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챔버 – 이차 미세먼지 생성 규명 연구
이승복 KIST 환경복지연구단 선임연구원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IST에서 대기환경분야, 특히 실내외 에어로졸 모니터링 기술 및 저감 기술 개발 등과 관련된 연구 수행.
2007년 기준으로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오염으로 인한 전세계 조기사망자수는 약 345만명으로 추정되었는데1, 이는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수인 약 125만명에 비해 약 2.8배 높다. 이러한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 위해에 대한 인식은 1930년대 벨기에 뮤즈 계곡 스모그 현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인 미세먼지 피해 사례로는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석탄 연소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로 발생된 런던 스모그와 1954년 이후에 미국 LA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과 질소산화물(NOx) 가스들의 광화학반응에 의해 발생한 LA 광화학 스모그이다.
배출원에서 배출될 때 입자상 형태인 1차 미세먼지와 달리, 대기화학반응 및 물리적인 변환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는 반응이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므로 생성 기작을 규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실제 대기의 경우 가스상 원인물질의 배출량, 희석비, 유입/유출 등이 시시각각 변하는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이기 때문에 제어된 실험이 불가능하므로, 닫힌 시스템(closed system)으로 대기를 모사하기 위해 실험실내 챔버를 만들어 활용하는데 이것을 스모그 챔버(smog chamber)라고 부른다(그림 1). 스모그 챔버를 통해 규명된 화학반응 기작은 대기질 모델링에 모수화 (parameterization)되어 미세먼지 농도 예보에 활용된다.
그림 1. 스모그챔버의 개념도
스모그 챔버를 이용한 2차 미세먼지 및 광화학반응에 관한 대기환경 연구는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1970년대 일본과 호주에서, 1990년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수행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 스모그 챔버 연구가 시작되었다.
현재 중국 주요도시의 PM2.5 농도는 서울의 2배 수준, 서울의 PM2.5는 일본이나 유럽의 2배 수준, 유럽의 PM2.5는 미국의 2배 수준인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환경, 특히 미세먼지 연구의 활성화는 사회발전단계 또는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른 역사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그 동안 많은 환경정책을 통해 공장 굴뚝의 시커먼 연기나 경유자동차의 검은 매연과 같이 육안으로 보이는 1차 미세먼지의 배출량을 꾸준히 저감시킴에 따라 2차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커지고 있으므로, 2차 미세먼지의 복잡한 생성 기작을 규명하는 연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2차 미세먼지의 화학성분을 살펴보면 NOx, SO₂, NH₃ 가스들로부터 각각 입자화된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염 등과 같은 무기성분과 수많은 종류의 휘발성유기화합물 가스로부터 입자화된 유기성분으로 구성되며, 최근 이 두 가지 성분이 결합된 형태인 유기황산염(organo-sulfate), 유기질산염(organo-nitrate) 등의 성분에 대한 연구가 첨단 장비의 도입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누군가는 “2차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반응을 굳이 규명하지 않아도, 원인이 되는 가스상 물질의 배출을 줄이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가스상 물질을 저감한 비율만큼 2차 미세먼지의 생성이 감소하지 않는 비선형성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아황산가스(SO₂) 배출을 감소시킬 때, 특정지역에서는 황산가스 대신 질산가스가 암모니아와 결합하여 질산염을 형성하게 되어 오히려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증가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주의하였다2. 서울 대기 조건에서도 NOx를 30%까지 감소시켜도 2차 미세먼지 중의 무기성분 양은 그대로 유지되다가 NOx를 30% 이상 감소시켜야 비로소 미세먼지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NOx 대신 VOCs의 저감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한 연구결과도 있다3.
따라서 제한적 제원을 가지고, 우선적으로 어떤 물질을 얼마만큼 줄여야 2차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인지 알기 위해 2차 미세먼지 생성 기작의 규명이 필요하다. 2차 미세먼지의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초기 가스상 물질의 종류 및 농도뿐만 아니라, 광원의 세기, 온도, 습도, 기존 입자의 크기 및 양을 포함해 매우 다양하다. 또한, 반응 챔버의 재질, 크기 및 모양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 동안 다양한 조건의 스모그 챔버 실험을 통해 VOCs 물질 종류별로 2차 미세먼지를 얼마나 생성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이차유기에어로졸(secondary organic aerosol, SOA) 수율(yield)을 산출하였다. 가스상 물질간 상대적인 미세먼지 생성 잠재력을 비교한 자료를 살펴보면, 자동차와 같은 인위적 배출원에서 배출되면서 대기 중 농도가 비교적 높고 2차 미세먼지 생성에 기여도가 높은 톨루엔의 SOA yield는 424μg/(m³·ppm)(11%)이다4(그림 2). 즉, 1m³ 공기에서 1 ppm의 톨루엔(3833μg)이 반응하여 없어지면 424 μg의 미세먼지가 생성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 자연적 배출원인 숲의 나무에서 배출되는 monoterpenes의 SOA yield는 762μg/(m³·ppm)으로 톨루엔보다 더 높다. 사람의 활동이 아닌 자연에서 배출되는 VOCs는 전체 VOCs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많은 물질이 활엽수 나무에서 배출되는 isoprene이다.
그림 2. 톨루엔 반응에 의해 생성된 이차유기에어로졸
초기 스모그 챔버 연구에서 isoprene은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보고되었으나, 2000년대부터 대기질 모델링으로 예측한 전체 SOA가 실측값보다 과소평가되었고, 대기 중 isoprene의 기본구조를 갖는 입자상 물질들의 검출이 보고되다가, 새로운 실험결과들이 보고되면서 isoprene의 SOA yield가 낮시간에는 5% 미만 수준으로 작으나, 밤시간에는 NO₃와 반응에 의해 15%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스모그 챔버 연구의 주제와 아이디어는 모델링과 실측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즉 모델링에 빠져있는 반응을 찾아내거나 중요 계수 등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에서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미지의 화학반응과 반응생성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므로, 모델링의 미세먼지 농도 예측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기작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최근의 스모그 챔버 연구 주제 및 동향은 다음과 같다5.
첫째는 비균질 반응에 관한 연구이다. 그 동안 가스상 물질끼리의 균질 반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최근 가스-고체 및 가스-액체 사이와 같이 상(phase)이 다른 물질간 비균질 반응의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었다. 특히 황사나 1차 미세먼지(고체)의 농도가 높고, 상대습도가 높은 동북아 대기조건에서 이러한 비균질 반응을 통해 작은 분자량의 서로 다른 분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량이 수천 이상으로 커지는 oligomer 생성 현상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비균질 반응 중 하나가 기존 미세먼지 성분에 의한 촉매효과(catalyzation)인데, 이것은 기존 입자 표면이 산성이거나 전이금속 metal 성분이 존재할 때 가스상 물질의 산화 및 2차 미세먼지 생성이 촉진되는 현상이다. 앞에서 언급된 isoprene의 광화학반응 생성물이 산성 미세먼지 표면에서 oligomer가 되어 SOA가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입자의 산성도(acidity)에 따른 2차 미세먼지 생성의 효과는 아직도 충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신 연구결과에 대한 논란과 토론이 많이 진행 중에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미세먼지 또는 구름 및 안개에 포함된 물과 관련된 액상화학반응(aqueous chemistry)이다. 가스상 물질이 물에 용해된 후 수용액 내부의 화학반응에 의해 SOA가 생성되는 현상에 대한 실험실 연구가 2000년대 수행되었는데, 조해성(흡습성) 미세먼지에 포함된 수분에 의한 SOA yield는 미세먼지에 포함된 수분의 양에 비례하였다. 이러한 미세먼지의 조해성 특성 및 이로 인한 액상화학반응은 미세먼지의 화학조성, 혼합 또는 코팅 형태, 상 분리(phase separation), 이력 현상(hysteresis) 등에 영향을 받는 복잡함 때문에 아직도 연구가 많이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는 최신 연구동향은 반 휘발성 미세먼지에 대한 재조명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중 포함된 미세먼지는 1차 유기 에어로졸(primary organic aerosol, POA)로 비 휘발성이라고 간주되었는데, 2000년대 중반 Carnegie Mellon 대학에서 스모그 챔버 실험을 통해 자동차에서 배출된 POA는 반 휘발성이고, POA로부터 휘발된 가스상 물질이 대기화학반응을 거쳐서 SOA를 생성시킨다는 것을 보고함으로써 2차 미세먼지 생성에 반 휘발성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일반적인 스모그 챔버 실험의 VOCs 및 NOx 초기 농도 조건은 실제 대기 수준보다 약 10배 이상 높은 고농도이며, 약 6시간 이내에 실험을 종료하게 된다. 실제 대기 조건에 유사하도록 실험하기 위해 챔버의 대형화, 반응 백 오염의 최소화, 온도/농도 분포 균일화 등의 방향으로 스모그 챔버 연구시설이 발전하고 있으며, 해상도가 높은 실시간 가스상 분석장비(High-resolution Proton-Transfer-Reaction Mass Spectrometer) 및 실시간 미세먼지 화학조성 분석장비(High-resolution Time-of-Flight Aerosol Mass Spectrometer) 등과 같은 첨단 장비를 스모그 챔버 실험에 활용하여 미지의 미세먼지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1. Qiang Zhang, Xujia Jiang, Dan Tong, Steven J. Davis, Hongyan Zhao, Guannan Geng, Tong Feng, Bo Zheng, Zifeng Lu, David G. Streets, Ruijing Ni, Michael Brauer, Aaron van Donkelaar, Randall V. Martin, Hong Huo, Zhu Liu, Da Pan, Haidong Kan, Yingying Yan, Jintai Lin, Kebin He& Dabo Guan (2017) Transboudary health impacts of transported global air pollution and international trade. Nature 543, 705–709.
2. NARSTO (2004) Particulate Matter Science for Policy Makers: A NARSTO Assessment. P. McMurry, M. Shepherd, and J. Vickery, eds.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England. ISBN 0 52 184287 5. (https://www.narsto.org/pm_science_assessment)
3. 김영성 (2005) 수도권 대기질 관리의 쟁점과 과제. 환경정책연구, 4(1), 1-19.
4. Seinfeld and Pandis (1998) 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From Air Pollution to Climate Change, Wiley.
5. 임용빈, 이승복, 김화진, 김진영, 배귀남 (2016) 스모그 챔버를 이용한 이차 초미세유기먼지의 최근 연구동향, 한국대기환경학회지 32(2), 131-157.