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04. 01
날씨......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다..........어찌나 세게부는지...... 아이들 작품이 다 날아가려 고 한다..
4월이구나.......^^
힘들다.... 이젠 조금 익숙해 질만도 한데. 여전히 힘들다...
설레임.... 열정도 이젠 점점 나와는 무관한 단어들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영어 선생님은 말 한마디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선생님 남자 아들좀 잡으이소..!! 정말~!!!”
“예 죄송합니다. ”
아이들에게 마냥 좋은 선생님,,,,, 정말 좋은 선생님 그 차이가 뭘까???
혼란스럽다. 최대한의 자유와 최대한의 존중이 남기는건 결국 방종과 무질서란 말인가?
“오늘 영어시간에 떠들어서 혼난 사람 다 일어서...”
“여섯명~? 좋아.. 너희들은 오리걸음 두바퀴다. 알겠나?”
“다음 시간 체육이니까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서 줄서~!!”
“열중쉬어 차렷 열중쉬어. 차렷, 좌양좌 우양우~ 뒤로돌아.......................................................차렷”
“허준호 기준 체조 대양으로 벌려서,,,,, 허준호 기준 모여~”
“다시.. 기준,, 모여~”
“지금부터 공 이어 달리기를 한다..”
“축구하지요.. 피구하지요......... 발야구하면 안되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다들 조용히해.. 체조대양으로 벌려~ 모두 자기자리에서 무릎꿇고 앉아...”
“선생님 말에 토 달지마......... 선생님은 교육과정 대로 가르친다.. 앞으로 다시 한번더 이런일이 있으면 그때는 체육안하고.. 한시간동안 벌선다. 알겠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봐준다. 다들 일어서...”
신났다..... 매일 달리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도 잠시. 엄청난게 기다리고 있었으니..
“조회대 앞으로 모여... 여섯명 나와 ! 두줄 서... 지금부터 두바퀴 시작.. 가..”
“다른 사람은 차렷~ 정리운동 시작.. 목운동,,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좌양좌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
오리걸음은.. 제대로 하면 상당히 힘든 운동이다.......... 한바퀴를 장난스럽게 돌아온다....
“이정언....... 허준호 거기서..... 다들 거기 서.......”
“이번 한바퀴는 무효다.. 다시 시작.. 줄 맞춰서 돈다. 뒷사람이랑 다섯 걸음 이상 차이 안나도록... 입은 다문다....... 알겠나? 어기면 다시 한바퀴 추가다. 출발해...”
한바퀴를 따라 돌면서....예상치도 못한 아이들의 행동들에 감동을 받는다..
“중훈아.. 니가 앞에 서라. 뒤에서면 힘들다..... 됐다. 됐다. 힘내자...”
정언이가 중훈이의 등을 토닥거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생각 같아선 당장 그만두게 하고 칭찬이라도 막하고 싶은데... 약속은 약속이니까....
“조금만 힘내자..... 다 와간다...... 힘들면 소리라도 질러봐라.. 아. 맞다... 소리지르지 말랬제!”
다시 한바퀴를 돌았다......
“또 가요?”
“그래 시작~ 출발......”
“아닙니다.. 아닙니다.”준호다. 말투가 너무 웃겨서 웃을뻔했다..
“뭐가 아닌데?? 어? 시작~~출발...”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약속도 어기는 놈들이 다시 약속한들 무슨 소용이 있노? 너희랑은 약속 같은거 안해.. 출발해.. 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그럴께요.......”
“잘못한거 알면서 지금까지는 왜그랬는데? 말해봐..필요없어. 조용히해 출발......”
“선생님..........진짜 약속지킬게요..”
...................
................
“일어서........ 교실로 가......... 뛰어가.........”
아고 쪽이야. 오만 아들.. 선생님들. 학부모들. 축구감독님 전담선생님 다 보고 있다.......
민망의 극치구만...... ^^속상함과 피곤함을 안고 교실을 들어서는데.....
이런 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또 다시 감동이다.
“선생님 급식 반찬 남은거 더 먹어도 돼요?”
“아니야. 조금전에 벌선 애들 아직 급식 못받았어.........”
“선생님. 애들이 6명꺼 다 받아서. 책상위에 올려 놨는데요......”
너무 이쁘지 않은가? 정말 이 아이들은 함께 지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함께 ........... 눈물이 날만큼 아이들이 이쁘고......사랑 스러웠다........
어떻게 생각하면. 영어 선생님 한마디에 그렇게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내 식대로 잘 자라가고 있었다. 그것도 기대 이상으로. 수업시간에 떠들고 장난치는 것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당연함을 당연하지 못하게 받아들이고 벌 세운 내가 문뜩 부끄럽게 느껴졌다..
방과후다.
중훈이를 남겨서 인간 만들기 위한 나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태클이 걸렸다.
“김중훈 남아라....약속 했제?” 순순히 예그런다... 뭔일이래? 이러면 시나리오가 달라지는데.
그리고 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싸. 학원 안가도 된다. 놀아야지~~!!”
나에 대한 마지막 반항이라 생각 된다...... 그래 너는 놀아라.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일주일이다. 오늘 하루니까. 니가 그렇게 신났지. 앞으로 어떻게 하나 두고보자..
“선생님 전화 한통만 하께요..”
“엄마 내 오늘 4시 반까지 남아야 하거든......그러니까. 30분까지 예삐 문구사 앞에서 기다리래..”
“선생님 우리엄마가요 한번만 더 싸인 받아오라고 그러면 선생님 한번 만나야 겠다는데요..”
원하던 바다.......
“그러지 말고 오늘 보지 뭐...... 어머니보고 기다리라고 해라..”
“예..”
“뭐해요?”“ 앉아서 니 할 일해..”
저도 화는 나나 보다. 괜히 애꿎은 미리에게 화풀이다....
“지랄한다.................”
“김중훈..... 나와..........사전 들고 와. 지랄한다 적어........ 사전에서 뜻 찾아봐........”
“그런거 없는데요. 사전 찾을줄 모르는데요...........”
“찾아라.... 있다. 찾아....... 찾아서 10번 적어......”
“없는데요. 사전 더러워서 찾기 싫은데요..........”
“너보다 깨끗하니까 찾아...........”
완전히 중훈이 수준의 대화다........ 내가 왜 이렇게 유치해졌지??? 쩝~~~~
“김중훈 쓴거 가지고 나와..... 아직 안썼는데요......
한 시간전에 시킨 일을 아직 안하고 있었다는 것은 완전히 선생 말을 무시하겠다는 거다....
소리 지르고 싶은걸 간신히 누르고... 애써 태연한척~
“써 다 쓰고 가....”
“연필없는데요.......”
헉~ 해도해도 너무하네......
“공부하는 놈이 연필도 안들고 다녀??? 선생님 책상위에 있는 거 써~”
“다썼니? 다썼으면....... 가져와..” 어머님께 드릴 편지와 같이 봉투에 넣는다.
“그거 뭐예요?”
“.............”
“나가자. ”
교문을 나서자. 차 한 대가 대기하고 서있다......
“엄마”하면서 중훈이 녀석이 달려가서 안긴다....
“왜 이렇게 늦게 남아 있었는데? 공부했다....혼자? 아니 다른애들도 몇몇 있었는데 다 갔다..”
“엄마 내 학원 안다니면 안돼나? 선생님이 가지마랬다. 맞지요 선생님..”
분명 나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중훈이의 속셈이다.....
“그래도 가야지. 안가면 니가 따라가나?”“선생님이 갈필요 업다고 했다..맞죠?”
“예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여기 중훈이가 오늘 남은 이윱니다. 언제한번 상담을 햇으면 싶은데요. 언제 시간나십니까? ”
“월요일 괜찮으세요?” “예.. 좋습니다. 그러면 월요일에 뵐께요...”
아니. 애가 학교에서 벌서다 왔으면.. 심각한 표정을 한번 지어보이기도 하련만....
뭐가 이쁘다고 등까지 토다거려주면서..... 안아주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혼란에 빠진다...........힘 빠지는 날이다......
이렇게 4월 첫날을 마무리하면서.......... 3월보다. 더 힘든 날들을 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