식댁-삼주댁-양진댁 호근-삼주-양진-승철
올때는 같은 조로 하되, 영철조가 태준을 청주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합류한후
안성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호근-혼자서 산본행, 인식부부-삼주부부-봉우, 영철 -승철-종식- 양진부부로 조를 다시 짜서 출 발 했는데 , 호근 댁이 전날 북한산 절에 갔다가 폭우 때문에 내려오지 않은 관계로 일행에 합류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으나, 덕분에 교통편은 갈 때 올 때 모두 무리 없는 환상의 조 편성 (영철 말씀)이 가능했던 날이기도 하였다.(만일 호근댁이 합류했더라면 호근은 누군가 1사람을 서울까지 호송하기 위해서 고속도로의 체증을 감수하며 서울까지 갔다가 다시 산본으로 내려갔어야 했을 것임). 반포에서 영철과 헤어진후 택시를 타고 곧바로 집에 와서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어있었다. 마침내 이 등산초보가 속리산 문장대도 올라 보았으니, 아 이제는 초보여 안녕! 하고 좀 더 자신을 가져도 될까 보다.
오늘 호근은 출고 한지 얼마 안 되는 뉴 그랜져를 제공, 본인은 달리면서도 호텔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전날 비가 와서 질퍽한 황토를 밟아다가 발 받이를 마구 더렆혀 놓았으니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또한 따뜻한 호박 죽으로 일시 나마 사바세계의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 안 여사 , 몇 번씩이나 위 아래를 오가면서 특히 문장대에 까지 본인을 인도해주신 정여사, 오늘 같이 즐거움을 나누어준 우리 등산 멤버 모두에게 --감사감사 드립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뇽!!--
첫댓글 별 말씀.. 산은 기록경기가 아니라 어떻게 정복을 했느냐 가 승자가 아닌가 ???. 초보안녕 나도 초보안녕 '속세와 떨어진 산'이라기보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준 산" 양진 화이팅!!!
속리산→고운의 시를 음미해 보면 俗離山의 뜻은 "속세가 산을 떠난다"는 뜻이니 역으로 "속리산"의 의미는 "언제나 변함없는 도를 간직하고 있는 산"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상의 조 편성으로 다녀온 동창들 화이팅
양진이도 여복이 터질 때가 다 있네요?
1033m 문장대 정복을 축하합니다. 이제 초보는 안녕!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더 높은 정상으로...구름 화이팅!!!
앞으로는 1천미터 이상의 산행을 자주 갖도록 해야겠습니다 멋있게 산행기를 집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이~쒸. 약 오~ㄹ라 주~ ㄱ겠네. 이눔이 발모가지...거듭할 수록 나아지는 등반과 가본듯한 착각으로 빠지게 하는 후기 자~알 보아수다. 홧팅!
구름님 금년에 설악산 도전합시다. 몇년전 상당히 고생해서 오른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체력도 보강되었고 멤버들이 좋아서 쉽게 올라 갈것 같은데...
문장대에 다녀와서 그런지 문장(?)력 대단하오이다. 덕분에 나도 다녀온 기분이오. 감사, 그리고 축하들하오.
봄이 오는 길목에 신선들이 노니는 곳을 살짝 엿보고 왔소이다. 구름이 문장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속리의 아득한 비경도 절반만 담아올 번 했소이다.
니네들 다늙어빠져서 얼굴하나도 못알아보겠다 자주봐야되는데..ㅎㅎㅎ 나는그데로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